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한 신형 폭탄의 성능과 효과를 실험해보기 위해 게르니카를 폭격한 나치. 인구 5천의 게르니카는 말 그대로 초토화가 되었지만 독일인들에게 그것은 한 차례 연습 이상의 것은 아니었다는 <슈피겔>에 실린 기사에 한동안 멍했다.

 

독일과 일본의 차이에 대해 서술한 부분이 인상적인 이유는 '자신이 자신을 객체화 한다'는 관점에 대해 알았기 때문이다. 자신을 객관화하는 서술방식 자체를 거부하는 일본. 이 부분을 이해하는 데 조금 어려워서 나름 정리한 것을 적어본다.

 

-일본이 자기를 회복해내는 기억의 서사에서 과거의 일본과 현대 일본은 단절되어 있지 않다.

-전쟁을 일으킨 일본인, 희생된 일본인 모두 '같은 일본인'

-이 상태에서는 그들을 기리고 기념하는 것이 현대 일본인의 도리이고 의무

-과거의 일본과 현대의 일본은 분리될 수 없는 연속적 동일체

-그러므로 과거와의 단절은 부도덕 행위

-그러나 군국주의 일본의 과거는 압도적인 가해행위, 가해자의 기억

-가해행위는 일본인의 기준으로 따져도 도덕적이지 않음

-여기서 동일성 회복의 도덕성과 그것의 부도덕성이라는 상호배반적 문제가 발생

 

일본적 서사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택한 것은 기억의 미화, 왜곡, 변조, 사실 부정!!

 

으아, 나는 정리하기도 힘든 이런 내용을 저자는 어떻게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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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세계화와 기술의 세계화가 한국어의 생존 여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깜짝 놀랐다. 충격. 시장지배체제가 인문학의 위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의 삶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필요와 목적에 의해 움직이는 체제라면 응당 그러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국어가 세계의 적응에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면 한국에서조차 제2언어화의 운명에 빠지게 되겠지. 이미 지구는 하나, 세계는 하나라는 기치 아래 움직이고 있으니. 읽을수록 답답해지는 책이다. 글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처한 상황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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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논리는 '규제완화'의 명목으로 자연생태계의 파괴를 더욱 가속화하고, 문화환경의 상업주의적 타락을 심화하며, 사회환경을 황폐화한다.

p 158

 

이 부분을 읽는데 같이 읽고 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문명]이 떠올랐다. 자연생태계가 파괴되고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었던 인간들의 모습. 지나친 경쟁과 억압은 결국 모든 종을 위기로 몰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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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들은 어떤 이념이나 목표보다도 '생존을 위한 경영의 원칙'과 '생존게임'의 논리에 지배되는 한 시대로 진입하게 된다.

p 140

 

시장전체주의 아래에서는 교육과 학문의 가치도 변질되어버린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고, 이익을 위해서는 그 무엇이라도 짓밟아야 하는 현실이 학생들에게 펼쳐지는 것이다. 그런 교육을 받고 성장하는 학생들이, 과연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이 사회를 지탱해나갈 것인가. 아마도 우리가 바르다고 생각되는 그런 나라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라의 근간이 되는 교육. 그 교육마저 시장전체주의에 물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무섭고, 또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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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갱신에 결정적으로 필요한 것이 기억, 상상력, 이성의 작동이다......기억의 능력을 최대화하려는 것이 역사이고, 상상의 능력을 최대화하려는 것이 문학(예술)이며, 이성의 능력을 최대화하려는 것이 철학이다. 사회적 관점에서 말하면 인문학의 이 갈래들은 기억, 상상력, 이성으로 대표되는 인간능력의 공적 사회적 사용과 그 능력 에너지의 공급을 안정화하기 위한 체계이며, 이 체계는 이미 사회제도이다.

p 121-122

 

왜 인문학 하면 문학과 역사와 철학을 꼽는지 그 동안 이유를 몰랐었는데, 이리 명쾌한 설명을 듣고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자는 지배와 착취, 억압과 경쟁이라는 단어들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문학이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또 한번 [만인의 인문학]에서 거론했던 '존재의 확장'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위에 거론한 학문들로 존재가 확장되고 그곳에서부터 기쁨과 타인에 대한 관용을 경험해야 한다고.

 

윤리가 업신여겨지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과연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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