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함대 1 - 미중전쟁 가상 시나리오
피터 W. 싱어.오거스트 콜 지음, 원은주 옮김 / 살림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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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전쟁 가상 시나리오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부제처럼 이 소설은 미국과 중국의 전쟁을 다룬다.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이 두 국가가 싸우는데 가상의 최첨단 무기와 해킹 등이 총 동원된다. 작가들의 풍부한 지식은 읽으면서 감탄하게 되지만 그 이미지가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지 않는 대목도 조금 많이 있다. 아마도 내가 그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현실과의 괴리 때문일 것이다. SF장르로 구분하는 것도 가능할 듯한데 보통 이런 소설은 그렇게 분류는 하지 않는다. 온갖 무기와 새로운 기술 등은 다가올 미래를 섬뜩하게 만들기도 한다.

 

모두 읽은 지금 머릿속에 한 작가가 떠올랐다. 테크노 스릴러의 창시자라고도 불렸던 톰 클랜시다. 개인적으로 평가한다면 톰 클랜시의 작품에 미치지 못한다. 무서울 정도로 현실을 그린 소설이라고 하지만 미래의 가상세계를 설정하고 있다. 몇 가지 기술들은 가까운 미래에 가능할 것 같지만 몇 가지는 시대를 더 많이 앞선 듯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나의 지식 부족일 수도 있지만 과학을 다루는 부분에서 드러나는 지식은 나를 완전히 압도한다. 다만 많은 인물들을 등장시켜 풀어내는 방식이 집중력을 중간중간 흐트려 놓는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후반부에 실제 해상 전투가 벌어지는 장면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볼 때 최고의 전투 장면이다.

 

전쟁이란 설정 때문에 하나나 몇 장면만 등장하고 사라지는 인물들이 많다. 반면에 끝까지 등장해서 그 존재감을 빛내는 인물도 있다. 특히 시먼스와 그의 아버지 마이크는 부자 갈등과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면서 진짜 주인공이란 느낌을 준다. 여기에 애인이 죽은 후 냉혹한 살인자로 변신한 캐리나 하와이에서 게릴라 활동을 하는 해병대 도일과 푸시킨의 시를 사랑하는 러시아 장교 마르코프 등은 상황을 입체적으로 만드는데 일등 공신들이다. 이들이 있어 전쟁이 벌어질 때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 중 몇 가지를 들여다볼 수 있다.

 

흥미로운 도입부에서 미국은 중국의 전격적인 공격에 의해 패배한다. 하와이를 빼앗기고, 인공위성들은 파괴된다. 여기에 인터넷도 해킹되어 힘의 추가 중국으로 넘어갔다. 기본 부품들을 중국에 의존하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다루는데 어느 정도 공감한다. 너무나도 무력하게 미국이 무너졌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미국의 노력은 계속 되었다. 단지 작가가 이 부분을 자세하게 그려내지도 강조하지도 않았다. 이 부분까지 자세하게 그려내었다면 분량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났을 것이다.

 

우주정거장을 통해 지구를 관찰하고 감시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실제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폐쇄적인 사이버 공간들을 어떻게 해킹하는지 보여주는 장면은 아주 기발하다. 개인의 통신기기를 매개로 삼았다는 설정에 깜짝 놀랐다. 이 기발함은 사이버 전쟁으로 한두 번 정도 이어질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무게 중심이 다른 곳으로 너무 넘어갔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부품들 때문에 완전히 무력화되어 있다. 기존의 테블릿 등에서 전자부품을 빼서 전자기기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인터넷으로 연결되면 중국의 해커가 들여다볼지 알 수 없다. 여기에 또 하나 중요한 전략무기로 드론이 사용된다. 원격 조정으로 원거리 타격을 하고, 비행기와도 전투를 치르는 장면은 새로운 전쟁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이 가상 전쟁 시나리오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미국의 반격이다. 중국의 기습 공격 이후 세계를 손에 넣은 중국의 공격은 어떻게 보면 너무 안일하다. 전선이 하와이 쪽에서 멈춘 것은 완벽한 승리를 거둘 기회를 놓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너무 자만했던 것일까? 이 때문에 게릴라와 정규군의 반격이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전면전이 아니다. 국지전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아쉽다. 만약 전면전이었다면 훨씬 많은 분량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기습전으로 승리한 중국의 사후 모습은 그 시간에 비해 너무나도 무력해보인다. 마르코프가 보여준 통찰력을 보여주는 중국군이 없다는 것은, 혹은 다른 지역에만 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현실적인 전투 장면이 나오지만 엄청난 긴장감을 주지 못하는 것은 이런 설정 탓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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