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대리인, 메슈바
권무언 지음 / 나무옆의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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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을 때 PD수첩에 명성교회가 방영되었다. 대형교회와 세습과 800억 원이란 돈을 다루었다고 한다. PD수첩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 키워드만 가지고 바로 이 소설 속 대성교회가 떠올랐다. 위치는 강동구와 송파구로 다르지만 장로 한 명의 자살과 다른 문제들이 우연치고는 너무 비슷했다. 명성교회를 좀더 파고든다면 그 차이가 어디에서 나는지 알 수 있겠지만 그 이상 파고들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너무나도 자주 본 대형교회의 모습들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아무리 우연의 일치라고 말해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대성교회. 명수창 목사가 세운 교회다. 80년대 개척교회로 시작하여 대형교회로 발전했다. 그가 개척교회를 이끌 때 모습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다. 신도들을 찾아가고, 그들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악인에게조차 등을 돌리지 않는 모습은 왜 그가 성공할 수밖에 없었는지 잘 보여준다. 하지만 언제나 성공의 그늘 속에는 악마가 도사리고 있다. 교회가 커지고, 신도의 상황이 좋아지면서 돈이 많아진다. 이 많아진 돈이 문제다. SO(Special Offering)이라 부르는 비자금이 생긴다. 이미지를 쌓는데 이 돈을 많이 사용한다. 독재자를 만나고, 유력 정치인들을 만난 것처럼 보이는데 조금의 주저함이 없다. 이런 표면적 이미지는 언론이나 신도들에게 잘 먹힌다. 그의 영적 몰락은 점점 가속화된다.

 

비자금의 손실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독실한 신자이자 수석장로였던 김일국이 투자 사기에 걸려 많은 돈을 잃었다. 목사와 김일국의 관계는 개척교회 초기로 올라갈 정도고, 장로는 자신의 모든 노력을 기울여 교회를 키웠다. 목사는 재무를 모두 맡길 정도로 김일국을 신뢰했지만 돈의 손실을 용서할 수는 없다. 이 돈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한 자금이기도 하다. 목사의 질타와 투자 원금의 손실 등은 김일국의 영혼에 큰 상처를 준다. 횡령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가 동생의 아파트에서 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대형교회의 힘으로 이 사건을 조용히 덮는다. 우연히 이 사건을 알게 된 우종건 기자가 취재를 시작한다.

 

명수창 목사를 가운데 놓고 우종건 기자와 이건호 교수가 이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돈과 권력과 조직은 모두 명수창 목사가 가지고 있다. 장로와 신도들은 교회를 앞세워 목사의 잘못과 비리를 덮고, 목사를 우상처럼 숭배한다. 김일국 장로가 “돈! 우리는 돈을 믿었고, 돈이 불어나는 것을 소망했고, 돈을 무척 사랑했다.”고 외친 것은 기독교가 늘 말하는 ‘믿음, 소망, 사랑’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 잘 보여준다. 이렇게 된 데는 수많은 원인이 있지만 목사와 장로와 신도들이 신앙보다 교회의 명예와 존속을 더 앞에 둔 탓이다. 덕분에 썩은 내가 진동할 때까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건호 교수가 외치는 작은 교회와 신도 한 명이 움직이는 성전이란 말은 허공에서 순식간에 흩어질 뿐이다.

 

사실 우종건 기자가 교회의 비리를 파헤치고, 이것이 교회의 추문과 목사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을 했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몰락의 과정은 보여주지만 그 과정에 그들이 지닌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주면서 현재의 한국 교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로 기독교의 신사참배라고 말한다. 불교의 부처를 보고 우상숭배라면서 불까지 지르는 이들이 신사참배를 했다니 놀랍지 않은가. 시대적 상황으로 치부한다고 해도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하는데 적반하장의 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뭐.”라는 반응은 해방 후 한국 기독교의 성장 속에 어쩔 수 없이 품고 있던 원죄다. 그것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대형교회들의 세습과 부패들이다. 잘못에 대한 회개와 반성이 없다면, 처벌이 없다면 그 잘못은 반복된다. 당연하게 생각한다.

 

“한국 교회는 ‘예수 믿으면 천국 간다’고만 주장했지, ‘천국에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치지 않은 탓에 사회윤리와 공적 책임이 등한시되면서 이기적 신앙관이 형성되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기독교 교인들의 모습이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 아주 무서운 이야기도 있다. “한국 교회는 나치 시절 루터교회와 다를 바가 없었다.” 권위와 권력에 취하면 진실은 빛을 잃는다. 명수창이 자신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보여준 행동들은 목사가 아니라 부패하고 노회한 정치인의 모습이다. 다윗의 타락이 왕이 된 후 있었다는 말처럼 대형교회로 성장하면서 목사들은 타락했다. 그 이전에 타락한 목사들도 있겠지만 이 소설 속 명수창 목사는 최소한 그랬다.

 

많은 교회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까지 일어난 소송들도 말하고 지나간다. 훌륭한 목사들이 선택한 후임 목사들의 변신은 인간이 지닌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보여준다. 세습의 이유 중 하나로 자신의 비리라고 말할 때 그들이 가진 기득권에 대한 집착을 볼 수 있다. 성직자로 생각했던 목사들이 얼마나 이중적인지 잘 보여준다. 죄를 용서받으려고 할 때는 인간을 외치고, 돈을 걷을 때는 신앙을 외친다. 천국에 집착한 교인들에게 목사는 또 다른 우상이 된다. 속된 말로 예수가 재림하면 한국 교회의 모습을 보고 놀라고 이단으로 몰릴 것이란 말이 그냥 무심코 흘려들을 이야기가 아니다. “신앙은 교회에만 머물러 있으면 안된다. 신앙은 세상으로 흘러가야 하고, 세상에서 증명되어야 한다.”는 의미심장하다. 또 다른 해석으로 변질된 가능성도 있지만. 묵직한 이야기를 다양한 시선과 현실을 바탕으로 잘 보여준다. 교인들이 읽고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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