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으로 인한 고대의 멸망을 보며 모든 것이 헛되다는 솔로몬의 말이 떠올랐다. 훌륭한 장수가 이끄는 강성한 군대도, 세계 패권을 뒤흔들었던 나라도 전염병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승승장구하던 프랑스의 실패를 보며 전염병을 해결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아챈 미국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바보야, 문제는 전염병에 있어!

어떤 전염병이던 초기에는 걸리지 않는게 가장 좋은 예방책이고, 시간이 갈수록 약화된다는 것을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개인 위생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몸에 일어나는 증상을 살피고, 의심될 때는 바로 병원을 찾는 것.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전염병에 대한 최선의 대비책인 것 같다.

또한 우리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감이 마녀사냥의 불씨가 된다는 것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앞으로도 많은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는데 집단의 광기만큼은 경계하고 싶다.

그런데 의학의 역사에서는 고대의 멸망이라는 역사적 대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기도 한다. 계속해서 영토를 넓혀가면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로마제국에 말라리아가 유행하면서 국력이 약해진 것이 결과적으로 제국을 멸망에 이르게 한 이유라는 것이다. - P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표지를 보고 50페이지를 채 못 읽었을 때 왕증기의 <맛 좋은 삶>이 떠올랐다. 소개하는 지역이 다르고, 음식이 다르니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겨나갔다. 전작 <어제보다 나은 사람>을 읽으며 받았던 위로덕분인지 작가님의 새책이 기대되었다.

읽는 동안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등장하는 음식마다 ‘이건 먹어야해‘하면서 지도에 추가하기 바빴기 때문이다. 수많은 음식을 봤는데 책장을 덮고난 뒤 머릿속에 남는 것은 두부와 만두였다. 작가님이 가장 사랑한 두 음식이라는 사실에 웃음이 났다. 대전의 두부와 부산의 만두는 정복하고 말리라.

나는 이런 취향을 가졌다는 입장이 보기 좋았다. 가끔 취미카페에서 논란이 되는 글들을 보게되는데 대개 자신이 선호하지 않는 것을 비하하는데서 갈등이 시작된다. 여러가지 맛을 접해보고 각자가 좋아하는 걸 선택하면 그만이다.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은 냉면논란에서도 사절이다.

후반부의 글은 여행 매거진 트래비(https://www.travie.com)에 실린 부분이 많았다. 최갑수 작가님을 검색해보니 여러 기사가 보였다. 같은 글이지만 사진과 식당정보가 자세하게 언급되어있어 참고하기 좋았다. 새로운 사이트를 알게 되어 반가웠다.

노포, 코스타노바, 사케잔 등에 대한 사색의 글도 소소한 울림이 있었다. 관찰자의 시선에서 거리를 두고 바라본 모습이 따뜻하고 포근해 보였다. 그래서 찬바람이 부는 계절에 더 잘 어울릴것만 같은 글이었다.

존재감이 분명한 맥주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기린 이치방이 제일 맛있다고 고집부리는 건 아니다. 그런 사소한 문제로 다투기 싫다. 평양냉면은 평양냉면이고 함흥냉면은 함흥냉면인 거다. 나는 기린 이치방이라는 취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 P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외여행 에세이라 하면 그 나라와 도시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런 부류의 책은 아니었다. 등장하는 음식들에 살짝 마음이 요동하긴 했으나, 세계사쪽에 분류되어야 할 법한 내용들이 많이 등장해 당혹스럽긴 했다.

그래도 나는 이 책이 흥미로웠다. 작가가 문화재를 보면서 그 안에 감추인 욕망을 끄집어내는 부분에 주목하게 됐다. 규모나 제조 기법에 감탄만 할게 아니라 의도를 읽어내는게 중요하다는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로마를 은퇴한 사업가에 비유한 부분이 명쾌함이 느껴졌다. 경제 순위는 밀려나도 마음에 마음에 품고 있는 자부심만은 남다른데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강성했던 국가의 이미지를 간직하고 싶은건 모든 사람의 바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늘 옳지는 않다는걸 가까운 이웃나라만 봐도 알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량놀이를 할 수 있던 배경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음을 보게 된다. 더 나은 사회에서는 함께 짐을 나눠져야 할텐데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다 읽고 난 뒤 정치적인 고민이 머릿속에 남는건 왜일까.

이번 책은 후기를 보니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것 같다. 나는 그래도 좋았다고 평가하고 싶다. 사실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건 각각의 도시들이 아니라, 도시에 얽힌 역사를 바라보는 어떤 시선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건축물과 박물관, 미술관, 길과 공원, 도시의 모든 것은 ‘텍스트‘일 뿐이다. 모든 텍스트가 그러하듯 도시의 텍스트도 해석을 요구하는데, 그 요구에 응답하려면 ‘콘텍스트‘를 파악해야 한다. 콘텍스트는 ‘텍스트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말한다. 도시의 건축물과 공간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생각과 감정과 욕망, 그들이 처해 있었던 환경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누가, 언제, 왜, 어떤 제약 조건 아래서, 어떤 방법으로 만들었는지 살피지 않는 사람에게, 도시는 그저 자신을 보여줄 뿐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지는 않는다. - P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9년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여행에세이를 2019년에 새로운 제목으로 개정판을 낸 것이다. EBS 세계테마기행 제작진이 가고싶은 여행지를 물었을 때 시칠리아라고 했고, 여행 이후에 한예종 교수직을 사임하고 다시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초반에 여행을 떠나서 겪은 어려움에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국식 인프라를 사랑하는 나는 외국까지 나가서 이런 고생을 하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개발된 관광지에서 관광객들이 기꺼이 누리고 싶어하는 것들만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뒤쪽에 등장하는 시칠리아의 시라쿠사와 노토는 방문해보고 싶어졌다. 작가의 눈에 담긴 공간의 인상이 좋았기 때문이다.

김영하 작가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다. 다만 그만의 언어 감각이 좋아서 흘낏거리고 싶은 작가다. 179페이지의 마지막에 청각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문장으로 마무리하는 걸 보며 작가는 작가구나 감탄하게 된다. 담백한 시선 전환이라는게 이런식으로 가능하다는 걸 보게됐다. 전반부보다 후반부가 더 와닿았던 책이었다. 또 차근차근 만나보고 싶다.

연기력이 뛰어난 조연들이 많아도 감독이나 제작자는 언제나 스타를 주연으로 쓰게 된다. 인간은 뛰어나게 독특한 것으로 시선을 돌리도록 진화해왔다. 그리고 영화든 책이든, 사람들의 주의를 단숨에 끌지 못하면 실패하고 만다. 결국 시칠리아 도시들 간의 치열한 관광객 유치 경쟁은 압도적인 한 장의 이미지를 가진 아그리젠토의 승리로 귀결된다.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을 터뜨려주는 홈런타자가 있다면 야구가 훨씬 잘 풀리듯이. - P26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민식 PD의 여행 에세이다. SNS에 인증하기 위해 올리는 여행기들과는 사뭇 달랐다. 저자는 진심으로 여행을 좋아하고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는 노하우를 소소하게 공개해줘서 따라해보고도 싶은 팁도 있었다. 20년 된 자전거로 하는 자전거 여행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잠은 집에서 자고, 여러번 나눠서 다음 구간을 간다는 발상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까무잡잡한 피부탓에 현지인에게도 현지인으로 오해받아 입장료를 내지 않은 에피소드에 빵빵 터졌다. 다만 MBC 노조와 관련된 직업상의 불이익을 겪었던 점들이 자주 언급되 주제에 대한 밀도가 떨어지는듯한 느낌은 있었다. 여행 관련 팁은 마음에 새기고 다른책 만나러 춍춍.

사람들이 관광객과 여행자의 차이가 무엇인지 물으면, 저는 관광객에겐 최고가 중요하고 여행자에겐 최선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중략) 여행의 즐거움이라는 측면에서 제게 중요한 건 지속 가능성이에요. 돈을 많이 들이면 여행을 오래 하기 힘들어요. 가능한 한 적은 경비를 들여 오래 여행하는 걸 선호합니다. - P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