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형  제

2회

 

방문을 읽고 난 무송은 코와 입이 한쪽으로 삐딱해지는 그런 웃음을 떠올렸다.

빙그레 웃으면서 그는 가까이에 있는 적당한 바위 위에 궁둥이를 내렸다.

 

잠시 앉아 쉬면서 무송은 호랑이가 나타난다는 산등성이 고개마루를 바라보았다.

울긋불긋 단풍이 들고 있는 산줄기 위로 흰구름 송이가 서너개 두둥실 떠있었다.

술 기운이 혼혼한 눈에 한폭의 동양화처럼 비쳤다.

 


 

(이마에 흰털이 돋은 놈이라고? 흥! 그놈 꽤나 별종인 모양이지)

저렇게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 속에 사람을 잡아먹는 맹수(猛獸)가 도사리고 있다니,

알수 없는 일이라는 듯이 무송은 혼자 중얼거렸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팔백칠십년 전,

그러니까 12세기 초엽, 중국 송(宋)나라의 팔대(八代) 황제인 휘종(徽宗) 치세(治世) 때의 일이다.

 

휘종은

고구(高俅), 양전(楊戩), 동관(童貫), 채경(菜京) 이라는 네 사람의 간신(奸臣)을 총애했기 때문에

그들이 권력을 남용하고 부패를 거듭해서 조정은 평온한 날이 드물었고,

마침내 천하의 대란(大亂)을 초래하기에 이르렀다.

백성들은 일자리를 읽고 굶주리며 헤매게 되었고, 사방에 도적들이 들끓었다.

 

네 지방에서는 네 사람의 대도가 이어나 모반을 꾀하였다.

산동(山東)의 송강(宋江), 회서(淮西)의 왕경(王慶),

하북(河北)의 전호(田虎), 강남(江南)의 방랍(方臘)이 곧 그들이다.

그들은 여러 주(州)를 어지럽히고, 여러 현(縣)을 휩쓸고 다니며 노략질과 살인 방화를 일삼았다.

그리고 스스로 왕호(王號)를 참칭하여 위세를 부렸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오직 한 사람 송강만은 양산박(梁山泊)에 본거를 두고 체천행도,

즉 하늘을 대신 하여 바른 일을 행한다는 기치를 내걸고서

원수를 갚고, 곳곳의 탐관오리를 척결했으며, 각 고을의 흉포한 세도가들을 무찔렀다.

 

그 무렵 산동의 양곡현(陽谷縣)에 성은 무(武)씨고, 이름은 대(大)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무송은 그 무대의 친동생이었다.

두 형제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우선 외모부터가 동생 무송이 칠척의 거구인데 비해서

형 무대는 그 이름과 정반대로 삼척도 채 못되는 난쟁이였다.

그리고 무송은 어릴 적부터 힘이 장사인데다가 창쓰는 법과 몽둥이 휘두르는 법을 익혀

상당한 솜씨를 지니고 있는데 비해서,

무대는 줏대도 없고 머리까지 둔해서 약간 모자라는 사람 같았다.

그러나 그는 정직하고 성실한 성격이어서 말썽을 일으키는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

 

여러 해 흉년이 거듭되는 바람에

무대는 조상 전래의 가옥과 전답을 처분하여 동생과 그 돈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는 동생과 헤어져 처자를 거느리고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니다가

이웃 고장인 청하현(淸河縣)으로 옮겨갔다.

 

출 처 : 인터넷 한경 [2004.12.16] - 글/그림의 저작권 일체는 한경에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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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6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유인 2005-06-30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에 감사 드립니다. 리브로 가봤는데... 만만치가 않던데요? 이런 식이라면 책 한 권 읽고 3편의 서평을 각각 다른 내용으로 써야 한다는 건데... 어째... 자꾸 자신이 없어집니다.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