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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김중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평점 :
누구나 자신이 죽은 후 다른 사람에게 밝히고 싶지 않은 물건이나 비밀이 하나씩 있을 것이다. 죽기 전에 이 물건 등을 본인이 직접 없애면 될 텐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그것을 가지고 있다. 이 처럼 죽은 후 걱정을 위해 자신이 원하는 물건 등을 없애주는 직업이 있다. 딜리터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탐정 구동치의 직업이 바로 이것이다. 이 직업을 하게 된 것은 유명 작가의 부탁 때문이다. 사실 읽으면서 노 작가의 주장을 보면서 어디까지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는지 의문이었다. 그리고 이상한 냄새로 가득한 악어빌딩에 한 남자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영민. 다른 고객의 소개로 구동치를 찾아왔다. 이야기의 전개에 강한 인상을 주는 부분이 없다 보니 그냥 지나가는 사람 중 한 명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계속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을 가지고 있고, 이 물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된다. 약간 끈적거리면서 나른한 분위기에서 시작하여 처음에 예상한 것과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작가의 이력을 생각하지 않고 읽는다면 한 편의 탐정소설을 읽는 느낌일 것이다. 사실 마지막 장면에 그가 다른 일을 처리하기 위해 출장 갈 때 선택한 소설이 추리소설인 것을 감안하면 전혀 연관성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전직 형사였던 구동치는 딜리팅하면서 얻은 물건 중 일부를 자신이 보관한다. 계약 위반 사항이지만 죽은 자들이 이 사실을 알 리 없다. 남의 비밀을 엿보는 재미에 그는 빠져 있다. 물론 자신이 죽게 되는 경우 이 물건들을 없애달라는 요청을 다른 딜리터에게 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물건을 보관하는 것처럼 딜리팅을 요청받은 사람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 모순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사건이 터진 후 누군가가 자신의 사무실에 침입한 후 흔적을 남겨 놓은 적이 있다. 일종의 경고였지만 가져가려고 하면 충분히 가능했다.
그의 귀는 아주 깊은 우물이다. 딜리팅을 하면서 비밀을 이 깊은 우물에 넣는다. 그런데 평소와 다르게 이번 딜리팅은 문제가 생긴다. 죽은 자의 태블릿 피시가 사라진 것이다. 죽은 자의 이름은 배동훈이다.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존재가 바로 배동훈의 태블릿 피시다. 이 피시에 담긴 동영상 때문에 몇 사람이 죽고, 구동치는 충격 받고 고뇌에 빠진다. 그의 적으로는 천일수 회장과 이영민이 있다. 이들은 함께 테니스를 치지만 뒤로는 살벌한 싸움을 벌인다.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활용해 적을 무너트리려고 한다. 초반에는 원수도장 수련생들의 도움을 받는 천 회장이 압도적이지만 정보는 또 다른 위력을 발휘한다.
소설은 등장하는 인물들을 허투루 사용하지 않는다. 별로 중요하지 않는 사람도 단역을 맡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악어빌딩의 세입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무술도장 원장과 철물점 사장이 티격태격 싸우지만 이 둘이 합쳐 이룬 사건 하나는 구동치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 된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드라마 작가 오윤정의 비중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 이것은 구동치가 딜리팅할 때 그를 목격한 여자 정소윤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아침 드라마 작가로 끝부분에 다시 등장한다. 아침 드라마라면 이 세 사람의 삼각관계에 박찬일 셰프까지 엮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지만.
흔히 정보가 돈이자 힘이라고 말한다. 배동훈의 죽음 뒤 그의 태블릿 피시에 든 동영상은 최고의 돈이 된다. 쫓고 쫓기는 전개 속에 구동치는 자신도 모르게 엮인다. 그런데 여기에 형사 한 명도 같이 엮인다. 배동훈의 죽음을 조사하는 김인철 형사다. 그는 구동치의 선배 형사다. 처음에는 그냥 보통의 형사처럼 다가왔는데 뒤로 가면서 강한 개성을 품어낸다. 이렇게 엮인 관계가 단숨에 풀릴 리 없다. 물론 좋게도. 욕망이 어긋나고 비밀의 문이 열릴 때 가장 원초적인 감정들이 수면 위로 튀어오른다. 이것을 대표하는 두 인물이 바로 천 회장과 이영민이다.
등장인물들의 강한 개성과 함께 원수도장의 사연도 시선을 끈다. 무도를 추구하는 그들의 과거를 생각하면 불행하기 그지없다. 그들의 대사형이 원수도장을 유지하가 위해 천 회장의 더러운 손발이 되는데 어느 순간 원래의 의도보다 유지라는 욕망의 그림자에게 잡아 먹혀 버렸다. 마지막 부분에 가면 이것은 아주 중요한 이야기의 시발점으로 변한다. 나비효과 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작가가 가장 보여주고 싶은 장면은 정소윤이 눈밭에 넘어진 후 기분이다. 자신이 누웠던 자리가 선명해서 그림자를 남겨두고 가는 기분이었다는 표현이다. 비밀의 그림자는 월요일처럼 길고 기니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