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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 - 사육 외 2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21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승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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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을 마감하는 작가가 직접 선정한 단편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라면 자신의 단편을 선택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 단편의 경우라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응축시킨 것이 대부분일 터, 젊은 시절에 시작된 글쓰기가 나이를 먹어 가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는 것은 꽤나 흥미롭다. 오에 겐자부로의 『사육 외 22편』은 60년 가까운 작가 생활 동안 발표했던 모든 단편소설 중에서 직접 스물세 편을 가려 뽑아 고쳐 쓴 작품집이다. 작가 스스로 ‘정본定本’이라 칭할 만큼 평생의 궤적이 작품별로 뚜렷하게 드러난다.

「기묘한 아르바이트」와 이를 변주해 고쳐 쓴 「사자의 잘난 척」에는 모두 묘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기묘한 아르바이트」에는 병원에서 기르던 실험용 개를 도살하는 개백정을 돕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죽을 시간을 기다리는 무기력한 눈을 가진 개를 보며 자신을 동일시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보여 준다. 「사자의 잘난 척」에는 낙태 비용을 벌기 위해 수조에서 시체를 옮기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학생이 등장한다.

우리도 저렇게 될지 모른다. 적의라는 감정은 완전히 잃어버린 채 무기력하게 묶여 서로서로 닮아 가는, 개성을 잃어버린 애매한 우리, 우리 일본 학생. 그러나 나는 정치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나는 정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일들에 있어 열중하기에는 너무 젊었든가 너무 늙었다. 나는 스무 살이었다. 기묘한 나이였고 완전히 지쳐 있었다.
-「기묘한 아르바이트」 p.12


중기와 후기의 연작과 단편은 초기의 모습들과는 많이 다르다. 작가 자신의 삶의 변화가 작품에도 영향을 미쳐 관념적이고 관조적인 모습들을 보인다. 후기 단편인 「‘울보’ 느릅나무」와 「벨락콰의 10년」은 과거의 아픈 기억을 시간이 지난 후 현재에 해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울보’ 느릅나무」에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던 거대한 나무 밑에서 시신을 몰래 매장하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과 자신의 아버지가 몰래 매장한 타지인의 무덤을 다시 파버리려 한다는 아픈 기억이 남아 있었다. 세월이 흐른 후 아버지가 운영하던 공장의 작은 한글이 새겨진 작은 묘지에 아이들이 매년 크리스마스 다음날 장식을 바치러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알게 된 나는 아버지가 공장 옆에 무덤을 옮겨준 것을 알고 어린 시절의 어두운 그림자가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이 작품집은 오에 겐자부로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개인적으로는 초창기 작품들인 전후의 일본의 암울한 상황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허무한 모습을 그려낸 「기묘한 아르바이트」, 「사자의 잘난 척」, 「사육」 등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스무 살에 지쳤다고 말하는 젊은 모습은 수면제 중독에 빠지고 세상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작가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다. 오에 겐자부로가 결혼 후 태어난 장남의 병은 오에의 삶을 완전히 뒤바꾸게 된다. 아들이 보는 것을 보고 이해하는 것을 알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과 가족의 모습은 삶에 대한 절망인 동시에 활력이기도 했다. 또한 히로시마 방문으로 절망 속에서도 보인 새로운 삶을 향한 재생의 몸부림을 보고 인간에 대한 희망을 얻게 된다. 오에 겐자부로의 삶의 변화는 글쓰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작가의 이런 모습들은 이 단편집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오에 겐자부로의 책을 읽기 시작한다면 이 책을 먼저 보는 것은 좋은 선택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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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너 캐턴

<루미너리스>

 

드디어 번역됐구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독특한 구성이 더욱 흥미로워 보이는 소설!

 

알라딘 책소개

2013년 맨부커상 수상작. 별빛처럼 찬란하게 펼쳐지는 치밀하고 세련된 역사 미스터리. 황금을 둘러싼 그릇된 탐욕과 엇나간 운명을 그리고 있다. 1866년, 크게 한몫 잡겠다는 생각으로 금을 찾아 뉴질랜드에 도착한 남자, 무디. 그날 저녁, 그는 황량한 금광 마을 호키티카의 허름한 호텔 흡연실에서 자신도 모르게 12명의 남자로 구성된 비밀 모임에 끼어들게 된다. 실종된 젊은 갑부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창녀, 외딴 오두막에서 살해된 부랑자의 집에서 발견된 어마어마한 양의 금. 삶에서 밀려나 세상의 끝으로 모여든 남자들의 이야기를 듣던 무디는 어느새 인간의 운명과 황금이 별자리처럼 얽혀드는 미스터리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간다. 12개의 별자리를 닮은 12명의 남자와 12개의 진실. 삶의 마지막 희망을 비추는 찰나의 빛과 그 소멸의 이야기.

 

 

 

주노 디아스 <이렇게 그녀를 잃었다>

 

<드라운>부터 읽어야겠다.

 

출판사 책소개

전작 『드라운』에도 등장했던 주노 디아스의 소설적 자아 유니오르와 그 주변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펼쳐지는 ‘사랑’에 관한 9편의 옴니버스 단편집이다. 언제나 사랑을 갈구하지만 왠지 사랑이 잘 되지 않는 유니오르, 늘 여자가 따르지만 동생의 눈에는 바람둥이 망나니일 뿐인 형 라파, 가족을 두고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미국 땅에 먼저 도착한 아버지와 그 곁에서 그림자처럼 외로운 어머니 등 일군의 유색인 이민사회 인물들을 통해, 주노 디아스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문체와 거친 유머로 사랑의 민낯을 그려내고 있다. 전미도서상(2012) 최종후보와 앤드루 카네기 메달 상(2013) 최종후보에 올랐으며 <퍼블리셔스 위클리> ‘2012 최고의 책’에 뽑혔고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 11개 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9개 단편 중 「미스 로라」는 <선데이 타임스> 단편 소설상(2013)을 수상했다.

 

 

다비드 포앙키노스 <샬로테>

 

읽기 쉽지 않아 보이지만, 그래도 궁금한 시 형식 소설!

 

알라딘 책소개

프랑스 작가 다비드 포앙키노스의 소설로, 2차 세계대전이라는 암울한 시대를 살다가 끝내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에서 죽음을 맞은 비운의 화가 샬로테 잘로만의 짧지만 강렬했던 삶을 그렸다. 소설 전체가 단 한 줄짜리 운문으로만 구축되어 있어 마치 긴 시를 읽는 듯 긴장된 분위기를 풍긴다. 그녀의 짧은 생애에 본능적으로 끌렸던 포앙키노스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녀가 겪은 이 격랑은 장황하고 치렁치렁한 산문으로는 묘사할 수 없다는 것을. 가슴을 에는 '시' 혹은 '외침'으로 기록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고통의 탑을 쌓아올리듯 시 같은 소설, 소설 같은 노래를 적어나갔다. 10년간의 치열한 조사와 준비를 거쳐 이렇게 탄생한 소설 <샬로테>는 문학성과 대중성 양면에서 전례 없이 눈부신 성공을 거두게 된다.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르노도와 청소년들이 뽑는 공쿠르 데 리세앙을 거머쥐었고, 프랑스에서만 60만 부가 판매됐으며, 프랑스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 프랑스 아마존 최장기간 베스트셀러 소설에 올랐다. 2016년 지금까지 독일, 미국 등 12개국에 번역됐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심연>

 

작가를 좋아한다.

새 책이 나오면 일단 관심!

 

출판사 책소개

자그마한 출판사를 꾸려가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삼심 대 중반의 빅터. 그에게는 한 가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바로 아내의 바람기를 잠재울 수 없다는 것이다. 남편에게도 숨기지 않고 ‘진짜 남자’들을 집 안에 끌어들여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어린 딸조차 돌보지 않는 부정한 아내. 이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그는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아내에게 경고를 주는데……. 뉴욕 교외의 리틀 웨슬리를 배경으로 한 『심연』은 ‘빅터’와 아내 ‘멜린다’ 그리고 그녀의 애인들과의 관계뿐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이웃들과의 관계 또한 섬세하게 짜여 있다.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사회적 관계들’을 통해 이야기의 짜임은 더욱 촘촘해진다. 빅터가 자신이 아내의 전 애인을 죽였다고 상상하고 이야기를 퍼트리는 것을 시작으로 ‘빅터가 멜린다의 애인을 죽였다’라는 소문이 마을 곳곳으로 스며든다. 마을 사람들은 소문을 믿고 빅터가 없는 자리에서 그에 대해 수군거렸음이 암시되지만, 그들은 끝까지 속내를 감춘 채 빅터에 예의 바르고 친절하게 행동한다. 거기에 ‘친구’를 운운하며 끊임없이 남자를 집으로 들이는 멜린다의 행동, 아내에게 무시당하고 부정을 목격하면서도 묵인하는 빅터의 태도가 겹겹이 쌓인다. 그리하여 독자는 사이코패스적인 면과 악마성을 드러내는 빅터를 보면서 의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누가 착한 사람이고, 누가 악한 사람인가?”

 

 

에도가와 란포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1> 

 

초판 한정본이라... 탐난다!

 

출판사 책소개

란포의 위상과 인지도에 비해 국내 정식 출간된 작품은 아동, 청소년용 소설과 저작권 계약이 종료된 단편집뿐이었다. 이는 워낙 방대한 작품 수와, 탐정, 환상, SF, 호러, 통속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란포의 작풍으로 인해 기획이 쉽지 않다는 점, 일본 내에서도 다양한 판본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그러던 중 참신한 문고판으로 성공한 고분샤가 란포 연구로 명성 높은 추리 평론가들과 전문편집자, 란포 직계손의 뜻을 모아 총 30권에 이르는 《에도가와 란포 전집》을 기획, 다수가 정본으로 인정하는 판본을 출판하였다. 검은숲에서 출간되는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시리즈’는 고분샤판 《에도가와 란포 전집》을 정식 계약하여, 란포 문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핵심작품을 중심으로 재기획한 것이다. 완성도가 높으면서도 문학사적으로도 가치 있는 작품들 중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장편소설과, 작가 및 평론가, 한일 독자들이 손꼽는 최고의 단편소설을 포함한 총 4편을 엄선하였다. 일본 추리소설 권위자이자 전문번역가 권일영의 충실한 번역과 풍부한 주석으로 내실에 힘을 쏟았으며, 초판 한정으로 누드제본과 단권용 케이스를 제작, 외향적으로는 현대적인 고전미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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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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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내가 속하지 않은 집단이다. 내가 속한 집단은 ‘그들’과는 다르며 우리만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결속을 강화시킨다. 집단의 힘은 강력하고 무섭다. 그들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나 역시 그들에게 떨어지고 싶지 않아 다름을 내보이지 않는다. 한 무리 속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지만 무리 속에서 빠져 나오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것이 인간이고 가족이라면 말이다. 이 무리는 평생을 따라다니며 죽은 후에도 결국 집단 속에 존재하게 된다. 조이스 캐롤 오츠의 『그들them』은 가장 미국스럽다는 도시 디트로이트의  한 빈민가에서 1937년부터 1967년 디트로이트 흑인 폭동이 일어나기까지의 시기에 격동의 삶을 살아낸 한 가족의 연대기를 이야기한다.

로레타는 열여섯의 어려보이고 유행에 민감한 소녀다. 실직한 아버지와 오빠 브룩,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토요일 밤 로레타는 좋아하던 소년인 버니와 하룻밤을 보내지만 다음날 그녀의 옆에 있는 것은 오빠인 브룩에게 총을 맞고 죽어 싸늘하게 식은 버니의 몸이었다. 로레타는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오히려 하워드 웬들이라는 경찰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만다. 임신을 하게 된 로레타는 어쩔 수 없이 하워드 웬들과 결혼을 하게 되고 세 아이가 태어나 엄마가 된다. 원치 않는 가정을 꾸린 로레타였지만 자신이 살아 왔던 집보다 안정적인 삶을 누리게 된다. 로레타의 아이 줄스와 모린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줄스는 가출을 일삼다 디트로이트의 변두리에서 살고 있었고 모린은 도서관을 사랑하는 착실한 아이였지만 새아버지의 폭력과 엄마의 과도한 억압으로 자신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모린은 자립하기를 원했고 그녀가 자립을 위해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은 매춘밖에 없었다. 하지막 모린은 폭력에 노출되어 침대에서 2년여를 의식 없이 지낸다. 모린을 깨워준 것은 로레타의 첫사랑을 쏴죽인 오빠 브룩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줄스는 자신이 버린 과거의 연인에게 빠져들지만 총에 맞고 모린은 유부남인 대학의 강사에게 빠져든다.

디트로이트는 공업도시의 이미지와 함께 범죄가 항상 삶 속의 일부인 도시이기도 하다. 이런 도시의 성폭행으로 이루어진 비정상적인 가족. 조이스 캐럴 오츠의 그들에는 삶과 지역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흑인 폭동으로 디트로이트가 불탔을 때 줄스는 자신의 과거가 도시와 함께 불탔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곳을 부정할 수 없듯이 자신의 피가 이어진 가족을 부정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떨쳐버릴 수도 없고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도 없을 것이다. 첫사랑이 총에 맞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가정으로 이루었지만 오히려 그 속에서 안정을 찾게 된 로레타와 가정을 이룸으로써 안정을 갖고 싶어 하는 그녀의 아이들. 그들 일가에게 자신들의 가정은 ‘그들’에게서 벗어나 ‘우리’를 만들려는 희망의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둘이 선택한 것은 자신을 총으로 쏜 옛 연인이고 가정이 있는 유부남 강사였다. 둘을 기다리고 있는 미래와는 상관없이 비정상적인 사랑 속에서도 안정적인 가정을 추구하는 모습은 어머니인 로레타와 너무나도 닮아 있다. 결국 결혼을 한 모린을 찾아온 줄스에게 자신은 자신의 과거와 그와 관련된 사람들을 모두 잊게 될 거라고, 이제는 다른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모린, 너도 ‘그 사람들’ 중 하나가 아니야?” 줄스가 물었고 모린은 대답하지 못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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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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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평화로울 때보다 힘들 때에 종교를, 신을 갈구한다. 혹자는 이를 두고 역시 인간은 신의 창조물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이것은 인간이 나약해서라고 생각한다. 인간에게 종교의 개념이 없었다면 고통스러운 일을 겪을 때면 부모를 찾거나 위대한 조상을 찾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인간 세계에서 벌어지는 끔찍할 정도로 부조리한 현실을 그대로 보고만 있는 신을 믿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으므로 그들의 종교 교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이야기 자체로의 성서는 매우 흥미롭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최초의 인간과 그 후손에 대한 것이다. 성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카인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담과 하와의 장남이며 질투심에 동생 아벨을 죽이고 평생 죄의 낙인이 찍혀서 산 사람. ‘죄를 지은 자’라는 낙인이 찍히고 여호와에게서 도망쳐 방랑자의 땅인 놋에서 평생을 살았다. 신에게 버림받은 자의 삶은 어떤 것일까? 주제 사라마구는 카인이 10여 년 동안 떠돌면서 창세기 속 사건을 곁에서 보고 느끼며 직접 경험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소설을 썼다. 『카인』 카인에게 신은 어떤 존재였을까.

카인과 아벨은 서로에게 가장 친한 그림자 같은 존재였다. 카인은 호미와 갈퀴와 낫을 좋아했고 아벨은 양과 함께 노는 것을 좋아했다. 이들이 첫 제물을 바쳤다. 아벨의 제물은 신이 만족스러워했으나 카인의 제물은 여호와가 즉시 거부했다. 아벨은 이런 카인을 비웃으며 자신만이 신이 선택한 사람이라고 선언했다. 계속 비웃음을 당하던 카인은 동생을 죽이고 신에게 죄의 낙인을 받는다. 하지만 카인은 자신의 창조물인 인간을 이런 방식으로 시험한 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후 카인은 창세기를 떠돌며 여러 방식으로 신을 접하게 되고 신은 카인에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악한 존재였다. 신은 왜 존재하는가? 신실한 마음으로 바친 첫 제물을 아무 이유 없이 거부한 신은 카인에게 죄의 낙인을 찍었다. 신은 믿음을 시험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아들을 죽이라고 명령하고 동성애를 모르는 아이들마저 불덩이로 태워 죽인다. 신은 번식을 위한 한 무리만의 생명을 남기고 죄 없는 수많은 생명을 물로 수장시키려 한다. 카인은 노아와 이야기한다.

“여호와는 듣고 있지 않습니다, 귀머거리니까요, 도처에서 가난하고 불행하고 비참한 자들이 도와달라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세상이 그들에게 거부하는 어떤 구제를 하나님이 해달라고 애원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호와는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p. 164)

주제 사라마구의 신과 인간에 대한 이 이야기는 종교인에는 읽기 불편한, 어쩌면 사악한 책이라고 생각될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신은 완전무결하고 성스러운 존재이겠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의문의 대상일 뿐이다. 비록 카인의 후예는 아닐지라도, 신의 입장에서는 지옥행 특급열차를 타고 있는 연약한 사람일지라도 묻고 싶다. 대체 신은 선한가? 아니 신은 정말 존재하기는 하는가? 신이 존재하고 또 전능하다면 미천한 인간을 왜 이런 혹독한 삶으로 시험하는가. 전능하신 그 힘으로 신실한 자는 천국으로 악인은 지옥으로 바로 보내도 불평할 인간 따위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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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타부키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

 

1월 책 중 가장 기대되는 책!

 

출판사 책소개

타부키의 작품 세계는 몽환적이고 환상적이다. 그러나 타부키를 허구만 좇는 작가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그가 만들어내는 환상은 단순한 허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작품 속의 꿈은 현실과 맞닿아 있으며 작품 속 세계는 현실의 부조리함을 그대로 품고 있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환상 구조를 빌려 현실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한다. 그런 타부키가 드물게 환상을 빌리지 않고 직접적으로 독재 정권과 부패한 사회를 비판한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다. 공원에서 머리 없는 시체가 발견되고, 얼마 후 피해자의 머리가 강에서 발견된다. 이 사건을 취재하던 신문기자 피르미누에게 어느 날 피해자의 신원을 알려주는 익명의 제보 전화가 걸려온다. 피해자는 스물여덟 살의 청년 다마세누 몬테이루. 제보자는 다마세누를 죽인 범인은 국가방위대의 티타니우 실바 경위라고 얘기한다. 그를 고문하고 죽인 후, 시체를 유기하고 사건을 은폐했다는 것이다. 피르미누는 로톤 변호사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페레이라가 주장하다』의 주인공인 신문기자 페레이라는 투쟁과 거리가 멀고 유약한 사람이었으나, 신념을 지닌 한 젊은이를 만나면서 폭력적인 현실에 눈뜨고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인물이다. 타부키는 이 소설에서 다시 한번 신문기자를 등장시킨다. 주인공인 피르미누는 사건사고 기사를 쓰고 문학을 연구하면서도 성찰이나 비판의식 없이 그저 막연한 꿈을 꾸는 젊은 기자다. 그러나 로톤 변호사와 함께 살인 사건을 취재하고 조사해가면서 그는 기자로서의 신념과 문학연구가로서의 올바른 길을 깨닫게 된다. 억압당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을 변호하는 데 일생을 바쳐온 로톤 변호사는 젊고 무모한 피르미누에게 약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부당한 억압과 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의 현실을 보여준다. 또한 문학은 사회와 동떨어질 수 없다는 점 또한 주지시킨다.

 

 

시어도어 드라이저 <시스터 캐리>

 

미국 자연주의, 궁금하다.

 

출판사 책소개

미국 문학사에서 자연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를 넘어 윌리엄 포크너, F. 스콧 피츠제럴드, 솔 벨로, E. L. 닥터로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처녀작 『시스터 캐리』가 새로이 번역되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6번으로 출간되었다. 1900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19세기 말 급격한 산업화가 진행되던 시카고와 뉴욕을 배경으로, 대도시로 상경한 시골 처녀가 배우로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다. 미국 자연주의 문학의 거장답게 도덕률과 무관하게 작동하는 인간의 욕망을 생생하고도 냉철하게 묘파해 빅토리아 시대의 가치가 고수되던 당대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시대를 앞선 작품으로 인해 빚어진 출판사와의 대립과 출간 과정에서 발생한 논란은 문학사에서 유명한 일화로 손꼽힌다.




메리 히긴스 클라크 엮음 <뉴욕 미스터리>

 

'뉴욕'을 소재로 한 앤솔러지 추리소설집!

이런 앤솔러지 작품집, 아주 좋아한다.

 

출판사 책소개

에드거 앨런 포, 트루먼 커포티, 대실 해밋이 범죄를 창조하던 곳, 네로 울프와 엘러리 퀸, 파일로 밴스가 사건을 해결하던 곳, 그리고 미국추리소설가협회(MWA, Mystery Writers of America)가 첫발을 내딛던 곳, 뉴욕. MWA가 창립 70주년을 맞아 미스터리의 도시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추리소설 앤솔러지를 펴냈다. 협회 그랜드마스터이자 ‘서스펜스의 여왕’ 메리 히긴스 클라크가 엮고, 잭 리처 시리즈의 리 차일드, 『채텀 스쿨 어페어』로 잘 알려진 토머스 H. 쿡, 링컨 라임 시리즈의 제프리 디버 등 당대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17명이 뉴욕의 상징적 장소들을 하나씩 골라 이야기를 풀었다. 차이나타운과 할렘에서부터 월 스트리트와 센트럴 파크까지, 그리니치 빌리지와 첼시부터 타임스 스퀘어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까지, 뉴욕의 골목골목을 누비는 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1940년대와 2010년대의 브로드웨이를 오가고, 그리니치 빌리지의 어느 빵집에 들러 비스코티를 맛보고, 플랫아이언 빌딩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떠올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각각의 이야기에 곁들여진 지도와 사진 또한 독자들을 뉴욕 거리로 잡아끈다. 장담하건대, 3박 4일 뉴욕 여행을 다녀온 것보다 이 책이 뉴욕과 뉴요커에 대해서 훨씬 많은 것을 알려줄 것이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캐롤>

 

영화도 좋다고 하고 무엇보다 이 작가, 좋아한다.

 

출판사 책소개

하이스미스는 사회적 지탄을 두려워하지 않고 보란 듯이 캐롤과 테레즈에게 해피엔딩을 선사한다. 이 작품이 특별한 건 해피엔딩을 암시한 결말 때문이다. 소설이 발표된 1952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이 결말은 혁명적이었다. 당시 이 작품의 홍보 문구가 ‘이 사회가 금지한 연애 소설’이었을 정도다. 테레즈와 캐롤은 함께 하는 삶을 택한다. 그 선택에 책임이 따를 테지만 두 사람은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는다. 테레즈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정확히 깨달은 후 그것을 굳이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사랑만을 위해 직진한다. 이런 모습은 당시에도, 지금도 여전히 파격적이다. 재미있는 점은 하이스미스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인물은 테레즈가 아닌 캐롤이라는 점이다. 동성애자였던 하이스미스는 캐롤의 입을 빌려 하고픈 얘기를 힘주어 말한다. 『캐롤』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1950년대 미국이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이 사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려 하고, 이윽고 삶을 변화시키는 두 여성의 이야기다. 사랑에 대한 솔직한 태도, 점차 서로의 삶에 스며드는 감정의 교류를 통해 성장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캐롤』이 시대를 초월하는 문학작품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오에 겐자부로 <오에 겐자부로 - 사육 외 22편>

 

오에 겐자부로이기도 하지만, 오 일단 사랑스러운 두께!

그리고 작가 자신이 자신의 반평생을 돌아보며 직접 가려 뽑아 고쳐 쓴 스물세 편이라니!

 

출판사 책소개

“아직도 내 소설에 의미가 있는 것일까?”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의 윤리적 자세를 끊임없이 자문하며 개인적인 체험을 녹여 낸 소설에서 핵 시대의 지구와 우주의 관계를 그린 미래 소설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을 보여 준 세계문학의 거장. 전후戰後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문인이자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가 60년 가까운 작가 생활 동안 발표했던 모든 단편소설 중에서 직접 스물세 편을 가려 뽑아 고쳐 쓴 『오에 겐자부로 자선단편大江健三郞自選短編』(2014)이 현대문학의 「세계문학 단편선」 스물한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직후 집필에 들어갔던 『만년양식집』(2013)을 마무리 지으면서 이로써 소설 창작을 마감한다고 선언한 오에는 “나는 어떤 소설가이고, 어떤 시대를 표현해 왔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우선 자신의 모든 단편소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장 『오에 겐자부로 자선단편』을 엮는 일에 착수했는데, 그는 스스로 이 책에 ‘정본定本’이라는 위상을 지웠다. 성性, 정치, 기도, 용서, 구원 등 오에 문학의 주제가 응집된 한 권으로, 그의 평생의 궤적이 뚜렷하게 드러난 기념비적인 선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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