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날 씬
마이클 크리스토퍼 감독, 안토니오 반데라스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사랑은 언제나 수수께끼다. 결코 정답이 없는... 하지만 여자는 수수께끼를 넘어서는 미스터리다. 완벽한 미스터리의 결정판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지 사랑이라는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는 항상 여자의 손에 들려있게 마련이다. 마치 자연의 법칙처럼... 그런데 그 사이에 돈이 끼어들게 되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메머드급 불가사의가 되어버리곤 하니, 이또한 신의 섭리일까?

영화 [오리지날 씬]은 감당하기 버거울 것같은 세번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탄탄한 시나리오로 무장한 채. 그리고 그 철벽 시나리오를 제대로 복제한 안젤리나 졸리는 급기야 나를 당혹케 하였다. 가히 메머드급으로!
우리말 <원죄>라는 제목의 영화는 사형 집행대가 바로 코앞에 놓여 있는 감방안에서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안젤리나 졸리의 회고로부터 시작된다. 창살 가득 클로즈업된 '입술 미녀' 특유의 도톰한 입술을 통해, "이 이야기는 <러브스토리>가 아닙니다."라는 첫 마디를 던짐으로써 수도 없이 뒤집어질 반전을 예고하는 것으로 그 서막을 여는 것이다.

감방 안의 여죄수. 그녀는 사형 집행대를 바라보며 고해성사를 하는 중이다. 자신의 목뼈를 부러뜨릴 사형대를 준비하느라 간수들의 손놀림은 분주하건만, 그녀의 고백은 담담하고 차분하다. 오히려 그 장면과 분위기를 즐기는 듯한 그녀의 야릇한 미소는 그녀가 소위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여자임을 증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렇게 도입부터 강한 '냄새'와 자신감을 풍기는 영화는 '재미'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결코 실망을 안기지 않는다.

부자임을 밝히지 않은 쿠바의 한 부호와 '도시의 번잡함에서 탈출하고 싶었을 뿐'이라는 미국 처녀의 첫 만남, 뭔가 심상찮은 초고속(당일치기) 웨딩마치, 첫날밤부터 왠지 수상쩍은 신부의 거동들... 이쯤되면 우리는 그들의 만남 뒤에는 반드시 음모가 도사리게 된다는 것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거기까지는 매우 쉽다. 하지만 아쉽게도 섯부른 판단은 거기서 접어야 한다. 왜냐하면 결론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기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결코 녹녹치만은 않은 이 영화의 맛을 '어리둥절' '왔다갔다' '당혹과 혼란' '끊임없는 반전'으로 표현하고 싶다. 잘 짜여진 시나리오(구성)를 통해서만 취할 수 있는, 목구멍을 짜릿하게 치면서 넘어가는 57도짜리 위스키처럼 강한 그 '맛' 말이다.

그것은 영화가 "사랑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는 평범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전개 방식이 진부하지 않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다. 118분동안 거의 20여 분(分)을 주기로 계속되는 반전은 '역시 여자란 이해하기 힘든 동물(?)이 아닌가!'라는 상상을 자극하고도 남음이 있다.
게다가, [오리지날 씬]은 쿠바의 세 도시를 오고가며 진행되는 덕에 쿠바(또는 남미)의 특이한 정취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강점을 지녔다. 커피 농장, 고풍스런 교회, 야자수가 늘어선 저택, 마상 데이트, 자유분방한 카니발(축제) 분위기, 가면 무도회와 예사롭지 않은 춤사위들, 나름대로 우아한 오페라극장, 그리고 고대 로마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특이한 매음소굴까지... 한마디로 볼거리가 가득이다.

그녀의 눈빛에는 사랑의 묘약이 담겨있는 걸까? 영화는 눈길 한번 닿는 것만으로도 무너져내리는(사랑에 빠졌다고 착각하는) 남자들로 차고 넘친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그녀를 떡 주무르듯 조종할 수 있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은 삶의 아이러니를 고스란히 담고있지 않은가. 어찌되었건 두 남자 사이를 오가는 졸리의 심리변화가 결국은 남자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상황은 어찌 그리도 우리네 삶을 닮았는지...

"이 이야기는 <러브스토리>가 아닙니다."
고해성사를 마치고 형장을 향해야 할 시간 마지막으로 졸리가 남긴 말이다. 그리고 이 마지막 멘트를 날린 그녀는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그렇게 사라진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두 남자의 생사여탈권을 거머쥔 졸리는 돈을 택할까 사랑을 택하게 될까? 결과를 보지 않은 채 넘겨짚거나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특히 여자와 돈에 관계된 일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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