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미녀 SE (2disc 디지팩)
김인식 감독, 김혜수 외 출연 / 베어엔터테인먼트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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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와 환상의 경계에 선 사랑놀음 

경계선 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der)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뇌(腦)구조. 그래서 충동적이고 예측불허의 격렬한 분노를 주기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성격장애. 계속되는 후회와 죄책감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분노를 조절할 수 없는 치명적 히스테리. 그렇게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 선 여인 <지수>는 경계선 장애를 가진 관능미의 여인이다. 무엇이 그녀를 위태한 경계선 상에 세웠을까...

 

사랑하면 안된다

흔히 <킬러>나 <보디가드>가 가져야할 제1의 원칙이다. 죽여야할 표적도 보호해야할 고객도 결코 사랑해선 안된다. 왜냐하면 그 알량한 사랑놀음은 일에 방해가 될 뿐만아니라 자신을 위태롭게 만드는 독약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이유로 정신과의사에게도 예외일 수 없는 법칙, "네 고객을 사랑하지 마라". 

 

중독된 사랑

환자를 사랑하게된, 사랑에 빠져버린 정신과의사 <석원>. 그녀와의 은밀하고 교태적인 섹스. 따뜻하게 서로를 받아들여 하나가 되는 유희의 시간들. 과거와 교접하는 환상체험... 그것은 중독성 강한 마약과 같은 것.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환상인가!

떠난 사람을 잊지 못해 마음 구석에 담아두고 자물쇠로 꼭꼭채워둔 채 스스로를 황폐하게 자멸시켜 가는, 변덕과 발광의 요체. 그런 아내를 굳이 떠나지 않고, 애인과 버젓이 밀회를 즐기는 남자, 그리고 그런저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틈나는 대로 침대 위를 뒹굴며 몸과 침을 섞어대는 여자. 정신과의사와 정신질환자의 정사. 최면상태의 그녀, 과거의 그 남자와 섹스. 의사의 섹스 대상은 최면걸린 그녀. 죽은 아내의 정부가 내뿜는 목소리를 휴대폰으로 즐기며 복수라 생각하는 인간들. 현실과 환상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진행되는 심리변주와 그 몽환적 섹스. 그리고 최후의 일격, 얼굴없는 미녀의 공포.

 

우리는 모두 미쳤다

<미치다>라는 단어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도달하다>와 <돌다>. 우리는 그 두 가지 모두를 사랑한다. 그리고 영화는 분명히 미친 우리를 담고있다. [얼굴없는 미녀]는 미친 사랑의 노래다. 미친 사랑의 저주가 흐르는... 그 몽환적 분위기에 압도되면 김혜수의 전라(全裸)가 "홀딱" 벗은 몸으로 보이지 않는다. 영화의 전체를 장식하는 그들의 숨넘어가는 섹스는 정신적교감일까, 육체적 탐닉일까. 어쨌거나 이런 영화를 만들고 또 즐기는 우리는 모두 미쳐있다고 말할 수 밖에.

 

우리의 '삶'이라는 것은 과연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또 어디서 부터 환상이란 말인가. 우리 중에 누가 정신병자이고 누가 의사란 말인가. 모두가 미쳐서 날뛰고, 뒤죽박죽인 채 미묘한 분위기로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그녀는 왜 <얼굴 없는 미녀>로 불리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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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 장  형  제

2회

 

방문을 읽고 난 무송은 코와 입이 한쪽으로 삐딱해지는 그런 웃음을 떠올렸다.

빙그레 웃으면서 그는 가까이에 있는 적당한 바위 위에 궁둥이를 내렸다.

 

잠시 앉아 쉬면서 무송은 호랑이가 나타난다는 산등성이 고개마루를 바라보았다.

울긋불긋 단풍이 들고 있는 산줄기 위로 흰구름 송이가 서너개 두둥실 떠있었다.

술 기운이 혼혼한 눈에 한폭의 동양화처럼 비쳤다.

 


 

(이마에 흰털이 돋은 놈이라고? 흥! 그놈 꽤나 별종인 모양이지)

저렇게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 속에 사람을 잡아먹는 맹수(猛獸)가 도사리고 있다니,

알수 없는 일이라는 듯이 무송은 혼자 중얼거렸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팔백칠십년 전,

그러니까 12세기 초엽, 중국 송(宋)나라의 팔대(八代) 황제인 휘종(徽宗) 치세(治世) 때의 일이다.

 

휘종은

고구(高俅), 양전(楊戩), 동관(童貫), 채경(菜京) 이라는 네 사람의 간신(奸臣)을 총애했기 때문에

그들이 권력을 남용하고 부패를 거듭해서 조정은 평온한 날이 드물었고,

마침내 천하의 대란(大亂)을 초래하기에 이르렀다.

백성들은 일자리를 읽고 굶주리며 헤매게 되었고, 사방에 도적들이 들끓었다.

 

네 지방에서는 네 사람의 대도가 이어나 모반을 꾀하였다.

산동(山東)의 송강(宋江), 회서(淮西)의 왕경(王慶),

하북(河北)의 전호(田虎), 강남(江南)의 방랍(方臘)이 곧 그들이다.

그들은 여러 주(州)를 어지럽히고, 여러 현(縣)을 휩쓸고 다니며 노략질과 살인 방화를 일삼았다.

그리고 스스로 왕호(王號)를 참칭하여 위세를 부렸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오직 한 사람 송강만은 양산박(梁山泊)에 본거를 두고 체천행도,

즉 하늘을 대신 하여 바른 일을 행한다는 기치를 내걸고서

원수를 갚고, 곳곳의 탐관오리를 척결했으며, 각 고을의 흉포한 세도가들을 무찔렀다.

 

그 무렵 산동의 양곡현(陽谷縣)에 성은 무(武)씨고, 이름은 대(大)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무송은 그 무대의 친동생이었다.

두 형제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우선 외모부터가 동생 무송이 칠척의 거구인데 비해서

형 무대는 그 이름과 정반대로 삼척도 채 못되는 난쟁이였다.

그리고 무송은 어릴 적부터 힘이 장사인데다가 창쓰는 법과 몽둥이 휘두르는 법을 익혀

상당한 솜씨를 지니고 있는데 비해서,

무대는 줏대도 없고 머리까지 둔해서 약간 모자라는 사람 같았다.

그러나 그는 정직하고 성실한 성격이어서 말썽을 일으키는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

 

여러 해 흉년이 거듭되는 바람에

무대는 조상 전래의 가옥과 전답을 처분하여 동생과 그 돈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는 동생과 헤어져 처자를 거느리고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니다가

이웃 고장인 청하현(淸河縣)으로 옮겨갔다.

 

출 처 : 인터넷 한경 [2004.12.16] - 글/그림의 저작권 일체는 한경에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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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6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유인 2005-06-30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에 감사 드립니다. 리브로 가봤는데... 만만치가 않던데요? 이런 식이라면 책 한 권 읽고 3편의 서평을 각각 다른 내용으로 써야 한다는 건데... 어째... 자꾸 자신이 없어집니다. 음...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 풍수와 함께 하는 잡동사니 청소
캐런 킹스턴 지음, 최이정 옮김 / 도솔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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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있는가?"라는 의문이 생길 때가 있다. 내 경우에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하지만 알고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들을 남을 통해 깨닫게 되었을 때, 그래서 왠지 작아진 듯한 나를 발견하게 될 때 주로 그런 생각을 하곤 하는 것같다. 그리고 그럴 때면 어김없이 스스로 겸연쩍어지면서 아무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이 어찌 나만의 일이겠는가마는, 아마도 이런 류의 '얼굴 붉힘' 현상은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자괴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알게 된 것에 대한 경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리라. 그렇기에 "삶은 공부의 연속이다"라든가 "죽을 때까지 배워도 다 배우지 못한다"는 말들이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것이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말하는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칭호에 대해서도 나는 자유로울 수 없다.
  "당신도 그렇지? 쓰지도 않는 것들을 잔뜩 모셔둔 채, '언젠가는 쓸거야, 그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을 뿐이야'라며 자위하고 있잖아? 저기 저 책장에 도열한 책들 좀 봐. 어라, 전공서적이네? 당신, 대학 졸업한 지가 십수 년은 넘었지, 아마...? 아직도 저 책들로 공부하시나봐? 졸업 후에 단 한 번이라도 열어본 적 있어? 보지도 않을 걸 왜 모셔둔거야? 나중에 몸 아프면 약에라도 쓰시려나? 이것 봐라, 책상 서랍에 들어있는 라이터들은 또 뭐야. 왜, 라이터 장수 되시려고 작정하셨어? ... 주절주절..."
  끝을 모르는 빈정거림... 마치 바로 코 앞에서 저자의 조소가 번지는 듯하다. 하지만 가만히 귀기울여 보니, 귓가에서 징징 울리는 그 소리는 내면에서 새어나오는 '내' 목소리가 아닌가! 과연 그랬다. 나는 단 한번도 그것들을 <잡동사니>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나의 일부, 심지어는 분신이라는 생각까지 갖고있으니, 필요 없어진 -더이상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물건에 대한 나의 집착을 비웃는 작가의 모습이 눈에 선할 밖에...

  잡동사니란 무엇인가? 쓰지 않으면서도 모셔두고 있는 온갖 물품들이다. 좀더 정확하게 정의하자면, "쓸 일도 없고, 지난 몇 년간 한 번도 제대로 쓴 적도 없는, 하지만 언젠가는 쓸 일이 생길 거라는 사명을 띠고 당당하게 막대한 생활공간을 점령하고 있는, 응당 버렸어야 했을 물건들"이다.
  모양과 형태는 달라도 우리 주위에는 '내책'과 같은 지위를 가진 물품들이 산재해 있다. 그것은 지난 5년동안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옷일 수도 있고, 지난 3년간 꺼내 본 적 없는 앨범일 수도 있다. 그 외에도, 오래된 카세트 테잎이며 문구용품, (한 때는)애독했던 잡지들, 각종 수집품(우표, 인형...) 등등 그 수효를 헤아리기도 힘겨울 정도다. 우리의 생활방식 만큼이나 종류도 다양하고 또 그렇기에 간직하고 있는 사연도 가지가지겠지만, 결국은 모두가 <잡동사니>에 불과한 '내 삶의 편린'들...
  우리는 이런 준(準)쓰레기들이 버젓이 우리의 생활공간을 점령하도록 내버려두고 있다. 더군다나 적잖은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그들에게 생활공간의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면 우리는 어쩌면 부지불식간에 내 방과 집, 그리고 사무실을 쓰레기통으로 만들어가는 '작업'에 열중하며 살고있는 건지도 모른다.

  저자는 20여 년간 풍수지리를 연구한 결과를 근거로 "신주단지 모시듯 쌓아 둔 당신의 잡동사니들을 과감히 정리하라!"고 강력하게 주문한다. 그것도 "하루 속히 없애버지 않으면 안된다"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우리들이 그럴싸한 이유를 붙여서 고이 간직하고 있는 이 <잡동사니>들이 기(氣)의 흐름을 방해하여 좋은 일 보다는 나쁜 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굳이 '풍수지리'까지 갖다 붙이지 않더라도, <잡동사니>들은 항시 방치되기 마련이고 때문에 그 주위에는 세균이나 벌레심지어는 쥐와같은 달갑잖은 손님들이 주로 활동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저자의 주장을 훨씬 더 설득력을 갖게 된다.
  나처럼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들을 위해 잡동사니를 처리해야 하는 이유를 일깨워주고 처리방법과 효과를 소개하는 것에 더하여, 우리 몸의 잡동사니 처리법인 '장청소'에 대하여도 일가견을 보여주는 전문가로서의 소상한 주의와 설명이 이채롭다.

  비록 마지막의 '부록'편(세 페이지)에 드러난 주술적 이미지가 마치 무슨 종교의식을 연상시키는 황당함을 자극하여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였지만, 책을 계기로 주변을 돌아보고 미처 버리지 못해 보듬고만 살아왔던 '나쁜 기억'들로부터 자유로워 졌다는 것은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소유하고 있는 모든 물건들, 소위 '내꺼'에 대한 과민반응 증세가 단지 '소유'에 대한 강한 '집착'에 불과한 것이며, 그 집착은 어린 시절에 만들어진 뚜렷한(대개는 아픈) 기억이 작용하여 무의식적으로 유발되는 과민반응일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기에 나는 좀더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
  아울러 내 <잡동사니>들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정확히 인지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잡동사니에 불과하지만 타인에게는 보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왜 진즉 깨닫지 못했을까.

  책읽기를 마친 후 동사무소 '마을문고'에 기증할 책들의 목록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에든 '때'가 있긴 있나보다. 내가 목숨처럼 여기던 책을 기증할 생각을 다 하다니...
  시원섭섭... 시집 보내는 자식 혼수를 챙기는 부모의 기분이 이런걸까? 간혹 '그만둘까?'하는 생각이 고개를 디민다. 하지만 생각일뿐, 손이 그대로 노니는 걸 보면 결심이 확고한 것같아 안심이다.
  "비워야 채울 수있다"고 하였던가. 평범하기 그지없는 진리를 깨닫기 위해 너무 멀리 돌아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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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ntomlady 2005-06-2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끼던 책들을 마을문고에 기증하시다니 정말시원섭섭하시겠어요..
외국작가인데 풍수를 들먹이고 주술까지 나오다니..
이 책 특이해뵈네요 궁금.. ㅎㅎ

자유인 2005-06-28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서운은 합니다만... 뿌듯함도 무시할 수 없지요.
세상에 영원한 '새것'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내 집이 쓰레기통이 되게 내버려둘 순 없잖아요?
많이 가져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변화를 준 작가에게 감사할 따름이지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그리고 나누는 삶, 베푸는 삶이 되시기를...
 


 
제 1 장  형  제
1회

 

주막에서 술과 약간의 안주로 배를 채운 武松(무송)은 그르륵 트림을 했다.

그 술트림 소리가 어찌나 큰지 주모(酒母)의 눈이 휘둥그래지고 있었다.

 

무송은 자리에서 일어나 셈을 치렀다. 그리고 옆에 세워 두었던 몽둥이를 집어들었다.

그 몽둥이는 창술(槍術)과 봉술(棒術)에 능한 무송이 언제나 지니고 다니는 호신용이었다.

 



그 몽둥이를 들고 주막을 나서려는 무송을 주모는 놀란 표정으로 새삼스럽게 바라보았다.

“여보, 젊은양반. 고개 위에 무서운 호랑이가 나타난다는 것은 알고있지요?”

주모가 던진 말에 무송은 뒤를 돌아보며 히죽 웃는다.

“알고 있소”

“조심하구려. 사람을 보는 족족 잡아먹는 지독한 놈이라우”

“그 놈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요”

“어머나! 젊은이가 아무리 힘이 세고 몽둥이를 가지고 있다지만 호랑이를 당해낼 것 같수?

 어림도 없어요. 縣廳(현청)에서 사냥꾼을 수없이 풀어서 잡으려 해도 사람도 죽고 소용이 없었다오.

 목숨을 부지하고 싶거든 절대로 혼자서 고개를 넘을 생각일랑 말아요”

“고맙소. 그러나 염려 놓으시구려”

무송은 빙그레 웃음으로 감사를 표하고는 몽둥이를 끌고 어슬렁 고갯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경양강(景陽岡)이라는 고개였다.

산동으로 가는 경계에 있는 높은 산등성이를 넘는 고갯길인데, 꾸불꾸불 길고도 험했다.

 

삼사 마장 가량 올라가니 산신묘(山神廟)가 나타났다.

아니나 다를까. 그 산신묘의 문짝에 관인을 찍은 방문(榜文)이 나붙어 있었다.

무송은 그 앞에 검음을 멈추었다.

 

- 고개 위에 한 마리의 호랑이가 근래에 나타났는데, 이마에 흰 털이 돋은 이 호랑이는 통행인을 곧잘 잡아먹는다. 이번에 현청에서는 각 부락과 사냥꾼들에게 널리 알려서 상금을 걸어 조속히 이 호랑이를 잡기로 하였다. 잡은 사람에게는 일금 삼십냥(兩)을 준다.

그리고 이 고개를 넘어가려는 나그네나 상인들은 사(巳) 오(午) 미(未)의 세 시각에만 무리를 지어 통행을 해야 한다. 비록 낮이라 하더라도 그 외의 시각에는 통행을 금하며, 혼자서 고개를 넘는 일은 어느 시각이든 절대로 안 된다. 자칫하면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게 될 터이니 각자 명심하도록 하라.  

 

출 처 : 인터넷 한경 [2004.12.15] - 글/그림의 모든 저작권은 한경에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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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4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유인 2005-06-25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들켰습니다. 저는 어딜 가나 자유인이랍니다.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유인]은 꼭 기억해 주시되... 유사상표에 주의하세요. ^&^
요즘 책값이 궁해서... 알라딘에 진출했습니다. 코멘트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5-06-25 0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유인 2005-07-0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마음씨에 감사 드립니다.
리뷰 당선이야 글이 따라야 되는데... 실력이 없어서...
그래도 끊임없는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자유인 드림
 
오리지날 씬
마이클 크리스토퍼 감독, 안토니오 반데라스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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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언제나 수수께끼다. 결코 정답이 없는... 하지만 여자는 수수께끼를 넘어서는 미스터리다. 완벽한 미스터리의 결정판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지 사랑이라는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는 항상 여자의 손에 들려있게 마련이다. 마치 자연의 법칙처럼... 그런데 그 사이에 돈이 끼어들게 되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메머드급 불가사의가 되어버리곤 하니, 이또한 신의 섭리일까?

영화 [오리지날 씬]은 감당하기 버거울 것같은 세번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탄탄한 시나리오로 무장한 채. 그리고 그 철벽 시나리오를 제대로 복제한 안젤리나 졸리는 급기야 나를 당혹케 하였다. 가히 메머드급으로!
우리말 <원죄>라는 제목의 영화는 사형 집행대가 바로 코앞에 놓여 있는 감방안에서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안젤리나 졸리의 회고로부터 시작된다. 창살 가득 클로즈업된 '입술 미녀' 특유의 도톰한 입술을 통해, "이 이야기는 <러브스토리>가 아닙니다."라는 첫 마디를 던짐으로써 수도 없이 뒤집어질 반전을 예고하는 것으로 그 서막을 여는 것이다.

감방 안의 여죄수. 그녀는 사형 집행대를 바라보며 고해성사를 하는 중이다. 자신의 목뼈를 부러뜨릴 사형대를 준비하느라 간수들의 손놀림은 분주하건만, 그녀의 고백은 담담하고 차분하다. 오히려 그 장면과 분위기를 즐기는 듯한 그녀의 야릇한 미소는 그녀가 소위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여자임을 증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렇게 도입부터 강한 '냄새'와 자신감을 풍기는 영화는 '재미'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결코 실망을 안기지 않는다.

부자임을 밝히지 않은 쿠바의 한 부호와 '도시의 번잡함에서 탈출하고 싶었을 뿐'이라는 미국 처녀의 첫 만남, 뭔가 심상찮은 초고속(당일치기) 웨딩마치, 첫날밤부터 왠지 수상쩍은 신부의 거동들... 이쯤되면 우리는 그들의 만남 뒤에는 반드시 음모가 도사리게 된다는 것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거기까지는 매우 쉽다. 하지만 아쉽게도 섯부른 판단은 거기서 접어야 한다. 왜냐하면 결론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기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결코 녹녹치만은 않은 이 영화의 맛을 '어리둥절' '왔다갔다' '당혹과 혼란' '끊임없는 반전'으로 표현하고 싶다. 잘 짜여진 시나리오(구성)를 통해서만 취할 수 있는, 목구멍을 짜릿하게 치면서 넘어가는 57도짜리 위스키처럼 강한 그 '맛' 말이다.

그것은 영화가 "사랑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는 평범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전개 방식이 진부하지 않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다. 118분동안 거의 20여 분(分)을 주기로 계속되는 반전은 '역시 여자란 이해하기 힘든 동물(?)이 아닌가!'라는 상상을 자극하고도 남음이 있다.
게다가, [오리지날 씬]은 쿠바의 세 도시를 오고가며 진행되는 덕에 쿠바(또는 남미)의 특이한 정취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강점을 지녔다. 커피 농장, 고풍스런 교회, 야자수가 늘어선 저택, 마상 데이트, 자유분방한 카니발(축제) 분위기, 가면 무도회와 예사롭지 않은 춤사위들, 나름대로 우아한 오페라극장, 그리고 고대 로마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특이한 매음소굴까지... 한마디로 볼거리가 가득이다.

그녀의 눈빛에는 사랑의 묘약이 담겨있는 걸까? 영화는 눈길 한번 닿는 것만으로도 무너져내리는(사랑에 빠졌다고 착각하는) 남자들로 차고 넘친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그녀를 떡 주무르듯 조종할 수 있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은 삶의 아이러니를 고스란히 담고있지 않은가. 어찌되었건 두 남자 사이를 오가는 졸리의 심리변화가 결국은 남자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상황은 어찌 그리도 우리네 삶을 닮았는지...

"이 이야기는 <러브스토리>가 아닙니다."
고해성사를 마치고 형장을 향해야 할 시간 마지막으로 졸리가 남긴 말이다. 그리고 이 마지막 멘트를 날린 그녀는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그렇게 사라진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두 남자의 생사여탈권을 거머쥔 졸리는 돈을 택할까 사랑을 택하게 될까? 결과를 보지 않은 채 넘겨짚거나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특히 여자와 돈에 관계된 일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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