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검시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종신검시관 / 요코야마 히데오 / 랜덤하우스코리아

'검시관'이라는 직업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어떤 성격의 사람이 좋을까?
지독히 냉철해서 사실과 원칙 외에는 어떠한 것도 용납하지 않는 사람? 아님 너무도 인간적이어서 어떻게든 고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주고자 하는 사람?
여기 예리한 관찰력과 사건을 통찰하는 직관력을 지니고서 다른 검시관들이나 조사관들과 달리 파행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행동을 일삼으면서도 뛰어난 능력 때문에 '종신검시관'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구라이시가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거지같은 인생이라도 이 사람들에게는 단 한번뿐인 인생이었다. 그러니 발을 빼지 마라. 검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뿌리까지 캐내라."라는 모토에서 볼 수 있듯이 구라이시는 차갑고 모질어 보이지만 어떤 인물보다도 인간적이다. 대충 점찍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일지라도 사체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는 그에게서 아주 인간적인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경찰일을 그만둔지 10년이 넘은 전직 여경의 죽음을 다룬 <실책>에서 그는 대대적인 경찰력을 동원시켜 확실한 답을 찾아낸다. 비록 짧은 시간을 스쳐 지난간 인연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책임 아래 있었던 부하 직원에 대한 애정을 뭉클하게 느낄 수 있었다.
9년에 가까운 검시관 생활 최초의 실책이었음에도 그는 부하를 위해 최선을 더한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녀를 위해 왜 그렇게까지 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구라이시의 대답이 아직까지 내 가슴에 맴돈다. "부하였으니까..."
지금 우리 사회에 이 정도로 살가운 애정을 발휘시킬 리더가 어디쯤에 있을까.
사회 생활을 하면서 상사에 대한 불만으로 이직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오게 된다. 그런 시점에 구라이시의 이 대답은 눈시울을 붉히게 할 만한 멋진 대답이었다.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2% 정도 부족한 감이 느껴진다.
추리계의 여왕이라고 일컬어지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들과 비교한다면 분명히 추리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부족함을 채우고도 남는 부분이 사건마다 넘쳐나는 인간적인 감동이 아닐까 싶다.
출세를 벗어나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동료와 부하를 위해 아낌없는 도움을 건네는 그의 모습에서 난 또 한가지를 바라게 된다.
구라이시의 모습을 작품에서든 사회에서든 앞으로도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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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2007-06-17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척 흥미로운 책이군요. ^^

사악한 천사 2007-06-17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하고 재미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