열두 개의 바람
줄리안 김 지음, 이순미 옮김 / 반니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읽으면서 쉽게 집중하지 못했다. 이야기 구성이 허술해서 긴장감이 떨어졌다. 싱가포르 거주 한국 작가가 비욘드 워즈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그런데 이 상이 어떤 상인지 자세한 설명이 없다. 신진 작가에게 주는 상이라고 하는데 이 소설의 장르가 판타지임을 생각할 때 판타지 장르 쪽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물론 이 소설이 나에게 그렇게 강한 매력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가 취향 탓일 수도 있다. 너무 빨리 드러나는 전생과 너무 쉽게 풀려버리고 허술한 비밀들이 나의 착각과 결합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한국 작가라서 그런지 주인공은 한국인 송수호다. 그는 고아 출신이지만 열두 개의 바람을 다루는 능력 때문에 세인트라는 조직의 일원으로 활약한다. 나이는 스물하나. 강원도에서 영어 선생을 하고 있는데 페루에 문제가 생겨 출동한다. 영국의 본부를 거쳐 뉴욕에서 동료 한 명을 만난다. 그가 바로 과거를 보는 디에고다. 그는 평소 핫도그 노점상을 한다. 수호와의 만남도 장난처럼 시작한다. 하지만 이 만남은 이 소설의 도입부에 깔아놓은 전생의 기억을 하나씩 풀어내는 역할을 한다. 그 전생은 바로 진시황 시대다.

 

수호와 디에고가 페루에서 갑자기 사라진 마을 사람과 군인들을 찾고 있다면 서안에서는 홍콩의 천재적인 금융인 로니 탄이 진시황릉의 비밀을 하나씩 파헤친다. 놀라운 직관력과 판단력으로 그는 금융계에서 승승장구한다. 이 돈의 일부를 황릉 발굴 등에 기부하는데 그곳에서 발견된 열두 개의 바람이란 단어 때문에 서안으로 간다. 그곳에서 로니 탄은 엄청난 병마용 속에서 숨겨진 비밀을 하나씩 밝혀낸다. 진시황릉을 건설한 린카이푸의 안배에 따라 한 발씩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간다. 현대의 건축물보다 더 정밀하게 설계된 거대한 진시황릉 속으로.

 

수호와 디에고의 만남, 이들과 오드리의 만남은 전생의 인연을 현세에 그대로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오드리의 전생을 보면서 수호와의 사랑을 들려주고, 각자의 끌림이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지 알려준다. 사실 너무 빨리, 너무 빤하게 이 전생을 들려줘서 그렇지 하나씩 풀어내는 방식은 나쁘지 않다. 이것과 더불어 진시황릉을 연결해서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설정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 과정들이나 상황들이 그 어떤 신비감도 호기심도 불러오지 못함으로써 긴장감이 떨어졌다. 디에고가 기억을 잃었을 때 너무 쉽게 그 해독제를 찾아낸 것도 역시 그렇다.

 

수호 일행이 페루에서 잉카의 후예들과 전투를 펼칠 때 로니의 일행은 점점 더 린카이푸의 비밀에 다가간다. 잉카의 후예들이 가진 돌의 위력은 날씨를 조정하는 것이라면 린카이푸가 숨겨놓은 돌은 지진 등을 불러올 수 있는 위력을 가졌다. 페루에서 수호의 액션이 펼쳐질 때 로니 일행은 무덤 속에서 하나씩 암호를 풀면서 위기를 벗어난다. 적들의 공세가 점점 심해지면서 수호의 전생 연인이었던 오드리는 진시황릉으로 온다. 그녀의 가세는 황릉의 위험하고 견고한 방어를 뚫는데 큰 힘이 된다. 실제 중요한 순간 단서를 제공하고 약초에 대한 전생의 해박한 기억은 동료들을 위험에서 구해준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매력은 진시황릉에서 암호를 풀면서 전진하는 것이다. 수호의 액션은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볼거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소설 속에서는 긴장감이 떨어진다. 그런데 문제는 진시황릉 속 암호 설정이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다. 물론 작가도 이것을 안다. 하나의 방에서 암호를 풀면서 나아가는 모습이 너무나도 무협소설 속 장면과 비슷해 전혀 새롭지 않다. 이것이 나에게는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인연이 너무 많이 흘러넘치고 영웅의 활약이 너무 쉽게 이루어질 때 그 아쉬움은 더 커진다. 좋은 출연진을 모아놓았으니 다음 소설에서 이들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어떤 활약을 할지 한 번 더 기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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