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멜리 노통의 <적의 화장법>은 반전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엠마뉘엘 카레르의 <콧수염>과 비슷한 효과를 노리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적의 화장법>은 죽이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는 아내를 결국 과도로 죽인 제롬 앙귀스트의 모노 드라마이다.

 

제롬 앙귀스트의 또 다른 자아인 텍스토르 텍셀이 등장하는데, 텍스토르 텍셀은 아내를 죽인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제롬 앙귀스트의 양심을 깨운다. 텍스토르 텍셀이 제롬 앙귀스트의 자아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제롬 앙귀스트는 어느 괴한에게 아내를 잃은 도덕적이고 합법적인 선한 인물을 대변하며, 텍스토르 텍셀은 이와 반대로 비도덕적이고 비합법적인 악한 인물을 대변한다.

 

그러나 제롬 앙귀스트와 텍스토르 텍셀의 정체가 동일인임이 밝혀지면서 그 구분이 모호해짐과 동시에 작가가 노리는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텍스토르 텍셀은 제롬 앙귀스트가 스스로 아내를 죽였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킴으로써, 양심적으로 자신을 죽여서 제롬 앙귀스트가 자살이라는 형식을 통해 심판을 받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제롬 앙귀스트의 선한 정체성이 악한 정체성을 위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과연 텍스토르 텍셀의 악한 정체성이 제롬 앙귀스트의 정체성을 심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따라서 제롬 앙귀스트의 양심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고 있는 텍스토르 텍셀은 존재의 당위성을 위협받으며, 그 반전의 효과는 급격히 떨어지고 급기야 지극히 당연한 결말이라는 진부함마저 내포하게 된다.

 

나는 <적의 화장법>에서 반전이 주는 재미와 그 깨달음을 아주 많이는 느끼지는 못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범우문고 62
F.사강 지음 / 범우사 / 1999년 12월
평점 :
품절


나는 행복지상주의자이다.

 

그래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비껴나는 이야기가 근사하다.

 

뽈르에게 행복의 열쇠는 씨몽이다. 뽈르가 손을 스치기만 해도 잡을 수 있었던 씨몽, 곧 행복은 뽈르의 몫이 아니라는 듯이 로제로 비껴간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행복의 정체는 너무도 불명확하다. 뽈르가 그녀의 유일한 사랑을 로제로 인정하는 한, 로제로 인해 외로움과 고독을 느끼더라도, 그것이 또한 행복의 또다른 모습이 아닐까…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뽈르는 가장 행복한 여인이며, 또한 가장 불행한 여인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나 2005-06-14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쓸쓸한 소설이죠..........
 
나니아 나라 이야기 세트 - 전7권 나니아 나라 이야기 (네버랜드 스토리 북스)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C. S. 루이스는 《반지 전쟁》 혹은 《반지의 제왕》을 쓴 J. R. R. 톨킨과 친구란다. 나니아 나라 이야기도 어린아이와 말하는 동물과 신화 속 요정이 나오는 판타지 세계를 그리고 있다.

 

나니아는 마법의 세계이다. 위대한 사자 아슬란의 존재는 가장 심오하고 신비스러운 마법 그 자체이다. 우리 세계에서 예수가 그렇듯이 말이다. 아슬란은 암흑 속 무의 세계에서 나니아를 탄생시켰으며, 나니아를 융성시키고, 끝내 나니아가 멸망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 나니아 속의 진짜 나니아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너무 슬펐다. 1권보다 2권이 재밌고, 2권보다 3권이 재밌고, 3권보다 4권이 재밌고, 4권보다 5권이 재밌고, 5권보다 6권이 재밌었는데 7권은 아주 슬펐다. 스스로 탄생시킨 나니아의 멸망을 지켜봐야 했던 아슬란의 심정만큼은 아니겠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니아는 곧 나의 나라이기도 했다. 선량한 동물들과 요정들이 살았던 나니아가 점점 붕괴되어 가는 과정이 현실과 많이 닮아 있어 또 슬펐다.

 

가장 가슴이 아팠던 것은 수잔 때문이었다. C. S. 루이스는 아슬란으로 하여금 나니아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우리 세계에서 어린아이를 불러내게 하는데, 아슬란은 나니아의 탄생을 지켜보았던 디고리와 폴리 다음으로 페번시가의 피터, 수잔, 에드먼드, 루시도 불러들인다. 그러나 나니아의 멸망 이후 진짜 나니아에는 수잔을 빠뜨린다. 수잔은 나니아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어른이 되려고 안달하느라 오지 못했다고 다른 형제들이 대신 말한다.

 

루이스는 왜 굳이 수잔을 빠뜨렸을까? 수잔을 빠뜨림으로써 어떤 효과를 노렸을까? 피터와 에드먼드와 루시가 진짜 나니아로 오게 된 것은 우리 세계의 대형 열차사고 때문이었다. 그 아이들의 부모도 같은 열차를 타고 있다가 죽게 된다. 결국 페번시가에는 수잔만 남게 되었다. 수잔은 얼마나 외로울까?

 

-《새벽 출정호의 항해》에서 처음 등장하는 유스터스는 너무나 유쾌한 악동이다. 나니아 나라 이야기 전체를 통틀어 유스터스만큼 부담 없이 매력적인 캐릭터는 없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흥한민국 - 변화된 미래를 위한 오래된 전통
심광현 지음 / 현실문화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우리만의 눈으로 본적이 있는가?
'한(恨)'의 미학은 우리의 눈이 아닌 외부 세계에서 관찰한 미학이다. 그러나 우리와 같이 살아가고 있는 저자는 '풍류'와 '흥'을 우리 문화의 정체성으로 이해하려 한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처음부터 시작해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생소한 '프랙탈'이라는 단어인데 우리에게 일상 생활에서 익숙한 유클리드 기하학과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흥을 설명하려 한다.

우리의 풍수, 건축, 음식, 예술등의 모든 분야를 프랙탈이라는 개념이 관통하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만의 독특한 맛과 멋을 내는 흥이라 주장한다. '한(恨)'과 무심의 미학은 흥에 보태어지는 부수적인 것으로 본다.

이 책을 처음 열게 되면서 마주치는 '프랙탈'이라는 개념에 대해 공감과 당혹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치악산의 자연경관을 보면서 느끼게 되었다는 '프랙탈'이며 우리의 산수 자체가 '프랙탈'이라 말하지만 이 지구상의 어느 곳에 가도 '프랙탈'하지 않은 자연경관은 없다. 또한 우리의 건축엔 때로는 전혀 '프랙탈'하지 않은 건축물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석굴암은 유클리드 기하학과 수학의 정수이다.

하지만 우리의 놀이와 정서에 관해서라면 '프랙탈'이라는 개념만큼 적절해 보이는 것도 없다.
멀게는 탈춤에서 가깝게는 붉은악마를 비롯한 근간의 우리의 정서는 역동적이고 생명력 있는 '프랙탈'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개념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것은 무리다. 그것이 '한'이건 '흥'이건 '프랙탈'이건간에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의 정서를 '한'이 아닌 '흥'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저자의 문제제기는 반갑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도종환 지음 / 사계절 / 199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도덕 교과서처럼 올바른 수필 모음집이다.

일탈에 대한 시도가 일색인 수많은 글들 가운데 도종환의 수필은 일침을 가한다.

가지런하기만 한 일상과 사람은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그 가운데도 꼭 바르게 지켜야 할 것들이 있노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