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신화. 『조드(세트 2권)』

조드 세트 - 전2권 - 가난한 성자들 ㅣ 조드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2월

  읽으면서 느낀점은 상당히 디테일하다는 것이다. 인간사적인 면에서 상당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묘사를 잘했다. 색다른 기분이다. 테무진의 발자취를 하나씩 따라가고, 몽골에서의 역사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여러가지 신화를 떠올리게 된다. 중국의 삼국지나, 그리스로마 신화 등 영웅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테무진이 그런 역할이다. 또한 이런 테무진 주위에 영웅들, 자무카, 보오르추, 젤메, 모칼리, 수베테이 등 빛나는 조연들이 함께하기에 이야기는 더욱 흥미지다.

  작가는 이 책의 저술을 위해 몽골에서 직접 생활하고, 유목민과 대화를 통해 많은 교감을 느꼇다고 한다. 문장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난다. 이 책만으로도 유목민들의 생활을 알 수 있었고, 그들의 관습, 법도를 어느 정도까지 유추할 수 있다. 마치 여행서적을 보는듯한 기분마저 든다. 

  이뿐만이 아니다. 테무진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중심주제를 놓치지 않고 있다. 역사적사실에 입각한 전투 묘사. 테무진의 환경. 칸이 되어가는 과정. 테무진의 어렸을 때 이야기. 등등 이야기 흐름은 한명의 영웅적, 역사적 사실이 있어서 역사책을 보는듯한 기분도 든다.

  하지만 살짝 아쉬운 부분은 전투묘사에 있어서이다. 너무나 사실적인 묘사때문인지, 전투에 있어서는 그렇게 실감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강을 말을 타고 건너 기습하는 장면등을 하여 손에 땀을 쥘만한 전투장면에서 삼국지에서와 같은 전투씬의 감동과 몰입도를 느끼지 못한 이유에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징키스칸의 역사적인 부분과, 몽골에 대한 여행서적 수준의 책이라고 느꼈다. 한권의 책에서 이 2가지를 모두 잡는다는 부분은 힘들다. 하지만 잡았다. 몽골에 관한, 그들의 영웅에 관해 알아보고 싶다면 읽기를 추천해본다.

눈보다 희게, 피보다 붉게, 흑단보다 검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ㅣ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오랜만에 책을 진득하게 읽었다. 4월달의 리뷰가 늦어진 탓은 여러가지 책들을...한권을 끊임없이 못한 책임도 있지만 너무 오래걸렸다. 표지와 제목부터가 남다른 끌림이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요즘 한참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오랫동안 얼굴을 비추는 넬레 노이하우스의 책이다. 요즘 추리소설에 빠져있던 터에 과감하게 다른것들을 물리치고 이 책을 선점하여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단하다. 일단은 방대한 분량의 내용이 나의 심리를 자꾸 뒤 흔들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추리극이나 추리소설을 접할때면 이야기의 중간 중간 범인을 상상하고 지목하게 되면서 책을 읽는다. 나또한 일반적인 사람의 부류이다. 하지만 이 책은 범인을 짐작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계속 한명씩 추가되는 등장인물 때문이기도 하고, 사건이 터지고, 발견되는 점은 작가의 상상력을 가늠하기에 충분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전혀 지루하지 않다. 그것이 결과론적인 이야기이다. 책 읽는 내내 뻔한 결말의 소설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건과 새로운 등장인물로 인해 계속 몰입해서 보게되는 책 같다.

  제목을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백설공주는 스테파니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결국엔 나디야가 백설공주를 하게 되지만. 그렇다면 제목의 백설공주는 누구를 가리키는 단어일까? 무덤에 제대로 묻히지 못하고 사라진 백설공주 스테파니?. 사건을 저지르고, 어쩌면 악일지도 모르는 백설공주 나디야?. 어쩌면 둘다를 지칭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제대로 된 안식을 치르지 못한 스테파니에게 죽음을 선사해 이야기를 끝내고, 악일지도 모르는 나디야에게 죽음을 선사함으로써 권선징악을 보여줄수도...

  책을 읽는 중간중간 영화 [이끼]가 생각났다. 주인공의 배경은 조금 다르지만, 평온한 마을로 보이지만 범죄자들의 마을이었던. 그런 배경적인 이야기가 어떻게 보면 통할지도 모르겠다. 범죄자들을 자신의 범죄에 대해 무감각해질 무렵 주인공으로 인해 범죄를 다시 떠올리며 죄책감을 갖게 한다. 거기서 일어나는 인간의 본성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온다. 이끼도 그렇고,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과연 끊을 수는 없는 것일까. 인간의 욕심이 이성의 작동을 멈추게 할지도 모른다.

  추리소설로써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훌륭한 책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작가의 향도 느껴진다. 좋다. 

충격적인 반전에 마음을 빼앗기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서정적인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게 이 책은 추리소설이다. 일단 총괄적인 평은 최고다. 더이상의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마음이 설레일 정도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정도로 신선하다. 과감히 추천 던진다.

  필자는 추리소설 종류를 좋아한다. 상황을 보고 여러가지 내용을 찾아내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다. 셜록홈즈의 추리를 보고 있자면 홈즈를 스승으로 모시고 싶을 정도다. 그래서 추리 영화도 좋아한다. 하지만 많이 보고, 많이 접하다 보면 어느정도 추리가 정형화 된다. "이 다음에는 무슨 장면이겠지, 이 다음에는 어떤 상황이 일어나겠지."라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그래서 추리물의 경우 내가 생각하는 반전이라면 과감하게 '기대이하!'라는 평을 남겼다. 

  지금까지 영화중에서 나에게 준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 것들이 있다. 쏘우 시리즈가 첫 번째이다. 쏘우를 보면서 느낀 반전의 충격은 절대 가시지 않는다. 그런데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바로 우타노 쇼고라는 작가와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라는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몰입을 하고, 추리를 위해 상황을 설정한다. 내 마음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깜짝 놀랄만한 반전으로 내가 가지고 있던 선입관들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옮긴이의 말처럼 책을 읽는 동안 줄곧 지녔던 선입관이 한 순간에 깨지는 그 황당함을 경험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작품이다. 

  추리소설은 언제나 살인이 결부되고,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무거운 느낌이 든다. 이 작품은 서정적인 제목만큼 무거운 분위기가 아니다. 그래서 더 좋다. 단순히 추리소설로 끝나는게 아니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고민해볼 만한 문제가 등장한다. 

  '고령화 사회'다. 단순히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나라도, 전세계적으로도 고령화 사회가 문제 되고 있다. 이야기 중에 이러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제는 사회에서 쓸모 없어진 노인들이 오래 살아감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노인부양의 부담이 늘어간다고. 그런 노인을 죽이고, 자살로 내모는 것은 사회 정의실현이라고.' 생각해보자. 노인들도 어렸을 때는 젊은이고 청년이었다. 그 시절에는 국가를 위해, 사회를 위해, 가족을 위해 자신의 청춘을 바쳤을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세상에 나온지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버림받아도 되는 것일까? 

  의학의 발달로 인해 평균연령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청춘에 뼈빠지게 일한 노인들에게 더 이상 자식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말고 사라져 달라는 것은 공자가 관속에서 튀어나올 만한 일이다. 하지만 노인들이 다시 사회로 나와 일을 하자니 청춘들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된다. 이것 역시 딜레마다. 작가는 이러한 면을 심각하지 않게 책속에 녹여보내고 있다. 작가의 위트와 문장력으로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대단하다. 

  나도 옮긴이와 마찬가지로 뒷장에 펼쳐질 트릭에 대한 해답들 때문에 섣불리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겠다. 이 작품의 스토리에 대해 어떤 말을 꺼내든 그 트릭이 밝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느꼈던 그 황당함 감정을 이것을 읽는 사람들도 같이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속지 않으려고 잔뜩 긴장하면서 읽어보라. 그래도 속을 것이다. 

  다른 우타노 쇼고의 작품들도 찾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다음엔 속지 않으리. 

『바스커빌 가문의 개』

셜록 홈즈 전집 3 (양장) - 바스커빌 가문의 개 ㅣ 셜록 홈즈 시리즈 3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극적인 반전과 숨어있는 트릭을 찾아내는 것이 즐겁다. 상상력을 키울수 있어서도 좋아한다. 작가의 상상력과 나의 상상력이 가상의 공산에서 충돌한다. 그중에서도 셜록 홈즈의 시리즈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번 시리즈는 바스커빌가에서 나타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범인과의 두뇌싸움. 홈즈의 놀라울만큼의 논리력. 항상 닮고 싶은 부분이다. 객관적이고 냉철한 상황판단력은. 

  범죄에 있어 범죄자는 알리바이가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이 주목받지 않으려면 뭔가의 트릭이 필요하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미신이라는 트릭을 사용했다. 으스스한 분위기에서 유령이 나와도 믿을 것 같은 마을 분위기가 사건을 혼란에 빠뜨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등장인물이 적어서인지 상황을 파악하는데는(필자의 경우) 오래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책이 진행될수록 하나 하나 나오는 상황들로 인해 범인을 추리해나간다. 

  이곳은 리뷰의 자리고, 책을 선택하려 고민하는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소지가 다분히 있기 때문에 결과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고민이다. 홈즈 시리즈의 리뷰를 잘하려면..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지......

우화속 정치비판. 『동물농장』

동물농장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동물농장

조지오웰

  철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헤겔은 이렇게 대답했다. “철학은 시대의 아들이다.” 철학은 당대 시대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철학을 공부함으로 인해 과거시대의 사상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고대의 그리스에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사상으로 인해 고대 그리스의 사상을 잘 이해할 수 있고, 중세는 토마스 아퀴나스와 같은 철학자, 근대는 칸트나 헤겔 같은 철학자들로 인해 당시의 사상을 오늘날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전(古典)이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는 고전(古典)단어는 ‘1. 옛날의 의식(儀式)이나 법식(法式). 2.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으로 등재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서적의 대부분이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대를 통찰하는 관점이 서적에 그대로 들어나고, 사람들은 그것을 읽음으로 인해 과거의 과오를 다시 범하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서적들은 모범이 될 만한 작품에 속한다.

  조지오웰의 『동물농장』 역시 고전의 부류에 속한다. ‘『동물농장』은 지금도 있고 미래 세계에도 있을 것이다.’라는 말이 저작의 진가를 함축한다. 『동물농장』은 당시 소비에트 정권을 풍자하고 우화적으로 묘사한 책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단순히 소비에트 정권에 대한 정치적 비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 정치사회의 권력 현실을 부패시키는 근본적 위험과 모순에 대해 비판하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각각의 의미를 포함한다. 마치 인간사회의 발전과정을 보는 듯한 느낌도 있다. 하지만 권력의 부패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존즈라는 절대 권력자에 대한 반항. 메이저라는 혁명유발 동기자. 나폴레옹과 스노볼이라는 두 가지의 체제자. 복서라는 프롤레타리아 계급. 이 밖에도 여러 가지의 동물들이 각각의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중요한 것은 『동물농장』이 냉전체제에 쓰인 책이라고 해서 당시의 실존 인물들과 1:1로 연결시키지 않아도 오늘날 충분히 재입력 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을 지닌 책이다.

  우리는 『동물농장』이라는 고전을 통해 한 가지는 분명히 얻어야 한다. 정치권에 대해 복서와 같은 맹목적인 신뢰는 위험하다. 나폴레옹 같은 권력의 절대화와 부패도 위험하다. 우리는 관찰자의 입장에서만 살아갈 것이 아니라, 비판자적인 입장에서 사회에 일침을 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러한 점을 책을 읽음으로 인해 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