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아파트에 사는 수상한 사람들의 정체가 2권에서 밝혀진다. 사람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더한짓도 할 수 있다는 걸 인물들의 선택을 통해 보여준다. 고인이 되신 아버지와 곰탕 한그릇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는데 영화같기도 하고 웹툰같기도 한 느낌이 새로웠다. 무엇이든 소비할 수 있고, 누구도 될 수 있는 세상의 실체를 본 것 같다.

세월이 흐르면서 과도하게 발달하는 기술은 쇼핑과 성형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어디서든 무엇이든 소비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누구라도 될 수 있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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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읽은 사람이 많은 책이라 기대됐다. 단편집인데 몰랑몰랑한 느낌이라 한겨울에도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첫 단편인 <빨간 열매>부터 마음을 사로잡았다. 유골을 화분으로 만드는걸 화분장이라고 하는데 보통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에게 사용한다고 한다. 화분이 되어서도 잔소리를 하고 요구하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색채감이 인상적이었고, 이런식의 판타지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둥둥>의 은탁은 부평초같은 느낌이 들었다. 형규에 대한 팬심이 지나칠수도 있지만 자기 기반마저 흔들어놓는게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형규를 만나서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지만, 머핀이 든 캐리어를 어떻게 처리할 방법을 결정하는걸 보면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타심과 덕질을 연결한 소설이 새로웠다.

<브로콜리 펀치>의 주인공은 권투선수인데 스트레스를 받아 손이 브로콜리로 변하고 만다. 이를 해석하는 노인들의 시선이 인상적인데 우리도 그랬다, 그러니 산에가서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처방이 인상적이었다. 백도는 원래 그렇다는 말이 진한 감동으로 남았다.

이런 판타지도 있구나 하는 신선함을 안겨준 책이다. 이유리 작가의 다른 책들도 기대해본다.

이제 아버지는 죽고 없지만 싱크대 위에 동그마니 올라앉은 유골함을 볼 때마다 나는 꼭 그때와 같은 기분이 되었는데 그건 살아 있는 아버지와는 달리 그냥 무시해버리면 그만이라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아서 나는 유골함을 베란다에 갖다놓으며 언제 양재동 갈 일이 있으면 화훼단지에 들르지 뭐, 하고는 잊어버렸다. 그런데 다음 날 이상하게도 나는 원래 그러려고 했던 것처럼 아침에 일어나 밥음 먹고는 대강 화장까지 한 채 양재동에 가는 버스를 타고 있었고 버스 안에서 잠깐 졸다 깨고 나서야 아, 걸려들었다, 하고 깨달았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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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이 과잉행동을 한다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건강에 대한 염려로 수십종의 영양제를 먹었던 나, 자녀 양육에 관한 불안으로 온갖 육아서와 전집 투어를 하기 바빴던 나, 지나간 카페 활동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지만 지나쳤던걸 인정한다.

행복은 이렇게 애쓰는게 아니라 좋은 경험, 즉 오티움에 있다고 한다. 내 영혼이 기뻐하는 활동을 하라는데 취미생활은 이미 충분히 하고 있는 것 같다. 육아를 하는 매일은 지치지만 사진첩의 아이 사진을 보면서 힘을 얻기도 한다. 주말에 남편과 낯선 장소에 가거나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아한다. 새해에는 나를 기쁘게 하는 순간에 좀 더 집중하고싶다.

좋은 문장이 너무 많아서 가려내기가 힘들었던 책이다. 19년도에 나온 초판버전으로 읽었는데 개정판으로 사야겠다. 정신과, 심리학 전문가들의 글이라 신뢰가 간다. 선생님들 최고최고 쌍따봉!!!

열등감이나 수치심이 강한 사람은 일의 목적이 성취나 성공 혹은 성장이 아니라, 실패와 망신을 피하는 게 목적이 된다. 죄책감이 강한 사람은 일의 목적이 다른 사람의 성공을 방해하지 않는 게 목적이 된다. 피해의식이 강한 사람은 피해를 보지 않는게 목적이 되고, 불안이 큰 사람은 다치지 않는 게 목적이 된다.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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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진짜 매력은 114페이지부터 시작된다. 전반부의 노라는 경제 개념이 없는 철없는 아내처럼 보였다. 하지만 후반부에 나오는 진짜 생각이 드러나게 된다. 특히 노라가 저지른 잘못이 드러났을 때 남편의 태도는 그녀를 실망하게 했다.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그는 두배로 심리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고자 했다. 헬메르는 못난 남자였고, 그 시대의 대변인이었으며, 도덕적.종교적.사회적 억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노라는 그 생각을 전복시킨다. 그녀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랐다. 남편이 기꺼이 자기 편에 서주기를 바랐다. 기대가 무너졌을 때 노라의 태도는 돌변했다. 현실에서는 이 과정이 훨씬 더 길어질거란 생각이 들지만 희곡이니까 줄였겠을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를 평가하는 것 보다 더 강하게 나를 구속하는 원리들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fx의 ‘피노키오‘가 떠오른다.
노라의 또 다른 삶을 응원한다.

자기 아내를 용서했다는 걸 마음속에 품고 있는 건 남자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달콤하고 만족스러운 일이지. 자기 아내를 전심으로, 거짓없이 용서했다는 것 말이야. 그럼으로써 여자는 두 배로 그의 소유물이 되니까. 그는 아내를 이 세상에 다시 낳아 준거야. 아내는 어떻게 보면 그의 아내이면서 그의 아이이기도 하지. 힘없고 무력한 존재인 당신은 앞으로 나에게 그런 존재가 될 거야.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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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스와 코제트의 핑크빛 기류와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사회적 분위기가 대조된다. 또한 둘의 관계를 눈치챈 장발장의 마음에서도 동요가 일어나는데 증오라는 강렬한 감정을 드러내고있다. 테나르디에의 가족들은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감초역할을 톡톡히 하는데 에포닌의 선택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모든 상황이 무언가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상태인데 5부에서 어떻게 해소할지 궁금하다.

pigritia(게으름)은 무시무시한 말이다.
이 말에서 pegre, 즉 ‘도둑질‘이라는 사회와 pegrenne, 즉 ‘굶주림‘이라는 지옥이 태어난다.
이렇게 게으름은 어머니다.
이 어머니에게 도둑질이라는 아들과 굶주림이라는 딸이 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Argot(곁말)에.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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