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진화심리학 - 한국 스켑틱 Skeptic 2015 Vol.4 스켑틱 SKEPTIC 4
스켑틱 협회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잠시만 방심해도 읽는 책 중 과학책 비중이 확 줄어듭니다. 의식하지 않으면 과학책을 읽지 않게 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스켑틱> 덕분에 다행히 2월에 과학책 2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2월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총 10권을 보았습니다. 책을 많이 못 봐서 아쉽습니다. 책을 보고 싶은데 할 일이 많습니다. 책 읽을 시간이 나도 컨디션이 안좋으면 집중이 잘 안됩니다. 3월에는 제가 원하는 대로 스케줄을 관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너무 타인에 맞추려고 애쓰지 말아야 겠습니다. 


 <스켑틱>은 과학잡지 입니다. 3개월에 한번씩 1년에 4번 출간됩니다. 현재 8호까지 나왔습니다. 저는 이번에 4호를 읽었습니다. 지금까지 1호에서 5호까지 읽었습니다. 앞으로 3권 남았습니다. 다음달에 한 권이 추가되니 총 4권 남았습니다. 아직 읽을 책들이 남아있다니 소소한 기쁨입니다.


 각 호마다 다루는 주제가 다릅니다. 3호는 인공지능을 다뤘습니다. 저는 과거에 <스켑틱>이란 과학잡지를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알파고 때문에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져서 3호를 처음으로 <스켑틱>을 접했습니다. 항상 별점 5개 정도의 만족은 아니지만 별 4개 이상의 만족은 주는 잡지입니다. 다양한 주제를 다뤄서 좋고, 하나의 큰 주제를 다방면으로 다루는 점도 좋습니다. 


 6, 7, 8호를 살펴보니 6호는 과학과 도덕에 대해다룹니다. 7호와 8호는 마인드, 지능에 대해 다룹니다. 저도 평소 의식이란 주제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7, 8호가 기대됩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본론은 짧습니다. 4호는 커버스토리로 진화심리학을 다룹니다. 평소에 진화심리학을 좋아하여 관련 책을 몇 권 보았습니다. 진화심리학의 맹점과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진화심리학을 무턱대고 부정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인간은 보통 모르는 것을 경멸하는 버릇이 있지.' 라고 말한 괴테의 명언이 생각납니다. 진화심리학에 대한 비판과 비판에 대한 반론을 만나보시면 진화심리학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실겁니다. 진화심리학은 아직 진짜 과학이 아닙니다. 발전 중인 원형과학입니다. 모든 과학이 처음에는 원형과학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진화심리학 외에도 아이의 지능에 관한 칼럼은 부모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입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아이들을 '다양한 환경에 노출시켜라.' 입니다. 하나를 경험한 아이보다 열 개를 경험한 아이가 좀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수학맹이 수학적 사기에 속지 않는 법' 도 읽어보시면 유익합니다. <틀리지 않는 법>이란 책을 읽다가 말았는데 항상 다시 읽어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수학적 사고는 아주 유용하고 영리한 사고입니다. <틀리지 않는 법>을 함께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빌게이츠 추천도서이기도 합니다.

 2015 올해의 과학책 코너도 좋았습니다. 읽은 책들도 많았고 읽지 않은 책 중에 좋은 책들도 소개받았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젠더에 관한 오해, 임사체험에 대한 비판, 위약효과, 사이비 오디오 과학에 관한 글들이 있었습니다. 비판적 사고를 가로막는 29가지 사고 오류도 읽어보시면 보다 논리적 사고를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 주니어 스켑틱 코너에서는 텅 빈 지구에 대한 환상에 대해 다룹니다. 여전히 지구 속이 텅비었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하긴 그 외에도 수많은 미신과 허구가 세상에 산재해 있습니다. 과학적 합리주의와 과학적 회의주의가 세계를 보는 방법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되리라 생각합니다. 


 <스켑틱>은 일반 독자 분들도 유용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과학잡지입니다. 과학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은 사실 우리 생활에 아주 밀접하고 친숙한 주제입니다. 요즘에도 뉴스를 보면 전기차, 인공지능, A,I 등 과학 관련 주제들이 즐비합니다. 과학은 알면 알수록 그 어떤 신비보다 신비롭고 환상적입니다. 그리고 과학에 얽힌 이야기들도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과학자들도 어느 정도는 괴짜이기 때문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스켑틱>은 과학을 접하기 좋은 잡지입니다. 저는 이제 <스켑틱>이 굉장히 친숙해졌습니다. <스켑틱> 리뷰를 쓰는 것도 포함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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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한 계단> 페이퍼를 3개나 작성했습니다. 분량이 너무 길어져서 세 부분으로 나눴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편입니다. 삶과 죽음. 그것을 너머 경계에 서기까지의 채사장의 여정이 담겨있습니다.

 

 채사장은 큰 사고를 겪습니다. 불안과 우울증, 불면으로 정신과 치료와 약의 도움을 받습니다. 그는 마음의 불안을 억제하기 위해 편안한 음악을 듣게 됩니다. 그러다 그는 메르세데스 소사의 <삶에 감사해>란 노래를 듣게 됩니다. 그녀는 아르헨티아인입니다. 조국에 박해받았던 그는 남편을 잃었지만 여전히 <삶에 감사해>란 노래를 민중을 위해 부릅니다. 잠시 그 곡을 감상해보겠습니다. (아래 유튜브 영상도 있습니다.) 


삶에 감사해


삶에 감사해. 내게 너무 많은 걸 주었어.

샛별 같은 눈동자를 주어 

흑과 백을 온전히 구분하게 하고, 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보게 하고, 

수많은 사람 가운데 내 님을 찾을 수 있게 했네.


삶에 감사해. 내게 너무 많은 걸 주었어.

들을 수 있는 귀를 주어

밤과 낮에 우는 귀뚜라미와 카나리아의 소리를 들려주었고,

망치 소리, 물레방아 소리, 개 짖는 소리, 빗소리,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그토록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 귀에 새겨 넣게 했네.


삶에 감사해. 내게 너무 많은 걸 주었어.

소리와 문자를 주어

어머니, 친구, 형제들 그리고

내 사랑하는 이가 걸어갈 영혼의 길을 밝혀줄 빛이 되었네.


삶에 감사해. 내게 너무 많은 걸 주었어.

내 지친 발을 이끌어

도시와 시골길, 해변과 사막, 산과 평야,

당신의 집과 거리 그리고 당신의 정원을 걸을 수 있게 하였네.


삶에 감사해. 내게 너무 많은 걸 주었어.

인간의 정신이 열매를 거두는 것을, 

악으로부터 선이 해방되는 것을, 

그리고 당신의 맑은 눈 깊은 곳을 응시할 때,

내 마음 속에 요동치는 심장을 주었네.


삶에 감사해. 내게 너무 많은 걸 주었어.

웃음과 눈물을 주어 행복과 슬픔을 구별하게 했고,

나의 노래와 당신들의 노래가 되게 했네.

이 노래가 그것이라네.

그리고 이 노래는 우리들 모두의 노래라네.

세상의 모든 노래가 그러하듯,

나에게 이토록 많은 것을 준 삶이여, 감사합니다.




 채사장이 소사의 노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그 사소한 것들' 입니다. 그 곡도 한 번 들어봅시다.


그 사소한 것들


시간이 흐르면 잊히리라 생각하겠지만

떠나간 기차는 다시 돌아온다네.


그리움에 사무치게 하는 건

언젠가 스쳐지나갔던 사소한 기억들.

함께 걷던 골목길에 핀 장미

낡은 서랍속의 편지

그것들은 마치 도둑처럼 문 뒤에 숨어 있다가

살그머니 우리 곁에 다가와서는


바람이 낙엽을 이리저리 흩날리듯

우리의 마음을 휘저어 놓겠죠.

그러다가 문득 

그 기억들이 슬픈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바라보면 

더 이상 함께일 수 없는 우리는

눈물짓고 있겠죠.




 


 채사장은 큰 사고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죽음이나 죽음 이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채사장은 이러한 견해에 아쉬워합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유는, 현시대가 구획지어놓은 과학과 학문이라는 영역 안에 머물며 거기서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는 신기한 것들을 만나고 놀라워하며 삶의 의미를 풍부하게 이해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다. 합리주의라는 근현대의 기준 안에 당신의 드넓은 영혼을 구겨 넣지 않기를 바란다. -p333

 

 



 

 

 

 

 

 

 

 

 

 죽음의 세계를 방문하는데 <티벳 사자의 서> 만한 책은 없다고 채사장은 말합니다.

 

 파드마 삼바바는 채사장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허망해하지 마라. 너는 잘하고 있다.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행동을 해라. 미련과 아쉬움과 후회를 만들지 마라. 심판받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너를 심판하는 존재 같은 것은 없다. 삶과 죽음이 바로 너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p359

 

 채사장은 마지막으로 <우파니샤드>를 소개합니다.

 

 

 

 

 

 

 

 

 

 

 

 

 

 

  "제가 오늘 <우파니샤드>를 여러분에게 소개한 이유는 다른 문화권의 종교를 알아보는 즐거움 때문이 아닙니다. 또 <우파니샤드>가 탁월한 진리이니 기존에 믿던 종교와 사상을 버리고 이것을 믿으라는 것도 아닙니다. <우파니샤드>는 도움이 됩니다. 무엇에 도움이 됩니까? 바로 당신이 이 세상의 유일한 주인공이었음을 깨닫게 합니다. 당신이 바로 그것입니다. 감사합니다." -p391

 

 채사장은 현실보다는 현실 너머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신비와 미스터리에 관심이 많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것들보다 경제, 정치, 사회에 관한 이야기들을 더 좋아합니다. 저또한 그렇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빈곤한 세계에 갖혀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세상은 훨씬 더 풍요롭고 다채로운데 말입니다. <티벳 사자의 서>와 <우파니샤드>도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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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4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24 23: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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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켑틱 vol. 4>를 방금 막 보았습니다. 이번 호는 진화심리학을 커버스토리로 다룹니다. 진화심리학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진화심리학은 아직 진짜 과학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원형과학으로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모든 과학이 한때는 원형과학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진화심리학은 앞으로가 기대되는 학문 분야입니다.  



 아래는 '아이의 지능을 높일 수 있을까?' 란 칼럼의 글입니다. 아마도 모든 부모들은 아이의 지능에 관심이 많을 것입니다. 한 번 읽어보고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임산부와 신생아의 식단에 오메가-3 지방산(LC-PUEA) 을 보충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모유를 먹은 어린이의 지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모유에 들어 있으며 신경게 발달의 필수 요소인 오메가-3 지방산을 신생아가 섭취했을 때의 효과를 연구했다. 그리고 실제로 신생아나 임산부, 모유 수유를 하는 임산부가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한 결과 어린이의 IQ가 3.5 가량 상승했다. 미취학 아동에게 철분 영양제를 섭취시키면 IQ가 상승했지만 신생아에게는 철분 영양제가 효과가 없었다. 아연, 비타민 B 복합체, 아스코르브산(비타민 C), 티아민(비타민 B1), 종합비타민 등 다른 영양제는 IQ 향상에 일관된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p11


 이밖에 취학 전에 집중적인 조기 교육, 다섯 살 이하 유아들과 상호작용식 읽기(상호작용식 읽기란 부모가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아이에게 열린 질문을 던지고 답을 생각하도록 아이를 격려하며 아이가 책에 흥미를 보이도록 반응해주는 방법), 유치원에 보낸다 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연구결과들은 한 번 쯤은 의심해봐야 합니다. 상관성이 꼭 인과성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유치원에 보내지 않아도 동네 친구들 혹은 친척이나 형제.자매들이 많다면 유치원에 보내는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유치원이 지능 향상에 효과적인 것이 아니고 많은 아이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지능 향상에 효과적인 것입니다.   


 아래는 스켑틱 선정 2015 올해의 과학책 중에 관심가는 책들입니다. 
















 김대식씨의 다른 책을 보고 실망했었는데, <김대식의 빅퀘스천>은 다시 기대하며 읽어보고 싶습니다.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는 서민 교수님이 극찬한 책이라 읽어보고 싶었던 책입니다. <통찰의 시대>는 명저로 유명한 책입니다. 뇌과학이 밝혀내는 예술과 무의식의 비밀을 파헤치는 책입니다.



 스켑틱 4호는 진화심리학을 커버스토리로 다룹니다. 아래는 진화심리학의 거두 데이비드 버스의 <욕망의 진화>와 <진화심리학>입니다.

 
















  이 책에서는 위약효과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맥락효과(진짜 위약효과, 위약효과에서 자연적 치유를 제외한 효과) 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들을 살펴봅시다.


 그 첫 번째 요소는 치료상의 관습적 절차들이다. 치료 결과는 약물 투여 경로, 약물의 맛, 이름, 가격, 색깔 등에 따라 달라진다. 몇몇 연구에서 이러한 매개변수 중 일부의 작용을 확인한 바 있다.

 두 번째 요소는 환경 조건과 관련이 있다. 환자의 성격과 믿음, 환자 동반자의 태도, 진료가 이루어지는 장소, 진료팀의 태도 등이 임상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 요소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다. 이 요인은 맥락효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보인다. -p198


 최근의 연구들은 맥락효과에서 암시의 역할을 입증했다. (중략) 첫 번째 실험군은 위약과 긍정적인 상담을 받았다(올바른 진단이 나왔고 반드시 치유되리라 장담해줌). 두 번째 실험군은 위약과 함께 부정적인 상담을 받았다(진단 내리길 망설이며, 질병의 경과를 설명할 때 자신감 결여). (중략) 2주 후에 부정적인 상담을 받은 환자는 39%가 개선된 반면 긍정적인 상담을 받은 환자는 64%가 개선되었다. 하지만 위약을 받은 환자와 그렇지 못한 환자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p200


 파킨슨병은 도파민 결핍키는 질병입니다. 파킨슨병에서도 위약효과가 강력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마지막은 좋은 화학책 한 권을 소개하며 마칩니다. 저자가 유머러스하고 다채롭고 우아하게 화학의 세계를 다뤘다고 합니다. 읽어보고 싶습니다.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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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편에서는 채사장의 여섯 번째 계단 이상과 일곱 번째 계단 현실을 만나보겠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한상 대립하는 문제입니다. 이 둘을 조화롭게 통합해나가는 과정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때문에 여덜 번째 계단은 삶입니다. 먼저 이상의 계단부터 올라가봅시다. 

 

 채사장은 군대에 들어가서 가장 이상적인 인간을 만납니다. 그는 안 병장이라는 인물입니다. 안 병장은 채사장에게 책이나 철학에 대해 물었고 채사장은 그에게 삶에 태도에 대해 묻습니다. 아래 글을 읽고 저의 태도를 돌아보며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모두에게 귀감이 될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 번은 그의 전투화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안 병장의 전투화는 항상 깨끗했다. 당장 구보를 나갈 때도, 흙바닥에서 작업이 예정되어 있을 때도 그는 직전에 전투화를 닦았다. 내가 물었다.

 "어차피 곧 더러워질 텐데, 너무 비효율적인 거 아닌가?"

 안 병장이 경계근무명령서를 확인하며 덤덤하게 말했다.

 "저도 예전에는 안 그랬지 말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군 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겠습니까? 사람들도 힘들게 하고, 되는 일도 없고, 왜 힘든지 생각했더랬지 말입니다. 생각하다 보니까 보람도 성취도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생각했습니다. 그럼 왜 보람도 성취도 없나. 그랬더니 제가 모든 걸 대충하려고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군대 일이란 게 그렇게 인생에서 중요한 것도 아니고, 그러니 구색만 맞추려고 한 거지 말입니다. 그렇게 저는 군 생활 전체를 중요하지도 않은 일로 채우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역해서 사회에 돌아가면 지난 2년은 버린 시간이 되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걱정이 됐습니다. 그러면 안되지 않겠습니까? 20대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하찮은 시간으로 채울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짐했지 말입니다. 나한테 선물해야겠다. 군 생활의 2년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서 스스로에게 선물해야겠다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뭐, 구두부터 닦기 시작했습니다." -p209


 채사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인물로 안 병장에게 체 게바라에 대한 이야기를 해줍니다. 아래는 체 게바라가 29세에 혁명군을 이끌고 쿠바 상륙작전을 하면서 벌어진 일화입니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체는 목과 옆구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정부군이 바짝 뒤를 쫓고 한 손으로는 목을 지혈해야 하는 상황. 체의 앞에는 탄약상자와 구급상자가 놓여 있었다. 다급한 상황에서 한 개만을 집을 수 있는 선택의 상황이다. 그는 후에 이 상황을 기록으로 남긴다. 그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의약품인가, 탄약인가? 나는 누구인가? 의사인가, 혁명가인가?" 체는 주저하지 않고 탄약상자를 선택했다. -p224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는 혁명에 성공해 쿠바에 공산주의 국가를 수립합니다. 하지만 혁명으로 인해 미국계 기업들은 손실을 입게 되고 이어 미국의 보복이 시작됩니다. 첫 공격은 막아냈지만 미국의 재침공을 우려한 피델과 체는 소련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서 소련의 핵미사일을 쿠바에 설치해줄 것을 요구한 것입니다. 소련은 이에 응했고 제3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이르렀던 '쿠바 미사일 위기' 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과거에 제3차 세계대전의 위기가 있었다니, 핵전쟁의 위험이 있었다니 오싹하지 않으신가요? 


 당시는 미국과 소련 중심의 냉전시대였다. 하지만 서서히 힘의 균형이 깨지고 있었다. 특히 핵무기 사용 능력에서 미국은 소련을 압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쿠바의 중거리 탄도 미사일 설치 요령은 소련의 핵전력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소련은 미국의 턱 밑에서 미국을 압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962년 7월부터 소련은 쿠바 내에 미사일 기지 건설에 착수했다. 하지만 10월 14일, 미국의 U-2 첩보기에 의해 건설 중인 미사일 기지가 발각되고 세부 사진이 공개되었다. 당시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강경하게 대응했다. 쿠바의 해상을 봉쇄하고, 소련이 미사일 기지 완공을 강행할 경우에는 제3차 세계대전도 불사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전 세계가 세계대전의 공포에 휩싸였다. 10월 28일. 소련이 극적으로 쿠바 미사일 기지 철수를 발표함으로써 극단으로 치닫던 대규모 핵전쟁 위협은 해소되었다. 소련의 흐루시초프 서기장은 그 대가로 미국에게 두 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소련의 턱 밑인 터키에 설치된 미국의 주피터 미사일을 철수할 것. 둘째, 쿠바를 침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것. -p229


 '쿠마 미사일 위기' 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전후맥락은 몰랐습니다. 이번에 자세하게 알게 되니 더욱 재미있습니다. 존 F. 케네디는 쿠마 미사일 기지를 발견하고 미사일 기지를 타격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합니다. 미국 턱 밑에 핵미사일 기지가 있다는 것은 자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입니다. 이를 가만히 방관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미사일 기지를 타격하면 이는 핵전쟁, 제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위험이 있습니다. 다행히 존 F. 케네디는 옳은 선택을 했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아찔한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채사장은 체 게바라가 이상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안 병장에게 말해줍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 이상적인 이들이 이상적인 이유는 그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서가 아니야. 그들의 내면이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이지. 체 게바라도 마찬가지야. 우리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가 쿠바혁명에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야. 그는 성공보다 더 많은 실패를 했어. 콩고와 볼리비아에서는 참혹하게 패배했지. 마찬가지로 그가 높은 직책을 맡고 있었기 때문도 아니야. 그가 군의관의 신분으로 쿠바에 상륙했을 때, 혁명군들은 그의 지위가 아니라 그의 용기와 신념을 알아보고 그를 좋아했어. 이상적인 인간은 대중의 평가, 혹은 사회의 인정과는 무관해. 그런 사람은 각자 자기 세계의 범위 안에서 영웅이 되는 거야." -p239

 

 이상적인 인간, 영웅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성공한 사람,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을 추종하고 높이 평가합니다. 사회가 혹은 우리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김밥을 팔아 평생 번 돈을 기부하고 떠나는 분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심심찮게 듣게 됩니다. 그리고 평범한 순간이 아닌 진짜 위기의 순간에서 영웅은 드러납니다. 칠레 탄광사고, 155명의 탑승객 전원 무사히 구조된 허드슨 강 비행기 추락사고 등 우리 사회 곳곳에 영웅들이 각자의 세계 안에서 숨쉬고 있습니다. 아마 우리 주위에도 잘 찾아보면 묵묵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영웅들이 존재할 것입니다. 그들에게 감사합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채사장은 군대에서 나왔지만 현실은 그의 생각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배우고 꿈꿔왔던 것들과 현실은 달랐습니다. 채사장은 돈을 쫓습니다. 그는 조급해져갑니다. 


 지금은 안다. 이렇게 불안하고 조급한 시간들도 개인의 성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간임을 말이다. 우리는 선입견이 있다. 내면의 성숙은 고결한 방식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는 선입견. 동서양의 고전을 읽고, 어려운 철학책과 씨름하고,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조용한 공간에서 사색하는 아름다운 방법만이 우리를 성장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는 옳은 말이다. 우리는 실제로 그러한 시간 속에서 성장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얻지 못하는 절반의 배움이 있다. 고결하지 않고 만나고 싶지도 않은 세계에서의 경험들. 부당함에 굴복하고, 부조리에 타협하고, 옳은 주장을 꺾고, 스스로의 초라함에 몸부림칠 때에만 얻게 되는 그런 배움이 있다. 슬프게도 우리에게는 이런 세계에 머무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우리는 나와 타인의 한계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그때에야 비로소 나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너그러운 성숙한 어른이 욀 수 있다. -p250


 그동안 저는 너무 현실을 외면한 채 이상 속에서만 머무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책을 읽는 것만이 저의 성장에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오로지 시간을 책 읽는 데만 쏟았습니다. 물론 이는 옳은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부딪히며 배우는 과정을 너무 소홀히 했습니다. 현실을 회피하고 책으로 도피했습니다. 앞으로는 모든 경험에서 배움을 얻을 수 있도록 현실 앞에서도 당당해야겠습니다. 나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너그러운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채사장이 현실을 살아가면서 다시 꺼내든 책은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이었습니다. 


이 책은 공산주의자동맹의 강령을 목적으로 집필된 책으로, 1848년 1월에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동으로 작성했다. 당시 마르크스가 30세, 엥겔스가 28세였다. 이 혈기왕성한 두 청년이 작성한 30페이지도 안 되는 짧은 책자는 곧바로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광범위하게 읽히게 되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사회과학 서적들 중에서 이 책만큼 세계적으로 읽히고 있는 책은 없다. -p257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자본주의라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보다도 우리에게 더욱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자본주의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자본중의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칼 마르크스는 공산주의를 주장하기 위해 자본주의를 분석했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책이 <공산당 선언>과 <자본론> 입니다. 자본주의는 노동자의 편에 서지 않습니다. 부르주아의 편에 섭니다. 칼 마르크스는 노동자의 편에 섰습니다. 그의 사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에게 유효합니다. 우리는 그의 사상 덕분에 최저임금을 확보하고,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줄이고, 아동 노동을 법적으로 금지하게 되었습니다. 노동자 조합을 결성할 근거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노동자인 우리들은 그의 사상을 위험시하고 외면합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왜 국가는 공산주의를 두려워하고 금지시하는 걸까요? 국가는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사람은 물대포로 죽입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국가적 범죄를 저지를 기업의 총수는 무죄사면해줍니다. 국가는 누구의 편에 서있는지는 국가의 형성과정을 이해하면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국가는 국민 모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닌, 부르주아 계급만을 차별적으로 보호하는가? 이 질문은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근현대 국가의 형성 자첵 부르주아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탄생했다고 말이다. 국가가 부르주아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부르주아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구성된 단체가 국가다. -p262


 중세의 봉건제를 끝내고 근대 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을 주도한 것은 부르주아 계층이었습니다. 돈은 많지만 계급은 낮았던 그들은 혁명을 통해서 근대 국가를 일궈냈습니다. 자본주의를 이끌어 가는건 자본 즉 돈입니다. 돈 앞에서 정치, 언론, 사법까지도 그들의 하녀가 됩니다. 


 이상과 현실, 체 게바라와 칼 마르크스를 만나보고 싶습니다. 여덜 번째 계단은 삶입니다. 이상과 현실 모두 삶의 일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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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43, 총 43434 방문


 그냥 오늘 방문자 수와 총 방문자 수를 보니 신기해서 페이퍼를 써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2월 23일 이네요. 23의 앞자리에 2를 더하면 43이 되네요. 그냥 그렇다고요ㅎ;;


 자다가 깨서 봉창 두드리고 있습니다. 벌써 목요일입니다. 하루만 더 버티면 주말이네요. 다들 좋은 저녁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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