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교수의 의학세계사 - 주술사부타 AI 의사까지, 세계사의 지형을 바꾼 의학의 결정적 장면들!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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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박사로 더 많이 알려진 서민이 의학사를 알기 쉽게 정리한 책이다. 신석기 시대에서 시작하여 현재까지 의학의 중요한 발견이나 발전 등을 다룬다. 보통의 역사 서적과 달리 1991년 알프스산에서 발견된 신석기인 외치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가 앓았던 질병을 고치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하고, 그 시간 여행 속에서 의학의 역사를 하나씩 풀어낸다. 덕분에 조금 딱딱할 수 있는 역사가 하나의 소설처럼 읽힌다. 읽으면서 <소피의 세계>가 많이 떠올랐다. 이전에 읽었던 의학 관련 책들도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외치의 병은 심장병이다. 정확한 병명은 현대로 넘어와서 밝혀진다. 이렇게 오기까지 과정은 세계의학사를 시기별로 요약해서 보여준다. 고대에서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쳐 근대와 현대로 넘어온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화타를 넣었다는 점이다. 마취약을 사용한 외과의라고 표현했는데 전설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풀어내었다. 문신을 신석기시대의 마지막 치료법이라고 한 것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단순하게 생각한 것들 속에 이런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라곤 생각조차 못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학 문서다. 이 책들이 없었다면 의학의 발전은 아주 더디었을 것이다.

 

역사에는 언제나 큰 변곡점이 있다. 흑사병은 중세 교회의 권위를 떨어트렸다. 억압된 문화 속에서 의학이 발전하기는 힘들다. 인체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사람을 치료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대의 기록들에 의하면 외과 수술의 기록이 있지만 성공률 등은 표시되어 있지 않다. 이것은 현대로 넘어와서 수많은 장기이식의 실패를 통해 발전한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단순히 외과수술만 가지고 이런 인간의 기적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인간의 과학을 집대성하여 이 수술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약들이 개발되었기에 가능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수많은 의약물질과 의학기구들에 할애한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세계의학사를 이야기할 때 중세 아랍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그 중 약학의 토대를 만든 아랍 학자 이븐 시나는 그리스, 로마의 약학을 그 시대에 맞게 저술했고, 이 책들은 이후 유럽의 의학 발전에 큰 기여를 한다. 신항로 개척시대는 전염병의 전파를 불러왔다. 서로 다른 두 세계의 만남 과정에 발생한 질병은 하나의 문화를 궤멸 직전까지 끌고 가기도 한다. 잉카 제국 몰락의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전염병이다. 흑사병과 천연두도 마찬가지다. 말라리아 치료제가 이런 개척시대에 발견된 것도 흥미롭다.

 

깨끗한 환경을 당연시하는 요즘과 달리 이전에는 집 주변이 지저분했다. 중세와 근대 영국 런던을 묘사한 글들을 보면 병이 생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고대 로마의 상하수도를 생각할 때 오히려 인류의 퇴보로 느껴진다. 전염병을 막기 위한 노력은 근대로 넘어오면 상하수도의 발견으로 이어진다. 이때 함께 봐야할 것은 사람들이 대도시로 몰려 인구빈도가 높아진 것이다. 이 인구의 폭발적 증가가 의미하는 바를 다른 책에서 조금 봤기에 쉽게 이해되었다. 2차 세계대전의 진정한 승리자로 불리는 페니실린과 현대의학의 필수 과정 중 하나인 영상의학의 발견은 의학의 발전을 가속화시켰다. 다만 항생제 남용의 문제와 수퍼바이러스의 출현 등은 늘 머릿속에 담아둬야 한다.

 

현대 의학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것은 예방이다. 태어나면서 맞게 되는 예방 접중의 수만 생각해도 상당하다. 독감예방이나 자궁경부암 등을 예방하는 주사도 흔하다. 가짜 뉴스가 이런 예방주사를 거부하게 만드는 것을 강하게 지적한다. 면역을 더 좋게 하는 약물의 발견은 장기이식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이제는 유전자까지 분석했다. 외치가 히포크라테스를 비롯한 수많은 그 시대의 명의를 만났지만 치료하지 못한 병을 고치는 장소로 작가가 한국으로 정한 것은 한 국가의 의료 시스템과 연결된다. 바로 건강보험이다. 이것과 함께 의학의 윤리성을 다루면서 의학의 발전사를 보여준다. 신석기인 외치에게 감정을 불어넣고, 의외를 질문을 하게 만들면서 이야기를 친숙하게 만들었다. 의학사 입문서로 딱 맞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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