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미녀 SE (2disc 디지팩)
김인식 감독, 김혜수 외 출연 / 베어엔터테인먼트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현시와 환상의 경계에 선 사랑놀음 

경계선 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der)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뇌(腦)구조. 그래서 충동적이고 예측불허의 격렬한 분노를 주기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성격장애. 계속되는 후회와 죄책감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분노를 조절할 수 없는 치명적 히스테리. 그렇게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 선 여인 <지수>는 경계선 장애를 가진 관능미의 여인이다. 무엇이 그녀를 위태한 경계선 상에 세웠을까...

 

사랑하면 안된다

흔히 <킬러>나 <보디가드>가 가져야할 제1의 원칙이다. 죽여야할 표적도 보호해야할 고객도 결코 사랑해선 안된다. 왜냐하면 그 알량한 사랑놀음은 일에 방해가 될 뿐만아니라 자신을 위태롭게 만드는 독약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이유로 정신과의사에게도 예외일 수 없는 법칙, "네 고객을 사랑하지 마라". 

 

중독된 사랑

환자를 사랑하게된, 사랑에 빠져버린 정신과의사 <석원>. 그녀와의 은밀하고 교태적인 섹스. 따뜻하게 서로를 받아들여 하나가 되는 유희의 시간들. 과거와 교접하는 환상체험... 그것은 중독성 강한 마약과 같은 것.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환상인가!

떠난 사람을 잊지 못해 마음 구석에 담아두고 자물쇠로 꼭꼭채워둔 채 스스로를 황폐하게 자멸시켜 가는, 변덕과 발광의 요체. 그런 아내를 굳이 떠나지 않고, 애인과 버젓이 밀회를 즐기는 남자, 그리고 그런저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틈나는 대로 침대 위를 뒹굴며 몸과 침을 섞어대는 여자. 정신과의사와 정신질환자의 정사. 최면상태의 그녀, 과거의 그 남자와 섹스. 의사의 섹스 대상은 최면걸린 그녀. 죽은 아내의 정부가 내뿜는 목소리를 휴대폰으로 즐기며 복수라 생각하는 인간들. 현실과 환상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진행되는 심리변주와 그 몽환적 섹스. 그리고 최후의 일격, 얼굴없는 미녀의 공포.

 

우리는 모두 미쳤다

<미치다>라는 단어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도달하다>와 <돌다>. 우리는 그 두 가지 모두를 사랑한다. 그리고 영화는 분명히 미친 우리를 담고있다. [얼굴없는 미녀]는 미친 사랑의 노래다. 미친 사랑의 저주가 흐르는... 그 몽환적 분위기에 압도되면 김혜수의 전라(全裸)가 "홀딱" 벗은 몸으로 보이지 않는다. 영화의 전체를 장식하는 그들의 숨넘어가는 섹스는 정신적교감일까, 육체적 탐닉일까. 어쨌거나 이런 영화를 만들고 또 즐기는 우리는 모두 미쳐있다고 말할 수 밖에.

 

우리의 '삶'이라는 것은 과연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또 어디서 부터 환상이란 말인가. 우리 중에 누가 정신병자이고 누가 의사란 말인가. 모두가 미쳐서 날뛰고, 뒤죽박죽인 채 미묘한 분위기로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그녀는 왜 <얼굴 없는 미녀>로 불리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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