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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폴 오스터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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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폴 오스터의 소설을 읽었다. 한때 그의 소설을 열심히 읽은 적이 있다. 양장으로 재간된 책들을 열심히 읽었는데 몇 권은 취향에 맞지 않고,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보통 같으면 큰 기대를 가지지 않을 텐데 폴 오스터는 다르다. 그의 신간이 나왔다고 하면 괜히 위시리스트에 올려놓고 살까 말까 고민한다. 즉시 사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결국 산다. 역자도 말했듯이 그의 작품은 기승전결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있다고 해도 불친절하다. 그래서 가끔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작품도 그런 작품 중 하나다.

1967년 봄에 이야기는 시작한다. 뉴욕 컬럼비아 대학 문학도인 애덤 워커는 한 파티에서 기이한 남자를 만난다. 그의 이름은 루돌프 보른이다. 보른이란 이름은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 나오는 베르트랑 드 보른과 같다. 짧게 베르트랑 드 보른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책을 끝까지 읽은 지금 처음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루돌프와 그의 연관성을 찾으려고 노력중이다. 옛날의 보른은 헨리 왕자를 사주해 부왕 헨리2세에게 반란을 일으키게 한 적이 있다. 부자 사이를 이간질한 것이다. 사주와 이간질이란 두 행위를 놓고 보면 분명 뒤에 나올 워커의 삶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어느 순간은 너무 무리한 연결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분명한 결말을 가진 소설은 아니다. 어쩌면 있는데 나의 능력 부족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워커가 보른을 만나고 그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것까지는 무난한 삶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한 흑인 소년 강도와의 만남이 모든 것을 변하게 만들었다. 이 이야기기 끝날 때만 해도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결국 예상한대로 다음 장에서는 시간대가 현재로 바뀌고 다른 화자가 등장하여 워커의 이야기를 분석하고 정리한다. 새로운 화자는 워커의 동기이고 현재 유명한 작가다. 근 40년 만에 온 친구의 편지가 그에게 새로운 관심과 일거리를 던져준 것이다.

봄 이야기가 보른과의 관계를 통해 그가 어떻게 변하게 되었는지 보여준다면 여름 이야기는 환상인지 현실이었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보른 때문에 활력을 잃은 그가 취한 삶의 방식과 보른의 동거녀 마고를 통해 고취된 성욕은 다른 배출구를 찾는다. 그것은 과거와 가족이다. 특히 죽은 동생에 대한 추억과 기억은 그의 누나와 연결되면서 전혀 다른 쪽으로 이야기가 풀려간다. 그가 영화관에서 본 카를 드레위에르 감독의 1955년 영화 <말씀>의 마지막 장면은 보른과 죽은 동생에서 비롯한 아픔과 상처를 씻어내는데 큰 도움을 준다. 다른 관객들은 웃음을 터트렸지만 그 기적이 그의 바람을 가장 잘 나타내준 것은 분명하다. 

여름의 장에 들어가면서 워커의 그 시절 이후 삶에 대한 간략한 정보들이 나온다. 이 정보들은 다시 과거의 시간 속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그의 삶은 1957년에 모두 집중되었고, 거기서 모든 변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가을의 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못한다. 암에 걸렸고, 그가 남긴 여름의 장이 너무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화자가 그를 찾아갔을 때는 이미 죽었다. 그의 이야기는 미완성으로 끝나고 만다. 바로 이 때문에 하나의 서사 구조를 가지고 이어지던 이야기 끊어진다. 그리고 그의 기록과 당사자의 기억은 차이가 있다. 그럼 단순한 환상인지 아니면 관계자의 잊고 싶은 기억인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작가가 미완의 이야기를 완성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작가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넘어가 여운을 남기면서 마무리한다. 이 낯선 구조가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의문을 품게 한다. 이 때문에 재미있게 읽지만 전체를 하나로 이으려는 노력이 쉽지 않다. 그가 지닌 매력을 온전하게 누리지 못한다. 아쉽다. 하지만 머릿속은 멈추지 않고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계속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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