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육도시
백승재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속도감 있게 술술 읽힌다.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잔혹한 살인게임을 펼친다. 이 게임의 시작은 복수와 돈 때문이다. 궁지에 몰린 사람들은 복수를 위해 게임에 참가하고, 누군가를 괴롭히고 죽이고 싶은 사람은 돈 때문에 참가한다. 고대 검투사들의 경기처럼 피가 튀는 게임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 물론 이것은 안전한 장소에서 게임을 보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된다. 게임 참가자들은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들이 관람자들에게 더 많은 흥분을 안겨줄 뿐이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정명환이다. 낮에는 택시를,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직원의 횡령 때문에 사업은 망하고,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는 힘든 일상을 산다. 비싼 사채 이자를 감당 못해 도망쳤는데 그들이 찾아왔다. 협박한다. 돈을 갚지 않으면 딸을 납치해서 팔겠다고. 3년 전 아내와 함께 자살까지 하려고 했던 그에게 최악의 시련이 닥쳤다. 아내 나정은 3년 전에 도망갔다. 이때 그에게 한 남자가 다가온다. 살인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1억 원을 주겠다고. 엄청난 유혹이지만 그는 거절한다. 이 모습은 이 소설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그가 유지하는 마음 자세다.

 

그는 거절했지만 그를 죽여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오히려 죽는다. 이 장면을 본 김 실장이 그에게 돈을 받으러 오라고 말한다. 이때 횡령한 직원의 시체가 발견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 이어진다. 사채업자의 협박과 공포에 사로잡힌 그가 김 실장을 찾아간다. 이 1억은 덫이다. 살인게임을 시작하기 위한 하나의 통과의례다. 김 실장은 언제 주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약에 중독되어 잠든다. 깨어난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C2로 불리는 기계가 심어져있고, 이 기계를 통해 그의 행동과 말들이 김 실장에게 모두 전달된다. 그리고 이 게임에 참가한 59명 명단이 그들이 준 스마트폰을 통해 보내져 온다.

 

김 실장을 만났을 때 놀라운 사실 하나를 알려준다. 그것은 횡령한 직원을 죽인 사람이 3년 전 사라진 아내 나정이란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참가한 게임이지만 그에게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그것은 아내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쉬울 리가 없다. 한 명을 죽일 때마다 포인트가 쌓이고, 죽은 자의 포인트까지 모두 챙기는 게임에서 살의를 번뜩이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살기 위해 달아나고, 더 많은 포인트를 얻기 위해 살인자들끼리 모인다. 이제 살기 위한 참가자와 포인트를 얻기 위한 참가자들의 참혹한 경기가 시작한다. 그것이 참혹하면 할수록 관람자들은 흥분하고 더 좋아한다.

 

작가는 단순히 살인게임만을 다루지 않는다. 몇몇 인물들의 사연을 집어넣고 죽이기보다 협력해서 이 게임을 종료시키려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관계를 맺고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생긴다. 물론 포인트 획득을 좀더 쉽게 하기 위한 살인자 집단도 있다. 누군가가 죽으면 바로 정보가 업데이트되고, 일정 시간 동안 서로의 위치를 알려주다 보니 이것을 활용하는 사람들도 나온다.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켜 왜 이 게임에 참가하게 되었는지 사연을 들려준다. 각자의 사연을 보면서 우리가 평소 가지고 있던 욕구임을 발견한다.

 

이 소설처럼 살기 위해 생존게임을 펼치는 작품들이 몇 있다. 그 유명한 <배틀 로얄>이나 요즘 유행하는 <헝거 게임> 시리즈도 있다. 고대로 올라가면 검투사들이 있다. 이런 상황을 만드는 것은 사실 새롭지 않다. 하지만 이 게임의 참가자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는 다른 문제다. 사실 이 부분이 약하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 않고 표면에만 머문다. 그래서인지 영화보다 드라마로 만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사연을 더 깊게 보여주고 몇 명에게는 어쩔 수 없는 사연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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