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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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과 역사적 사실의 경계에서 모든 사건은 풀려간다.

 

  심리학의 대가 프로이트와 융의 사상을 기반으로 해서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다니! 셜록홈즈와 코난 도일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있어서 그들의 능력이 탁월했다고 한다면, 살인의 해석은 역사적으로 실존인물인 프로이트와 융을 데려와 이야기를 풀어냈다. 사건의 내막엔 무엇이 잠재되어 있는지, 심리학이란 관점에 의해서.

 

  뉴욕이 배경이다. 1900년도 당시의 뉴욕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작가의 말에서 모두가 사실이 아님을 밝히긴 했다.) 어쩌면 책을 통해서 당시의 뉴욕의 거리를 상상할 수 있도록 작가는 묘사했다. 법의학이라는 직업적 특성일지도 모르지만, 상당히 자세한 묘사이다.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본다면 더욱 생생하게 사건현장을 머리속으로 상상할 수 있으리라.

 

  기본적인 틀은 여느 추리소설을 따라간다. 사건이 발생하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 하나씩 실마리를 찾아가면서 나오는 반전들. 그리고 사건의 해결. 여기서 베스트 셀러가 되냐 안되냐의 차이는 사건이 얼마나 논리적으로 치밀한지, 사건의 개연성이 얼마나 있는지가 관건이 된다. 그런점에서 보면 살인의 해석은 논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건의 해결점에서 심리분석의 Fact인 프로이트의 이론을 끌어들여 범인을 해석한다.

 

  사실 소설속에는 여러가지 논리들이 작용을 한다. 햄릿, 세익스피어, 정신분석학, 프로이트. 추리소설의 구성과 사건의 흐름만 볼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여러가지 심리학적인 사상이나, 햄릿을 분석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부분도 등장한다. 여느 추리소설보다 정점에 위치할 수 있는건 픽션과 팩트의 경계에서 팩션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일반적 추리소설에 흥미를 잃었다면 읽어봄직하다.

 

  *p.s - 책의 끝부분에 저자의 해설과 옮긴이의 말. 서평이 함께 담겨있다. 사실 그 부분만 봐도 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속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그것을 읽음으로써 리뷰를 쓰는데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무뎌진 감각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뒷 부분은 많은 도움이 된다.(나중에 내가 이글을 봤을 때 지금의 리뷰는 사라지고, 좀 더 괜찮은 리뷰로 올리기 위해서 이렇게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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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전집 6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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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한 회귀로 시작되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영원한 회귀가 가장 무거운 짐이라면,

이것을 배경으로 거느린 우리의 삶은 찬란한 가벼움 속에서 그 자태를 드러낸다.

그러나 묵직함은 진정 끔찍한 것이고, 가벼움은 아름다운 것일까?


가장 무거운 짐이 우리를 짓누르고 허리를 휘게 만들어 땅바닥에 깔아 눕힌다.

그런데 유사 이래 모든 연애시에서 여자는 남자 육체의 하중을 받기를 갈망했다.

따라서 무거운 짐은 동시에 가장 격렬한 생명의 완성에 대한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

짐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우리 삶이 지상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우리의 삶은 보다 생생하고 진실해진다.


반면에 짐이 완전히 없다면 인간 존재는 공기보다 가벼워지고 날아가버려.

지상적 존재로부터 멀어진 인간은 기껏해야 반쯤만 생생하고 그의 움직임은 자유롭다 못해 무의미해지고 만다.


그렇다면 무엇을 택할까?


묵직함, 아니면 가벼움?


  일상에서 우리는 묵직함과 가벼움 둘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무엇을 고를까? 필자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한 생각은 해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거운게 좋을때도, 가벼운게 좋을때도 있다고 대답할 것 같다. 그렇지만 이보다 더한 모순이 또 있을까.


  밀란 쿤데라는 니체의 사상을 가져와서 영원회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반복되는 삶. 영원한 회귀의 세상에서 몸짓 하나 하나가 견딜 수 없는 '책임의 짐'을 떠맡는다고. 그래서 니체는 영원 회귀의 사상은 가장 무거운 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번 왔다 가는 우리의 삶은 그 반대에 있다. 비교되지도, 반복되지도 않아 깃털처럼 가볍다고 한다. 하지만 가볍다고 회귀되어지는 반복에서, 책임의 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무엇이 가볍고 무엇이 무겁다는 말인가.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름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누구는 가볍게, 누구는 무겁게. 가벼움과 무거움의 만남, 혹은 가벼움과 가벼움의 만남. 여러가지 상황 설정을 통해서 충분히 많은 면을 생각하게 한다. 책 제목은 가볍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다. 


다시한번 읽기에 충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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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초 : 연인들 사랑의 기초
정이현 지음 / 톨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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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사랑도 마지막 사랑도 아닌, 바로 지금 우리의 사랑!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데 옆에 친구가 대뜸 묻는다. "그거 보면 사랑에 대해 알 수 있는거야?" "응?" 피식. 

사랑에 대한 정의는 무수히 많고, 사람마다 정의하는게 다른데, 어떻게 책 한권으로 사랑에 대해서 알 수 있겠느냐. 대신 작가가 느끼는 사랑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 해주었다. 그랬더니 친구가 하는말. "하긴 사랑에 대해 읽어서 사랑도사면 니가 헤어졌을리가 없지" "응?-_ -?"

제길. 반박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작가 정이현은 알랭 드 보통과의 공동기획 장편소설에서 주제를 사랑으로 잡았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철학적인 마인드로 풀어나가는 알랭 드 보통이 사랑에 대해 또다시 이야기를 한다니!(사실 이 책을 구매하게 된건 알랭 드 보통의 영향이 98%였다) 그렇게 한 남자 편을 읽고, 연인들 편을 읽게 되었다. 한 남자 편이 결혼한 남자의 이야기라면, 연인들 편은 아직 결혼하기 전의 혼기가 꽉찬 미혼 남녀들의 이야기이다. 과거의 사랑도 아닌, 마지막 사랑도 아닌, 지금의 사랑. 그들의 현재 연애담을 이야기한다.


  관점은 남녀 둘 모두다. 남자의 관점도 있고, 여자의 관점도 있다. (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는 않다. 갑자기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따라가기엔 어려운 점은 없었다.) 알랭 드 보통의 소설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느낄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의 경우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공감대를 최대한 많이 형성할 수 있는 느낌들을 많이 제시한다. 그렇게 나도 느끼던 감정을 세계의 사람들도 느끼고 있다고, 그러니깐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니 너무 불안해하고 힘들어하지 말라고 위로한다. 하지만 정이현의 연인들을 그 점에서 약간 부족했다. 여자의 관점과 남자의 관점 둘다 보편성이라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아직 공감대를 형성할 경험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가 읽기엔 그냥 평범한 로맨스 소설의 한 장면같은 분위기가 많이 연출 되었다. 더구나 그것을 파고드는 철학적인 사상도 없다. 왜 그러한 감정을 느끼고, 왜 그러한 불안을 느끼는지에 대한 작가의 리드가 없다. 물론 독자의 해석에 자유를 맡길 수도 있지만, 뭔가 아쉬웠다. 분량에 비해 많은 이야기를 다루려 했던 점은 독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한 남자 편에 비해서, 판도라의 상자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연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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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초 : 한 남자 사랑의 기초
알랭 드 보통 지음, 우달임 옮김 / 톨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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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로마신화의 '판도라 상자'를 기억하는가?

 

  그리스 신화에서 판도라 상자는 인간의 궁금증이라는 욕구와 그 책임의 결과라는 대립이다. 어쩌면 자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나타내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상자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너무 궁금한 여인은 결국 열지 말아야 한다는 금기를 깨고 상자를 연다. 그 상자속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상상하지도 못한채. 상자속에는 인간이 느끼는 불행의 온갖 종류들이 들어있었다. 결국 세상밖으로 나온 그러한 감정과 불행의 종류들은 인간세상에 퍼지게 되어 이제는 인간이 그런것을 느끼는 존재가 되었다. 하나 마지막에 남은 하나의 불씨. 희망이 남았다. 결국 인간은 이 희망을 통해서 불행을 견디고, 힘든 시기를 버티지 않나 싶다.

 

  사랑에 관한 판도라 상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작가는 오랜만에 사랑에 관한 소설을 쓰면서 말머리에 이렇게 제시한다. 이 책이 사랑하고 있는 이들에겐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도 있다고. 그리스 신화에서의 판도라 상자라면 온갖 불행을 가져온다. 이 책을 읽으면 너무나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사실들(혹은 자신이 느꼈을지도 모르는 감정공유)를 통해서 가치높게 설정해오던 사랑이라는 개념정의를 무너뜨릴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판도라 상자의 마지막에 희망이 있던것처럼 이 책 역시 마지막에 사랑이 아직도 최고의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점을 제시한다.(그렇기 때문에 판도라의 상자라는 비유는 정말 판타스틱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대충의 책 소개만 읽으면 이렇다. 사랑하는 남녀의 관계가 성공이라는 표현으로 설명되는 결혼. 결혼에 이른 남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연애소설. 그정도로 인식되기 쉬운책이다. 하지만 책은 작가가 말햇던 것처럼 판도라의 상자의 기질이 다분하다. 열정적으로 사랑한 후 결혼에 성공(성공이란 표현도 이상하다)하지만 결혼 후 같이 살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알랭 드 보통이 특수한 1%의 이상향을 이야기 하는 작가가 아니라 99%의 보통의 사람들의 감정을 공유하게 해준다는 작가인 점을 감안한다면 책의 내용은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인생은 희노애락의 연속이라고 동양의 철학자가 이야기 했다. 결혼이 희에 절정이었다면 그 뒤로 노애락이 존재해야 마땅하다. 그렇게 남자의 심리를 읽어낸다. 물론 모든 남자가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존재하는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보편성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보면 우리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알랭 드 보통은 결혼 후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들을 남자의 시점에서 잘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결혼한 남녀가 생각해야 될 점은 무엇인지. 중간에 서로의 의견이 안맞고 싸우게 되는 점은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오늘날의 문제점인 것처럼 작가는 잘 나타내 준다. 우리는 왜 같이 살고 있으며, 우리는 어떠한 점을 사랑하고,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가를.

 

  판도라의 상자는 좋은 점도 있지만 안 좋은 점도 많다는 것을 상기하며 이 책을 권한다. 희망 하나를 바라보고 온갖 질병과 불행을 마주할 것인지, 아니면 질병과 불행을 겪지 않고 희망도 겪지 않을 것인지. 물론 자유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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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한다는 건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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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살이를 하면서 인간으로써 하게되는, 가장 하고 싶은 한 가지를 떠올려보라고 한다면 무엇을 떠올릴 것인가? 사람들의 생각이 다른만큼 100%의 정답은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사랑'을 떠올려봄직함은 부정할 수 없다. 도대체 사랑이 무엇이길래 사람들을 이렇게 애타게 하는 것일까.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는 시도는 인간이 생기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부터 2천년전 고대 그리스 사람들도 사랑의 정의를 시도했다. 플라톤의 『향연』은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는 철학고전이다. 이것만 보아도 사랑에 대한 정의 역사는 오래되었다고 입증된다. 도대체 사랑이 무엇이길래, 사랑에 대한 정의가 지구상의 인구만큼이나 많은 영역에서 정의되고 있는 것일까. 과연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기 같은 존재로 아직도 남아있다.


  오늘날에도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은 사랑 3부작이라는 타이틀로 사랑에 관한 소설을 3권 썻다. 남자의 관점에서 다룬『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여자의 관점에서 다룬 『우리는 사랑일까』, 남자의 시점이지만 여자를 이해하려고 하는 『너를 사랑한다는 건』.


  3부작 소설중에서 완결편이라는 『너를 사랑한다는 건』에서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은 과연 무엇일까? 를 다루었다. 서로를 안다는 것이 사랑인가? 서로를 공감하는게 사랑인가? 도대체 어떤 것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며, 우리는 어떤 상태이길래 서로 사랑한다고 하는 것일까. 책 제목과는 다르게 지극히 인문학적이다.(그래서 앞의 2권보다는 읽는데 조금 애를 먹은게 사실이다.)


  책은 단순히 주인공 남자와, 그의 여자친구 이사벨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평범할지 모르지만 남녀의 관계를 하나씩 열거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책은 시간의 흐름에 책이 진행된다면, 이 책은 관점에 따라 서술되었다는게 다른점이다.(물론 시간적인 배열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건적 배열이라는게 더 정확한것 같다.)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이 과연 사랑을 의미하는 것일까. 예를 들어, 사람을 알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면 공감하게 되고, 공감하면 사랑하게 되는 것일까? 다시 말해서, 아는 만큼 공감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 그 관계를 떠나, 이 가정의 밑바닥에 놓여 있는, 사람을 안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들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독자들 스스로 정의를 내려보게끔 작가는 유도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혹은 없어도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서 생각해보자.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점 때문에 명확히 정의할 수 없는 사람사이를 사랑이라는 말로 묶을 수 있는 것일까. 


  추상적이고 모호할지 모르는 사랑이라는 내용을 통해서, 독자들 스스로를 깨우치게 한다는 점에서 알랭 드 보통은 좋은 작가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사랑회의론 책이라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더욱 사랑하고 싶다면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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