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
-
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조명애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한 사람의 인생을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각자의 시각에서 볼 수밖에 없다. 그것은 한 사람의 인생이 누구 한 명에 의해 완전히 밝혀질 수 없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밖으로 드러난 행동과 말로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있지만 그 속내나 의도까지 완전히 알 수는 없다.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를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느낌과 생각 등을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그를 그려낼 뿐이다. 이 그림이 개인의 느낌이나 철학 등과 어울리고 어느 정도 객관성을 확보할 때 잘 된 전기나 평전이라고 말한다. 밖으로 드러난 사실조차 왜곡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요즘 객관성은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왜곡되기 쉽다. 그런 점에서 모든 사람이 거짓말쟁이라는 이 제목은 함축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30 여년 전 에스파냐의 한 아파트 발코니에서 한 남자가 투신자살한다. 그의 이름은 알레한드로 베빌라쿠아다. 그는 아르헨티나 망명 작가다. 이 작가가 스페인에서 출간한 작품은 단 한 편이다. <거짓말 예찬>이다.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도 특이하다. 그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 애인이 청소하다가 이 원고를 발견하고 읽은 후 한 출판업자에게 출간을 의뢰한 것이다. 이 작품을 읽은 출판업자는 책을 출간하게 되고, 출판기념행사에 그를 초대한다. 하지만 그는 왠지 모를 이유로 그 장소를 떠나고 얼마 후 투신자살한다. 왜 최고의 순간이 될 수 있는데 그렇게 했을까? 이 소설은 그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쫓는 동시에 각각 화자들의 개인사를 같이 삽입한다. 이 작업을 통해 베빌라쿠아의 삶과 화자들의 삶이 겹쳐지고 각자의 시각에 따라 입체적인 삶의 모습이 그려진다.
첫 번째 화자는 저자인 알베르토 망구엘이다. 그가 말하는 알레한드로 베빌라쿠아는 순탄한 삶을 산 인물이 아니다. 망명 작가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적 압박과 고문도 당했다. 어릴 때는 할머니 손에서 엄격하게 자랐고, 사랑하는 아내는 독재와 싸우다 사라졌다. 망명 후의 삶도 그렇게 풍족하지 않다. 화자가 말하는 그의 삶은 불안과 우울함으로 가득하다. 소제목이 <변명>인 것은 그가 자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분량인데 그의 유년기, 청소년기 등도 같이 다루면서 삶의 행적을 보여준다.
두 번째 화자는 그의 애인이자 <거짓말 예찬>을 발견하고 출간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던 안드레아다. 그녀를 통해 드러나는 그는 처음과 다르다. 많은 여자와 자유롭게 만나고 활기차 있다. 그녀를 통해 어떻게 그 걸작이 출간되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그가 감옥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세부적으로 다룬다. 이것은 다음 화자의 등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세 번째 화자는 바로 그 감옥에 함께 수감된 인물이다. 편지를 통해 그는 자신의 삶과 베빌라쿠아의 접점을 말하고, 그 걸작이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출판기념행사장에서 왜 그가 도망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하나의 가정이 되기도 한다. 여기부터 베빌라쿠아를 다루는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그는 다른 사람에게 하나의 조그만 추억이 된다.
다음 화자는 그의 삶보다 화자의 삶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역사의 어두운 한 면을 보여주는데 그 시대의 공포가 느껴진다. 소제목이 <두려움에 대한 참작>이란 것도 의미심장하다. 화자는 소위 말하는 밀정 역할을 한 인물이다. 화자와 그의 접점은 한 여자에서 시작하여 감옥으로 이어진 후 마드리에에서 다시 연결된다. 이 일련의 과정은 화자의 집착과 다름없다. 그의 시각은 객관성이 떨어지는 적의 입장을 대변한다. 당연히 그의 작품은 별 볼일 없는 소설이고, 그의 죽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의 투신자살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제공해주면서 또 다른 베빌라쿠아의 삶을 만나게 된다.
마지막은 이 모든 인터뷰를 진행했던 기자 테라디요스다. 그는 자신의 할아버지 사연을 말한다. 사실과 다르게 알려져 왔던 과거사를. 사람들이 말하거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실이 어느 한 순간 완전히 뒤집히는 경험을 한 것이다. 여기서 책 제목 <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이 새롭게 다가온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의 초상을 그려내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에 대한 많은 것들을 단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에 대한 글쓰기를 단념하는 순간 그가 명확하게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자신의 베빌라쿠아를 얻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