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에 대한 어머니의 열망은 이 모든 삶의 혼돈과는 상관이 없다. 너무 부족한 공간과 너무 부족한 돈. 아름다운 뭔가를 만들어 낼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는 그 모든 것들. 아름다움을 창조해 낼 기회는 우리가 임대해 사는 성냥갑의 문 건너편에서 항상 기다리고 있다. - P127

안경 없이도 잘 보는 내 예쁜 조카는 오솔길 아래쪽 옷솔버섯으로 뒤덮인 쓰러진 나무 앞에서 잠시 멈추었다. 조카가 나무의 움푹 들어간 곳에 거의 숨겨져 있는 무당벌레 한 마리를 가리켰다. "콜로라도에서 하이킹을 하다가 무당벌레 한 떼를 본 적이 있어요. 그래서 한 곳에 모이는 그 무당벌레 무리를 부르는 명칭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구글을 검색해 봤죠." 조카가 말했다. "그런데 그 명칭이 ‘사랑스러움(loveliness)‘이더라고요." - P152

형제애로 유명한 그 도시 곳곳은 내가 어울리지 않는곳에 와 있다는 은유였다. - P164

땅에 떨어지기 전 끝부분이 말려 올라가고 색이 녹색에서 갈색으로 변하며 불꽃 같은 색으로 시들어 가는 나뭇잎들이 세상이 돌고 있음을, 세상은 거대한 유리 언덕을 매번 더 빠른 속도로 굴러내려가는 커다란 파란 공에 지나지 않음을 우리에게 상기시켰다. - P167

아버지가 나에게 해 준 말은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애정 어린 안심시키는 말, 부모님이 살아 계신 한 항상 나를 위한 자리가 있을 거라는 사실, 내가 그곳에 속한다는 걸 항상 믿지는 못하더라도 언제나 내가 속할 자리가 있을 거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말이었다. - P170

뭔가를 아는 것의 문제는 그걸 모를 수가 없다는 점이다. 홍관조 둥지 안에 알 두 개가 있음을 안다는 건 홍관조 새끼들의 대략적인 이소 날짜뿐만 아니라, 어제 오후 내가 어미새를 확인한 때와 오늘 아침 둥지가 비어 있는 걸 발견한 때 사이에 쥐잡이뱀이 홍관조 알을 정확히 몇 개 먹어 버렸는지 알게 되는 걸 의미한다. 당신이 알지 못하는 상실도 상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의 희생을 요구하지 않고 그래서 아무런 고통도 유발하지 않는다. - P174

어떤 일이 부자연스럽지 않고 자연의 질서에 어긋나는 것도 아닐 때 자연에 개입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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