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사람들을 설명하는 글 중에서 가장 포괄적이며 상위에 있는 분류체계가 나르시시즘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단어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주로 사용되었는데 위기에서 극복하게 하는 등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스펙트럼의 극단으로 치우친 사람들도 세상에는 다수 존재하는게 문제다. 우선은 내가 그런 사람이 되지 않아야하며, 인간관계에서 만나는 사람이 있다면 피할 수 있어야 한다.

나르시스트와 반대처럼 보이는 에코이스트가 이 책에도 등장한다. 사실 나는 이 사람들이 더 궁금했다. 읽다보니 나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걸 알게됐다. 온라인에 떠도는 에코이스트 체크리스트만 봐도 견적이 나온다.

나는 주목받는 걸 싫어해서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한 결혼식을 올리는 것도 불편했다.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의 데렉과 메러디스같은 심플한 서약으로 끝내고 싶었지만, 결혼식 하나에도 양가의 욕구가 녹아났기 때문에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될대로 된 내 결혼식에 만족하지 않는다. 싸우고싶지 않아서 입다물고 있었다.

돌잔치도 코로나를 핑계로 안했지만 솔직히 하고 싶지 않았다. 영아사망률이 높은 시기도 아니고 가족끼리 사진찍고 밥먹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컸다. 의상과 메이크업으로 돋보이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우리애는 우리 눈에 가장 예쁘다는 걸 알았으며, 축의금의 부담도 지우고 싶지 않았다. 왁자지껄한 파티가 없어도 아이를 사랑 안에 키울 수 있으면 그만이지 않은가.

에코이스트들이 많이 있는 직업을 희망했고, 그런 전공을 선택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각자가 편안함을 느끼는 곳에 속하기를 욕망한다. 평범한 존재가 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는 표현에 공감했다. 그 시절의 나는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안전을 선택했다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내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를 돌아보게 됐다. 어느 측면에서 나는 ‘부모화된 자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양육방식과 환경이 기질을 강화하거나 통제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녀에게는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방식을 권하지 않고,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주며 결정을 지지하는 부모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닿았다.

기억을 조각조각 펼쳐보게 되는 심리책들을 만나면 반갑다. 밑줄 치고싶은 부분이 참 많았고, 지난 기억을 헤집게하는 내용들이 있어서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그래서 더디게 읽었지만 재독하면서 다시 나를 살펴보고싶다. 또한 나를 이용하려는 상대의 패를 읽으면서 적절하게 대처하고싶다.

반대로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는 비율이 더 높다. 이들은 연인을 칭찬할 가능성도 낮다. 이들의 세계관이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이들의 시각이 더 정확할 때가 훨씬 많다. 그러나 이들은 바로 그 현실주의를 위해 행복을 희생시킨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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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을 주제로 하는 책이다. 대변은 다량의 박테리아를 포함하고 있어 생산자의 외면을 받지만, 수많은 벌레와 곤충이 이 재료를 기반으로 살아간다는 점을 보면 흥미롭게 느껴진다. 특히 똥을 분해하는데 똥딱정벌레들이 얼마나 열일을 하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다만 이름도 길고 매우 다양한 벌레들을 조우하는게 힘들었다. 다큐멘터리라면 <동물의 세계>를 보듯 조금 더 수월했을거란 생각이 든다.

살충제 문제는 생태계에 치명적이라는 부분을 다시 보게 된다. 공장식 밀집사육에서는 최선의 방법이지만 이로운 곤충까지 ‘아직 죽지 않은 상태‘를 만들어내는 데 마음이 쓰인다. 자연의 순환 시스템에 경이를 보낸 학자들의 시선을 공유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치명적인 상태라는 것은 ‘살아있는‘ 상태라는 뜻이 아니라 ‘아직 죽지 않은‘ 상태라는 뜻이다.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는 벌과 다른 곤충들에게 치명적인 효과를 내기 때문에 영국과 유럽의 보호단체들은 이 살충제를 향해 격렬하게 화를 내왔다. 문제의 생물이 당장에 난데없이 쓰러져 죽지 않는다고 해서 그 생물이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사실상 곤충들은 재앙을 겪고 있지만, 우리는 녀석들이 죽는 모습을 보지 않기에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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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짤로 유명한 하정우의 글이다. 이 남자 걷기에 진심이라는게 느껴졌다. 자기만의 방법을 발견하고, 행위에 이름을 붙이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걸 보면서 연출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터널>을 찍으면서 여윈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제주도에서 걷기만 했다니 놀라웠다.

그런데 자꾸 마음과 머리에 버퍼링이 걸렸다. 걷기 위해 하와이를 가는건 연예인 플렉스로 비췄기 때문이다. 또한 프로포폴 투약과 명의도용, 부동산 투기 등의 사생활이 떠올라 불편함을 느꼈다. 하정우씨 왜그랬어요...... 걷기로 느끼는 상쾌함으로는 부족했나요......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으로 복귀했지만 갈리는 시선들이 눈에 띈다. 드라마는 좋았지만 마음은 여전하다.

지금 고통받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내가 곧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혹시 내가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오지 않을 버스를 기다리는 건 아닌지 수시로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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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인데 ‘남의 불행을 보았을 때 기쁨을 느끼는 심리‘를 말한다. 제목을 찰지게 번역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단어만을 놓고 보면 인간이 좀 못되보이긴 하지만 유일한 감정은 아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101페이지에 언급된 내용이 가장 머리에 남는다. 타고난 성향이 두 가지 방향으로 갈리며 어느 한 쪽이 인간의 본성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환경에 따라 어느 한 쪽이 부각되는 시기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심리가 궁금한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다만 이 감정을 처리하거나 이용하는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지 않으니 막판에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음을 주의하자. 그래서 심리학책 싫어하늣 분들도 계신다고.

좀 더 일반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우리 인간의 타고난 성향은 적어도 두 가지 방향으로 갈린다. 편협한 이기심과 쌤통 심리, 그리고 이타심과 연민. 둘 중 어느 쪽도 인간의 본성을 완벽하게 포착하지는 못한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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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초기에 스페인의 한 요양병원에서 의료진과 직원들이 돈을 나눠갖고 환자를 방치한 채 도망갔다. 어찌하여 이런일이 발생했을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스페인 독감을 보니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과거에 젊고 건강한 군인들도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갔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공포의 정도가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더 심했을 수 있을거라고 추측했다.

치료 방법이 없어서 머리 맡에 물과 빵을 놓아두고 떠나야 했던 사람들, 돌아오지 않는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상처부위에 들끓는 벌레들과 누워 지내는 환자,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지나가는 사람을 보며 여기에 사람이 있다고 두드리는 게 전부였던 이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남았다. 반면에 적극적으로 이들을 돕겠다고 나선 다미앵 신부같은 사람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전염병은 지금도 두려움의 대상이다. 우리가 에이즈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과거 사람들의 공포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사망률이 높은 전염병의 경우에는 전쟁으로 인한 전사자보다 훨씬 더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인간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건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깔고 있었을 것 같다.

흥미로운 점은 매독과 결핵 환자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였다. 매독은 신체와 얼굴의 변형을 일으켜 타인에게 혐오감을 일으켰다. 반면 결핵은 모델처럼 마르고 창백하게 만들어주었는데 사람들은 이 모습을 좋아했다. 죽음에 이르는 병 앞에서도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선호하는걸 보면서 한편으로 진저리가 쳐진다. 죽음만이 환자들을 공평하게 대우했다.

코로나 펜데믹의 경험은 전염병의 역사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사람들은 두려움 앞에서 비이성적인 행동을
해왔다. 언젠가는 또 다른 전염병이 우리 곁에 올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과거의 상황과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




부유함과 아름다움을 연관 지으면 결핵이 세균에 의해 발병한다는 사실을 잊기 쉽다. 세균은 뇌가 없다. 선택하지 않는다. 누구든지 마주치기만 하면 먹잇감으로 삼는다. 아름답든 추하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현명하든 임기응변에 능하든.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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