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난골족 : 백석 시전집 한국문학을 권하다 31
백석 지음, 김성대 추천 / 애플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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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시전집이다. 시인 김성대가 쓴 서문을 제외하면 백석의 시만 실려 있다. 마지막에 실린 연보도 아주 간결하다. 백석을 잘 모르는 독자라면 이 시집만으로 그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나는 백석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이미 많이 들었다. 그리고 몇 편의 시도 읽었다. 다행이라면 제대로 그의 시들을 읽은 적이 없다는 점이다. 읽기 전 들어서 알고 있던 그 느낌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몇 번이나 느꼈다. 왜 그들이 그런 평가를 내렸는지 알게 되었다. 또 왜 그의 남쪽 여행 속에 담긴 의미를 다시 한 번 더 찾아보게 되었다.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다. 3부까지는 분단 이전의 시들이고, 4부와 5부는 북한에서 쓴 시들이다. 연보를 보면 첫 시집 <사슴>을 제외하면 출간된 시집은 없다. 북한에서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를 내었다고 한다. 이번 시 전집을 읽으면서 솔직히 4부와 5부는 많은 거부감을 느꼈다. 이전 시들에 비해 훨씬 규격화되고 알기 쉬운 단어들이 나와 쉽게 읽을 수 있었지만 조국, , 수령에 대한 찬양이 너무 많이 들어가 그의 시로 다가오지 않았다. 시의 영혼이 사라진 느낌이랄까. 연대와 혁명을 노래한 80년대 한국 노동시에서 본 열정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당과 수령을 찬양하는 그의 시를 읽으면서 서정주가 떠오른 것은 왜일까?

 

소위 말하는 이북 사투리가 많은 시들이다. 사투리를 쓰는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라 거부감이 조금 덜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낯선 단어들이 너무 많다. 처음 읽을 때는 이 낯선 단어들 때문에 외국어를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주석을 읽고 다시 읽으면 시들이 보여주는 풍경들이 머릿속에 들어온다. 표제작 <여우난골족>은 개인적으로 이 시대 가족들의 모임을 잘 보여주었다. 어릴 때 명절날 큰집에 갔을 때 기억이 났다. 더불어 맛있는 음식과 음식 냄새는 그 기억을 더욱 부채질한다. 이미 음식에 대한 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많은 시들에서 이 음식과 냄새를 발견하고 느꼈다.

 

백석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음식이다. 어떤 방송에서 냉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의 시를 말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평양냉면의 원형에 대한 이야기였다. 뀡고기와 동치미와 메밀국수 이야기가 나오면 자연스레 냉면이 떠오른다. 거부감이 그렇게 많았던 4부의 시들에서 음식을 발견하면 아직도 그의 시가 살아 있구나, 하고 떠올리다가도 다음에 이어지는 찬양에 시들어버린다. 음식을 너무 부각시켰지만 일상을 담고 있는 시들은 그의 삶을, 추억을, 감정을 잘 느끼게 만든다. 시를 읽다 보면 만주로 간 그의 삶도, 그 당시의 기분도 느낄 수 있다.

 

그의 연애사를 다룬 시들이 꽤 있는데 그 중에서 <통영>이란 제목이 두 번 있다. <사슴>의 통영이 가벼운 감정을 내비취었다면 <함주시초>의 통영은 그 애모하는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천희라는 이름을 보고 검색하면 그와 관련된 이름이 나오고, 왜 그런 단어들을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 우연히 알게 된 이 에피소드를 시로 접하니 괜히 반갑다. <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는 처음에는 읽기 힘들었지만 주석을 본 후 다시 읽으니 아주 재밌다. 집안과 밖에 귀신이 가득하다는 말인데 움직임과 귀신의 어우러짐이 돋보인다.

 

잘 정제되고 표준어로 쓴 시를 읽다가 이런 토속적이고, 자유분방하고, 뛰어난 묘사로 음식을 표현한 시를 읽으니 조금 어렵다. 시를 읽는 속도가 더디다. 이전에 멋모르고 읽었던 카프 시집이 떠올랐다. 물론 지금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한 번 읽고 그 느낌을 알 수 없어 다시 읽으면서 발견하고 느끼는 감성과 풍경들은 읽는 재미를 준다. 왜 한때 백석, 백석 했는지 이제는 조금 알겠다. 많은 시를 한 권에 고스란히 담은 것은 좋은데 시와 관련된 정보가 없는 것은 조금 아쉽다. 그의 시를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 백석 평전이나 다른 자료도 다음에는 한 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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