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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마르완 비샤라 지음, 유달승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3년 9월
평점 :
'점령, 테러리즘, 그리고 미래'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의 원제목을 그대로 직역하자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냐 아파르트헤이트냐'가 된다. 책에서도 여러 번 지적하지만, 그 어느 국가보다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먼저 수교를 맺었던 이스라엘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아파르트헤이트, 즉 인종차별을 철폐할 그 시기, 그 어느 곳보다도 사상 유래없이 지독한 인종차별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이전부터 인종청소를 계속해왔음은 물론이다.
이 책은 1993년 오슬로 협정 이래 각종 협정과 협약들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분석한다. 미국의 중재 하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평화협정의 시도는 계속되었지만, 이것은 애초의 이스라엘의 역사적/정치적 책임은 외면한 채, 팔레스타인에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희생을 요구해왔다는 사실, '평화를 통해 안보를 구축'하는 것이 아닌, '안보, 즉 힘의 우위에 바탕을 두고 평화를 추구'했던 국제외교의 실패를 파헤친다. 물론 여기에서 중재자를 자처한 미국이 큰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에게 면책특권을 주었으며, 이스라엘의 입장을 '중립'의 것인양 제안했고 이를 팔레스타인이 받아들이도록 압박했다. 굴욕적인 조건들을 팔레스타인측이 받아들여 오슬로 협정이 이루어졌음에도 이후 이스라엘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미국은 이를 방관 혹은 부추켰으며, 국제사회는 이 문제를 외면했다.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오슬로 협정 덕분에 (그리고 그 이후 약속을 하나도 안 지키면서도 미국의 비호를 받은 덕분에) 팔레스타인을 경제적으로 종속시키고 착취하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를 능가하는 인종차별을 가속화할 수 있었다. 팔레스타인은 철저하게 이스라엘에 종속되고 시장으로서, 또한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공급원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었으며, 오슬로 협정 이후 경제적 파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책임과 잘못들을 분석하는 한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부정부패 역시 비판하고 있으며, 인티파다의 필연성을 강조하면서도 자살테러공격을 비판하며 비폭력 평화운동을 강조하고 있다.
책 뒤에 부록으로 붙은 분쟁연보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의 역사를 간략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훌륭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번역이 책의 가치를 크게 떨어뜨려 놓아 독자를 고통스럽게 한다. 도대체 한글 문장 자체가 문법에 안 맞는 게 숱하게 눈에 띄는 경우라니. 어떤 문장은 도대체 원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싶어질 정도다. 그래도 반 가량을 넘기고 나면 뒷부분으로 갈수록 속도도 붙고 오문도 줄어드는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