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멜리 노통의 <적의 화장법>은 반전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엠마뉘엘 카레르의 <콧수염>과 비슷한 효과를 노리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적의 화장법>은 죽이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는 아내를 결국 과도로 죽인 제롬 앙귀스트의 모노 드라마이다.

 

제롬 앙귀스트의 또 다른 자아인 텍스토르 텍셀이 등장하는데, 텍스토르 텍셀은 아내를 죽인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제롬 앙귀스트의 양심을 깨운다. 텍스토르 텍셀이 제롬 앙귀스트의 자아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제롬 앙귀스트는 어느 괴한에게 아내를 잃은 도덕적이고 합법적인 선한 인물을 대변하며, 텍스토르 텍셀은 이와 반대로 비도덕적이고 비합법적인 악한 인물을 대변한다.

 

그러나 제롬 앙귀스트와 텍스토르 텍셀의 정체가 동일인임이 밝혀지면서 그 구분이 모호해짐과 동시에 작가가 노리는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텍스토르 텍셀은 제롬 앙귀스트가 스스로 아내를 죽였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킴으로써, 양심적으로 자신을 죽여서 제롬 앙귀스트가 자살이라는 형식을 통해 심판을 받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제롬 앙귀스트의 선한 정체성이 악한 정체성을 위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과연 텍스토르 텍셀의 악한 정체성이 제롬 앙귀스트의 정체성을 심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따라서 제롬 앙귀스트의 양심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고 있는 텍스토르 텍셀은 존재의 당위성을 위협받으며, 그 반전의 효과는 급격히 떨어지고 급기야 지극히 당연한 결말이라는 진부함마저 내포하게 된다.

 

나는 <적의 화장법>에서 반전이 주는 재미와 그 깨달음을 아주 많이는 느끼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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