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숏 Big Short - 패닉 이후, 시장의 승리자들은 무엇을 보는가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미정 옮김 / 비즈니스맵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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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제목에서 short는 short selling 즉 공도매를 말한다. 주식의 하락에 베팅하는 거래말이다. 그러나 이책으ㅢ 주인공들이 베팅한 것은 자잘한 주식종목이 아니라 시장 자체의 몰락이었다. 이책은 이번 금융위기 이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 전체의 붕괴에 베팅한 헤지펀드들의 이야기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 어떻게 세계경제를 무너트렸는가는 이제 상식에 속한다.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이책에 등장하는 헤지펀드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몰락을 예견했다는 것을 빼면 이책의 내용은 새로울 것이 없다.

이책은 모기지 시장이 어떻게 채권시장의 주류가 되었고 서브프라임 시장이 다시 그 시장의 주류가 되는 과정을 다루면서 왜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붕괴가 세계금융시장을 무너트렸는가를 추적해간다. 그러나 그 내용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이책이 나왔을 당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저자는 이전에 쓴 책들에서 뻔한 것을 뻔하지 않게 만드는 재주가 잇다. 그 재주의 비결은 월 스트리트 내부의 시점에서 사건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요 몇 년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책은 홍수처럼 쏟아졌다. 그중에는 뛰어난 책도 많았다. 그런 책들은 대개 두가지 관점을 갖는다. 첫째 부류는 경제학자들이 쓴 책으로 거시적 관점에서 위기를 분석한다. 둘째 부류는 위기의 진원지가 된 미국투자은행 관계자의 회고록 형식이거나 위기를 봉합하기 위해 분투한 정부기구 관계자의 회고록 같은 부류이다.

첫째 부류는 큰 그림을 그린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둘째 부류는 사건의 미시적 관점에서 구체성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장일단이 있다. 그러나 위기의 속살을 들여다보기에는 부족하다. 이책은 두 부류의 빈 중간을 메워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이전의 책들과 마찬가지로 위기에서 시장 즉 월 스트리트 전체가 어떻게 움직였는가를 시장참여자들의 구체적인 행적을 따라가며 서술한다. 추리소설을 읽는 것같다. 물론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범인이 누구인지는 이미 다 알려져 있다. 그러나 왜 그런 결말이 났는지 범인이 왜 그인지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그리 잘 알려진 것은 아니다. 이책은 추리소설처럼 사건을 파헤치면서 범죄의 현장을 재구성한다.

물론 이책이 그려내는 위기의 과정을 요점만 본다면 다른 책들과 다를 것은 없다. 추리소설의 줄거리를 알아봐야 작품의 재미를 느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다른 책들이 간과 또는 잘 모르기 때문에 보여주지 못했던 점이 하나 있다: 어떻게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이 거대한 사기극을 꾸밀 수 있었는가?

사기의 요점은 쓰레기 채권을 비싸게 파는 것이었다. 모기지를 채권으로 포장해 파는 것은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채권은 팔아봐야 그리 남는 것이 없다. 그러나 문제있는 채권을 문제가 없는 채권으로 둔갑시킬 수 있다면 거대한 이익이 만들어진다. “드러난 위험을 부정직하고 인위적인 방법으로 낮추어 트리플B등급으로 바꾸면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골드만삭스가 하는 일이엇다.” 위기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었다.

납을 금으로 보이게 하려면 먼저 아무도 그것이 납인지 알기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만이 서브프라임모기지채권의 투자 설명서를 읽을 수 있죠.”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들과 신용등급평가기관들이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불투명하고 복잡한 증권을 창조햇다. 그것은 바로 서브프라임모기지 합성증권인 CDO 혹은 부채담보부증권이었다.

저자는 금융의 탈규제 명분으로 주장되었던 금융의 혁신이란 것이 실상은 이런 것이라 말한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에 주택저당채권의 본래 목적은 주택담보대출과 관련된 위험을 재분배하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채권시장 투자자들은 주택담보대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어서 주택소유자들이 지불하는 금리가 하락했다. 이러한 혁신의 목적은 간단히 말해서 금융시장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엇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 반대의 목적을 위해 혁신을 꾀하는 사태가 벌어졋다. 시장을 복잡하게 만들어 위험을 숨기려 하는 것이엇다.”

월가 회사들은 문제가 있는 쓰레기 대출을 싸게 사들여 트리플B등급 트란셰란 이름을 붙이고 “채권 탑을 쌓았다. 그것이 바로 CDO엿다. 월가 회사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신용평가기관들이 부실한 대출 집합에 기초한 채권 더미를 받아서 그 중 80%에 트리플A등급을 부여하기 때문이었다. 월가 회사들은 그렇게 프리플A등급을 받은 채권들을 신용등급이 높은 증권에만 투자해야 하는 연금펀드와 보험회사 같은 투자자들에게 팔 수 있었다. 모두가 트리플A등급만 믿고 자신들이 안고 있는 위험을 무시한 것이었다.”

“월가의 대형회사들인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라더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그밖에 다른 회사들은 제조업체와 동일한 목적을 추구했다. 최대한 값싼 원자재-주택대출-로 최대한 비싼 최종상품-모기지채권-을 내놓는 것이엇다. 이때 최종상품의 가격은 무디스와 S&P로 선정된 등급에 좌우되엇다.”

신용평가회사를 속이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월가 회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이 무디스에 입사하죠.’ 일곱 자리 연봉을 받는 사람들로 꽉찬 월가의 트레이딩 부서들은 다섯자리 연봉을 받는 멍청이들을 속여서 최악의 대출에 최고등급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이비리그 출신답게 치밀하고도 효율적인 방법으로 일을 처리햇다.

신용평가기관들의 모델은 갖가지 기회를 낳았다. 누구보다 먼저 그 기회를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서브프라임모기지채권은 모두 무디스에서 부여한 등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었다. 트리플A등급 조각은 모두 동일한 가격에 거래되엇고 프리플B등급 조각도 모두 또 다른 동일한 가격에 거래되었다. 각각의 트리플B등급 조각이 확연하게 차이 났음에도 모두 일괄적인 가격에 거래된 것이다. 이처럼 등급이 잘못 부여된 채권들은 대부분 월가 회사들이 신용평가기관들을 속여서 얻어낸 것이었다.”

그러나 속여서 얻은 등급도 등급이었고 그 등급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라스베이거스에 갔을 때 업계 전체가 신용평가기관을 믿고 잇음을 알아차렸어요. 모두가 신용평가기관만 믿었죠.” 스티브가 말햇다. “신용평가기관 사람들은 모두 공무원 같았어요. 그들은 박봉에 시달렸어요. 영리한 사람들은 월가 회사로 떠나 예전에 근무했던 신용평가기관들은 교묘하게 조종하는데 일조할 수 ㅇㅆ죠. 무디스의 애널리스트가 되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최고영예가 되어야 합니다. 무디스의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로서 이보다 더 높은 자리는 없어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해요. 그런데 실제로 그들의 지위는 바닥이엇죠! 골드만삭스가 GE의 증권을 좋게 평가한다고 해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요. 그러나 무디스가 등급을 낮추면 그 여파가 엄청나죠. 그런데 왜 무디스 직원은 골드만삭스에서 일하고 싶어할까요?” 스티브가 말햇다.

그러나 아무리 신용등급을 속일 수 있더라도 CDO는 쓰레기다. 상환이 안될 것이니까. 그러나 상환이 안되더라도 그것을 누가 대신 갚아준다면 문제가 없다. 여기서 사기극의 봉이 하나 더 등장한다. AIG가 봉이 된다. AIG가 봉이 되지 않았다면 “새롭게 발생할 위험들은 숨을 곳이 없어서 은행 규제자들에게 완전히 노출되었을 것이다.”

AIG는 기업대출, 자동차대출이나 신용카드 매출채권 등에 대한 보험을 팔아왔었다. “마이클은 신용부도스왑CDS라는 상품을 발견했다. 신용부도스왑은 반기별 프리미엄 지불과 기한부 조건으로 기업 채권의 상환을 보장해주는 보험증권이엇다. 예컨대 매년 20만 달러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GE의 채권 1억 달러를 보장해주는 10년 만기 CDS를 구매할 수 있다. 이 경우 신용부도스왑 구매자의 최대 손해액은 20만 달러씩 10년간 지불하는 200만 달러다.

GE가 10년 내 아무 때나 부도를 내고 채권보유자가 채권을 상환받지 못해도 CDS 구매자는 1억 달러를 상환받을 수 있다. 이것은 CDS 구매자가 1억 달러를 얻으면 CDS 판매자가 1억 달러를 잃는 제로섬 베팅이었다.”

AIG 관계자들은 “거의 10년 동안 다루어왔던 것과 기본저긍로 동일한 위험을 보장해주고 보험 프리미엄을 받는다고 생각햇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파크는 소비자대출에 대한 CDS 중에서 몇 퍼센트가 서브프라임모기지인지를 담당자에게 물어보았다. 런던의 위험분석가는 20%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모기지 비율이 95%에 달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죠.’”

“이제 그들은 사실상 세계 최대의 서브프라임채권 보유자가 되엇다.” “알고도 믿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일개 보험회사가 연간 몇 백 달러를 받고 200억 달러가 한순간에 사라질지도 모르는 엄청난 위험을 떠안았으니 말이다.”

도이체방크와 골드만삭스와의 회의에 참석햇던 AIG FP의 트레이더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기계를 떠받치는 사상이나 분석이 얼마나 미미한지를 깨닫고 충격을 감추지 못햇다. 서브프라임모기지 거래는 주택가격이 일시에 하락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가정에 기초한 것이었다.” AIG는 더 이상 그와 같은 상품을 보장해주지 않기로 햇다. 그러나 트리플A등급의 다양화된 소비자대출로 포장된 트리플B등급 서브프라임모기지채권 500억달러 규모를 신나게 매수한 후였다.

“서브프라임시장은 두단계를 거쳤다. 첫단계에서는 AIG가 대부분의 시장붕괴위험을 떠안고 2005년말까지 명맥을 이어갔다. AIG가 태도를 바꾸었을 때 AIG FP의 트레이더들은 자신들의 결정으로 시장이 폐쇄될 것이라고 추측햇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월가는 이미 CDO를 이용해 부실한 트리플B등급 서브프라임채권을 위험없는 트리플A등급 채권으로 만들어 너무나 많은 돈을 벌었기 때문에 그일을 그만둘 수 없엇다ㅓ. 여러 회사에서 CDO 기계를 운영했던 사람들은 너무나 크나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 춤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말처럼 돈이 나오는 동안 월스트리트는 멈출 수 없었던 것이다.
주식시장은 소액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률과 규제로 통제되는 세계이다. 그러나 기관투자자들의 세계인 채권시장은 주식시장을 압도하는 규모인데도 규제를 피해왔다. “채권 트레이더들은 법망에 걸릴 염려 없이 내부정보를 이용할 수 있었다. 채권 테크니션들은 정부 듀제에 신경 쓸 필요없이 보다 더 복잡한 증권을 개발 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채권에서 파생되는 상품이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채권시장의 불투명성과 복잡성은 월가의 대형 회사들에게 크나큰 이점이 되엇다. 채권부서들은 점차 월가 수익의 원천으로 성장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아직도 고객들의 무지와 두려움을 이용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한 이유였다.”

“채권이 주식을 위축시켰다. 주식시장은 채권시장에 비교했을 때 뾰루지처럼 성가신 존재엿다. 일류 채권회사 살로먼브러더스가 엄청난 수익을 올려 완전히 다른 산업을 창출한 것 같았던 1980년대 이후로 채권시장은 큰돈이 생겨나는 곳이 되었다.” 이후 20년 동안 채권시장은 월스트리트의 호황을 주도하면서 다른 모든 것을 압도했다.

“월가는 구시대적 사업의 수익이 점차 감소하자 구조화금융이라는 새로운 산업을 창조했다. 주식중개 수익과 그보다 훨씬 전통적인 채권중개 수익은 인터넷과의 경쟁으로 크게 감소햇다.” 그런데 서브프라임시장이란 손쉬운 먹이감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단 몇 년 사이에 서브프라임모기지시장은 월가의 수익과 고용을 좌우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다.”

월스트리트의 입장에서 서브프라임 시장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엇고 굴러가야만 하는 시장이었으며 굴러가게 만들어야만 하는 시장이었다.

“월가는 신용도가 낮으면서도 대출을 하는 미국인들이 충분하지 않자 최종상품을 찾는 투자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러사는 스티브의 베팅을 이용해 더욱 많은 상품을 합성했다. ‘자격이 없는 대량의 채무자들에게 감당할 수도 없는 집을 살 돈을 빌려주는데서 만족하지 않았죠. 허깨비 같은 대출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어요. 100배나 많이 말이죠! 그래서 서브프라임대출보다 금융시스템의 손실이 훨씬 컸어요.’ 스티브가 말했다.”

“그때 옵션원은 엄청난 손실을 발표했다. 옵션원은 원래 위험을 떠안지 않아야 마땅했다. 그러나 채무자가 최초 불입금을 내지 못할 경우에는 월가가 대출을 옵션원에 되돌려준다는 조항이 있었다. ‘대체 어떤 사람이 최초불입금도 내지 못하죠?’ 대니가 말햇다. ‘최초 불입금도 집할 수 없는 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인간들은 대체 누굽니까?’ 스티브는 이렇게 말햇다.”

“월가 사람들이 서브프라임대출 문제가 미국 시민들의 거짓말과 재정적 무책임 때문에 발행햇다고 주장할 때마다 스티브는 이렇게 말했다. ‘뭐라고요? 미국인 전체가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 대출신청서에 거짓정보를 기록할 것에요’라고 말했다고요? 맞습니다. 그들은 거짓말을 했죠. 그러나 거짓말을 하라고 지시받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 겁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시장은 마르지 않는 샘물일 수는 없었다. “(2005년 기준으로) 지난 3년동안 주택가격은 과거 30년 동안 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상승햇다. 주택가격은 아직 하락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상승하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주택담보대출은 대출 첫해에 놀라운 속도로 부실해져 채무불이행율이 1%에서 4%로 상승했다. 주택을 사려고 대출을 받았다가 12개월 만에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2000년 이래로 자기 소유의 주택가격이 1%에서 5% 사이로 상승한 사람들의 채무불이행 확률이 10% 이상 상승한 사람들의 채무불이행 확률보다 거의 4배나 높았다. 수백만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주택가격이 상승하지 않을 경우 대출금을 갚지 못해 대출을 늘려야 한다는 소리였다.

주택가격 하락이라는 최악의 상황조차 필요없었다. 과거 몇 년동안 이어졌던 주택가격의 이례적인 상승세만 멈춰도 상당수의 미국인들은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리프만은 그 차트를 보고 또 보았다. 그조차도 그 차트의 수치에 충격을 받았다. ‘주택가격이 하락할 필요도 없잖아. 지금처럼 빠르게 상승하지만 않으면 돼.’

주택가격은 여전히 상승하고 있지만 채무불이행 비율은 4%에 육박하고 잇었다. 7%까지만 상승하면 저투자등급인 트리플B마이너스 채권은 휴지조각이 된다.

리프만은 서브프라임모기지채권에 대한 신용부도스왑을 보유해도 괜찮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신용부도스왑은 보험이 아니라 도박이었다. 리프만은 승산이 있음을 알자 이제는 공매도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서브프라임 시장이 사라졌을 때 “리먼브라더스는 사라졌고 메릴린치도 무너졌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텐리는 투자은행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투자은행가들은 이제 멸종됐다. ‘월가의 몰락은 정의의 심판이야.’ 스티브가 말햇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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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모르는 5년 후 한국경제 - 세계경제 전쟁에서의 생존전략
조명진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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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를 쓰는 날 보도를 보면 11월 연평도 공격에 대해 UN 안보리에서 어떤 합의도 나오지 않았다는 기사가 보인다.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북한을 규탄하는 안을 제출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해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번 만이 아니라 천안함 사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신양극체제라는 말로 정리한다.

냉전이 끝난 후 미국 주도의 1극체제에서 친미성향의 NATO+태평양 동맹국들의 네트웤과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양극으로 하는 구도로 국제질서가 재편되었다는 것이다.

양대세력은 냉전시절과 마찬가지로 세계의 지정학적 요충지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발칸의 보스니아 사태를 시작으로 아프카니스탄, 중동, 아프리카에서 양대 세력의 이해관계가 충동해왔다. 냉전시절에 이어 신양극체제에서도 한반도는 두 세력의 각축장이다.

그러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묘하다. 냉전시대와 달리 이번의 양극체제에서 한국은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편들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군사적으로 한국은 PATO(친미조약기구)에 속한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더 가까워져 있다. 정치와 경제가 모두 친미진영에 속했던 냉전시절과는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 시절 친중주의자들의 주장처럼 미국은 지는 해이니 중국에 붙으면 될까? 그것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미국의 헤게모니가 예전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번 경제위기로 미국의 저무는 속도는 가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냉전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신양극체제도 1.5 체제라는 것이 문제이다. 소련도 그랫고 지금의 중국과 러시아도 친미 서방진영의 반쪽에 불과할 뿐이다.

조지프 나이에 따르면 국제세계의 헤게모니는 3차원 입체 체스판과 같다. 1층은 군사력의 차원이다. 2층은 경제력, 3층은 문화적 영향력의 소프트 파워의 차원이다. 헤게모니란 아래층을 기초로 위층의 체스판을 지배하는 게임의 결과로 얻어진다.

그 결과 얻어지는 헤게모니는 무력이란 벌거벗은 힘( naked power)으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헤게모니란 말대신 내비 파워(Navi-power, 방향을 알려주는 Navigation power)란 말을 쓴다.

미국의 헤게모니가 저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실력은 지역패권국이라면 모를까 세계의 패권국이 되기에는 턱도 없다.

저자는 그 이유를 신뢰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신뢰는 3차원 체스판에서 3차원의 게임이다. 그러나 3차원의 체스판에 뛰어들려면 1차원과 2차원을 지배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의 실력은 어느 차원도 지배할 실력이 되지 않는다.

특히 2차원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경제력의 핵심은 금융 지배력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논할 가치도 없고 중국도 금융강국이 되기에는 턱도 없다고 저자는 본다.

요 몇 년 동안 중국에서 나온 경제서적들을 보면 금융강국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그 이유는 피해의식이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원인을 유대인 자본의 화교자본에 대한 견제에서 시작되었다고 중국인들은 생각한다. 홍콩이 반환된 다음 날 태국에서 위기가 시작되었고 그 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동남아의 화교자본이었다. 그 이후로도 유대 자본의 중화경제권에 대한 견제는 계속되고 있다고 중국인들은 생각한다. 이런 논지의 대표적인 서적이 ‘화폐전쟁’이다. 화폐전쟁의 저자는 일본이 몰락한 이유를 화폐전쟁에서 졌기 때문이라 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국이 일본처럼 몰락하지 않으려면 금융대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나온 ‘자본의 전략’은 “중국이 제조 대국에 이어 무역 대국이 되었고 이제는 금융 대국을 향해 가고 있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한가? 저자는 회의적이다.

저자는 금융대국은 신용 위에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중국이 외국 기업의 상해 증시 상장을 허용하면서 금융 개방화 정책을 펴는 것은 금융산업의 주요 부분인 증시를 키우는 데는 일조하지만 금융의 허브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인 국가 신용도와 정치의 안정성은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돈만 모여든다고 금융 허브가 되는 것이 아니다.”

“2010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은행은 중국농업은행이다. 그러나 금융 강국이 되기 위한 조건은 증시 거래 규모와 은행의 수익만이 아니다. 중국이 금융대국으로 가기 위한 조건 중 하나는 세계적인 보험회사의 운영이다.

보험회사를 믿고 만일을 대비해 돈을 맡기는 것은 신뢰의 표현이며 신용이 없으면 성립될 수 없는 거래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중국은 과연 그만한 신용이 있는가?’” 그다지 긍정적인 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중국인들 스스로 믿지 않는 것을 누가 믿겠는가?

“현재 중국에는 1조 위안 이상의 부호가 5만 5000명에 달란다. 이 중 많은 부호들은 해외이민을 생각 중에 있는데 2009년 미국 투자이민은 전년대비 2배가 넘었다. 대부분의 부자들이 해외이민을 선택하는 이유로는 ‘자녀교육’, ‘안전감(중국 내 투자환경의 잦은 변화와 부에 대한 원죄’ 추궁문제로 신변 안전에 대한 불안감 고조), ‘선진 생활환경 추구’라고 한다. 이는 중국인들 스스로 자국에 대한 신뢰가 낮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국제무대에서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서는 군사력에 앞서 미국과 EU처럼 기축통화로 공인받을만한 화폐가 있어야 한다. 달러와 유로화에 대한 신용은 바로 조직적으로 짜인 신뢰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이다.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이 지속 성장 가능한 경제 그리고 신용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의 구축이 바로 달러와 유로를 받쳐주기에 가능한 것이다. 중국은 자본, 노동력, 기술력만 있으면 헤게모니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설적인 것은 아시아와 아랍 그리고 러시아의 거부들은 그들의 자산을 미국이나 유럽계 은행에 맡겨야 안심한다. 중국이 아무리 많은 외화를 보유해도, 중국이 최고의 공산품을 만들어도 세계인들이 생각하는 중국의 신용도가 공고해지지 않으면 금융 패권은 요원하다. 중국이 금융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자국의 자본을 해외에 투자하는 지금의 패턴이나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성 자본의 유입에서 탈피해 타국의 개인자본이 중국의 보험상품을 사고 중국이 운영하는 신용카드를 세계인이 사용할 때 가능한 것이다.

통제불능으로 넘쳐나는 달러로 세계 금융시스템이 균형을 잃었기 때문에 신양극체제가 태어났다. 그리고 달러의 종말도 멀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서구의 금융 패권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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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1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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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책이 그리는 내년 소비자의 모습은 정신분열증이다. 저자들은 내년의 트렌드를 Two Rabbits, 두 마리 토끼로 요약한다. 동시에 잡을 수 없는 것을 동시에 잡으려 한다는 말이다.

가격은 싸야 되지만 질도 높아야 한다.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만 프라이버시도 지켜져야 한다. 여가가 많아야 하지만 그렇게 주어진 여가시간엔 평소보다 더 바쁘다. DIY를 외치며 스스로 하겠다고 하며 그만한 전문지식을 쌓지만 터무니 없는 돈을 주면서도 전문가의 손길을 원한다.

저자가 말하는 소비자의 모습이다. 사실 그렇게 낯선 모습은 아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악몽 같은 일상이 되어버린지 오랜 모습일 뿐이다. 저자들이 전망하는 내년 트렌드 하나 하나는 책소개에 이미 나와 있으므로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세부사항들은 이미 다른 경영서적에 많이 반복되어 온 것이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 반복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보다는 왜 그런 트렌드가 나타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생산적일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면 왜 이런 모습이 나타나는 것일까? 저자들은 거기에 대해 말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저자들이 올해 트렌드를 전망했던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같다.

저자들이 전망했던 올해 트렌드 역시 내년 트렌드에 대한 전망처럼 여러가지이다. 그러나 올해 트렌드 처럼 일정한 경향성이 있었다. 그 경향성은 개인주의 정도로 요약될 수 있다.

동성애, 성적묘사, 폭력성, 막말 등 대중매체의 금기가 사라져가는 것은 사회를 묶어주는 문화의 접합력이 약해지는 것을 말한다.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던 공통의 사회적 코드가 무너져 가면서 개인이 우주의 중심이 되어 간다. 저자는 ‘소비자는 나르시스트’란 말로 그런 경향을 요약한다.

“최근 가요계를 휩쓴 신세대 아이돌 그룹의 가사는 하나같이 자신을 자랑하기에 바쁘다. 이제 겸양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 우리 대중가요가 이별의 아픔, 헌신적 사랑, 삶의 애환 등의 ‘겸손한’ 주제로 일관했던 점을 상기한다면 놀라운 변화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사의 범람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들 아이돌 그룹은 트렌드를 잡아내고 그것을 문화상품으로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감각을 보여주는 기획사의 작품이다. 그들이 내놓은 곡에 공통적인 주제가 이렇게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면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닐 것이다.

히트곡의 가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당당하고 자기애가 강한 세대’의 자신감이다. 그들의 히트곡은 모두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 있게 자기를 표현하고 싶어하는 신세대 소비자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잇다. 바꿔 말하면 자기애로 똘똘 뭉친 나르시스트 소비자들이 이런 당찬 가사에 환호는 것이다.”

그런 나르시스트들은 SNS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데 과감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남을 의식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한다. 자신을 표현하는데 돈을 주저없이 쓴다.

“나르시스트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은 이들이 ‘개인’으로 자라난 첫 세대이기 때문이다. 형제가 적어 어릴 때부터 방을 혼자 썼고 성인이 돼서도 원룸을 선호한다. MP3 플레이어, 핸드폰, PMP 등 개인화된 기기로 무장하고 온라인 게임을 하며 혼자 논다. ‘자기’가 세상의 중심일 수 밖에 없다. 또한 이들은 소비문화의 세례를 받은 행운아들이다.”

이런 소비자를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공급이 수요를 만성적으로 초과하는 시장에서 그들을 쫓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러나 그들은 파고 들 틈이 많다. 그들의 나르시즘은 연약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당당한 세대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맞고 잇다. 한껏 높아진 자존심을 채워주기에는 결코 호락호할하지 않은 기성사회의 높은 벽, 그 아래에서 젊은이들은 셀프-홀릭 상품으로 무너진 자존심을 달래고자 한다. 그래서 물과 기름 같아 보이는 아이돌 그룹의 자기도취와 가수 장기하가 읊조리는 ‘루저 문화’는 서로 묘하게 닿아 잇다.”

그들의 자기애는 현실에선 깨져나가는 연약한 유리벽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스타에 열광한다. 현실에선 가짜일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자기애와 달리 스타는 현실에서 진짜이기 때문이다. 스타들이 무엇을 입고 어디를 다니며 무엇을 하는지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 이유이다.

현실 앞에서 부서져 나갈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자기애가 비현실적이듯 그들이 사랑하고 드러내고 싶어하는 자신 역시 얄팍한 언제든지 깨져나가는 진짜이면서 가짜일 뿐이다.

“왜 소비자들은 이렇게 자신의 소소한 일상까지도 올리고 공유하고 싶어할까? 이는 일차적으로 개인 소비자들이 거대한 시장경제체제에서 소외되어 가는 과정에 느끼는 상실감과 좌절감을 다른 사람과의 공유와 공감을 통해 해소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할 수 있다. 소소한 일상을 고유하며 자신과 비슷한 상황과 처지에 있는 타인들을 만나면서 상실감을 달래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온라인을 통한 인간관계는 개방성을 통해 확장되어 간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의 인간관계도 그만큼 진전되고 잇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온라인의 인간관계는 실제의 인간관계보다 깊이도 강도도 약하다. 그렇기에 깨지기도 쉽다. 그런데도 그런 관계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답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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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는 게임을 만든다 - 게임 업계 입문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필독서!
유영욱 지음 / 보리별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게임 회사에 다니면 작은 것에 감사함을 알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게 되는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게 되죠.’
밤 12시에 퇴근하면서 감사하게 됩니다.
‘우아~ 3일만에 집에 다 들어가보네~ 그것도 밤 12시라는 이른 시각이라니 최고야~ 너무 신나~’
일요일에 쉬면서 감사하게 됩니다.
‘오늘 명절도 아니고 단지 일요일일 뿐인데 정말 집에서 쉴 수 있는거야? 이게 꿈이 아닌거야?’
인센티브가 나오지 않아도 감사하게 됩니다.
‘아니!! 월급이 제때 들어온 거야!? 이게 왠일이야?! 매출이 과감하게 형편없었는데…’
여자를 사귀지 못해도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 감사하게 됩니다.
‘뭐?! 남자틴구한테 차이고 주말에 할 일이 없어 나랑 영화를 봐주겠다고?! 그게 정말이야? 게임 개발자인 나랑 영화를?!! 고마워!! 정말 고마워!! 어이쿠 그럼~ 당연히 돈은 모두 내가 내야지.’
‘어덯습니까?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게 되는 게임회사!! 정말 좋죠?’
‘오 대리~ 약 먹자. 정신 차려’”

이책의 반을 차지하는 만화 중 하나이다. 게임업계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라면 너무 과장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게임업계의 현실이 그렇다.

동생이 우연하게 게임업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기 때문에 이 만화의 내용이 그리 낯설지 않다. 지금이야 업계의 메이저 업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바닥부터 시작할 때는 만화의 내용이 실제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만화에서도 게임업계를 3D 업종이라 부르고 업계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은 ‘체력’이라 말한다.

이 책의 구성은 실제 게임업계에서 일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만화로 보여주는 전반부와 기획, 개발, 디자인 그리고 기타 직군으로 나누어지는 실제 업무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업계 메이저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의 글로 구성된 후반부로 구성된다.

그 업계에서 일해보려는 사람들을 위해 그 업종 사람들이 직접 쓴 글을 모아 놓은 책은 많이 나와 있다. 특히 부키에서 나온 시리즈가 유명하다.

이책도 그런 책의 하나이다. 이책의 후반부는 그런 책들과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다른 책들과 구분되는 점은 위에서 인용한 만화에서 볼 수 있듯이 재미있게 볼 수 있으면서 실제 그 업계에서 일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간접체험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잇다는 점이다. 그 현실은 생각하는 것만큼 화려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책의 제목은 ‘그래도 우리는 게임을 만든다’이다. 그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그 속을 들여다 보았을 때 아름다운 일은 없다. 이책은 제목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업계를 생각하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졋고 그런 의도에 부합되는 내용을 담고 잇다.

개인적으로 이책을 읽게 된 것은 게임업계에서 일하려는 생각에서는 물론 아니다. 우연히 손에 들어왔기 때문에 읽게 된 것뿐이다. 그러나 전반부의 만화를 읽으면서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작은 소득이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단순히 시간 때우기 웃음은 아니었던 것이 어느 업종이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을 풍자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웃으면서 동생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가를 더 잘 알게 된 것도 나름의 소득이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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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쇼크 - 손 안에 들어온 두 번째 디지털 혁명
하야시 노부유키 지음, 도현정 옮김, 곽동수 감수 / 비즈니스맵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저자의 책은 이번이 두번째이다. 첫번째도 그렇고 이번에 나온 책을 보면서 든 생각은 대단하다는 것이다.

이책 이전에 국내에 소개된 책은 ‘스티브 잡스의 위대한 선택’이란 제목으로 나왔었다. 제목과는 달리 이책은 스티브 잡스에 관한 전반적인 것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아이폰만 다룬다. 이책은 국내에선 올해 나왔지만 일본에선 몇 년전 아이폰이 출시되기 이전에 나왔었다. 아이폰이 국내에 충격을 주면서 늦게나마 번역이 된 것이다.

아이패드를 다루는 이책은 번역의 타이밍이 일본과 별 시차를 두지 않고 이루어졌다. 아이패드가 국내에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두책을 읽으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 것은 타이밍 때문이다. 두권 다 내용 면에서 상당히잘 되어 있는 수작이다. 첫번째 책도 그렇고 이책도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본격적으로 시판되기 전에 나왔다. 그러면서도 출시 후에 나온 책들보다 내용의 깊이가 있다.

저자가 이책을 쓰기 시작한 것은 올해 1월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에서 아이패드를 보고 나서 바로엿다. 그러면서도 퀄리티가 나오는데는 물론 이유가 있다.

첫째는 오랜 동안 애플 전문가로 활동해온 저자의 경력이다. 둘째는 아이패드가 출시전부터 많은 논의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논의들을 배경으로 실물을 확인한 후 책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셋째는 아이폰의 연속선 위에 아이패드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책의 내용은 아이패드에 관한 것보다는 아이폰에 관한 내용이 더 많다. 그러나 이점이 문제일 수 있다.

저자의 이전 책을 본 사람이라면 이전 책에서 다룰 수 없었던 내용들 즉 일본에서 아이폰이 출시된 후 시장이 어떻게 변햇는가를 확인할 수 있고 일본의 상황에 비춰 아직 도입초기인 한국의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예측해볼 수 있단 점에서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제목은 아이패드로 붙여놓고 그보다는 아이폰을 더 많이 말한다는 것이 의아해질 수 잇다. 그러나 두가지 이유가 잇다. 우선 아직 출시 초에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아이패드만 말한다면 많은 말을 할 수 없다. 둘째 저자는 애플의 전략이 아이패드를 아이폰의 연장선에서 생각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이책의 모토를 ‘아이폰이 개척하고 아이패드가 다져가는 비즈니스’라고 말한다. 그러면 애플이 아이패드로 노리는 전략은 무엇인가?

“애플은 아이팟과 뮤직스토어를 통해 음악 생태계를 구축햇고, 아이폰과 앱스토어로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창조햇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패드를 통해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문과 잡지등을 한 곳에 모아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잇는 것이다. 루퍼트 머독은 ‘아이패드는 뉴스를 위한 최고의 플랫폼’이라며 극찬햇다. 언론사들은 자신들의 구세주로 아이패드를 서슴없이 지목하고 개발단계부터 적극적으로 협력햇다. 이는 애플이 아이팟으로 음반사를 그리고 아이폰으로 개발자들에게 돈을 벌게 해주었듯이 아이패드가 자신들을 위해 탁월한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김정남)

저자는 아이패드가 1990년대에 제시된 ‘네트워크 컴퓨터(NC)’의 컨셉을 실현하는 것이라 본다. 죽은 개념인 NC의 컨셉은 넷북이 잇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아이폰ㄱ 같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이에 뭔가 새로운 시장이 있을 것같다는 생각은 이전부터 자주 거론되어온 주제이다. 대다수 컴퓨터 제조업체는 그 공간에 넷북이라 부르는 제품을 집어 넣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이 결코 대답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넷북은 노트북을 작게 만든 것에 불과한 어정쩡한 상품일 뿐이다. 우선 느리다. 저사양 때문에 노트북의 장점은 없으면서 단점은 모두 가진 제품에 불과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이패드는 넷북의 단점은 없으면서 아이폰의 장점은 그대로 살린다는 점에서 중간에 집어넣을 제품군으로 손색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아이패드의 타깃 시장을 넷북을 필요로 하는 비즈니스 시장과 교육시장으로 제시한다. 실제 애플은 그런 용도를 위해 많은 솔루션을 제시하고 잇다.

그러나 아이패드를 앞세워 애플이 노리는 것은 미디어 시장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저자는 1990년대부터 논의되어온 디지털 컨버전스를 아이패드가 현실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 전조를 저자는 아이폰에서 확인한다. 아이폰에서부터 신문 방송, 출판 등의 미디어가 융합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아이폰을 들고 다니면서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그러다 신문을 보고 전자책을 읽는다. 이런 라이프 스타일이 “미국에서는 2009년부터 현실이 되었다. 유저는 그때의 기분이나 상황에 맞춰 소리만 들을 수 잇는 라디오, 영상과 함께 볼 수 잇는 텔레비전, 사진이나 문자가 주역인 잡지, 책 등 다양한 미디어를 재핑하며 즐기고 잇다.

이전에 이 재핑(zapping0이란 말은 TV 채널을 바꾸는 행동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아이폰 시대에는 라디오, 비디오, 잡지, 책, 신문과 같은 서로 다른 미디어를 건너가며 ‘재핑’하는 것이 가능해졋다.”

물론 아이폰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아이폰을 그리고 아이패드를 진정한 디지털 컨버전스의 실현으로 보는 이유는 만만찮은 보급율, 언제나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 그리고 보기 편하고 선명한 화면을 저자는 꼽는다. 저자는 특히 화면의 질을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 핵심으로 본다.

“이 아름다운 화면이 있기에 수많은 패션 브랜드나 고급차 브랜드도 아이폰용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제품의 이미지나 질감을 중시하는 국제적인 브랜드의 광고 스폰서가 아이폰이라면 광고를 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이폰의 문제는 작은 화면이다. 그러나 아이패드는 이 문제를 해결해준다. 아이폰과 달리 종이 지면과 같은 레이아웃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작비가 줄어든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광고의 혁신이다.

“아이패드 발매 당시 전자잡지나 신문에서는 광고면이 날개 돋친 듯 팔렷다. 최근 몇 년 동안 인터넷 광고는 클릭 한번에 몇원 혹은 몇 센트 되지 않는 저렴한 비용으로도 충분한 문자 광고가 대다수엿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익률이 떨어지고 웹 미디어가 저렴하고 피폐해졌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아이패드에서는 그것과 정반대로 지금까지의 텔레비전이나 잡지에 가까운 미디어 문화, 광고문화가 만들어리져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광고면을 확보하고 크리에티브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자금을 확실히 투자하는 이를 끌어들이는 국제적 브랜드 클라이언트가 중심이 된 광고 전개다.”

바로 이것이 애플이 아이애드를 만든 이유이다. “오늘날 웹페이지에 게재되는 배너 광고는 TV 등의 광고에 없는 쌍방향성이 포인트엿다. 그러나 인터넷 광고는 사람들의 정서에 호소하는 표현을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광고업계의 자금은 지금까지도 TV로 흐르고 있었다. TV 광고가 더욱 큰 감동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아이애드는 TV 수준에 버금가는 감동과 웹 광고의 특성인 쌍방향성의 양립을 목표로 한다.” 스티브 잡스의 말이다. 그런 이유로 아이애드의 단가는 TV 광고와 맞먹는 고가이다.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주요 방송국, 신문사, 잡지사, 라디오 방송국 등이 진출을 노리고 있다. 현재 애플은 그들의 수준에 걸맞는 높은 품질과 고가의 거래 금액으로 이루어진 고급 광고 시장을 준비하며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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