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19세기 - 푸슈킨에서 체호프까지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이현우 지음, 조성민 그림 / 현암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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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을 좋아한다. 하지만 실제 좋아하는 작가는 도스토예프스키고, 다른 작가의 책은 거의 읽지 않았다. 도스토예프스키도 한참 읽은 것이 20대였는데 지금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다. ‘열린책들’에서 새롭게 번역본이 나왔을 때 몇 권 사놓았는데 언제 다시 읽을지 잘 모르겠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한 권짜리로 사서 대학 여름 방학 동안 힘겹게 읽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당시 <장길산>이나 <임꺽정>도 읽다가 중단했던 기억이 있다. <에브게니 오네긴>은 사 놓은 지 10년도 넘었고,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등은 읽은 기억만 남아 있다. 두 번째로 등장하는 레르몬토프의 경우는 아주 낯선 이름이다. 고골은 읽다가 중단했고, 체호프는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다. 이런 기억을 가지고 이 책을 읽었다.

 

19세기 러시아 작가들과 대표작을 해설하기 전에 저자는 러시아에 대해 먼저 설명한다. 여기서 만나게 되는 몇 가지 사실들은 너무 낯설었고, 이 역사가 러시아 민중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려줄 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몽골의 지배가 미친 영향을 설명하면서 우리의 일제 강점기를 비교하는데 순간 섬뜩한 뭔가가 가슴속을 지나갔다. 그리고 지리적 배경과 상류사회의 문화적 배경 등을 알려줄 때 알고 있던 몇 가지는 다시 확인하게 되었고, 모르던 몇 가지는 이 나라와 작가들을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푸슈킨에 대해 큰 관심도 없었고 러시아에서 어떤 작가인지도 몰랐다. 오히려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당연히 러시아에서도 이들을 더 좋아하고 존경할 것으로 미루어 짐작했다. 하지만 푸슈킨에 대한 수많은 거장들과 러시아 민중들의 반응을 읽으면서 나의 무지가 얼마나 큰 잘못인지 알게 되었다. 저자가 부제로 붙인 ‘러시아 영혼의 정수’라는 단어에서도 그가 어떤 작가인지 알 수 있다. 이어서 그가 살던 시대의 문화적 사회적 배경들을 설명하면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려준다. 그 후 대표작 하나에 대한 세밀한 분석으로 들어간다. 이 구성은 이후 다른 작가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개인적으로 작품에 대한 분석은 읽지 않은 책과 읽었다고 해도 부정확한 기억 때문에 그렇게 깊게 와 닿지는 않았다. 여기에 저자의 80분 정도 강의를 바탕으로 쓴 글이라 분량의 제한이 분명해서 더 깊이 더 많은 이야기를 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러시아 문학가는 막심 고리키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이 시대의 거장들이다. 물론 여기에는 러시아 혁명 이후 공산주의 나라가 되면서 그 시대 문학 작품들이 거의 번역되지 못한 이유도 있다. 소련이 무너진 후 수많은 러시아 문학이 다시 번역되었는데 아직 우리에게 익숙해진 작가는 많지 않다. 있다면 여기서도 자주 인용되는 나보코프와 <닥터 지바고>나 <고요한 돈 강> 의 작가 정도일 것이다. <닥터 지바고>나 <고요한 돈 강>의 작가 이름을 적지 않은 것은 사실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검색하면 아~하고 말하겠지만 19세기의 대작가들처럼 귀에 익지도 입에 달라붙지도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런 현상은 나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19세기 러시아를 아는데 이 소설들보다 좋은 것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작가들을 간단하게 정의하는데 이 책 목차보다 더 분명한 것도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이 정의는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작가에 대한 인상과 일치하지 않는다. 오래 전에 읽은 책이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분석적으로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자와 다르게 소설을 해석한 글을 최근에 읽은 적이 있어 몇몇 소설은 차이가 더 난다. 이 소설을 분석하는 틀로 어떤 것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더 많은 차이가 생긴다. 이런 점이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이 주는 매력이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소설들을 읽은 후 이 책 내용과 한 번 비교해보고 싶다. 이 비교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더 깊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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