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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한민국 - 변화된 미래를 위한 오래된 전통
심광현 지음 / 현실문화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우리만의 눈으로 본적이 있는가?
'한(恨)'의 미학은 우리의 눈이 아닌 외부 세계에서 관찰한 미학이다. 그러나 우리와 같이 살아가고 있는 저자는 '풍류'와 '흥'을 우리 문화의 정체성으로 이해하려 한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처음부터 시작해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생소한 '프랙탈'이라는 단어인데 우리에게 일상 생활에서 익숙한 유클리드 기하학과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흥을 설명하려 한다.
우리의 풍수, 건축, 음식, 예술등의 모든 분야를 프랙탈이라는 개념이 관통하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만의 독특한 맛과 멋을 내는 흥이라 주장한다. '한(恨)'과 무심의 미학은 흥에 보태어지는 부수적인 것으로 본다.
이 책을 처음 열게 되면서 마주치는 '프랙탈'이라는 개념에 대해 공감과 당혹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치악산의 자연경관을 보면서 느끼게 되었다는 '프랙탈'이며 우리의 산수 자체가 '프랙탈'이라 말하지만 이 지구상의 어느 곳에 가도 '프랙탈'하지 않은 자연경관은 없다. 또한 우리의 건축엔 때로는 전혀 '프랙탈'하지 않은 건축물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석굴암은 유클리드 기하학과 수학의 정수이다.
하지만 우리의 놀이와 정서에 관해서라면 '프랙탈'이라는 개념만큼 적절해 보이는 것도 없다.
멀게는 탈춤에서 가깝게는 붉은악마를 비롯한 근간의 우리의 정서는 역동적이고 생명력 있는 '프랙탈'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개념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것은 무리다. 그것이 '한'이건 '흥'이건 '프랙탈'이건간에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의 정서를 '한'이 아닌 '흥'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저자의 문제제기는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