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
마이클 셰이본 지음, 이선혜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오늘은 오랜만에 책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책 이야기야 늘 하고 있지만 당신이 내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고 안 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끔 했거든요.  오늘은 한 번 내 이야기를 들어봐요. 당신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이 책이 '왁! 완전 재미있어!'라고 말할 수 없는 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당신에게 말을 걸고 싶었던 건지도 몰라요. 내가 아는 세상과 당신이 아는 세상, 그 차이가 다른 관점에서 이 책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줄테니까.
 
혹시 [위대한 개츠비]와 [호밀밭의 파수꾼] 이라는 책 읽어봤어요? 난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아직도 못 읽었어요. '못'읽은 게 아니라 읽는 걸 잊었다고 하는 게 맞겠네요. '읽어야지' 생각을 하면서도 눈 앞에 재미있는 책이 나타나면 금방 또 잊어버리거든요. 그런데 이 두 책이 자주 내 발목을 잡아요. 출판사가 광고효과를 노린 건지도 모르지만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 일탈 등을 그린 작품들의 표지에는 으레 '[위대한 개츠비]와 [호밀밭의 파수꾼]의 계보를 잇는다' 거나, 그 두 작품을 뛰어넘는 수작이라는 표현이 적혀 있거든요. 그리고 그런 표현이 적힌 책을 읽었을 때는 늘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대체 뭐가 뛰어나다는 거지?' 하고. 내가 작품을 제대로 이해못한 건지, 아니면 작품이 정말 재미가 없는 건지 제대로 판단을 할 수 없죠.
 
이 책도 그랬어요.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 일탈과 예상되는 결말을 그린 이 책 표지에도 여지없이 [위대한 개츠비]와 [호밀밭의 파수꾼]이 언급되어 있었고, 나는 또 '으흐흐흐흠;;' 하고 당황스러워했죠.  그리고 [위대한 개츠비]와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었다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한 번 더 했고요. 어쩌면 내가 누군가에게 '나는 이런이런 삶을 살았어'라고 말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단 한 번의 일탈 없는 평탄한 인생을 걸어왔기 때문일까요. 물론 나도 괴로운 적도 많았고, 내 자아라거나 인생 자체에 대해 고민한 적도 많았지만 그렇게 눈에 띄는 방황은 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주인공은 아트라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한 남자에요. 그는 도서관에서 매력적인 아서와 아름다운 여인 플록스를 만납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아서가 게이라는 걸 알아챈 아트는 아서가 자신에게 접근한 이유에 대해 늘 경계하지만 어느 순간 그를 사랑하게 돼요. 하지만 플록스와의 관계를 끊지는 못하죠. 그들은 아서의 친구 클리블랜드와 제인과 어울리면서 즐거운 여름을 보내는데요, 그런데 아트의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는 지 알아요? 아트의 아버지는 갱단이에요. 꽤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 같아요. 아트의 어머니는 그가 어렸을 때 아버지 대신 죽음을 맞았고, 그 일이 있은 후 아트는 계속 방황한 것처럼 보여요. 아버지와도 거리를 두려고 했고. 하지만 클리블랜드 때문에 예기치 못한 위기를 맞게 된답니다.
 
아트는 굉장히 우유부단한 사람이에요. 그 때 그 때의 감정에 따라 움직이고 아서, 혹은 플록스와 섹스하죠. 자기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아서인지, 플록스인지조차 알지 못해서 주위 사람에게 상처를 줘요. 아버지의 직업으로 인한 방황?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아버지와의 관계? 그렇죠. 방황할 수도 있죠. 아직 젊으니까 즐기고 싶을 수도 있고, 자기가 진정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은 지 고민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트는 '고민'이라는 이름으로 방황이 아닌 방탕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여요. 자기 자신을 지킬만한 중심이랄까 강함이 없다고 해야 하나.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들, 술, 자신의 마음도 제대로 모르면서 이뤄지는 섹스. 그러다 누가 하나 죽고나서야 살짝 정신을 차리는 것처럼 보이고, 결국은 시간이 흘러 그 시절이 끔찍했지만 아름다웠네 어쩌네 하면서 끝을 맺죠. 몰라.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답답했고, 인생이 이렇게 간단한 게 아닐텐데 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처음에는 표지가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푸른 하늘 밑에서 나도 누군가와 저렇게 두 다리 쭉 뻗고 지내고 싶다고 생각할만큼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였거든요. 하지만 원래 작가의 문체가 그런 건지 번역이 그런 건지 전달하려는 이야기가 명확하지 않은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읽고나야 앞에서 벌어진 일이 무엇이지 겨우 이해한 문장도 있었고, 내용을 유추해야 하기도 하고. 정서적으로도 잘 맞지 않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별 세 개 반을 준 건, 어쩌면 한 번 더 읽으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별의 갯수는 나중에 또 정해도 되니까. 그러니까 당신도 한 번 읽어봐요. 당신은 어떤 느낌이 들고, 무슨 생각을 할 지 궁금해요. 아! 근데 게이에 대해 자기만의 생각이 있다면, 조금은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네요.
 
음. 글이 너무 길어졌어요. 재미있는 책이었다면 '완전 재미있어!'라는 말만으로도 충분했을텐데 말이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