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네 가족 이야기
손승휘 지음, 이재현 그림 / 책이있는마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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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먹먹한 7마리 유기견들 이야기다. 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과 내용인데 요즘 바쁜 일 때문에 조금 늦게 읽었다. 바우네 가족이란 제목만 보면 사람이 먼저 연상되지만 실제 바우는 맹도견이다. 바우네 가족들은 모두 유기견들의 모임이다. 아니 바우와 아라 사이에 태어난 퐁당은 예외다. 바우는 맹도견의 임무를 마친 후 북한산 자락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할머니가 하신 말씀을 잘 기억하고 그 말씀에 따라 살아간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자식들이 데리고 간다고 말만하고 그냥 갔다. 하지만 씩씩하고 현명한 바우는 그곳에 머물면서 유기견들로 가족을 이룬다.

 

초코는 작은 치와와다. 힘이 약해 먹을 것을 찾아다니기 힘들다. 같이 다니는 누렁이와 달마가 치와와의 먹이를 구하기 위해 농장으로 갔다. 이곳에는 경비견 두 마리가 있다. 나중에 바우와 협상을 하면서 이 둘의 이름이 밀과 쌀임이 드러난다. 농장 주인의 말을 지켜야 하는 밀과 쌀, 초코를 먹이고 싶은 달마 등은 서로 으르릉거린다. 서로의 입장 차이 때문이다. 농장 사람들이 달마 등을 보면 문제가 되기에 바우는 일단 이들을 달래고, 초코의 먹는 양이 적고 자신들이 밀과 쌀을 도와줄 수 있다는 이유로 협상을 한다. 협상은 성공하고, 이들은 친구가 된다.

 

달마와 누렁이도 개도둑과 도살장이란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 기억은 미워하는 마음으로 변했고, 바우와의 만남은 이 기억은 잠시 잊혀져 있었다. 할머니가 살았던 집은 있지만 집을 따뜻하게 만들 불이 없고, 식량도 부족하다. 등산객들이 흘린 음식으로 겨울을 나기는 힘들다. 산장에 가서 먹을 것을 구하기는 하지만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산장지기도 문제가 되고, 들개로 몰려 잡혀갈 수 있다. 조심 조심하는 생활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때 또 한 마리의 유기견이 가족으로 합류한다. 하양이다. 순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버려진 아이다.

 

조심하고 서로 규칙을 지킬 때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어느 날 사람들이 산에서 몰래 음식을 해먹는다. 이 냄새에 끌려간 달마가 나쁜 기억에 휩싸이고, 사람을 문다. 더 나쁜 상황까지 갈 수 있었지만 바우 덕분에 정신을 차린다. 이 사건은 이 가족에 큰 문제를 안겨준다. 다른 사람들에게 한 번도 피해를 주지 않은 이들을 유기견 혹은 들개라는 이유로 보호소 등으로 데리고 가려고 한다. 어쩌면 누군가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문제를 더 키웠을 수 있다. 친구들은 이들에게 정보를 주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바우네 가족에게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궁금해하면서 읽고 다시 인간의 잔인함에 눈길을 돌리게 된다.

 

현명하고 씩씩한 바우지만 사람과 함께 살았던 기억이 그의 행동을 많이 제약한다. 바우네 가족을 응원하고, 이들의 밝은 미래를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할머니집의 이불 등으로 겨울 추위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이들은 사람들과 함께 산 개들이다. 또 먹을 것은 어떤가. 도시라면 넘쳐날 음식 쓰레기가 여기에는 귀하다. 산장지기들의 무심한 듯한 관심이 없었다면 마을로 내려왔어야 했다. 그랬다면 이들의 앞날은 너무나도 뻔하다. 야생에서 살기에는 경험이 부족하고, 모두의 체력도 딸린다. 가슴 아픈 현실을 잘 담고 있다. 그리고 읽으면서 함께 보는 그림들도 바우네 가족의 모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마지막 그림은 강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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