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교 학생들 15명이 어른이 하나도 없는 배에 타서 표류하다 외딴 섬에서 20개월을 살아낸 이야기다. 출항 준비중이었던 배라 생존에 필요한 물품들이 많은 편이었지만 항해와 생존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감각을 총동원 할 수 밖에 없었다. 나쁜 외부인이 섬에 들어왔고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들은 그제서야 단합한다. 믿을만한 사람인 에번스와 케이트의 도움으로 섬생활을 청산하게 된다.

어른이 없는 세계에서 아이들만의 힘으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배에 물자가 어느정도 있었고 구조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생각에 대비를 하는 모습이 어른스러웠다. 구드룬 파운제방의 <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에게서는 어떤 희망도 찾을 수 없어 가슴이 먹먹했는데, 이 책에서는 지속적인 생활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안도했다. 아이들에게 이정도의 안전장치가 있는 책을 권하고싶다.

15소년 표류기 중에 도서관에 있는 가장 두꺼운걸 골랐는데 완역본이 아니었다. 다음에 비룡소나 열림원 판으로 다시 읽고 싶다.

몰라. 나도 모르겠어, 어떤 불행이 닥쳐올지...... 어른들이 있어야 할 때 이렇게 아이들밖에 없으니......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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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치산이었던 아버지의 장례 이후 딸이 본 적 없는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해가는 내용이다. 초반에 주인공의 삐딱함이 눈에 띄었는데 나와 닮은 점도 있고, 내 속의 답답함을 정확하게 표현해준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평생 마셔본 술이 소주뿐인게 아까워 시바스리갈을 선물하고, 선택할 수 있다면 이부진과 김태희의 삶을 선택하겠다는 작가의 말에 불꽃이 튀었다. 작가는 글을 매력적으로 쓰는 사람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투리에서 가독성이 떨어져 읽기 힘들었고, 끝까지 재미있지 않았다. 그리고 읽던중 모종의 불편함이 감지되어 마음이 어지러웠다. 주홍글씨가 새겨진 아버지 때문에 당사자와 주변인들이 고통을 받았다는 점은 알겠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무능했고 딱히 노력하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엔 화가났다. 그래서인지 부차적인 어려움들까지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이념문제까지 깔려있으니 솔직한 마음을 꺼내놓기 쉽지 않았다. 솔직히 기대보단 아쉬웠던 책이다.

선택할 수 있다면 누군들 빨갱이의 딸을 선택하겠는가. 선택할 수만 있었다면 나는 당연히 이부진이나 김태희의 삶을 선택했을 것이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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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탁월함을 사랑한다. 그래서 철학, 심리학 등 상위 개념으로 좀 더 거시적인 관점을 키워주는 책들을 만나면 반가워서 어쩔줄을 모르겠다. 이 책이 그런 책이었다. 뇌과학과 심리학 그리고 문학이 녹아있다. 이야기에서 인물의 비중을 높이 사는 부분은 마음에 쏙 들어왔다.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좋지만, 문학을 이해하는데 좋은 기반이 되어줄 책이라고 생각한다. 구매각!!!!!! 윌스토의 다른 책들도 번역되면 좋겠다. 그리고 인용된 학자들의 다른 책들도 만나보고 싶다.

좋은 이야기에는 발화점이 있다. 독자는 이야기를 읽다가 발화점이 오면 퍼뜩 정신을 차리고 집중한다. 감정이 증폭되고 호기심과 긴장감이 살아난다. 발화점은 결국 주인공이 자신의 확고한 신념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는 사건들 중 첫 번째 사건이다. 이 사건은 주인공의 결함 있는 통제 이론의 중심부에 진동을 일으키고, 이 진동이 결함의 핵심을 건드리므로 주인공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행동한다. 과잉 반응을 보이거나 이상해 보이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인물과 플롯 사이에 격렬한 불꽃이 튄다는 무의식적 신호다.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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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물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그의 생애 전체를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어떤 신념을 지녔는지, 그래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를 찾아보는 게 중요하다. 위인전은 대개 업적 위주의 서사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생략된 이야기를 찾아보는 게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세종대왕도 마찬가지이다. 5만원권이 등장하기 이전에 만원짜리는 가장 고액의 지폐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종을 사랑하는 이유는 한글 창제와 고른 인재등용 등으로 많은 성과를 낸데 있다. 게다가 조선왕조실록에서도 당대 사람들에게 성군이라는 칭송을 받은 기록이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 노비제를 공고히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조선 중기에 양반집에 20~100여명의 노비가 있었는데 인구의 40퍼센트 정도로 추산한다. 이들이 사실상 국가 경제를 부양했다는게 팩트이다. 세종은 제도적으로 노비의 숫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 원칙적으로 해방될 수 없고, 아버지가 양반이어도 어머니가 천민이면 자식도 천민이 되었으며, 기녀의 신분 또한 자식에게 세습되었다. 법적인 권리 또한 박탈당했던 그들은 살기 위해 도망쳤다. 신분제 사회 조선의 끔찍한 이면이다.

한글의 창제에 관해서도 다른 사람의 주장을 인용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그 내용에 따르면 중국어의 중심이 바뀌면서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고안된 발음기호라고 한다. 이 부분은 주장이 담긴 책을 다시 읽어보면서 정리해보려고 한다. 조선에 대한 이미지가 어디까지 환상일지 궁금해진다.

나는 조선 노비제의 확립에 있어서 1422년의 노비고소금지법 제정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노예의 진정한 요건은 법 능력의 상실에 있다. 이를 가리켜 올란도 패터슨은 ‘사회적 죽음‘이라 하였다. 노예는 살아 있지만 실은 죽은 자와 마찬가지이다. 타인의 불법 행위에 대해 맞설 권리가 없고 자신을 보호해줄 공동체를 상실한 상태가 어느 인간이 노예인 바의 본질이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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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을 위인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생각을 뒤엎는 책이었다.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한 것 처럼 보이는 이들의 인생은 어느 한 시점에 포커스를 맞추게 되면 단편적인 이야기가 되버린다. 한 인물의 인생 전반에 개입하셔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수준에 올려놓으신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 모든 내용이 하나님의 열심이라는 제목에 함축되어 있다. 성경을 읽을 때 신자의 인생에 포커스를 맞춰서 꼼꼼히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영선 목사님의 다른 책이 기대된다.

목표 지점까지 단숨에 갈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시간을 주시고 과정을 주십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겪는 동안 어느덧 그 자리에 걸맞은 사람이 되도록 훈련하십니다. 이 일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이것이 신자의 인생입니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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