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고 내 장례식의 음악을 선곡해본다. 아무래도 장례식이다보니 이별노래가 먼저 떠올랐다. 랄라스윗의 ‘good bye‘, 박정현의 ‘위태로운 이야기‘, 이용신의 ‘Love Chronicle‘.

그런데 이 책의 주제는 장례식이 아니다. 작가가 서른살에 경험한 우울과 극복해나가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서른앓이‘를 겪었다는데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도 20대까지는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싶은 기대가 있는 나이인 것 같다. 하지만 30은 성인으로 사회생활을 해보고 현실자각타임이 오는 때가 아닌가 싶었다. god의 ‘길‘, 자우림의 노래들 몇가지가 떠오른다.

작가는 여행과 취미활동을 하며 자신의 역량을 늘려갔다. 하지만 이것 또한 일종의 ‘도피‘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답은 내 안에서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명상을 접했고,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며 자신의 기준점을 다시 점검해나간다. 특히 클라이밍과 관련된 일화들이 신선했고 이해하기 쉬웠다.

오늘이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은 사람을 우울하게 한다.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에 집착하느라 ‘오늘‘의 행복을 만끽하지 못한다는 표현이 마음에 와닿았다. 지난날의 즐거움은 한 조각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평범한 오늘을 잘 살아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나는 조급하고, 지루함을 견디히 힘겨워하며, 여전히 특별한 일상을 갈망한다는 사실을 인정할수밖에 없었다.

클라이밍은 힘보다 ‘균형‘에 초점을 맞춰야하며, ‘루트파인딩‘을 잘하는게 중요하다고 한다. 삶이 흔들리는 순간에 감정에 매몰되지 않으려면 몸과 머리를 써야 한다. 어렵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끝내 올라가야 할 나의 정상은 어디인지, 내가 중심을 잡으며 보여야 할 모습은 어떠한지 생각해보게 된다.

책장을 덮은 뒤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보고싶어졌다. 성장에 관한 노래들이 듣고 싶은 오늘이다.


암벽을 한참 오르다 보면 세상에는 그 무엇보다도 작아진 나와 생존 욕구만이 남는다. 그간 나를 짓누르던 고민들은 한없이 사사로워져 가벼운 바람결에도 날아가 버린다. 손에 힘이 풀리거나 발이 미끄러져 추락을 하면 거기서부터 다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한 발 한 발 오른다. 추락을 했다고 해서 자기 연민에 빠질 틈이 없다. 자꾸만 나를 바닥으로 이끄는 중력을 거스르며, 잊을만하면 나를 잠식하던 우울을 닮아있는 그것을 이겨내며, 묵묵히 오른다. 그러다 보면 꼭 산이 아닌 삶을 오르는 듯했다. 그렇게 기어이 맞딱뜨린 정상에서 나는 인간 화환이 되어도 좋았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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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깐라딘 2023-06-22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s://youtu.be/-u1xmMLVcVg

Lukas Graham :: Funer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