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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낙원
헤닝 만켈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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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검은색이 차별받는 것은 사람 피부색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동물이건 가전제품이건 심지어 음식에서도 검은색이 차별받지는 않는다. 오로지 인간뿐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흑인일지라도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흑인에 대한 정서는 변하지 않는다. 어디 검은색뿐이랴 누런 황인종들 역시 백인의 눈에는 별다를 것이 없는 듯하다. 뿐만 아니라 유색인종 간에서 서로 차별을 하곤 하니 인간의 피부색에 대한 차별은 피부색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본능적으로 누리고 싶어 하고 과시하고 싶어 하는 권력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프리카 대륙이 세계를 지배했다면 백인들을 노예로 부리며 박해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피지배 세력에 대한 박해는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좋은 예가 아닌가 싶다. 헤닝 만켈의 『불안한 낙원』은 동아프리카의 한 도시의 백인과 흑인의 서로 대척하는 삶 속에서 흑인 사회에 녹아들려 했던 한 백인 여성의 눈으로 보여준다.

스웨덴의 가난한 가정의 한나는 극심한 여름 가뭄으로 목전에 닥친 곤궁으로 집을 떠밀리듯 떠나게 된다. 네 한 몸쯤은 챙길 수 있다는, 여기에서는 아무것도 줄 게 없다는 어머니의 말로 친척이 살고 있는 해안 도시로 향한다. 친척들과 연락이 닿지 않았던 한나는 우연히 호주에 가는 배에 오르게 되고 배의 항해사와 결혼을 하게 되지만 남자는 병으로 죽게 된다. 배가 동아프리카의 로우렌소 마르케스라는 항구 도시에 정박했을 때 한나는 몰래 배를 떠난다. 우연히 투숙한 호텔에서 한나는 심하게 앓게 되고 조기유산을 한다. 그 호텔은 실제로는 유명한 매음굴이었고 한나를 돌봐주던 매음굴의 주인은 한나에게 청혼을 하고 둘은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남편 역시 죽게 되고 한나는 매음굴을 물려받아 운영하면서 흑인들의 삶을 이해하고 변화시키려고 한다. 백인과 남성이 지배하는 그곳의 삶, 한나는 그 부조리에 저항한다. 백인 남편을 살해한 이사벨이 감옥에 투옥되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한나의 이런 행동은 백인과 흑인 모두에게 외면받을 뿐이다. 한나의 피부색으로는 결코 흑인들과 하나가 될 수 없었다. 백인들에게는 기득권을 포기하면서까지 흑인들을 생각하는 그녀를 배신자로 낙인찍었으며 흑인들 역시 오랜 기간의 백인에 대한 증오심과 뒤이을 보복 때문에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한나를 의심하며 거부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했지만 결코 흑인 사회에 녹아들 수 없었던 그녀는 마지막까지 흑인을 생각하며 아프리카를 떠난다.


“흑인들은 불필요한 고통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백인들은 현재의 우월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다른 사람들, 아랍인들과 인도인들은 우리가 사는 이 도시에 진실이 파고들 여지가 없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 (p. 208) 


고단한 삶 속에서도 기득권은 존재한다. 가난한 백인과 가난한 흑인은 서로 같지 않다. 피부색만으로 기득권을 가질 수 있는 사회. 이 세계는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법으로 아무리 금지를 해도 유전자 깊숙이 박혀 버린 우월감은 어느 한 인종이 멸망하기 전까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런 차별은 아프리카가 아니더라도 어느 세계에의 어떤 방식으로든 존재한다. 모진 학대 속에서도 지켜내려는 그들의 영혼은 맑고 순수하지만 한없이 배고프고 고달프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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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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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은 칼보다 강하다.’ 국어시간에나 배우고 말았을 명언이 현재에 와서 실감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키보드는 칼보다 강하다.’ 방구석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는 것만으로도 여론을 조작할 수 있으며 심지어 사람이 죽기까지도 한다. 개인이 모인 것만으로도 이런 힘을 보이는데 국가가 인터넷 댓글을 관리하게 되면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이 된다. 더욱이 이를 제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것이 더 끔찍할 따름이다. 국가권력에 의한 네트워크 여론조작이라니, 나치의 괴벨스가 본다면 기뻐서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장강명의 『댓글부대』는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사건이 모티프가 된 것으로 네트워크 시대의 새로운 권력과 그것을 둘러싼 이야기를 보여준다. 새로운 시대에 혁명적인 방식으로 등장해 대화와 소통의 장이 될 줄 알았던 인터넷은 그 등장만큼이나 어두운 이면으로 과거에 드러나지 않았던 끔찍한 모습마저 쉽게 보여주게 되었다.

소설은 그럴 듯한 이름의 팀-알렙의 멤버 세 명인 삼궁, 01査10, 찻탓캇이 해왔던 이야기를 폭로하는 인터뷰 형식과 그 이면의 이야기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들은 처음에는 상품평과 유학 등의 소소한 조작을 일삼는 것으로 돈을 벌어 ‘김치녀’라고 욕하지만 정작 자신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여자를 안기 위해 안마방과 유흥업소를 전전한다. 이들은 점차 단순한 조작에서 벗어나 악성 루머와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마치 자신들이 세계를 바꿀 수 있는 권력을 쥐었다고 착각하게 된다.


처음에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내 또래들은 정말 엄청난 도구가 왔다, 이걸로 이제 혁명이 일어날 거다, 하고 생각했지. 모든 사람이 직위 고하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으로 대안을 찾아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생각했지. 인터넷이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 권위를 타파해서 민주화를 이끌 거라고도 믿었어. 거대 언론이 외면하는 문제를 작은 인터넷신문들이 취재하고, 인터넷신문조차 미처 못 보고 넘어간 어두운 틈새를 전문 지식과 양식을 갖춘 블로거들이 파고들어갈 줄 알았어. (P.55)


결국 인터넷 혁명은 어두운 쪽에서 일어났다. 여론 조작의 신기원, 과거 TV속의 조작이 직설적이고 단순한 것이었다면 인터넷의 그것은 조금 더 교묘하고 심리적이다. 인터넷 여론 조작이나 선동의 핵심은 매우 단순하다. 단순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효과는 절대적이다. 그것은 바로 ‘이간질’이다. 사람의 이기적인 본성을 살살 건드려 실제 문제는 보지 못하게 하는 데에는 이것만 한 게 없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담배 값 인상으로 인해 정부의 비판이 거세지면 흡연자 대 비흡연자의 구도로 싸움을 붙인다. 최저임금에 대한 비판이 등장하면 외국인 노동자는 힘든 일도 열심히 한다고 한다. 결국 네트워크는 이전투구의 현장이 되고 남산의 실세들은 이를 흐뭇하게 바라볼 뿐이다. 문제의 본질은 이미 사라졌고 남는 것은 서로에 대한 분노뿐이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현실과 너무나도 닮아 있는 소설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야기만이 가질 수 있는 독창적인 세계를 좋아하는 것이다. 살인이 일어나고 세계가 황폐해져도 소설속의 이야기라면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댓글부대』의 경우는 어떠한가. 너무나도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현실을 끔찍하게 반영한 것이 아니던가. “독기 없이 이 소설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저자의 말이 사무치게 느껴진다. 그래서 더 불쾌하다.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권력이, 그 권력을 눈감아주면서 독이 든 떡고물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불쾌하다. 바꿀 수 없는 희망조차 생기는 않는 현실은 더 불쾌하고 두렵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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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월리스 <벤허>

 

유대와 유다가 헷갈려서 낭패를 본 적이 있다.
그것과 상관없이 원작이 소설이라니 무지 궁금하다.

 

출판사 책소개

우리에겐 1959년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영화로 익숙하지만, 그보다 80여 년 전 출간된 소설 <벤허>(1880)는 영화의 명성을 능가하는, 미국 소설사에서 획기적인 작품이었다. 로마 제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배신과 복수의 장대한 역사소설이자, 유대 청년 유다 벤허의 고난과 청년 예수의 운명이 절묘하게 엮이며 믿음의 근본을 파고드는 종교소설이며, 여기에 전차경주 장면으로 대변되는 웅대한 스펙터클과 두 여인 사이에서의 흥미로운 로맨스까지 가미되어, 그야말로 대중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리디 살베르 <울지 않기>

 

알고 보니 리디 살베르의 다른 소설을 5년 전에 읽었고 여전히 내 책장에 꽂혀 있다. 거기다가 조르주 베르나노스라니!

 

출판사 책소개

《울지 않기》는 열다섯 살 에스파냐 소녀 몬세와 프랑스의 대작가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목소리를 교차시켜 에스파냐 내전을 입체적으로 그린 소설로, 2014년 공쿠르 상을 수상했다. (…) 환희에 젖은 몬세와 절망에 찬 베르나노스, 이 둘의 목소리를 하나로 엮어 에스파냐 내전이라는 사건에 입체성을 부여하는 것은 저자 리디 살베르이다. 살베르는 과거의 사건을 두 사람의 관점에서 균형 있게 그려냄으로써 에스파냐 내전이 거의 백 년 후인 지금-여기에 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묻는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에서 자유롭고 존엄한 인간으로 서는 쪽을 택한 작은 개인들의 투쟁과 같은 삶을 이야기한다. 《울지 않기》는 1936년의 여름의 기억만을 남긴 채 나머지 생을 모두 잊어버린 어머니를 위해 딸이 쓴 찬가이자, 역사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제각기 존엄한 자신으로 살아남은 작고 여린 존재들을 그린 초상화다.

 

조이스 캐럴 오츠 <그들>

 

조이스 캐럴 오츠는 어떤 책이든 출간되면 일단 관심 집중!

게다가 두툼한 분량도 사랑스럽다.

 

출판사 책소개

1970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그들》은 미국의 다양한 사회경제 집단을 다룬 연작 ‘원더랜드 4부작’에 속한다. 오츠의 방대한 작품 세계에서 “독창성과 작품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면서,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대표작이 되었다. 오츠는 〈작가의 말〉에서 이 작품을 두고 “소설처럼 구성한 역사 기록”이라 설명하는데, 환상적 진실과 시대적 사실이 결합된 양식임을 알려주고 있다. 1969년 출간된 이래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강력한 현실성과 핍진성을 발휘하는 《그들》은 1937년 여름부터 1967년 디트로이트 흑인 폭동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디트로이트 빈민가에서 격동의 삶을 살아낸 한 가족의 연대기를 서술한다. 지리멸렬한 삶의 한가운데 던져진 젊은 엄마 로레타 웬들, 폭력으로 얼룩진 세계에서 살아남고자 발버둥 치는 그녀의 아이들 모린과 줄스의 삶에 대한 열망과 분투를 생생히 그려내며 사랑, 계급, 인종, 도시 문제 등을 탁월하게 형상화함으로써 현대 영미소설 가운데 최고의 성취를 이뤄냈다.

데이비드 브린 <스타타이드 라이징>

 

내용은 물론 작가도 흥미롭다!

 

출판사 책소개

SF 문학의 거장 데이비드 브린의 대표작 [스타타이드 라이징](전2권)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데이비드 브린은 미국의 저명한 SF 작가인 동시에 우주 과학을 전공한 과학자이자 미래학자로, 과학자로서의 전문 지식과 탁월한 이야기꾼의 재능이 어우러진 걸작들을 발표하며 수많은 SF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우주 공간에서 전설 속의 고대 유령선단을 발견한 지구 우주선 스트리커호가 그들을 추적하는 은하 종족들에 맞서 역경을 헤쳐 나가는 모험을 다룬 『스타타이드 라이징』은 브린 특유의 웅장하면서 정교한 세계관과 설정들, 탁월한 상상력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1980년대 미국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전성기를 이끈 대표적인 걸작으로, 최고 권위를 가진 SF 문학상인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거머쥔 드문 작품 목록에 이름을 올렸으며, SF 전문 잡지 『로커스』가 수여하는 로커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코니 윌리스 <화재감시원>

 

으앗, 코니 윌리스다!

 

출판사 책소개

영미권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SF 작가, 살아있는 전설이자 유쾌한 수다쟁이 코니 윌리스가 돌아왔다. 휴고상 11번, 네뷸러상 7번, 로커스상 12번을 수상한, ‘그랜드 마스터’의 반짝반짝 빛나는 수상작을 모두 모은 작품집이 드디어 나왔다. 유쾌하고 수다스러우며 그러면서도 놀랍도록 매혹적인 소설. 할리우드와 양자물리학, 시간 여행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외계인에 이르기까지 기발한 소재와 흥미로운 스토리, 주제를 막론하고 펼쳐지는 수다와 유머의 향연! 작가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최고의 단편집, 이것이 바로 코니 윌리스다. 이 책은 그중 첫 번째로 코니 윌리스를 명인의 반열에 올려 놓기 시작한 저자의 대표작 <화재 감시원>을 필두로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받은 작품 다섯 편을 엮었고, 각 작품마다 저자가 작품후기를 새로 추가해서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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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스 오즈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1, 2>

 

아모스 오즈의 자전적 소설이라니, 침묵하지 않는 작가라니, 그가 자신의 나라 이스라엘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듣고 싶다.

 

출판사 책소개

아모스 오즈의 대표작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는 사실과 허구가 어우러진 자전적 소설로, 유대인 박해의 역사와 현대 이스라엘 건국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 자신의 개인사를 통해 아름답게 풀어냈다고 평가받는 걸작이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가득 묻어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출간 이래 9개국에서 10개의 문학상을 수상하고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2007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가장 중요한 책 10권’에 선정되었고, 2015년에는 내털리 포트먼 연출,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2015년 제5회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하여 10월 24일 토지문화관에서 시상식이 열릴 예정이다.

 

 

에비사와 야스히사 <미식 예찬>

 

여기저기 입소문을 조금 많이 들은 책이 복간됐다!

눈으로라도 먹고 싶다.

 

출판사 책소개

이 소설의 1부 만찬 장면에서 가장 잘 드러나지만 이 소설은 무엇보다도 미식이라는 그 황홀한 세계를 다루고 있다. 최고의 재료를 선별해 최고의 요리사가 만들어 내는 맛의 향연, 그리고 30년 동안 잠들어 있던 로마네 콩티, 그랑 제셰조가 긴 잠에서 깨어나 꿀, 복숭아, 계피, 숲의 향기를 식탁으로 마구 뿜어내는 그런 풍성한 식탁. 거기에다가 미슐랭 가이드가 별 세 개를 수여한 프랑스 전국에 열 개밖에 안 되는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인상적인 음식들. 그리고 현대 프랑스 요리를 대표하는 폴 보퀴즈를 비롯한 국보급 셰프들의 인간적인 육성 등 이 책은 상상만으로도 입에 군침이 돌게 만들고 한숨이 저절로 나오게 하는 미식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누군가를 식사에 초대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자신의 집에 있는 동안 그의 행복을 떠맡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미식의 세계를 뒷받침하는 철학은 아주 소박한 것이다. 쓰지 시즈오가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브리야 사바랭의 위의 말은 음식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행복이라는 게 얼마나 큰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다. 음식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예술이 아니라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섭취해야 하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미식학은 음식을 예술의 경지로까지 올리려고 한다. 위화감이 들 정도로 화려한 미식의 세계는 불필요한 사치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누구에게도 당연히 들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의미에 대해 소설의 주인공 쓰지 시즈오도 성공의 정점에서 깊은 회의에 빠진다. 하지만 음악이나 미술 같은 모든 문화도 그런 면에서는 마찬가지 아닐까.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생존에 큰 지장은 없는. 그런 면에서 미식도 그런 문화의 한 분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게 주인공인 쓰지 시즈오의 깨달음이다.

 

 

피에르 르메트르 <오르부아르>

 

재미도 의미도 모두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소설.

11월의 책 중에서 가장 궁금하다.

 

출판사 책소개

전 유럽 문학상을 휩쓴 르메트르는 2013년 <오르부아르>로 공쿠르상까지 거머쥐었다. 문학성과 예술성을 중심으로 수상작을 선발하는 최고 문학상에 대중 문학 작가가 뽑힌 것은 프랑스에서도 엄청난 이변으로 평가받았다. 1922년 전사자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착복 스캔들에서 모티프를 가져 온 이 소설은 사기꾼들이 승리하고 자본가들은 폐허 위에서 부를 축적하는 제1차 세계 대전 이후의 프랑스를 거장의 솜씨로 그리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면서도 프랑스 문학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심오한 철학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서스펜스와 유머, 그리고 비극이 완벽하게 결합된 2010년 이후 최고의 프랑스 소설이라고 평가받는다.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베를린이여 안녕> / <노리스 씨 기차를 갈아타다>

 

<싱글맨>이 아주 좋았고, 이제 그의 다른 소설들도 읽어볼 수 있게 되어 너무 좋다.

 

출판사 책소개 

노리스 아서라는 의뭉스러운 인물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 장편소설 <노리스 씨 기차를 갈아타다>와 '나'가 만난 각양각색의 인물들을 섬세하게 그려낸 중단편선 <베를린이여 안녕>은 각기 독립적인 작품이기도 하지만, '베를린 이야기'라는 하나의 연작으로서, 서로 맞물리는 시공간과 등장인물, 연속되는 이야기들이 하나의 큰 그림을 이루며 1930년대 베를린 사회를 생동감 있게 재현해낸다. 이셔우드는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국제도시 베를린의 독특한 활기와 매력, 바이마르 말기의 음울한 사회 분위기, 나치의 부상이라는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을 외지인의 담담한 시선으로 포착하며 그곳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우스꽝스럽고도 사랑스럽게, 씁쓸하면서도 다정하게 하나하나 곱씹어 그려낸다. 이 두 권의 '베를린 이야기'는 「타임」지 선정 '100대 영문 소설'로 꼽히는 등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였으며, 할리우드 고전 뮤지컬 [까바레], 영화 [까바레], [나는 카메라다]의 원작 소설로 대중적으로도 널리 사랑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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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스트레인저
세라 워터스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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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제, 신분제라는 것이 현대에 와서는 희미해지지 않을까 예상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특정 국가의 신분제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명목상의 계급제나 신분제는 이미 역사 속에서나 쓰일 단어가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디 현실이 그러한가. 자본주의와 더불어 성장한 자본가들은 새로운 계층을 형성했고 그 두터운 벽은 과거 신분제가 무너지던 시절을 반성이라도 하려는 듯 높기만 하다. 요새 유행하고 있는 금수저, 흙수저의 자조적인 농담만 보아도 과거 신분제가 또 다른 형태로 정착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사실 이것이 우리나라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급격한 사회체제의 변화를 겪은 나라에서는 어디서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양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런 체제의 변화가 동양의 경우 과거의 지배 체제가 그대로 현재로 이어진 반면 과거의 계급 체제가 무너지고 새로 구축―물론 과거로부터 이어진 세력도 있겠지만―되었다는 점이 다르다. 바로 노동자 계급의 사상이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계급 질서 자체가 변동이 되었다는 것은 변혁의 주체인 노동자 측에서는 환호성을 지를 만한 시기였다면 당시의 지배 계급들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세계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를 가졌던 시기였을 것이다. 세라 워터스의 『리틀 스트레인저』는 이런 무너져가는 지배계층의 공포를 대저택 헌드레즈홀에 투영한다. 쇠락한 대저택에 출몰하는 귀신들, 그곳을 억지로 지켜나가는 노부인, 그녀에겐 자신들을 위협하는 노동자 계급의 성장이 귀신들이 주는 공포와 다름이 없었을 것이다.

영국 워릭셔의 대저택 헌드레즈홀, 전쟁과 노동자 계급의 성장으로 대저택은 물론 소유주인 에어즈 가문마저 몰락의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과거를 추억하며 살아가는 노부인 에어즈 부인과 전쟁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인 문제가 생긴 아들 로더릭, 그리고 실제로 대저택을 지켜나가고 있는 캐럴라인, 하인들은 다 떠나고 새로 온 소녀 베티가 헌드레즈홀에서 살고 있다. 과거 헌드레즈홀에서 일했던 유모의 아들인 패러데이는 자수성가해 의사가 되었고 우연한 기회에 헌드레즈홀을 방문하게 되고 그곳의 주치의가 된다. 에어즈 부인은 새로 온 이웃과 파티를 열지만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게 되고 헌드레즈홀은 괴이한 일이 연이어 발생하는 불길한 장소가 된다.

헌드레즈홀은 이제 팔리지 않고 무성한 수풀에 뒤덮여 있다. 과거의 영화는 이미 잊혀졌고 흉물스럽게 변한 건물일 뿐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굉장히 모호한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그것은 화자 자체가 어린 시절 헌드레즈홀을 욕망했던 ‘리틀 스트레인저The Little Stranger’이기 때문이다. 망가뜨려서라도 갖고 싶었던 대저택, 이처럼 화자에 대한 의심은 이 이야기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화자 자체가 성공한 노동자 계급의 한 사람이며 대저택을 탐하던, 누구보다도 헌드레즈홀의 몰락을 바랐던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저택의 귀신으로 출몰하던 낯선 존재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실재하지 않지만 각자가 가진 두려움의 또 다른 모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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