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70주년과 문예출판사 창립 50년 기념출판물인 《현대한국출판사》 출간을 기념하며, 1945년 해방 이후 한국 출판 산업을 개척한 대표 출판인을 소개합니다.

1945년부터 6·25 전쟁이 발발하기까지 5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등장한 출판사들을 현대 출판을 개척한 창업 1세대라고 말합니다. 당시의 출판인들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우리말로 된 도서와 잡지를 출판,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지식과 문화와 경제 등에 큰 이바지를 하였습니다. 그 분들의 노고를 기억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한국 출판의 개척자, 광복기(1945~1959)의 출판인들

 

1화

신생 대한민국의 출판 지도자 정음사 대표 최영해





정음사는 '정음正音'이란 회사명칭이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 것처럼 일제가 우리의 글과 말을 말살하려고 할 때, 연희전문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던 최현배(1894~1970, 호는 외솔)가 강의를 위해 《우리말본과 《소리갈》을 등사본으로 찍은 것이 계기가 되어 1928년 7월 7일에 창설한 출판사이다. 창립 당시의 소재지는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행촌동 최현배의 집이었다. 국문학과 관련한 우리 서적을 출판해오던 정음사는 일제의 탄압으로 간판을 내린 지 3년 만에 광복과 더불어 새 출발을 했다.




《우리말본의 초판본



외솔(최현배)이 군정에 참여하게 되자 그의 아들 최영해(1912~1981, 호는 행촌)가 정음사를 이어받아 서울 북창동에 사무실을 열고 출판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최영해는 연희전문(지금의 연세대) 문과를 졸업하고 《조선일보》, 《경성일보》 기자를 하면서 출판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정음사는 해방 직후인 9월 중순경에 권덕규의 《조선사를 제일 먼저 복간했는데, 이 책을 해방 후에 나온 최초의 책으로 꼽는 이도 있다. 이후 광복기에 정음사에서 낸 책들을 보면 퍽 다채롭고 화려하다.

 

《우리말본》을 비롯한 국어학 서적 30여 종, 《조선고대소설사》 등 국문학 서적 30여종,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외 시집 20여 종, 《흔들리는 지축》 외 창작집 20여 종, 《어린이역사》 외 20여 종, 《정음문고》 35종, 사회과학 서적 10여 종, 기술과학 서적 20여 종, 학교 교과서 40여 종, 기타 단형본 30여 종을 6·25전쟁 이전에 간행했다. 또한 편집인 홍이섭을 중심으로 한 역사·언어·민족 연구지인 월간 《향토》를 1946년에 창간해 통권 12권까지 발행했다. 특히 《이조실록》 영인출판도 착수해 6·25 전쟁이 발발하기까지 16권을 발행한 것은 큰 업적으로 꼽아야 할 것이다.




왼쪽부터 월간 《향토》, 《조선고대소설사》, 정음문고의 《금강경



이처럼 폭넒은 분야에 걸쳐 격조 높은 책들을 출판해 을유문화사와 용호상박의 세를 형성하면서 신생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출판사로서 출판문화계를 이끌었다. 정음사가 광복 직후 혼란기의 우리나라 출판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말할 수 없이 크다. 최영해는 뒷날 광복기의 출판에 대한 소회와 바람을 이렇게 피력하고 있다.

 

 

"모두가 서투른 솜씨로 첫걸음을 나선 8·15! 출판계의 말단에서 있는 힘 없는 힘을 다하고 나서 돌아보니 이렇다 할 성과 없는 고무풍선 같은 오늘이 되고 말았다. 누구를 탓할 것 없는 우리들의 소치다. 오로지 만천하 독서자(책 읽는 사람) 제위(여러분)께 엎드려 빌어 마지않을 뿐이다. 제 자식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건 인정이라기, 정음사도 아래에대 변변찮은 목록을 나열해 선을 보이는 바다. 행(다행)히 여러분의 귀염을 받고 사랑을 받는다면 이 이상 무엇을 더 바라리오. 게다가 우리 문화를 한 걸음이나마 향상시키려는 미충이 어쩌다가 여러분의 눈에 띄기만 하면 우리들의 바람은 여기서 끝나고 말 것이 아닐까 한다. 봄이 오면 꽃이 피리니, 4월의 훈풍이 우리 출판계에도 틀림없이 불어주어 참된 독서자를 위한 출판인이 되도록 마련해주었으면, 출판인으로서 우리들의 기쁨도 여기에 그칠 것이다."

- 최영해, 《출판대감》(출판문화 제7호 특집), 서울 조선출판문화협회, 1949, p.104

 

휴전 후 1993년 문을 닫기까지 《세계문학전집》(전 100권)과 《중국고전문학》(전 18권)을 비롯해 《전작대표작가선시집》 6종, 《현대음악총서》 7종, 《국문학대계》 8종, 대학교재 28종, 기타 단행본 40종 외에 《박사학위논문집》, 《한국고전문학비평집》, 《정통문학》 등 2,000여 종의 우수도서를 펴냈다.

 

1990년 중반부터 사세가 기울면서 출판사의 경영권과 사옥이 비출판인에게 넘어갔다. 행촌(최영해)은 건강문제로 60년대 초반에 최철해(1927~1993)에게 정음사를 맡기고 경영일선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최철해의 경영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렸으나 그는 81년 11월에 이르러 행촌(최영해)의 아들 최동식(1943~)에게 경영권을 넘긴다. 3대에 걸쳐 65년간이나 대물림한 정음사는, 1946년 이래 수많은 우량도서의 산실이요. 우리 출판문화의 자존심의 상징 같은 구실을 해온 최현동 사옥을 버리고 1973년 서울 중구 충무로 5가로 옮겨 사업을 계속해오다가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해 1993년 8월 막을 내린다.

 

성장을 거듭하던 정음사가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은 선친의 뜻을 잇기 위해 4대 사장으로 취임한 최동식이 1980년에 개발한 2벌식 외솔 타자기가 컴퓨터에 밀렸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향촌(최영해)이 작고한 뒤 최철해와 동식 사이에 벌어진 숙질 간의 경영권 다툼으로 회사가 반분되는 내분을 겪으면서 사세는 더욱 빠르게 기울어져갔다. 무계획하고 방만한 출판경영도 도산의 이유로 작용했다.

 

정음사가 우리 출판발전에 끼친 업적과 영향력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출판인으로서 향촌 최영해는 정음사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출판발전을 위한 공적인 일에도 항상 헌신적으로 발 벗고 나서는 통 큰 지도자적 기질과 성품의 소유자였다.

 

그는 1974년, 조선출판문화협회(현 출협) 설립을 주도했다. 창립총회에서 부회장으로 선출된 이래 무려 7대(1947~1954)까지 연임하면서 김창집 회장과 초창기 출판업계의 기틀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출협 창립 직후에는 그의 사옥 2층을 사무실로 선뜻 내놓기도 했다.

 

이렇게 60여 년 동안 출판문화 향상에 큰 업적을 남긴 정음사는 대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수성(지킴)에 성공하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업계 발전을 위해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 출판계 지도자로서 행촌의 면모는 여전히 빛을 잃지 않고 있다.

 

연재 1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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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꿈을 향한 정열, 명석한 두뇌, 억만 장자, 꽃 같은 외모, 지고지순한 사랑과 순수한 마음까지. 아... 뭐하나 빠져보이지 않는 위대한 개츠비에게도 부족한 것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고달픈 서민의 마음입니다. 서민의 삶은 언제나 단조롭고 지루합니다.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고,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고, 공부와 휴식을 반복합니다. 일상은 언제나 반복의 연속입니다. 그 반복 속에서 작은 기쁨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는 것이 서민의 마음이고 삶이 아닐까요? 하지만 개츠비는 다릅니다. 항상 앞으로만 나가야 합니다. 돈을 벌고, 지적이게 보이기 위해 옥스퍼드 대학을 다니고, 지구 끝까지 가서라도 사랑하는 여자를 잡아야 합니다. 개츠비에게는 그리워할 과거도 휴식도 없습니다. 전진 또 전진 뿐입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쓰고보니 기업가들의 흔한 성공 신화와 개츠비의 삶이 매우 유사해 보이네요. 앞만 보고 사는 개츠비의 뒤에는 슬그머니 고독이 찾아와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개츠비의 영혼에 술을 붓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고독을 발견하지 못하도록 말이죠. 개츠비의 전진 뿐인 삶을 동경하신 적이 있나요? 만약 있다면 그리고 그렇게 살고자 하셨다면 고독이 마음을 망치기 전에 잠시 멈춰서 개츠비의 고독과 개츠비가 알고 있어야 했던 작은 일상의 소중함을 알아보세요.

지난 미리보기는 아래 링크를 이번 화는 스크롤을 아래로 내려주세요.

 

 

1화 나만의 인생 이야기를 쓰고 싶을 때 알아야 할 지식 - 신화(이야기)는 왜 힘을 가지는가
- 링크 : http://goo.gl/1zQExc


2화 악마 이야기와 위대한 창의력의 관계
- 링크 : http://goo.gl/UST0AD

3화 가족과 이야기의 중요함을 알린 센트럴파크 살인 사건
- 링크 : 
http://goo.gl/YSXqxy

부록. "삶을 치유하는 이야기(신화)의 힘을 말하다" - 마케터 리뷰

- 링크 : http://goo.gl/R0xA3j

그럼 즐거운 독서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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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오는 '신화'라는 단어는 '교훈이 되는 이야기'라는 단어로 바꿔서 읽어도 내용 이해에 무리는 없으며, 미리보기로 보여드리는 내용은 도서의 내용을 요약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본문 안 "재즈 시대"는 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었던 시대로 미국식 이상 사회를 뜻합니다. 모두가 평등하고,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고, 정치적인 규제도 거의 없는 세상을 의미하지만, 물질만능주의를 대변하기도 합니다. 많은 외국인과 서민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었지만 특별히 세상이 더 좋아지진 않았다고 하네요. 이런 이유로 나오는 재즈 시대는 물질만능주의 시대로 읽으시면 됩니다. ​^^

 

_문예남 올림

 


 

 

 

위대한 개츠비의 고독

 

피츠제럴드는 재즈 시대에 사람들이 고독한 것은 진정한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미국인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면, 자신이 기분대로 한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옮길 독립성과 자유를 빼앗겼다고 느낀다. 개츠비의 꿈은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한 사람들이라는 바위에 부딪혀서 침몰했다. 피츠제럴드는 특히 경솔한 톰(데이지의 남편)과 데이지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한 사람이 누구인지 보여준다.

 

"톰과 데이지는 경솔했다. 모든 물건과 살아 있는 것을 뒤죽박죽으로 만든 다음, 돈이나 어마어마한 경솔함 혹은 그것들을 한데 묶어주는 것 뒤에 숨고, 뒤처리는 모두 남에게 맡겼다."

 

피츠제럴드는 거의 모든 페이지에 '무관심한'이란 단어를 썼다. 이야기 끝 무렵 개츠비가 살해된 뒤에, 닉은 우리에게 그가 반복해서 꾼 몽환적인 꿈을 이야기한다.

 

그곳은 엘 그레코(왜곡되고 늘어진 형상, 매끄러운 표면, 인체를 길게 늘인 표현 등이 특징인 화가)가 그린 밤 풍경처럼 보인다. 음산한 하늘과 침침한 달, 평범하면서도 괴기스러운 집 100여 채, 예복을 입은 근엄한 남자 넷이 흰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술에 취한 여자를 들것에 싣고 인도를 따라 걸어간다. 들것 밖으로 드러난 여자의 손은 장신구로 차갑게 번쩍인다. 남자들은 엄숙하게 한 집 안으로 들어갔지만, 엉뚱한 집이었다. 모두 그 여자의 이름도 모르고, 무관심했다.

 

개츠비가 되풀이해서 꾼 꿈은 강박적이고, 불안하며, 술에 취해 소란을 떨던 피츠제럴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개츠비는 자기 집이 없었다. 그 꿈은 개츠비가 영원히 집 없이 외롭게 살리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한 사람들이 개츠비를 데리고 간다는 점이다. 우리도 속으로는 개츠비에게 무관심할 것이다. 이 책에서 죄와 타락의 관념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심'이란 단어는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관심'은 다른 사람을 동정하는 능력이며, 더 깊은 차원에서 의사소통하고, 서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다. '관심'은 프로이트의 에로스 신화와 상당한 관련이 있다. 톰과 데이지는 관심을 표현하고 인간의 잔인함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자비를 몰랐다.

하이더게는 관심이 존재의 기초라고 생각했다. 관심이 없다면 우리는 움츠러들고, 자기 자신도, 의지를 행사할 능력도 상실한다. 때때로 피츠제럴드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느끼지도, 소통하지도 못하는 원죄라고 암시한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면, 그 사람의 가장 깊은 감정과 욕구에 폭력을 행하는 것임을 암시하기도 한다. 피츠제럴드는 '말할 수 없는' '표현할 수 없는' '전달할 수 없는'이란 표현을 자주 쓴다. 그는 말하기 어려운 것을 말하려고 몸부림친다. 또 소용돌이치는 작은 지구에 사는 인간은 서로 사랑하기를 갈망하지만, 완벽하게 성공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하려고 애쓴다. 개츠비는 자기 집 수영장에서 총에 맞기 한 시간 전, 마지막 날 이상한 아침 식사 자리에서 전날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개츠비는 "데이지가 톰과 결혼할 때 잠깐 톰을 사랑했고, 그 후에는 자신을 더 사랑했다"고 믿으려고 애썼다. 실제로 개츠비는 한쪽 귀를 전화기에 댄 채, 데이지가 전화를 하거나 애정의 징표를 보내지 않을까 기다렸다.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닉이 개츠비의 집을 떠났다. 하지만 돌아서서 잔디밭을 가로질러 개츠비에게 외쳤다. "다 썩었어... 그 망할 인간들을 다 합친 것보다 당신이 나아." 닉은 항상 말했다. "그렇게 말한 것이 기쁘다. 그것이 내가 개츠비에게 한 유일한 칭찬이니까." 닉은 말했다. "개츠비는 내가 대놓고 경멸하는 모든 것을 대표한다." 하지만 닉은 개츠비를 칭찬했다.

라오콘(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폴론 신전의 사제. 트로이전쟁에서 그리스 군이 남긴 목마가 간계라는 것을 알아내는 바람에 신의 노여움을 사서 두 아들과 함께 죽었다.)은 피츠제럴드의 양면이다.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에서 자신의 양면을 나란히 보여준다. 정직하고 감수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피츠제럴드는 재즈 시대 사회 풍조와 싸웠다. 피츠제럴드는 1920년대를 지배한 죄와 지옥이란 주제를 명확하게 보았지만, 동시에 자신이 미워하던 것들에 유혹되었다. 《위대한 개츠비》가 통렬한 것은 이 때문이다.

피츠제럴드 소설의 주제는 고독이다. 개츠비의 파트에서 사치스럽고 방탕한 음악과 춤과 술이 넘쳐나는 동안, 사람들은 전혀 소통하지 못했다. 그 파티들은 "서로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의 열광적인 모임"일 뿐이었다. 개츠비가 현관에서 떠나는 손님들에게 "한 손을 들고 의례적으로 작별 인사할" 때, "돌연히 알 수 없는 공허감이 창문과 커다란 문에서 흘러나와 집주인인 개츠비가 너무나 고독해 보였다."

​닉은 뉴욕을 배회하면서 그 외로운 분위기를 민감하게 느꼈다. "마법에 걸린 대도시의 황혼에서 나는 때때로 엄습하는 고독을 느꼈다. 그 고독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느껴졌다. 가엾은 젊은 사무원들은 쇼윈도 앞에서 빈둥거리다가 식당에서 고독한 저녁 시간을 맞이한다. 그러면서 밤과 삶의 가장 짜릿한 순간을 흘려보낸다." 플라자 호텔에서 결전이 벌어진 뒤, 닉은 갑자기 그날이 자신의 생일이었음을 기억한다."서른 살 - 그것은 독신 남자로서 알아야 할 일의 목록이 얇야지며, 열광이 든 가방의 부피가 줄어들고, 머리숱이 적어질 고독한 10년의 미래를 약속했다."

​하지만 《위대한 개츠비》에서 가장 고독한 사람은 좋아하지도 않는 환상적인 파티를 연 제이 개츠비다. 처음 보았을 때, 개츠비는 해 질무렵 자기 집 잔디밭에 홀로 서서 롱아일랜드 해협 건너편 데이지의 선착장에 반짝이는 초록 불빛을 갈망하고 있었다. 그 순간부터 자신의 장례식 때까지 개츠비는 고독의 표본이다. 개츠비는 자신이 고독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이 사실이 그가 고독했다는 것을 더 분명하게 말해준다. 개츠비에게 고독은 성격이요, 존재의 상태였다. 왔다가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었다. 세상에서 개츠비만큼 정력적인 사람은 없었다. 개츠비는 제 힘으로 성공한 사람이지만, 마음속으로는 모든 사람과 깊은 관계를 끊었다. 개츠비의 저택에 들어왔다 나간 사람들도 파티와 전혀 상관없는 목적을 이룬 셈이다. 파티는 데이지를 개츠비의 집에 데려오기 위해서 연 것이다.

개츠비의 저택에서 사람들이 개츠비의 시신을 관에 눕히자, 닉의 귀에는 애원하는 듯한 개츠비의 음성이 들렸다. "어이, 자네, 사람 좀 데려와... 나 혼자선 여길 못 지나가겠어." 닉은 죽은 개치비를 안심시켰다. "알았네, 내가 자네를 위해 사람을 데려올 테니 걱정 말게. 내가 사람을 데려올게."

​닉이 여기저기 전화를 걸고 장의차 세 대가 30분을 더 기다렸지만, 장례식에서 개츠비가 느꼈을 마지막 외로움은 한마다로 요약할 수 있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데이지는 조전(관에 넣는 가짜 돈), 꽃 한 송이 보내지 않았다. 이슬비까지 내려 무덤 주위는 더 쓸쓸하게 보였다. 단지 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미국의 꿈이 땅에 묻힌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신화(아메리칸 드림, 물질만능주의)가 무덤에 묻히는 순간이었다.

개츠비의 무덤 근처에 모인 작은 무리 중에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개츠비의 파티에서 취한 남자 가운데 한 명이 장례식에 나타난 것이다. 그 남자가 깜짝 놀라서 외쳤다. "이건 말도 안 돼! 파티에는 몇 백 명씩 모이더니만!" 지금 모든 독자가 하고 싶은 말을 덧붙였다. "불쌍한 놈!" 개츠비의 장례식은  《세일즈맨의 죽음》에 나오는 윌리 로먼의 장례식과 비슷했다. 실제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논의할 몇몇 사람조차 없었다는 점을 배면.

피츠제럴드 자신이 이 깊은 고독을 느꼈다. 개츠비가 전전긍긍하며 뛰어다니고, 강박적으로 술에 취한 것도 그 고독을 극복하려는 자기 파괴적 노력이었다. 사실 재즈 시대 전체에 걸쳐 그 뿌리 없음이 존재한다. 미국인은 1930년대 대공황을 경험하고야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고, 서로 소외되고 삶의 근원에서 고립된 채 사는 우리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물었다.

*​

"인생의 단조로움" 개츠비가 알았어야 할 시시포스 신화

이 절망의 순간에 새롭지만 영원한 고전 신화가 필요하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이 상황에 들어맞는 유일한 신화다. 시시포스 신화는 미국의 꿈을 대놓고 반대한다. 또 진보를 부정하고, 제자리에 머물며,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날마다 모든 행동이 똑같고, 단조롭고 지루하며 힘들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시시포스 신화의 중요한 의미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시시포스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이 신화에서 시시포스는 자신과 제우스, 자신과 운명 사이의 모든 순간을 의식한다. 시시포스는 신들을 속인 죄로 제우스에게 처벌받는다. 호메로스는 그런 시시포스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수없이 지친 발걸음을 디디고, 수없이 신음하면서,

시시포스는 거대하고 둥근 바위를 산 위에 올렸다.

그 거대하고 둥근 바위는 요란하게 덜컹거리며

굴러 내려왔다.

그런 다음 호메로스는 "불쌍한 시시포스"가 "자신의 귀를 기쁘게 하는 즐거운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한다. 때때로 사람들은 시시포스 시화를 매일 정점까지 떠올랐다가 지는 태양 이야기로 해석했다. 인간의 삶에 돌고 도는 태양의 운행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개츠비를 생각하면 모든 인간이 단조로움을 견뎌야 한다는 사실에 서글퍼진다. 재즈 시대 사람들은 이 우울한 생각을 부정하려고 술 취하고 춤추고 파티를 열면서도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몸부림쳤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이 단조롭다고 느낀다. 살아 있는 모든 순간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이것이 가장 단조로운 일이다. 하지만 불교 신자들과 요가 수행자들은 이렇게 숨을 쉬는 데서 종교적 명상과 무아지경에 이르는 길을 마련했다.

시시포스는 죽음을 지우려고 한 창조적인 사람이다. 시시포스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항상 더 나은 삶을 창조하는 데 헌신했다. 시시포스는 절망적인 상황에도 전진한 영웅의 본보기다. 인간에게 절망에 맞서는 능력이 없었다면, 베토벤이나 렘브란트, 미켈란젤로, 단테, 괴테 그리고 문화를 발전시킨 다른 위인들은 없었을 것이다.

​시시포스의 의식은 사람됨의 특징이다. 시시포스는 생각하는 갈대다. 목표를 세울 수 있고, 환희와 고통을 알며, 절망과 단조로움을 분간하고, 처벌받으면서도 바위를 굴리는 단조로운 일로 저항할 수 있다. 시시포스가 무엇을 상상하고 생각하며 바위를 굴렸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각각의 행위가 조화를 원하는 신들에게 반항한 것이었음을 한다. 그게 아니라면 참회의 행동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은 우리가 만들어낸 상상이자 의도며, 인간적인 믿음이다. 시시포스는 저 위대한 신을 위해 부적절한 신들에게 반항한 영웅 가운데 하나다. 프로메테우스와 아담, 미국인의 신화와 신들이 모두 그런 영웅이다. 시시포스가 그랬듯이 자기 임무를 깨닫는 영원한 능력에서 바위와 단조로운 일상을 벗어날 용기가 나온다.

게다가 시시포스는 바위를 굴리면서 여명을 알리는 분홍색 조각구름을 보았거나, 바위를 굴리고 언덕을 내려오면서 가슴을 스치는 바람에 즐거웠을 것이다. 아니면 묵상할 시구를 기억했을지도 모른다. 시시포스는 신화를 생각했음이 분명하다. 그 신화가 없었다면 시시포스는 무의미한 세계를 이해할 수 없었으리라, 시시포스에게는 이 모든 일이 가능하다. 시시포스가 개츠비였다면 과거는 지울 수 없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면서 뒤에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까지 깨달았을 것이다. 이런 상상력을 보면 인간이 받는 역설적인 유죄파녈이 정당하다는 것과 우리가 인간임을 깨닫는다.

시시포스 신화가 균형을 잡고 미국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논리적 대화를 제공하려면, 초록 불빛(개츠비는 데이지의 선착장에서 나오는 초록 불빛을 동경했다.)과 나란히 놓고 봐야 한다. - 동경하는 것과 현실을 나란히 봐야 한다는 뜻 - 시시포스 신화는 사람이 교만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전장치이며, 허레이쇼 앨저 신화가 사람을 타락시킬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시시포스 신화는 약속의 땅을 그만 착취하고, 그들의 목적을 곰곰히 생각하고 목표를 분명하게 한다.

확실히 개츠​비에게는 시시포스 신화가 없었다. 시시포스 신화를 보면 개츠비의 꿈이 무너진 까닭을 이해할 수 있다. 도 미국인의 절망을 상쇄하고, 그 절망을 건설적으로 사용할 뉴에이지 사상을 받아들이며, 황홀경에 이르는 길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인간의 삶 자체가 개츠비의 꿈이나 미국의 꿈(아메리칸 드림)보다 훨씬 심오하다는 것을 안다. 우리가 피로와 죽음의 과거 속으로 얼마나 물러났든지 우리는 무아경의 사상에 빠져서 이상하게 생각했고, 슬픔과 신랄함을 경험했다. 잠깐 죄책감 대신 슬픔을, 불안 대신 환희를 느낄 것이다. 신화에서 보듯이 영원이 시간 속으로 뚫고 들어올 때, 우리는 인간 의식의 의미를 깨닫는다.(삶의 진실이 우리 현실로 들어올 때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는 의미)

이렇게 시시포스 신화는 무의미했을 우리의 수고를 의미 있게 한다. 또 우리의 일상적인 노동에 빛을 비추고, 단조로운 삶에 활기를 제공한다. 우리가 앞을 막는 파도를 향해 노를 저어 가거나, 공장에서 로봇처럼 일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말로 표현하기 위해 날마다 분투하거나 시시포스 신화는 빛과 활기를 제공한다.

시시포스 신화는 미국의 꿈(아메리칸 드림, 물질만능 주의)에 대한 최고의 도전이다. 사람은 의식이 진보하건 그렇지 않건, 초록 불빛이 있건 없건, 데이지가 있건 없건, 세계가 분열하건 그렇지 않건 그것을 인식해야 한다. 아니 그렇게 할 운명이다. 우리의 작은 규칙이 쓸모없을 때, 의식은 우리가 파괴되지 않게 지켜준다.

이 때문에 알베르 카뮈는 시시포스에 대한 수필을 다음과 같이 끝맺었다.

"우리는 반드시 시시포스를 기쁘게 생각해야 한다."


 

 

미국에서 나는 가장 행복한 환경에서 가장 자유로운 최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보았다. 그런데도 그 사람들은 항상 우울한 표정이었고, 기쁜 일이 있어도 심각하고 슬퍼 보였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 알렉시 드 토크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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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이번 미리보기에서는 가족과 이야기의 중요함을 알려주는 하나의 사건을 소개합니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큰 사고를 친다는 내용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쉽게 해소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신화, 즉 교훈이 되는 이야기를 전달해주지 않고 유대를 맺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어떤 사고라도 일으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이라고 할지라도요. 지난 미리보기는 아래 링크를 이번 화는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세요.

1화 나만의 인생 이야기를 쓰고 싶을 때
- 링크 : http://goo.gl/1zQExc


2화 악마 이야기와 위대한 창의력의 관계
- 링크 : http://goo.gl/UST0AD

그럼 즐거운 독서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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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오는 '신화'라는 단어는 '교훈이 되는 이야기'라는 단어로 바꿔서 읽어도 내용 이해에 무리는 없으며, 미리보기로 보여드리는 내용은 도서의 내용을 요약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_문예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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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이야기의 중요함을 알린 ‘센트럴파크 살인 사건’

 

신화(교훈이 되는 이야기)는 주로 가족이 전수하고, 우리 사회의 신화를 처음 알려주는 것도 가족이기 때문에, 1986년 여름 열아홉 살 로버트가 센트럴파크에서 열여덟 살 제니퍼를 목 졸라 살해한 사건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윤리적 가치가 메마르고 있다면 신화가 메말랐기 때문임을 다시 생각했으면 한다.

 

두 젊은이(로버트, 제니퍼)는 부유한 가정 출신으로 우수한 예비학교에 다녔고, 방대한 뉴욕 문화를 접했다. 두 사람 모두 이혼으로 갈라진 가족 출신이고, 다 가겼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경험하지 못했다. 믿을 만한 가정 생활이다. 제니퍼도, 로버트도 부모와 끈끈하게 이어지지 못했다. 사회 적응을 돕는 종교의 영향이나 인간적 결심에 신비한 힘을 부여하는 윤리적 결속을 경험하지 못했다. 살인이 일어난 밤, 두 사람은 어느 술집에서 열린 모임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두 사람은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했지만, 싫증이 났다. 둘은 섹스하려고 센트럴파크로 걸어 들어갔다. 로버트는 제니퍼가 자신의 성기를 물어뜯으려고 해서 브래지어 끈으로 목 졸라 죽였다고 주장했다.

 

맨해튼 사립 탐정 조앤 패럴의 달은 로버트, 제니퍼와 같은 학교에 다녔다. 조앤은 이 범죄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애들이 그렇게 행동한 것은 술집 주인보다 부모가 혼나야 해요. 이런 애들은 흔히 귀한 줄도 모르고 받기만 하죠. 이 애들에게 20달러 지폐 한 장 주고 “주말 즐겁게 보내라”고 하기는 쉽죠. 그것이 내 달 세대의 가장 큰 몰락이라고 생각해요.

 

시카고 정신과 의사 로이 그린커는 이 사건에 대해 “돈이 모든 악의 뿌리는 아니지만, 부모가 돈이 없으면 자식을 몸으로나 마음으로 돕지 못합니다”라고 말했다. 맨해튼에 있는 뱅크스트리트학교의 심리학자 버니스 버그 박사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모가 자신이 쓸 수 있는 것보다 많은 돈을 벌려고 자기 시간의 90퍼센트를 보내고, 정작 가족을 위해서는 5퍼센트를 보낼 때, 이런 가치관은 자녀에게 전수된다. 즉 가족 따위는 중요하지 않고, 돈을 벌고 돈을 가지고 돈을 쓰는 일만 중요하다고 자녀를 가르치는 것이다.

 

로버트와 제니퍼의 단골 술집 주인은 살인 사건이 있던 밤, 두 젊은이와 친구들이 껴안고 애무하고 싶어 했으며, 자기들을 좋아하고 애정을 표현해줄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서 어쩔 줄 몰라 하더라고 말했다.

 

신화적 의미에서 볼 때, 두 젊은이는 돌아갈 집이 없었다. 말리노프스키가 주장한 대로 “신화는 도덕성을 지키고 강화한다.” 신화가 엇다면 도덕성은 무너진다. 로버트와 제니퍼는 반항할 어떤 신화 양식이나 윤리도 없었다. 마음과 영혼이 거할 집! 로버트와 제니퍼에게는 그 집이 없었다. 눈에 보이고, 돈으로 사고팔 집은 있었지만, 신화 없는 진공상태에서 두 사람이 윤리적으로 불안정하게 성장했다는 말은 옳다. 로버트가 범죄 사건을 재현하며 "난 집에 가고 싶었어요"라고 되뇌는 모습에 깊은 연민을 느낀다. 하지만 신화적 의미에서 볼 때 로버트는 집이 없었다. 이 살인 사건에 대한 설명은 신화가 사라지고 영성이 메마른 우리 사회, 돌아갈 집이 없어진 우리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일 수 있다.

 

《사랑과 의지》에서 나는 의지 뒤에 소원이 있음을 지적했다. 한 사람이 원한다고 해서 다 목표가 되지 않지만, 더 깊은 인간 동기 단계에는 동경이나 갈망, 열망, 아니 그 밖에 무엇이라고 부르든지 반드시 소원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의지는 외부에서 주어질 뿐, 결코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확신이 있을 때 의지대로 한 행동이 효과가 있다. '소원'은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내적 감정과 관련 있는 희망, 동경, 상상, 믿음을 포함한 인간 의식 영역의 일부다. 예를 들어 '익명의 금주동맹(술중독자 모임)' 회원이 되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확신에도 소원이 있다. 중독자들은 온몸과 마음으로 중독 습관을 고치고 싶어야 한다.

 

소원, 동경, 갈망, 신화(교휸이 되는 이야기) 만들기... 이 모든 인간 의식 활동은 여전히 가장 중요하다. 그러므로 이런 활동이 없는 해결책이나 원칙을 가르치려 한다면 실패할 것이다. 소원과 희망은 꿈을 꾸고 신화를 만들 때 나온다. 델모어 슈워치가 일깨운 것처럼 "꿈을 꿀 때 책임감이 생긴다." 우리는 덜 시적일지라도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다. 신화에서 윤리와 열망이 생겨난다. 한 현자는 "내가 신화를 만들 수 있다면, 누가 한 사회의 법을 만들든지 상관없다"고 말했다.

 

 

신화는 신념을 표현하고 강화하며 정리해준다. 또 도덕성을 지키고 향상시킨다. 신화는 사람들이 관습적으로 하는 행동의 효능을 보증하고, 사람을 지도하기 위한 실제적인 규칙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신화는 인류 문명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신화는 무의미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류 문명에서 큰 역할을 담당한 능동적 힘이다.

 

브로니슬라프 말리노프스키, 《마법, 과학 그리고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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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지난 미리보기에서는 이야기가 왜 우리의 삶을 치유할 수 있는지, 그리고 왜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관한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 미리보기에서는 악마와 창의력의 관계를 소개하겠습니다.

1화 보실 분은 다음 링크를 타고 가세요. (링크 : http://goo.gl/1zQExc)​

2화를 읽고 나면 평생 내면의 악마와 싸워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싸우고 나면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다고 하니까요. 악마도 이기고 인생도 펴고 일타이피, 일거양득군요.^^

그럼 즐거운 독서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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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오는 '신화'라는 단어는 '이야기'라는 단어로 바꿔서 읽어도 내용 이해에 무리는 없으며, 미리보기로 보여드리는 내용은 도서의 내용을 요약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_문예남 올림


 

하나님은 악이 세상이라는 옷감 속에 엮인 채로 존재하도록 허락했다. 악을 이길 도덕적 능력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인간의 자유와 의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영지주의 철학

 

 


 

 

갈등하는 악마가 

인생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악마 신화와 현대인의 관계가 정말 놀랍다. 1장에서 우리는 1970년대에 진행된 연구를 인용했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은 감소하는데, 악마에 대한 믿음은 증가한다는 점이 연구에서 밝혀졌다.

이 현상은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많은 현대인이 삶에 환멸을 느끼고 동료를 불신하며, 무서울 정도로 미래를 불안해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저명한 현대 작가들이 사탄을 주제로 쓴 책들을 자세히 보면, 그 자료가 우리를 압도할 정도다.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 헨리 머레이 교수의 <사탄의 성격과 경력>은 악마에 대한 탁월한 연구다. 머레이는 악마를 묘사하기 위해 처음으로 성경 구절을 언급했다.

 

너 아침의 아들 계명성이여 어찌 그리 하늘에서 떨어졌으며 너 열국을 엎은 자여 어찌 그리 땅에 찍혔는고 네가 네 마음에 이르기를 내가 하늘에 올라 하나님의 뭇 별 위에 내 자리를 높이리라 내가 북극 집회의 산 위에 앉으리라 가장 높은 구름에 올라가 지극히 높은 이와 같아지리라 하는도다

[구약성경 <이사야> 14:12~13]

 

그러고 나서 머레이는 오리게네스를 말한다.

 

교부(고위 성직자) 오리게네스는 <이사야>에서 말하는 왕이 사탄이라고 동료 신학자들을 설득했다. 땅 위의 왕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때부터 사탄은 자랑스러운 왕이 되었다. 사탄의 눈썹에 이렇게 쓰여 있다. '내가 지극히 높은 자와 같이 되리라!' 이로써 사탄은 올림포스 산에 올라가 제우스의 자리를 빼앗으려 한 거인들과 같은 부류에 들어갔다. 실패한 반항적인 등산가나 좌절한 독재자, 신을 죽이는 사람, 국왕 시해자 존속 살해자도 한 무리였다.

 

우리는 여기에서 악마 신화의 현실을 봐야 한다. 악마라는 개념을 구체화거나, 시공간 속에서 악마를 볼 필요는 없다. 악마는 우리에게 금지된 환상을 투사하기 좋은 피조물이라는 현실임을 봐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상한 모순이 있다.

 

이 모순은 《파우스트》에서 잘 나타난다. 메피스토펠레스(악마)는 사탄의 대리자이지만, 파우스트를 유혹하는 과정에서 영혼을 팔지 말라고 설득한다. 또한 메피스토펠레스는 자신이 "하나님의 얼굴을 보고 천국의 영원한 기쁨을 맛볼" 기회를 잃고 얼마나 후회하는지 말한다. 결국, 신화(이야기)의 악마들은 갈등하는 존재들이며, 그들의 갈등은 지옥에서도 계속된다.

 

이런 이야기는 모고통이나 위기를 맞이한 사람의 위태로운 모습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신화에서 지옥의 땅을 탐험하거나 악마와 계약하는 이야기들을 보면 한 가지 분명하게 알게 되는 사실이 있다. 사람은 악마의 거처인 지하 세계, 즉 고통이나 위기의 순간을 방문해야 귀중한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창의력의 원천, 

사사건건 부정만 하는 악마

                                           

악마(고통이나 위기)를 경험하면 삶의 귀중한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악마가 창의력에 꼭 필요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이반은 악마와 대화한다. 

 

"아니, 너는 나와 다른 사람이 아니다. 너는 나다. 너는 나일 뿐, 다른 누구도 아니다."

 

이반은 대답한다.

 

"너는 내 화신이다. 하지만 한 면만 닮았다. (...) 내 생각과 감정, 가장 추잡하고 미련한 생곽과 감정을 닮았지. 얼굴은 달라도 너는 나다. 너는 내 생각을 말할 뿐이야. 새로운 것을 이야기할 수 없지."

 

이것은 악마의 한 측면을 나타낸다. 독특한 것을 창조하는 것이 인간의 진정한 독창성이고 독창성을 부인하는 것이 악마라는 것이다. 하지만 악마가 없으면 창의력은 생기지 않는다. 악마는 부정하는 존재다. 인간의 경험을 부정하고, 하나님을 부정하고, 세상의 법칙을 부정한다. 이런 부정이 인간의 창의력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이런 면에서 시인 릴케가 딱 한 번 심리 치료를 받고 한 말이 옳다.

"내 악마들을 빼앗긴다면, 나는 내 천사들이 나는 것도 두려워할 것이다."

천사와 악마의 긴장 관계는 창조적 관정에서 꼭 필요하다. 악마가 없다면 창조가 아니라 침체만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악마와 투쟁한다. 그 사실을 부정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사이비 종교의 방식과 유사하다. 사이비 종교 추종자들은 일어날 일에 대한 모든 두려움을 지우고, 교주의 신념에 묵상하는 일에 집중한다. 사이비 종교 진단의 신도는 그들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아우성에 귀와 눈을 닫는다. 사이비 종교 집단의 집단 자살과 범죄가 일어나는 이유는 자신의 눈과 귀를 닫고 내면의 악마와 투쟁하는 대신 교주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선과 악의 갈등을 부인하는 모든 활동은 이런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영감과 악마 사이에서 긴장한다. 그 때문에 그들은 창조한다. 베토벤이 작곡할 때, 세잔이 그림을 그릴 때 그들은 독창성을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자유와 도덕적 힘 그리고 창의성의 문제는 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신화 《오디세이》에서 호메로스는 외친다.

"맙소사, 이제 사람이 신들을 비난하는 구나. 사람들은 악이 우리 신들에게서 나온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간은 자기 죄 때문에, 운명 지어진 것보다 큰 고통을 받는다."

우리는 악의 얼굴, 악마의 얼굴을 똑바로 보기 거부할 수 있고 그럴 때 가장 큰 죄를 범한다.

 

 

악과 싸우며 느끼는 즐거움

                                          

모든 위대한 신화는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독자와 후손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창조적인 일을 경험한 사람은 이런 사실을 안다.

 

《모비 딕》에서 악마의 화신 에이햅 선장이 죽을 때 우리는 위대한 종교적 체험을 했을 때처럼 감정이 정화되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카타르시스는 단순히 악마에 대한 '승리'나 악을 씻어버렸다는 느낌이 아니다. 이런 것들은 감상적인 생각이 될 뿐이다. 사람이 악마와 싸우면서 감정이 정화되는 것이 카타르시스다. 사람이 마음과 정신 속에 있는 비전을 표현하기 위해 반항하는 말로 싸우는 것이며, 악마와의 맹렬한 분쟁이 정화되는 경험이다.

 

(* 카타르시스 :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소위 감동이라고 말해지는 카타르시스는 감정의 배설을 의미합니다.  감정의 배설은 책이나 연극 등을 보고 마음에 있던 불안이나 우울함이 해소되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 이후 어떤 교훈을 얻고 행동이나 사고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도 의미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말해주는 것을 직접 실천하게 될 정도의 큰 감동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악마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작가가 악마적인 존재와 싸우면서 배운 것이 있다는 말이다. 작가나 창의적인 사람들은 악을 만나지만, 그 악과의 싸움으로 우리를 즐겁고 아름답고 건강하게 하는 것을 만든다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은 결코 이 싸움을 끝낼 수 없다.

 

오이디푸스가 자기 눈을 뽑은 것도, 프로메테우스가 원시인에게 지식을 전해주며 고통받은 것도, 아테나가 《오레스테이아》에서 악마를 만난 것도, 소크라테스가 독미나리 즙을 마신 것도  그런 싸움이다.

 

여기 사탄이 있고 영혼의 필연적인 전쟁이 있다. 조지 버나드 쇼의 《성녀 조앤》에서 잔 다르크는 매달린 채 화형당하면서, 위대한 질문을 던진다.

 

"언제까지입니까? 오 주여, 언제까지입니까?"

 

이 외침은 사람들이 악마를 아는 한 영원히 들릴 것이다. 이 싸움에서 우리를 사람답게 하는 특성이 나온다. 이 깊은 곳에서 위대한 문학작품이 나온다. 이 전투는 우리가 인간인 이상 계속되며, 우리에게 가장 깊고 즐거운 경험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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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신화를 찾는 인간》에서 '신화'는 '이야기'를 의미합니다. 다른 단어로 표현하면 '고전문학'이나 '새롭게 만들어진 도움이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목에 응용을 하여 책의 주제를 요약하면 '왜 인간은 고전문학을 찾는가' 혹은 '왜 우리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찾아야 하는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이야기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려주거나 인생의 목표를 정하는데 도움을 주거나 한 사회의 구성원이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 일에 도움을 줍니다. 만약 가치있는 이야기를 알지 못하거나 미래 세대에 전달되지 않는다면 개인의 삶도 불행해지고 사회의 단결도 무너진다는 것이죠.

 

예로 오늘날의 사회 구성원들은 다음 세대에 '부모님을 잘 만나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야 행복하다'는 이야기와 '개천에서 용난다'는 이야기 중 하나를 삶의 중요한 가치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고 구전하느냐에 따라 불행해지는 사람이 달라지고 사회 구성원의 공통된 가치관이 변화하게 되겠죠.

 

독설을 통해서라도 미래에 대한 조언을 받고 싶고, 잠 못 이루게 하는 사랑에 대한 조언을 받고 싶은 마음도 모두 이야기를 찾고 싶은 마음에 해당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듣고 어떤 이야기를 자신과 맞다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지금과 미래가 변화되겠죠.

이야기의 역사와 이야기가 만들어낸 행복과 불행을 통해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은 나만의 인생에 이야기를 만들어가시길 바라겠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수많은 부모님들의 인생 이야기가 자녀들에게 신화 속 영웅 이야기처럼 가치 있어지길 바라며 들어가는 글을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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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오는 '신화'라는 단어는 '이야기'라는 단어로 바꿔서 읽어도 내용 이해에 무리는 없으며, 미리보기로 보여드리는 내용은 도서의 내용을 요약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_문예남 올림


 

 

신화(이야기)란 무엇인가?

                                         

신화는 의미 없는 세계에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신화는 우리 실존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야기 방식이다. 그 실존의 의미가 사르트르의 주장대로 단지 우리가 용기를 내어 우리 삶에 부여한 것이든지, 키르케고르의 주장처럼 우리가 발견해야 할 의미가 존재하는 것이든지 간에 결과는 동일하다. 즉 신화는 우리가 실존의 의미와 중요서을 발견하는방식이다. 그런 면에서 신화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집을 지탱시켜서 그 안에 사람이 살게 해주는 들보와 같다.

 

'신화 만들기'는 정신 건강에 꼭 필요하다. 동정심 많은 정신과 의사라면 그것을 막지 않을 것이다. 사실 현대 심리학은 신화가 무너지면서 탄생하고 확산되었다.

 

건강한 사회는 그 사회의 신화로 구성원의 신경증적 죄책감과 과도한 불안을 완화한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에서 신화가 활기를 띠고 강력해진 때, 그리스인은 불안해하거나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고 실존의 문제와 맞닥뜨렸다. 우리는 인간 생활의 가치인 진선미와 용기에 대해 논의하는 그 시대의 철학자들과 지금도 만날 수가 있다. 그 신화 때문에 플라톤,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는 우리에게 보물로 전해 내려오는 위대한 철학 작품과 문학작품을 자유롭게 창작했다.

 

하지만 2세기와 3세기에 그랬듯이 고전 그리스의 신화가 무너지자 루크레티우스(기원전 1세기에 활동한 고대 로마의 시인이자 철학자)는 "집집마다 진정할 수 없는 고통 때문에 끊임없이 괴로워하며, 다루기 어려운 불평을 마지못해서 늘어놓는 마음 아픈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의 우리도 '아픈 마음'과 '불평'이라는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우리의 신화는 이제 존재의 의미를 창조하지 못한다. 현대인은 인생의 방향이나 목적을 모르고, 불안과 지나친 죄책감을 통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도와달라며 심리 치료사나 심리 치료사 역할을 하는 이들에게 몰려온다. 심리학자 제롬 브루너가

 

"지배적 신화가 인간의 다양한 곤경과 일치하지 않으면 처음에는 신화 파괴에서, 그다음으로 내적 정체성을 찾는 고독한 탐색에서 좌절감이 나타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내적 정체성을 찾는 고독한 탐색"은 우리 사회에서 정신분석이나 형식과 효과가 다양한 심리 치료뿐만 아니라 건설적일 수도, 파괴적일 수도 있는 만병통치약과 사이비 종교의 발달을 가져오는 욕구다.

 

 

사이비 종교와 신화

                                

 

지난 몇십 년간 젊은이들의 자살에 대한 통계는 끔찍하다. 이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다양한 상담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지상 목표가 되고, 가정이나 정부가 본을 보이며 윤리를 가르치지 않고, 삶의 철학을 형성하라고 젊은이들을 고무하지 않으며, 사랑하는 법을 배울 멘토가 없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폭력과 섹스로 넘친다면, 젊은이들 사이에는 무서운 우울증과 자살이 계속될 것이다.

 

최근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식에서 학생 연설자가 동기생들이 "과거와 미래를 연관시키는 방법을 모르고, 현재에 대한 개념도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또 세속적이든 종교적이든 삶을 지탱시키는 신념이 없어서 "효과적인 행동에 대한 어떤 목표와 방향도 없다"고 말했다.

 

우리 세계와 사회에 신념과 도덕적 목표를 표현하는 신화가 없는 상태가 계속되는 한 우울증이 발생하고, 자살이 상존할 것이다. 다음 장에서는 우리의 이 윤리적 공백의 몇 가지 원인을 알아볼 것이다. 이 장에서는 우리 사회에 신화가 없다는 것은 그런 문제에 대해 소통할 언어조차 없다는 것이라는 점만 주장할 것이다.

 

오늘날 이성을 잃은 사람들이 새로운 사이비 종교에 몰린다. 또 과거의 사이비 종교를 부활시키며, 자신의 불안에 대한 담을 구한다. 죄책감이나 우울증에서 위안을 갈망하고, 삶의 공백을 메워줄 무엇을 동경한다. 이 모든 현상은 우리가 처한 방향 없는 상태를 고려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 사람들은 점성술사에게 삶의 길을 안내해달라고 간청한다. 또 원시적인 과어에서 유래했지만, 마법 시대를 연상시키는 미신에 매달린다.

 

20세기는 본래 함리주의로 장식되 세기, 계몽된 교육이 확산되고 종교가 마침내 모든 미신을 청산하고 그 자신도 계몽될 세기로 알려졌다. 사실 계몽주의가 제멋대로 뭎은 거의 모든 목표는 일부라도 실현되었다. 현대인은 소수를 위한 엄청난 부를 획득했고, 서구에 사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폭정에서 자유를 얻었으며, 끝없는 과학의 보급을 경험한다. 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났나?

 

사람들은 도덕적 이상을 상실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며,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자신의내적 생활을 지켜낼지도 모른 채 혼란스러워한다.

 

(...) 신화가 사라지면 삶에 개인적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적 온정과 개성, 친근한 의미와 가치도 사라진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의 주관적 의미를 확인하고, 중요한 단어가 그들의 세계(생각)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경험함으로써 상대방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신화가 없다면 우리는 말의 숨겨진 뜻을 파악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는 뇌가 손상된 사람과 마찬가지다. '신화는 허구다!'라는 대중적인 정의보다 현대 문화의 빈곤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는 없을 것이다.

 

신화 부정하기

                       

 

우리 문화는 신화를 허위로 여기는 데 익숙하다. 신화에 대한 우리의 욕구를 표현하면 사람들은 당황할 것이다. 지식수준이 높은 사람들조차 "단지 신화일 뿐"이라는 경멸적인 표현을 쓰지 않던가? 예를 들어 성경의 창조 설화는 단지 신화일 뿐이라는 것이다. 신화를 비난하기 위해 '단지'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것은 기원후 3세기 교부(고위 성직자)들이다. 이들은 당시 보통 사람들의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한 믿음에 맞서 싸우려고 이 표현을 사용했다. 교부들은 오직 기독교의 메시지가 진리며, 그리스와 로마의 이야기는 '단지' 신화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부들이 기독교와 함께 등장한 신화의 풍부함 - 동방박사, 크리스마스, 부활 신화 등 - 을 좀 더 확신했다면, 고대 그리스로마의 위대한 신화를 그렇게 공격할 필요는 없었다.

 

현대인이 신화를 허구로 오해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우리는 대부분 합리적으로 생각하도록 배워왔다. 우리는 모두 합리적으로 말할수록 진실한 것이라는 편견의 희생자다. 이렇게 좌뇌 활동만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사이비 과학이다. 그레고리 베이트슨(언어학자이자 인류학자)이 정확하게 일깨웠듯이 "예술, 종교, 꿈 .... 이 같은 현상을 무시하고 의도적일 뿐인 합리성은 반드시 삶을 병들게 하며, 파괴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전 세대의 신화에 만족하지 못할 때 우리의 첫 반응은 신화 파괴다. 즉 우리는 신화라는 개념 자체를 공격한다. 하지만 앞으로 살펴볼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신화를 부정하는 것은 자신과 사회의 현실을 직면하지 않는 것이다.

 

막스 뮐러는 "호메로스의 시대와 마찬가치로 오늘날에도 신화는 존재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우리 모두 그 신화의 그림자 속에 살며, 진리의 가장 밝은 빛을 피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신화의 교훈

                   

 

신화는 사람이 겪는 모순을 통합하고 의식과 무의식, 역사와 현재, 개인과 사회를 하나로 묶는다. 신화는 인간 경험의 본질과 인생의 의미를 말한다.

 

 

 

(예로) 오이디푸스 신화를 말할 수 있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처음 호메로스의 이야기에서 신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다가, 소포클레스가 자신의 실체를 찾으려는 영웅의 신화로 바꿨다. 오늘날 우리는 이렇게 자신의 실체를 추구하는 것을 정체성 탐색이라 부른다.

 

 

오이디푸스처럼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해!"라고 외치며 자기 운명에 저항하는 사람은 정체성을 찾기 위해 불안정한 투쟁을 하는 모든 사람을 대표한다. 이런 이유로 프로이트는 현대 심리학에서 오이디푸스 신화를 중심 개념으로 삼았다. 누구나 한 아버지와 한 어머니의 자식으로 태어나고, 반드시 어떤 식으로든 부모에게 반항해야 한다. 그것이 오이디푸스 같은 고전이 주는 교훈이다.

 

모든 사람은 안팎에서 자신의 의식에 들어오는 감각과 정서, 개념의 흐름 속에 어느 정도 질서와 일관성을 부여하기를 원한다. 사실대로 말하면, 우리가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고자 하면 반드시 그 질서와 일관성을 부여하기를 원해야 한다. 우리는 이전 세대에서 가족이나 관습, 교회, 국가가 하던 일, 즉 우리의 경험을 이해하게 해줄 신화를 지어내는 일을 의도적으로 그리고 혼자 힘으로 해내야 한다.

 


 

사람들은 신화로 일상적인 능력을 초월하고, 미래에 대한 강력한 환상을 보며, 그런 환상을 실현한다.

 

- 피터 버거, 《희생의 피라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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