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데이즈 우먼스 머더 클럽
제임스 패터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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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보통은 책을 먼저 읽고 괜찮다 싶으면 영화를 보는 편이지만 때로는 그 반대가 도움이 될 때도 있다. 특히 미국드라마와 관련된 작품들이 그런 경향이 있는데, 인물의 외관 묘사, 성격, 그 외 특징들을 상상하기가 더 쉬워지는 것이다. 미국드라마로는 <우먼스 머더 클럽> 으로 유명한 이 책의 주인공들도 그 덕분에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건강하고 터프한 샌프란시스코 경찰국 강력반 부국장 린지 박서, 금발의 사랑스러운 기자 신디 토머스, 짧은 커트머리(드라마에서는 그랬다) 의 귀여운 미소를 가진 샌프란시스코 수석 지방검사보 질 번하트, 따뜻한 성격을 지닌 유일한 흑인 검시관 클레어 워시번. 그녀들이 또 하나의 악을 물리치기 위해 출동한다! 

사건의 시작은 사업가 라이타워의 저택 폭발이었다. 우연히 그 앞을 조깅하던 린지는 폭발 속에서 아이를 구해내고 '오거스트 스파이스'라는 서명을 발견한다. 그 후 의료보험 업계에서 주요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조지 벤고시언이 호텔에서 독살당하고 '오거스트 스파이스'라는 이름으로 신디 앞에 이메일이 도착한다. 세계경제지도자들과 미국 부통령이 참석하는 G-8 개최를 취소하지 않으면 사흘마다 한 명씩 죽이겠다는 테러 협박장. 용의자에 대한 단서를 잡지 못한 가운데 질의 가정문제가 불거지고, 연이어 질이 행방불명되면서 우먼스 머더 클럽에 비극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소설은 딱 드라마 같았다. 사건 외에 린지의 로맨스가 가미되고, 우먼스 머더 클럽의 소소한 모습들이 아주 약간 곁들여지면서 남자들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보다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또 제임스 패터슨의 다른 '우먼스 머더 클럽'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서 글의 구성이 원래 이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챕터가 짧다. 눈이 화면을 보면서 그 순간의 장면을 찰칵찰칵 기억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군더더기는 없지만 한편으로는 어쩐지 허술하다는 인상이 있다.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어째서, 왜, 우먼스 머더 클럽의 누군가가 희생되어야 했나'였다. 그 희생되는 과정과 주변설명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엥? 설마! 뭔가 계획이 있는 거겠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드라마와 원작 소설의 역학 관계는 잘 모르겠지만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기자가 중간에 그만두려나보다. 그 누군가의 희생에 대해 우먼스 머더 클럽이 느끼는 감정묘사도 허술하다. 정서의 차이인 건지, 이 작가님이 원래 이러신 건지. 

선전문구대로 첫 페이지를 열고 끝까지 읽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아무리 스릴러 소설이라고 해도 깊이가 없다. 그런대로 재미도 있고 읽을만은 하지만 책을 껴안고 침대를 뒹굴며 여운을 즐기기에는 부족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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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사수 효과만점 일본어 첫걸음
야마노우치 타스쿠.커뮤니케이션 일본어 연구회 지음, 커뮤니케이션 일본어 연구회 엮음, 오이 / 사람in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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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학 때의 수업연구와 교생실습의 주된 활동은 '자르고 붙이고 만들기'였습니다. 뒤에서도 볼 수 있게 단어카드를 커다랗게 프린트해서 색지에 붙이고 찢어지지 않도록 다시 시트지로 붙였으며, 그림카드를 만들기 위해 있는실력 없는실력 다 동원해 그림을 그리기도 했죠. 일본문화는 수업시간의 꽃이라 믿었고 그 일본문화소개를 위해 책을 보며 PPT를 공부해서 동영상을 첨부한다, 효과음을 집어넣는다 하며 소란스럽게 몇 날을 보냈는지 몰라요. 

그런데 수업의 중심이 돠는 교과서는 제가 봐도 일단 재미가 없습니다. 한 과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 하고 이제 히라가나를 배운 아이들에게 바로 어려운 문법을 강요(?)해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에 비하면 요즘 교과서들은 색색깔로 예쁘게 나오지만, 저희 학교에서 쓰는 일본어 책은 컬러도 아니고 문법 설명도 체계적으로 되어 있지 않아서 아이들이 더 어렵게 느꼈을 거라는 생각을 종종 했어요. 공부하는 데 컬러가 무슨 소용이냐, 라고 하실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10대 후반이라도 아이들은 아직 많이 어려요. 색색깔로 나온 책을 더 좋아하고 일본 사람 이름이 들리면 '이름이 웃긴다, 내가 아는 건 이런 것도 있다' 하면서 그것으로 한 시간은 갑니다. 여전히 수업 시간에 퀴즈 맞추고 받는 콩알만한 사탕 한 개에 열광하구요. 

이 책은 일단 예쁩니다. 컬러로 되어 있는 데다 각 과가 이야기로 연결되어 있어요. 주인공은 쪼꼬와 앙꼬라는 고양이와 유키와 켄인데요, 각 과의 상황에 어울리는 고양이와 인물들의 표정, 한국어로 조그맣게 붙어있는 말이 재미있습니다. 본문의 배경에 해당하는 설명은 작은 글씨지만 본문이나 중요 인사말, 중요 어구등은 글씨 크기가 커서 눈에 쉽게 들어옵니다. 한 과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많지 않아서 부담없이 쑥쑥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책은 문자와 주요인사표현으로 이루어진 1권과 형용사와 동사를 다루는 2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문법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기는 한데 어떤 책이든 문법 설명은  재미가 없는 것 같아요. 일본어는 형용사와 동사의 활용, 동사의 종류 파트만 넘기면 한 고비 넘긴 거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도 그 부분이 조금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형용사와 동사의 단어들을 죽 나열한 부분은 저도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는데요, 아마 아이들이 본다면 책을 덮을지도요;;

형용사와 동사 부분의 복잡한 구성만 제외하면 전체적으로는 깔끔하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는데,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을 꼽자면 MP3음원을 제공할 것이 아니라 각 과의 상황에 어울리는 동영상을 제작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컴퓨터를 잘 못하는 제가 방법을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그런 동영상 하나라도 더 보면 기억에 오래 남고 공부가 재미있어지거든요. 꼭 학교에서 사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따로 독학을 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8월에는 2학기가 시작됩니다. 아직 병아리인 저로서는 1학기 수업도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욱 2학기 수업이 걱정되지만 이 책과 이런저런 도서들을 보면서 연구 좀 해봐야겠습니다. 일단 공부는 재미있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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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4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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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소설을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세계문학'이라는 언덕을 올라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중고등학생 때 접한 [제인에어] 나 [폭풍의 언덕], [오만과 편견] 등의 작품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를 읽고 나서는 기겁(?)하며 세계문학에서 손을 뗐던 것 같다. 그 때 받은 '세계문학'에 대한 인상은 '심오한 것, 어려운 것, 이해하기 힘든 것' 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수록 더 욕심이 나서 서점에 갈 때마다 세계문학전집이 꽂혀 있는 코너를 맴돌기만 했었는데, 이상하게 이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이언 매큐언이 수상하기도 했다는 서머싯 몸 상의 주인공, 바로 그 '서머싯 몸'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대한 느낌을 한 마디로 정리하라고 한다면 '재.미.있.다' 로 표현할 수 있겠다. 총 516 페이지에 달하는, 결코 얇지 않은 책임에도 읽는 내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결말이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개성이 뚜렷한 인물이 여럿 등장함에도 어색하거나 혼란스럽지 않고,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기교 또한 대단해서 마치 흘러가는 물에 몸을 맡긴 듯 마음과 몸이 하나가 되어 작품 안에 녹아드는 듯한 느낌이 꽤 괜찮다. 

이 작품은 작가인 서머싯 몸이 화자로 등장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식을 취한다. 일리노이 주에서 평범하게 자란 청년 래리는 1차 세계대전에서 겪은 친구의 죽음으로 인해 삶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인가, 선과 악은 무엇이고 깨달음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그 답을 찾아 약혼녀인 이사벨과 파혼하고 프랑스의 탄광과 수도원, 독일의 농장, 스페인과 이탈리아, 인도로 이어지는 긴 여행을 떠난 래리. 그런 그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방법을 선택한 이사벨과 그녀의 남편 그레이, 세상이 준 시련으로 자신의 삶을 지옥으로 내몬 소피, 고된 한 때를 보냈지만 행복을 붙잡은 수잔과 일생을 상류사회에 대한 동경으로 보낸 엘리엇의 다양한 삶의 모습이 작가인 몸 선생님을 통해 전달된다. 

래리가 전쟁을 통해 품게 된 의문들은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한 번씩은 생각해 봤음직한 것들이다. 신은 존재하는가, 세상에 악은 존재하는가, 불멸의 영혼은 있는가. 어떤 사람은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래리처럼 일생을 바칠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이사벨처럼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숙제라 여기며 생활에 집중할 것이다. 누구도 밝히지 못한 해답을 찾아 공부하고 싶다는 래리의 마음도, 상류사회의 생활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사벨의 마음도 모두 이해된다. 또한 파티와 사교계의 생활을 삶의 가치로 삼은 엘리엇이나 안정된 직장을 원하는 그레이 등의 삶의 방식도.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누구의 생활방식이 옳고 누구의 삶이 잘못된 것이라는 평가가 아니라, 그 누구의 삶도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으며 각자의 몫이 따로 있다는 것이 아닐까. 작가가 이 작품을 왜 '면도날'이라고 붙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책의 맨 앞장에 적힌 구원에 관한 글을 보면 어떤 생활방식을 가지고 있고 소중히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이든 자신만의 '구원'을 얻기란 매우 힘든 과정이란 것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참 독특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진리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의문에 대해 논하는 철학서 같기도 하고, 다양한 인간군상을 내보여주는 단순한 이야기같기도 하다가, 여러 사람을 등장시킨 새로운 형식의 자서전 같기도 한 이야기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세계문학'이라는 이름이 붙은만큼 구성이나 이야기의 전개 등이 깔끔하고 내용에 대한 흥미가 높다는 점이다. 이 책을 계기로 '서머싯 몸'이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 그리고 세계문학에 대한 관심도가 쭉 올라갔다. 어쩌면 지금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를 읽는다면 어렸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재미를 발견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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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
마이클 셰이본 지음, 이선혜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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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랜만에 책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책 이야기야 늘 하고 있지만 당신이 내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고 안 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끔 했거든요.  오늘은 한 번 내 이야기를 들어봐요. 당신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이 책이 '왁! 완전 재미있어!'라고 말할 수 없는 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당신에게 말을 걸고 싶었던 건지도 몰라요. 내가 아는 세상과 당신이 아는 세상, 그 차이가 다른 관점에서 이 책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줄테니까.
 
혹시 [위대한 개츠비]와 [호밀밭의 파수꾼] 이라는 책 읽어봤어요? 난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아직도 못 읽었어요. '못'읽은 게 아니라 읽는 걸 잊었다고 하는 게 맞겠네요. '읽어야지' 생각을 하면서도 눈 앞에 재미있는 책이 나타나면 금방 또 잊어버리거든요. 그런데 이 두 책이 자주 내 발목을 잡아요. 출판사가 광고효과를 노린 건지도 모르지만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 일탈 등을 그린 작품들의 표지에는 으레 '[위대한 개츠비]와 [호밀밭의 파수꾼]의 계보를 잇는다' 거나, 그 두 작품을 뛰어넘는 수작이라는 표현이 적혀 있거든요. 그리고 그런 표현이 적힌 책을 읽었을 때는 늘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대체 뭐가 뛰어나다는 거지?' 하고. 내가 작품을 제대로 이해못한 건지, 아니면 작품이 정말 재미가 없는 건지 제대로 판단을 할 수 없죠.
 
이 책도 그랬어요.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 일탈과 예상되는 결말을 그린 이 책 표지에도 여지없이 [위대한 개츠비]와 [호밀밭의 파수꾼]이 언급되어 있었고, 나는 또 '으흐흐흐흠;;' 하고 당황스러워했죠.  그리고 [위대한 개츠비]와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었다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한 번 더 했고요. 어쩌면 내가 누군가에게 '나는 이런이런 삶을 살았어'라고 말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단 한 번의 일탈 없는 평탄한 인생을 걸어왔기 때문일까요. 물론 나도 괴로운 적도 많았고, 내 자아라거나 인생 자체에 대해 고민한 적도 많았지만 그렇게 눈에 띄는 방황은 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주인공은 아트라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한 남자에요. 그는 도서관에서 매력적인 아서와 아름다운 여인 플록스를 만납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아서가 게이라는 걸 알아챈 아트는 아서가 자신에게 접근한 이유에 대해 늘 경계하지만 어느 순간 그를 사랑하게 돼요. 하지만 플록스와의 관계를 끊지는 못하죠. 그들은 아서의 친구 클리블랜드와 제인과 어울리면서 즐거운 여름을 보내는데요, 그런데 아트의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는 지 알아요? 아트의 아버지는 갱단이에요. 꽤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 같아요. 아트의 어머니는 그가 어렸을 때 아버지 대신 죽음을 맞았고, 그 일이 있은 후 아트는 계속 방황한 것처럼 보여요. 아버지와도 거리를 두려고 했고. 하지만 클리블랜드 때문에 예기치 못한 위기를 맞게 된답니다.
 
아트는 굉장히 우유부단한 사람이에요. 그 때 그 때의 감정에 따라 움직이고 아서, 혹은 플록스와 섹스하죠. 자기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아서인지, 플록스인지조차 알지 못해서 주위 사람에게 상처를 줘요. 아버지의 직업으로 인한 방황?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아버지와의 관계? 그렇죠. 방황할 수도 있죠. 아직 젊으니까 즐기고 싶을 수도 있고, 자기가 진정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은 지 고민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트는 '고민'이라는 이름으로 방황이 아닌 방탕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여요. 자기 자신을 지킬만한 중심이랄까 강함이 없다고 해야 하나.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들, 술, 자신의 마음도 제대로 모르면서 이뤄지는 섹스. 그러다 누가 하나 죽고나서야 살짝 정신을 차리는 것처럼 보이고, 결국은 시간이 흘러 그 시절이 끔찍했지만 아름다웠네 어쩌네 하면서 끝을 맺죠. 몰라.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답답했고, 인생이 이렇게 간단한 게 아닐텐데 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처음에는 표지가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푸른 하늘 밑에서 나도 누군가와 저렇게 두 다리 쭉 뻗고 지내고 싶다고 생각할만큼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였거든요. 하지만 원래 작가의 문체가 그런 건지 번역이 그런 건지 전달하려는 이야기가 명확하지 않은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읽고나야 앞에서 벌어진 일이 무엇이지 겨우 이해한 문장도 있었고, 내용을 유추해야 하기도 하고. 정서적으로도 잘 맞지 않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별 세 개 반을 준 건, 어쩌면 한 번 더 읽으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별의 갯수는 나중에 또 정해도 되니까. 그러니까 당신도 한 번 읽어봐요. 당신은 어떤 느낌이 들고, 무슨 생각을 할 지 궁금해요. 아! 근데 게이에 대해 자기만의 생각이 있다면, 조금은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네요.
 
음. 글이 너무 길어졌어요. 재미있는 책이었다면 '완전 재미있어!'라는 말만으로도 충분했을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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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인 서울 Agit in Seoul - 컬처·아트·트렌드·피플이 만드는 거리 컬렉션 in Seoul 시리즈
민은실 외 지음, 백경호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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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들었는데 새 책 냄새가 코를 찔렀다. 페이지마다 숨어서 종이를 휘리릭 넘길 때 슥 빠져나와 머리를 아프게 했던 그 냄새는 어쩐지 서울의 냄새와 닮아 있다. 옆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늘 바쁘게 움직여야 하고, 자동차들로 가득한 곳. 서울에서 20년 넘게 살았음에도 '서울'하면 떠오르는 것은 높은 빌딩과 도시를 상징하는 온갖 것들이었다. 그런 서울이, 내가 숨쉬고 있는 이 도시가 문득 궁금해졌다. 사람처럼, 어쩌면 이 도시도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 외에 다른 알맹이로 속을 채우고 조금은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라는 터무니없는 생각과 함께 나는 서울탐험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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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낯선 듯 익숙한 곳

이 책에서 소개된 장소는 잠깐만 눈을 옆으로 돌렸다면 쉽게 '아! 여기!'라고 금방 알아챌 수 있는 곳이다. 나에게는 '정동길'이 그랬다. 나는 그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녔다. 매일 아침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시청역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달리다 보면 내 몸을 내가 주체할 수 없어졌다;;) 돌담길을 지나쳤다. 아침에는 정신이 없어 무작정 앞만 보고 걸었지만 밤에 야간자율학습을 끝내고 걷던 그 길은 참 예뻤던 기억이 난다. 사진에 있는 빨간 공중전화 박스는 그 때부터 있던 것으로 분위기 있는 돌담길과 함께 늘 영화촬영의 중심이 되곤 했더랬다.  



생각해보면 그 곳은 우리의 지나간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었다. 덕수궁으로 많이 알려진 경운궁과 근대 초기의 건축물, 정동극장, 정동제일교회 등 벽돌 하나하나에 시간의 숨결이 묻어있다. 참고로 그 역사적인 건물에서 나는 공연도 보았고, 아주 오래 전에 지어진 심슨관에서 수업을 받았다. 크하! 

돌담길을 따라 산책을 하다보면 곳곳이 미술관이다. 물론 서울시립미술관이 자리잡고 있기는 하지만 길을 따라 늘어서 있는 벽에도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고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는 공간도 매우 아늑하게 꾸며져 있다. 속속들이 둘러본 적은 없지만 정동극장 앞 벤치에 앉으면 정동 라디오 공개 방송의 음원을 들을 수도 있다 하니 도심 속에서 마음을 다스리기에 적당한, 그러면서도 예술적인 공간으로 변모한 듯 하다.   



정동길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대학로나 삼청동의 길도 이 책을 통해 만나면 낯선 듯 익숙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2. 아니 이런 곳이!!

나는 친구들에게 가끔 '서울ㅊㅗㄴㄴㅕㄴ'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너 여기 알아? 여기 가 봤어?'라는 질문에 '아니 잘 몰라'라고 대답하기 일쑤니 그런 말을 듣는 것도 당연하지만. 새로운 곳을 발견하기보다 익숙한 곳만 찾다보니 아무리 서울에서 오래 살았어도 즐겨 다니는 장소는 그리 많지 않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그런 곳. 그래서 이 책을 읽다가 '뭐야, 이런 곳도 있단 말야'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가장 눈에 띄었던 곳은 삼청동길에 자리잡은 <북카페 내 서재>였다. 사진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이 곳에 가면 왠지 다락방에 숨어 책을 읽는 듯한 구수한 느낌이 들 것 같다. 과학, 인문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3000여 권 서가에 꽂혀 있으며 클래식 음악이 잔잔히 흘러나오고 향기로운 커피와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라니, 나처럼 책에 빠진 사람에게는 꼭 한 번 탐방(?)해야 할 장소가 아닐까. 삼청동에 간다면 삼청파출소 옆에 있는 벼룩시장도 꼭 들러보고 싶다. 히. 
  




3. 그런데 가격이 착하지 않아

아기자기하고 흥미로운 책이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여기에 소개된 장소가 꽤 비싼 곳이 많다는 점이다. 커피값도 그렇고, 음식 값도 그렇고. 서울 투어를 한 달 내내 하다가는 모아놓은 돈을 다 탕진할지도. 이 책을 따라 쇼핑이나 헤어관리를 받으면 한 달 이내가 될 지도 모르니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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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곳이 많을 듯. 만약 [아지트 인 서울 2]가 나온다면 그 때는 구수한 사람들의 냄새가 나는 곳도 소개해줬으면 좋겠다. 이 책은 인형같았다. 책에서 풍기는 냄새처럼 선뜻 다가서기 힘든 딱딱함이 있달까. 가장 오래 머물러 있으나 가장 알지 못하는 곳 서울. 그 서울의 곳곳, 골목길골목길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사진도 많고 찾아가는 길, 운영시간, 판매하는 물건의 가격 등도 세세하게 나와있어 참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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