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초 : 한 남자 사랑의 기초
알랭 드 보통 지음, 우달임 옮김 / 톨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리스 로마신화의 '판도라 상자'를 기억하는가?

 

  그리스 신화에서 판도라 상자는 인간의 궁금증이라는 욕구와 그 책임의 결과라는 대립이다. 어쩌면 자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나타내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상자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너무 궁금한 여인은 결국 열지 말아야 한다는 금기를 깨고 상자를 연다. 그 상자속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상상하지도 못한채. 상자속에는 인간이 느끼는 불행의 온갖 종류들이 들어있었다. 결국 세상밖으로 나온 그러한 감정과 불행의 종류들은 인간세상에 퍼지게 되어 이제는 인간이 그런것을 느끼는 존재가 되었다. 하나 마지막에 남은 하나의 불씨. 희망이 남았다. 결국 인간은 이 희망을 통해서 불행을 견디고, 힘든 시기를 버티지 않나 싶다.

 

  사랑에 관한 판도라 상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작가는 오랜만에 사랑에 관한 소설을 쓰면서 말머리에 이렇게 제시한다. 이 책이 사랑하고 있는 이들에겐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도 있다고. 그리스 신화에서의 판도라 상자라면 온갖 불행을 가져온다. 이 책을 읽으면 너무나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사실들(혹은 자신이 느꼈을지도 모르는 감정공유)를 통해서 가치높게 설정해오던 사랑이라는 개념정의를 무너뜨릴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판도라 상자의 마지막에 희망이 있던것처럼 이 책 역시 마지막에 사랑이 아직도 최고의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점을 제시한다.(그렇기 때문에 판도라의 상자라는 비유는 정말 판타스틱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대충의 책 소개만 읽으면 이렇다. 사랑하는 남녀의 관계가 성공이라는 표현으로 설명되는 결혼. 결혼에 이른 남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연애소설. 그정도로 인식되기 쉬운책이다. 하지만 책은 작가가 말햇던 것처럼 판도라의 상자의 기질이 다분하다. 열정적으로 사랑한 후 결혼에 성공(성공이란 표현도 이상하다)하지만 결혼 후 같이 살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알랭 드 보통이 특수한 1%의 이상향을 이야기 하는 작가가 아니라 99%의 보통의 사람들의 감정을 공유하게 해준다는 작가인 점을 감안한다면 책의 내용은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인생은 희노애락의 연속이라고 동양의 철학자가 이야기 했다. 결혼이 희에 절정이었다면 그 뒤로 노애락이 존재해야 마땅하다. 그렇게 남자의 심리를 읽어낸다. 물론 모든 남자가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존재하는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보편성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보면 우리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알랭 드 보통은 결혼 후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들을 남자의 시점에서 잘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결혼한 남녀가 생각해야 될 점은 무엇인지. 중간에 서로의 의견이 안맞고 싸우게 되는 점은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오늘날의 문제점인 것처럼 작가는 잘 나타내 준다. 우리는 왜 같이 살고 있으며, 우리는 어떠한 점을 사랑하고,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가를.

 

  판도라의 상자는 좋은 점도 있지만 안 좋은 점도 많다는 것을 상기하며 이 책을 권한다. 희망 하나를 바라보고 온갖 질병과 불행을 마주할 것인지, 아니면 질병과 불행을 겪지 않고 희망도 겪지 않을 것인지. 물론 자유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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