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 아이스너 상 수상 Wow 그래픽노블
레이나 텔게마이어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10대 소녀 레이나의 치아교정과 감정 변화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치아교정을 하는 친구가 레이나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레이나는 어느 날 밤에 장난치다 앞 이빨 2개를 깨트린다. 이때부터 치아교정은 보통의 것과 달라진다. 전문 용어가 튀어나오고, 교정 장치도 바뀐다. 나 자신이 한 번도 치아교정을 받아보지 않아 이 장치들을 잘 모른다. 아마 이 그래픽노블의 시대 배경이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임을 감안하면 현재와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4년 반이란 시간은 아주 긴 시간이다.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여자 아이 레이나에게는 특히 더할 것이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진행된다. 치아교정이 중심에 놓여있지만 학교생활도 빼놓을 수 없다. 교정 기구를 낀 상태에서 조심해야 할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이 항상 나열되어 있다. 일정 기간 시간이 지난 후 교정 기구를 더 조이고, 비틀고, 풀고, 찌르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볼 때마다 순간적으로 깜짝 놀란다. 빠진 자기 이빨을 다시 심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이것이 실패한 후 어떤 치과 치료가 이어지는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엄마에게 제대로 말하지 않고 치료한 의사에게 엄마가 날린 멋진 분노는 부모라면 배워야 할 기본자세 같다.

 

치아교정이 레이나에게 일정 기간 반복해야할 일정이라면 학교생활은 치아교정과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상이다. 청소년기 학생들의 고민이 잘 녹아 있지만 자극적인 사건은 없다. 친구들의 놀림이 왕따 같은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학내 폭력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순수하게 잘 녹아 있고, 그 마음을 안으로 삼키는 모습들이 눈길을 끈다. 물론 이 감정들은 친한 친구들에게 알려지고, 잠깐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놀림의 정도가 심해져서 밀접했던 관계가 깨어지지만 이것은 새로운 친구와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읽으면서 이 시대만의 모습인지, 아니면 미국 학교가 이런 것인지 궁금했다.

 

사춘기 소녀들의 감정과 신체 변화를 평범하고 간결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낸다. 바로 이 지점이 이 책을 재밌게 만든다. 치아교정 때문에 밝고 환하게 웃지 못하는 레이나의 일상을 잔잔하게 풀어내면서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소박하지만 재치 있게 다룬다.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이 일어난 날의 에피소드는 우리의 삶을 아주 흥미롭게 보여준다. 전기가 다시 들어온 순간에 사람들이 보여주는 반응과 반복되는 뉴스에 둔감해지는 시청자들이 짧지만 분명하게 표현되었다. 이보다 나에게 더 인상적인 장면은 지진으로 친한 친구가 죽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빠가 한 월드시리즈 연기 걱정이다. 찾아보기 전에 책속에 연도가 나왔는데 나의 생각과 달랐다. 검색하니 1989년도다.

 

치아교정 과정도 흥미롭지만 이 그래픽노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모든 치료가 끝난 후에 벌어진다. 이 교정 과정이 끝난 후에 그 어떤 극적인 변화가 없음을 알게 되는 그 순간들이다. 그 힘든 시간을 보냈으니 즐겁고 유쾌해야 하는데 약간 무덤덤하다. 우리의 삶이란 종종 이렇게 흘러간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더 축하해준다. 이와 반대되는 장면도 있다. 디즈니의 영화 <인어공주>를 보러간 날이다.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보면서 완전히 빠져든 그 순간부터 그녀의 미래 일부는 고정되었을 것이다. 이 경험이 그림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데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활짝 웃는 레이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가슴 가득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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