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형  제
6회
 
제 아무리 칠척 거구의 장사이지만
무송은 호랑이를 때려잡고나니 온 몸이 맥을 못출 지경으로 일시에 피로가 엄습해왔다.
 
“이놈을 고개 밑까지 끌고 내려가야 할텐데 ..”
 

그러나 당장은 엄두를 낼 수가 없어서 좀 쉬려고 무송은 바위위에 올라가 다시 벌렁 드러누웠다.
이제 술기운도 말짱 몸에서 빠져나가 버린 느낌이었다.
 
잠시 누워 쉬고 있는데,
어디선지 버스럭 버스럭 수풀을 헤치며 무엇이 기어나오는 듯한 기척이 들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싶어 약간 긴장을 하며 무송은 무거운 몸을 부스스 일으켰다.
또 호랑이였다.
 
수풀 속에서 이번에는 두 마리의 호랑이가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
 
“어이쿠! 이제는 죽었구나”
 
무송은 덜컥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러나 잘 보니 두 마리의 호랑이는 서서 걸어나오고 있었고, 한쪽 손에 창을 들고 있었다.
사람이 호랑이 가죽으로 만든 옷과 가면을 쓰고있는 것이었다. 사냥꾼인 듯 했다.
 
두 사람은 무송이 앉아있는 바위 앞으로 다가와서 덥석 땅에 무릎을 꿇고 앉아 깊이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정말 놀랐습니다. 혼자서 창이나 칼도 안 쓰시고 맨 주먹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으시다니.."
"우리는 그 동안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지요. 도대체 어디사시는 뉘신지요?”
 
“양곡현이 내 고향이오. 성은 무씨, 이름은 송, 무송이라 하오”
그리고 무송은 되물었다.
 
“그런데 당신네 둘은 뭘 하는 사람이오? 사냥꾼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현지사(縣知事)님으로부터 명을 받아 호랑이를 잡으러 나와 있었지요.
 그러나 호랑이에게 덤벼서 때려 잡을 생각은 감히 할 수도 없었어요.
 왜냐하면 그러다가 벌써 일곱 명의 사냥꾼이 죽었거든요.
 그래서 덫을 놓고 잡으려고 몇날 며칠을 숨어서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당신께서 고갯길을 걸어 올라오시더니 바위 위에 드러눕지 않겠어요.
 저러다가 저 사람 오늘 호랑이 밥이 될지도 모르겠다 싶었는데, 마침 호랑이가 나타났고,
 그 사나운 호랑이를 놀랍게도 맨주먹으로 때려잡으셨지 뭡니까.
 정말 우리는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요? 신기할 따름입니다.”
 
“나도 처음에는 좀 켕겼으나, 죽기 아니면 살기로 덤비니까 호랑이도 별것 아니지 뭐요.”
 
“현상이 걸린 호랑이를 때려잡았으니 이제 현청으로 가셔서 지사님을 만나 뵙고 상금도 타셔야지요.”
 
“그래볼까요. 헛헛허 ...”
무송은 호걸답게 껄껄 너털웃음을 웃었다.
 
출 처 : 인터넷 한경 [2004.12.20] - 글/그림의 저작권 일체는 한경에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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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장  형  제
5회
 
뒷발질도 실패한 호랑이는 분한 듯 다시
 
“으흥! 으흐흥!”
 
아가리를 짝짝 벌리며 포효를 하고는
이번에는 꼬리를 빳빳하게 쳐들기가 무섭게 그것으로 무송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무송은 잽싸게 그 사나운 꼬리 채찍질도 잘 피해냈다.
 
대체로 호랑이란 놈은 사람을 잡아 먹으려 할 때 세 단계로 공격을 한다.
 
첫 번째는 훌떡 뛰어서 덮치려고 달려드는데, 그것으로 쓰러뜨리지 못하면
다음은 뒷발질로 공격을 가한다.
그래도 안될 경우에는 마지막으로 꼬리를 채찍삼아 휘둘어 대는 것이다.
 
아무리 무서운 힘을 지닌 호랑이라곤 하지만,
맹렬한 기세로 그 세단계 공격을 치르고 나면 어느 정도 힘이 빠지게 마련이다.
 
무송은 호랑이의 그런 속성을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세가지 공격을 무사히 피해내자
이번에는 자기 쪽에서 반격을 가해야 된다는 생각이 번쩍 머리에 떠올랐다.
 
호랑이가 반원(半圓)을 그리며 몸을 돌려 다시 어슬렁 다가오자
무송은 자기도 냅다 고함을 내지르며 있는 힘을 다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런데 재수없게 호랑이는 비켜버리고, 몽둥이가 나뭇가지에 부딪쳐 두 동강이 나버렸다.
나뭇가지도 우지직 꺽어지며 낙엽이 휘날린다.
 
이제 무송의 손에는 부러진 몽둥이 반쪽이 쥐어져 있을 뿐이다.
무송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섭게 으르렁 거리며 호랑이가 재차 달려들자
무송은 훌떡훌떡 날 듯이 뛰어 뒤로 열 걸음 가량 물러섰다.
 
무송을 덮치지 못한 호랑이는
두 앞발을 쳐들어 날카로운 발톱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할퀴려는 듯이 다가든다.
 
무송은 반 토막이 된 몽둥이를 휙 내던지기가 무섭게
죽기 아니면 살기로 훌떡 뛰어올라 냅다 호랑이의 대가리 털가죽을 불끈 움켜쥔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내리 짓누른다.
 
호랑이는 버둥거리며 일어나려 했으나 이미 힘이 꽤나 빠진 듯 대가리가 차츰 밑으로 내려간다.
 
무송은 계속 사력(死力)을 다해 내리누르며 발길로 냅다 호랑이의 눈깔을 연달아 걷어찬다.
눈에서 피가 지르르 흐르면서 호랑이는 울부짖으며 발톱으로 마구 흙을 할퀴듯 파헤친다.
 
그 파헤져진 구덩이 속으로 호랑이의 대가리를 밀어넣어 콱콱 사정없이 짓이기듯 눌러댄다.
그리고 오른 손 주먹으로 쾅쾅 내리치기까지 한다.
 
마침내 호랑이는 축 늘어지고 만다.
 
그러나 아직 숨이 끊어지지는 않은 듯 꿈틀거리는 것을 보자
무송은 얼른 가서 부러진 몽둥이 토막을 주워와 그것으로 다시 뒷마무리를 하듯 두들겨 댄다.
 
호랑이가 이제 시뻘건 혓바닥을 축늘어 뜨리고 꼼짝을 하지 않게 되자
무송은 이마에 내밴 땀을 손등으로 썩 문지르며 냅다 환호성을 지르듯 외친다.
 
“야, 잡았다! 호랑이를 잡았어! 삼 십냥은 내 것이다!”
 
출 처 : 인터넷 한경 [2004.12.16] - 글/그림의 저작권 일체는 한경에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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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장  형  제
4회
 
이리 꾸불 저리 꾸불 길고도 험한 고갯길을 한참 걸어 올라가던 무송은
저만큼 앞에 마치 황소가 엎드려 있는 듯한 넓적하고 미끈둥한 검은 바위가 눈에 띄자
그 위에 가서 드러누워 한숨 자고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뱃속을 가득 채웠던 술이 이제야 온통 주기를 내뿜는 듯
온 얼굴이 화끈거리며 눈앞이 약간 아른아른해 오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 경우에 무송은 만약 어떤 상대와 부딪치게 될 것  같으면
가장 억센 힘이 몸에서 뻗쳐나오는 터이지만,
그런 일이 없을 때는 절로 하품이 나오며 졸음이 오게 마련이었다.
 

 
 "아으윽”
 
커다랗게 하품을 한 번 하고서 무송은 몽둥이를 그 바위에 기대어 세워놓고,
그 미끈둥한 바위 위로 껑충 뛰어 올라 번듯이 드러누웠다.
식인(食人) 호랑이가 나타나는 산중이라는 것도 어느새 잊은 듯 그는 스르르 잠이 들려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난데없이 썰렁한 바람이 휘몰아쳐 왔다.
 
바람에 단풍든 나뭇잎들이 우수수 나부껴 떨어졌다. 어쩐지 느낌이 보통 바람과는 다른 것 같았다.
구름이 끓어 오르면 용이 나타나고, 난데없이 바람이 일면 호랑이가 나타난다는 말이 문득 떠올라,
무송은 번쩍 눈을 뜨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니나 다를까, 우거진 숲 속에서 한 마리의 호랑이가 모습을 나타냈다.
 
눈이 매섭게 찢어지고, 이마에 흰 털이 수북이 돋아났으며,
얼룩덜룩 온몸의 무늬도 유난히 요란한 황소만한 호랑이였다.
 
“으악!”
 
무송은 잠이 들려던 참이었기 때문에 놀라 소리를 지르며 후다닥 바위에서 뛰어내렸다.
얼른 몽둥이를 거머쥐고서 바위 뒤에 몸을 숨겼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말라 있던 호랑이는
좋은 요기 거리가 생겼다는 듯이 어슬렁 어슬렁 바위를 돌아 다가오더니 우뚝 멈추어서
허리를 쭉 펴며 마치 하품을 하듯 아가리를 한 번 커다랗게 벌렸다.
 
그 시뻘건 아가리를 보자 무송은 절로 온몸에 좍 긴장이 흐르며 버르르 떨렸다.
술이 번쩍 깨는 듯했고, 몽둥이를 거머쥔 두 손에 불끈 힘이 주어졌다.
 
쭉 찢어진 날카로운 눈으로 무송을 노려보고 있던 호랑이는
별안간 꼬리를 번쩍 쳐들어 이리저리 두어 번 냅다 흔들더니,
 
“으흐흥!”
 
포효(咆哮)를 하며 훌떡 뛰어올라 달려들었다. 그 내지른 소리에 온 산이 쩌르렁 울린다.
 
무송은 잽싸게 몸을 날려 호랑이를 비켜 그 뒤쪽에 섰다.
 
허탕을 친 호랑이는 목이 짧기 때문에 얼른 뒤돌아보질 못한다.
성질이 급한 놈인 듯 그냥 앞발로 땅을 꽉 딛고서 냅다 뒷발로 걷어찬다.
 
무송은 재빨리 옆으로 몸을 날려 피한다.
 
출 처 : 인터넷 한경 [2004.12.16] - 글/그림의 저작권 일체는 한경에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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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장  형  제
3회
 
형이 어디론지 떠나버린 뒤 무송은 혼자서 외로운 세월을 보내다가,
몇해뒤 어느날 울적한 심정을 견디지 못해서 이 주막 저 주막을 돌아다니며 술을 실컷 퍼마셔 버렸다.
두주불사(斗酒不辭)인 그도 워낙 대음(大飮)을 하자 그만 정신이 아롱아롱하도록 취해 버렸는데,
마침 길거리에서 아니꼬운 녀석 하나를 만나게 되었다.
현청의 벼슬아치였다.
평소에 유달리 못되게 굴고 고약하게 노는 놈이어서 속으로 별러 오던 터였는데,
마침 잘 만났다 싶었다.
무송은 그만 단단하고 넉넉한 주먹으로 그녀석의 턱이 옆으로 삐딱하게 돌아가고,
팔 하나가 꺾어진 채 길바닥에 벌렁 나가뻗어질 지경으로 두들겨 패주었다.
 

관원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줄행랑을 칠 수밖에 없었다.
무송은 창주(滄州) 횡해군(鐄海郡)에 있는 시진(柴進)의 집을 찾아갔다.
 
시진이라는 사람은 주(周)나라 황제였던 시세종(柴世宗)의 직계 자손으로
의(義)를 중히 여기고 재물을 하찮게 생각하며,
천하의 호걸들이 식객들이 자기 집에 와서 머무르는 것을 기뻐하고 돌보아주는 그런 인물이었다.
 
그래서 그를 흔히들 전국시대(戰國時代)에 항상 수천명의 식객을 거느렸던
제(齊)나라의 공족(公族)인 맹상군(孟賞君)과 비슷하다고 해서 작은 맹상군이라고 일컫기도 했고,
시대관인(柴大官人)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 집을 찾아간 무송을 시진은 한 눈에 보통 젊은이가 아님을 알아보고서
자기 집에 머물도록 해주었다.
 
그 집의 식객이 된 무송은
어쩌다가 재수없게 학질에 걸리는 바람에 황달까지 생겨서
그럭저럭 일년을 넘게 그곳에서 눌러있었다.
 
그러다가 몸도 완쾌되고, 형도 만나보고 싶고해서 무송은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고
그동안 신세진 주인에게 깊이 머리를 숙여 하직을 고하고서 그 집을 떠났다.
 
며칠을 걸어서 무송은 청하현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는 형 무대가 청하현으로 옮겨와 있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아직도 고향인 양곡현 어딘가에 살고 있는 줄만 알고서 그곳으로 가려고
지금 경양강이라는 고개를 넘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잠시 앉아 쉰 무송은 몸을 일으켰다.
술기운이 훈훈하게 온몸을 돌고 있어서 한결 기운이 넘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마에 흰 털이 돋았다니, 어디 어떤 놈인가 한번 만나보기로 할까”
 
무송은 중얼거리며 몽둥이를 쥔 손에 불끈 한 번 힘을 주었다.
그리고 그것을 옆구리에 끼고서 산신묘 앞을 떠나 서슴없이 다시 고개를 걸어 오르기 시작했다.
 
해는 아직 서천에 남아 있었으나, 이미 미시(未時)도 지난지 오래였다.
여러 사람이 무리를 짓는다 해도 통행을 할수 없는 시각이었다.
 
그런데도 무송은 아랑곳없이 더구나 혼자서 뚜벅뚜벅 고갯길을  올라갔다.
 
출 처 : 인터넷 한경 [2004.12.16] - 글/그림의 저작권 일체는 한경에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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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잇! (여섯가지 짜릿한 오르가즘) - 할인행사
틴토 브라스 감독, 사라 코스미 외 출연 / 미디어소프트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섹스에 대한 여섯 가지 에피소드를 다루는 [두 잇]은 옴니버스라고 단언하기는 힘든 점이 있다. 하지만 남자들에 의해 결정되어지는 섹스의 정의 즉, <왜>, <어떤> 그리고 <어떻게> 섹스할 것인가에 대한 정의가 일관성을 띤다는 점에서  여섯은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관음'이라는 공통분모를 깔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일이다.
  어찌되었건, "우리는 왜 섹스를 하게 되는가?" "어떤 섹스를 원하고 또 어떤 섹스를 하게 되는가?"에 대한 감독의 고뇌(?)와 제작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영화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라기 보다는 '포르노'에 더 가깝게 느껴지지만 일단 심의를 저쳐 DVD로 나왔다니 영화라고 하기로 한다.)

  영화의 이야기 여섯 토막을 들여다 보자.

  결혼 7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남편이 준비한 이벤트는 다른 남자(호텔 종업원)와의 화끈한 동침이다.
  "난 당신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싶어. 괜찮아, 해보자. 여긴 카사블랑카잖아? 난 지켜만 볼거야"

  자신이 원하는 MC자리를 얻기 위해 여(女)PD는 사장에게 몸을 맏긴다. 같은 시각 그 사장의 부인에게 몸을 던져 쾌락을 쏟아부으며 숨을 헐떡거리는 테니스 코치. 그는 다름아닌 여PD의 애인이니...
  "MC자리를 확실하게 추천할 수 있는 사람이 사모님말고 또 누가 있겠습니까. 사모님, 제발..."

  짭잘한 "팁"을 받기 위해 부자 투수객의 사디스트(sadist) 노리개로 푸짐한 엉덩이를 기꺼이 까놓는 젊은 여인은 팁을 받아들고 애인에게 달려가 질펀한 숲 속의 정사를 치르며 외쳐댄다.
  "이젠 우리도 곧 호텔을 갖게 될거야! 그렇지? 자기야... 난... 참을 수 있어..."

  그 외에도, 일과 관련된 사람들과의 섹스를 추억담으로 되새기는 해변의 여인과 이야기를 경청하며 아내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그녀의 남편.
  절대로 <뒤>는 안된다며, "결혼하면 모든 걸 허락할게"로 일관하던 완강한 태도의 여인이 창문 너머에서 다른 여자와 섹스하는 애인의 모습을 보고 질투를 느껴, 애인과 놀아난 여자의 남편에게 그렇게도 보호하던 그 <뒤>를 허용하고 만다는 섹스 스와핑.
  누군가 훔쳐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자, 괴성을 질러대며 더욱 과감하고 격렬한 섹스를 주문하는 신혼여행에서의 신부.

  아내를 위해 준비한 외간남자와의 섹스 이벤트, 아내의 불륜(우리 식으로 말하자면)을 들으며 오르가슴을 느끼는 남편, 달력을 만들자며 애인의 누드를 직접 찍어대는 사진사,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해서 상사에게 그리고 상사의 아내에게 각각 봉사(?)하는 연인들, 숨어서 보는 사람을 위해 좀더 과감해지기로 합의한 신혼부부의 호텔방.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우리(한국인)의 성(性)상식으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과 그런 상황을 즐기는 듯한 대사들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들에는 돈과 관계 그리고 욕심에 얽혀있다. 게다가 각각의 이야기들에서 나타나는 '훔쳐보기' 또는 '엿보기' 즉 '관음'이라는 공통된 설정은 [두 잇]을 옴니버스로 만드는 가장 큰 영향력이다.

  포르노그라피 영화를 보면서 '어찌 저리도 저들은 사고방식은 우리와 다른가!'를 연발하는 경험은 그리 자주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동안 줄곧 일전에 심의 과정에서부터 문제(?)를 일으켰던, 그래서 김태연이란 여인을 각인시켰던 우리영화 [거짓말]이 문득 떠올랐다.
  [거짓말]을 봤을 때는 원조교제라는 주제와 사디즘에 집중된 성행위가 우리에게는 '파란'일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을 가졌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두 잇]은 충분히 선정적이고 도발적인 '정신공격'에 다름아니다. 그것은 가히 강한 '문화적 충격'이었다.

  [두 잇]은 섹스를 하게되는 여섯 가지 이유와 여섯 가지 섹스유형을 엮은 "버라이어티 포르노그라피 옴니버스"다. 한마디로 범죄행위로 간주되는 깅간을 제외한다면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날 있는 거의 모든 유형의 섹스를 표현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영화가 끝났지만 '이정도면 삶과 그에 수반되는 인간관계의 아이러니를 거의 정확하게 짚어내서 잘도 나열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비록 섹스라는 덜 친숙한 형식을 빌긴 했더라도... 아울러 "과연 포르노와 예술의 경계는 어디인가?"하는 질문도 새롭게 던져보게 된다.
  포르노그라피의 표현과 우리의 볼 권리는 어디까지 상충되고 어느 선까지 보호(?)를 받아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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