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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앉아 금琴을 타고 ㅣ 샘터 우리문화 톺아보기 2
이지양 지음 / 샘터사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무거운 가방을 메고서 급한 발걸음을 놀리며 복작복작한 길을 정신없이 걸었습니다. 어쩜 뛰었는지도 모릅니다. 할 일이 있었던 것이었는지, 아니면 그리 걷는 것이 습관이 된 것이었는지 알 수는 없어도 누가 등 떠민 것이 아님에도 그렇게 급히 서두르고 있었네요. 길 가에 늘어서 있는 가게들 사이에선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최신가요들이 흘러 나옵니다. 랩과 영어와 드럼 소리들이 아우성을 치며 목소리를 들어 달라 조르고 있네요. 그런데 이상하죠...? 그리 시끄러운데도.. 그 음악에 귀 기울이는 이 하나 없습니다. 시끄럽다 인상 찌푸리는 이 하나 없어요. 빨리 지나가고픈데 발걸음이 늦추어집니다.
당신 생각이 나서요...
거문고를 잘타는 백아와 그 거문고 소리를 기가 막히게 잘 듣는 종자기의 우정을 생각하며 그것 또한 큰 복이라던 당신 생각이 나서요.
그 당시 그들이라고 연예인에 속할 만한 사람들이 없겠냐며 그들 나름대로의 대중적인 음악이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에 생각나는 것이 있었답니다.
관노의 신분이었던 김성기. 그가 왕세기에게 인정받고 거문고를 배워 후기들을 가르치며 창작활동을 했던 그 과정이 지금의 음악가들과 크게 다른 점이 없을 것이란 겁니다.
그들에게 익숙했던 음악이 왜 우리에겐 멀게만 느껴지는 것일까요?
얼마 전에 <수룡음>을 들을 기회가 있어 잠시 즐겼답니다.
언제나 피리종류의 관악기로 연주되는 <수룡음>은 용의 휘파람 소리라는 이미지로 전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피리의 유장한 가락이 허공에 퍼져나가는 것이 마치 바다 속의 용이 구불구불 즐겁게 헤엄치면서 휘파람을 부는 소리와 같다 하여 <수룡음>이라 칭해진다고 하는데 어찌 이렇게 딱 맞아 들어가는 것인지... 그 내용을 모르고 들어도 어떤 존재가 한가로이 장난치며 휘휘거리는 느낌이 강하게 와닿는데 알고 들으니 더욱 수룡의 넉넉한 즐거움이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홀로 노니는 느낌과 그 홀로라는 기분이 전혀 어색하지 않는, 그래서 더욱 생생한 기분이었답니다.
함께 들었던 <염양춘>은 볕이 아주 곱고 따사로운 늦은 봄을 뜻한다 하는데 그 단조로움이 글쎄 나른한 봄을 연상케 하긴 하더군요. 무엇보다도 춘곤증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암탉을 떠올릴 만큼 따뜻하고 나른해지는 것에 슬그머니 웃음이 나더이다. 혹 당신도 이 음악을 들을 기회가 있으시다면 한가지 부탁드려 볼까요? 졸지 마셔요...라고.
사람 사는 세상 예나 지금이나 별다른 거 없다는 당신은 그 중에서도 부모님의 은혜와 같은 효심만큼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하셨더랬죠.
[홀로 앉아 금을 타고]에서 알려주는 고 안비취 선생의 <회심곡>을 구하지 못해 김영임 선생의 <회심곡>을 구해 들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라는 단어는 단어로 끝나지 않는 애잔함이 있어요. 그 분들을 떠올리면 무엇보다 눈물이 먼저 글썽이게 되는 건 저 하나 뿐만이 아닐 겁니다.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건 아무래도 음(音) 자체가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녹아 있는 절절함들이란 생각이 드네요.
효효재와 담헌 등과 즐거운 연주 후 혼자 나가 버린 효효재를 찾아간 수표교에서의 운치있는 만남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기억임에도 불구하고 연암에겐 추억하고 회상할 그리운 기억이 되었더랬죠.
그처럼 음악은 소리와 내용이 함께 어울릴 때 최고로 빛을 발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부모님을 떠올리면, 그분들께 받은 말로 다 못할 깊은 정성과 사랑이 눈물로 표현이 되는 건 아닌가 싶어요.
책에서 알려주는 고 안비취 선생의 회심곡과 김영임 선생의 회심곡은 조금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 느낌만큼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답니다.
억조--~~ 창생 만민 시주님네 이내말씀 들어보소
이 세상에 사람밖에 또 있나요 이 세상에 태어나신 사람 사람마다
홀로절로 낳노라고 거들~대~며 우쭐대도 불법 말씀 들어보면
사람마다 홀로 절로 아니 낳습니다 제~일에 석가여래 공덕 받고
어머님전 살을 빌고 아버님전 뼈를 받고
일곱 칠성님전의 명을 받고 제석님전의 복을 빌어
석달 만에 피를 모으고 여섯달 만에 육신이 생겨
열달 만삭을 고히 채워 이내 육신이 탄생을 하니
그 부모가 우릴 길러낼제 어떤 공력드렸을까
진자리는 인자하신 어머님이 누웁시고 마른자리는 아기를 뉘며
음식이라도 맛을 보고 쓰디 쓴 것은 어머님이 잡수시고 달디 단 것은
아기를 먹여 오유월이라 짧은 밤에 모기 빈대 각다귀 뜯을세라 곤곤하신
잠을 못다 주무시고 다 떨어진 세살부채를 손에다 들고 왼갖 시름을
다 던지시고 허리둥실 날려를 주시며 동지섣달 설한풍에 백설이
펄펄 날리는데 그 자손은 추울세라 덮은데 덮어주고
발치발치 눌러를 주시며
왼팔 왼젖을 물려놓고 양인 양친이 그 자손의 엉둥 허리를 툭탁치며
사랑에 겨워서 하시는 말씀이 은자~동아 금자~동아 금이로구나
만첩 청산의 보배동아~~~
순지 건곤의 일월동아 나라에는 충신동아 부모님전 효자동아 동네방네
위엄동아 일가친척의 화목동아 둥글~둥글이 수~박동아 오색비단의
채색동아 채색비~단의 오색동아
은을 주면 너를 사고 금을 주면 너를 사랴 애지중지 기른 정을 사람마다
부모은공 생각허면 태산이라도 무겁지 않겠습니다
아하아 아하아 ~~~~~~ 아하하하 ~~~ 헤나네 ~~~~
열의열 사십소사 나하아 아하아 ----~~~~ (나무 관세음보살)
당신이 안타까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어요.
옛 것이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니냐..라는 거. 서양 음악과 대중음악에 푹 빠져 버린 우리의 모습이 아쉽기도 하실 테지만 둘러 보면 그게 아니라는 거 아실 거에요.
옛 것을 찾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지금의 우리 모습에 어울리는 것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빠른 생활 속에서 진중하고 깊은 생각을 해야 하는 음악이라면 쉽게 대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나온 것이 있다죠? 요즘 국악과 대중음악을 접목시키고, 국악과 서양음악을 함께 연주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우리 것을 사라지게 하고 싶지 않은 많은 이들이 있다는 뜻이에요. 그러니 걱정마세요.
좀 더 우리 것에 대해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즐기기 시작한다면 더이상 홀로 앉아 금을 타지는 않게 되겠죠? 즐겨 주는 많은 귀들을 위해 흥겨움과 이야기거리가 가득한 구구절절한 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주 후 남는 여운과 여백이 홀로 느끼는 백지이기보다 주절주절 떠들다 공감하며 끄적여 놓는 낙서같은 여백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퍼뜩 정신을 차립니다. 길 가에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다시금 놀리는 발걸음과 귓가에 꽂아 보는 MP속에는 SG 워너비의 아리랑이 흐릅니다. 미소 지으실 수 있으시겠죠? 저도 웃으며 걸어 봅니다. 조금은 따뜻해진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