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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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가족'이라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가족'이라는 단어를 입에 머금으면 나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내다버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사람들'. 분명 우리나라 작가의 인터뷰 중 하나였는데 누가 말한 것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거나 그 사람이 저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은 내다버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가족=버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할 수 있었다면 아마 그 사람은 저렇게 모질게 말할 수 없었겠지.

나에게 가족은 처음으로 나의 존재를 명명해주었던 사람들이자, 사랑과 미움, 원망과 애정, 실망과 친밀함 등 온갖 감정들을 나누고 꾸미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가족이니까' 라는, '가족이 뭐냐!'라는 말들로 모든 것이 통용될 수 있는 관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그 '가족이니까'를 외치면서 타인에게 원하는 것보다 더한 사랑과 관심, 관용과 배려를 요구하게 되는 관계. 그 요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 우리는 이렇게 중얼거리기도 한다. '이놈의 집구석, 징글징글해. 혼자 자유롭게 살았으면'. 하지만 어쩌면, 역시 가족 없이 홀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저 말을 아무 느낌 없이, 간단하게 내뱉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만해도 징글징글한 이놈의 집구석, 여기에도 있다. 아버지는 돈 잘 버는 무역업체 사장,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하고 재혼했으나 곧 또다시 이혼, 누나는 어릴 적 받은 상처로 제대로 된 생활을 이끌어나가지 못하는 상태이며 멀쩡해 보이는 남동생에게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이 있다. 그리고 현재 아버지와 누나와 남동생은, 화교인 새어머니와 의붓동생과 함께다. 그런데 잘하는 것이라면 바이올린 연주, 늘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생활하던 의붓동생이 사라졌다. 막내의 실종을 둘러싸고 가족들이 숨기고 있던 비밀이 하나씩 둘씩 밝혀지고 그들은 과연 자신들이 가족이었던가, 가족이라 해서 서로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이 무엇이었는가를 자문한다.

아마도 작가는 막내의 실종을 기점으로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고 서먹서먹해 했던 가족들이 하나로 뭉치는 과정과 가족이므로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던 것일 게다. 하지만 계산이 조금 어긋난 것은 아닐까. 그들은, 소설 안의 이 가족들은 결코 처음부터 가족이었던 사람들과 온전히 같을 수 없다. 혈연의 문제가 아니다. 거짓과 은폐의 문제다.

가족도 결국은 각기 다른 개개인이 모여 살아가는 집단인데 사소한 비밀 한 가지씩 없을 수는 없다. 친구관계, 만나는 사람, 그 날 있었던 일 중 말하고 싶지 않은 것, 말할 수 없는 것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진실이라고는 한 점도 찾을 수 없었던 관계가 막내의 실종을 계기로 갑자기 진실과 사랑, 희생으로 변할 수 있을까. 그들 가족 중 가장 솔직한 사람은 누나 뿐이다. 불안한 정서의 소유자지만 미움과 증오, 연민과 애정을 숨김없이 표출하는 사람은 그녀 한 사람이다. 나머지는 모두 가면을 쓰고 연기하고 있을 뿐. 그러므로 가족의 희생, 큰 일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설정은 작위적이다.

이야기 면에서도 조금 아쉽다. 한 남자의 죽음으로 시작된 이야기. 그 남자와 아이의 관계는 무엇이며 그의 죽음의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 궁금증을 일으키며 기세좋게 시작하지만 끝으로 갈수록 세심함이 받쳐주지 못한다. 미스터리 형식을 도입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꾀했으나, 당연히 누구나 추측할 수 있는 희망을 내놓으며 이야기는 갑자기 종결된다. 흐지부지. 뒷심이 부족하다.

작가는


   진심을 다해 소설을 썼고, 세상에 내놓는다. 그것이 전부다.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세계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조금 두렵다.

라고 말한다. 그녀의 그 말로 인해 나는 이 소설이 '어느 정도 재미는 있었으나 그리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라고 말하기가 조금 겁이 났다. 창작의 고통은 조금도 모르는 내가 과연 그녀를 두렵게 만들어도 되는 것인가. 하지만 나는 독자고 그녀는 작가다. 그녀의 작품은 '독자'가 있어야 비로소 가치를 지닌다고 믿고 싶다. '가족'이라는, 우리나라 사람 누구의 가슴을 울릴만한 소재로 글을 썼다고 해서, 책을 읽으며 마음을 졸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해서 그녀에게 기꺼이,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훌륭한 작품' 이라는 타이틀을 주고 싶지는 않다.

글의 끝에서, 나는 가족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자문해본다. 어려운 문제다. 우리도 소설 속 가족들처럼 '집 안'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모습을 알고 있을 뿐이지 집 밖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나도 가족에 대해 전부 알 수 없고, 가족도 나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 없다.

그럼에도 가족이란, 자신의 눈으로 보는 모습들이 진실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믿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 '가족'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가족에 대한 정의는 각자가 살아온 환경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겠지만 그것이 나를 둘러싼 '가족'에 대한 정의다. 작가가 나에게 '너는 가족에 대해 모른다'고 한다면 나는 그저 '다는 모른다' 라고 대답하면 그 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다시 되묻고 싶다. '당신은 가족에 대해 무얼 아느냐' 고.

완벽한 해답은 없다. 그저 함께 웃고 울고 화내고 미워하고 사랑하면서 부대끼며 살아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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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맨스 랜드 - 청춘이 머무는 곳
에이단 체임버스 지음, 고정아 옮김 / 생각과느낌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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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이 갖추어야 할 조건은 무엇일까. 올해는 책의 권수에 구애받지 말고 질에 더 중점을 두고 싶어 손에 쥐는 책마다 꼼꼼하게 살펴보게 된다. 이건 영 아니다 싶은 책, 재미는 있으나 뭔가가 부족한 듯 싶은 책은 애처롭지만 나의 기준에서 살짝 벗어난다. 내용이 조금 심오하다 싶으면 으레 표현이 어려워 도무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 책도 나에게는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메세지도 있고, 문장도 물 흐르듯 술술 읽히고 게다가 재미와 감동까지 전해준다면 정말 최고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감성과 이성의 도전적인 물음. -카네기 메달 심사평 중
인용한 문구 그대로 되시겠다. 그저 감정만으로 이끌어가는 책이 아니라 마음과 머리를 동시에 자극하는 작품이다. 나는 책을 읽다보면 감정에 치우치는 경향이 많다. 일어났던 사건과 배경들을 모두 기억의 저편으로 날려버린 채 한 작품을 그저 '어떤 어떤 느낌이었다'는 감정만으로만 기억하는 것이다. 그것을 나는 애써 '가슴으로 받아들인 책'이라며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히 '감동적이었다, 좋았다' 같은 표현으로만 기억하기에는 어쩐지 아까운 그런 책이다. 뭔가 중요한 메세지가 있는데 (그것이 작가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온전히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지금같은 때는 난감하다. 누가 내 목구멍을 탁 쳐서 그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는 중요한 것을 튀어나오게 해준다면 좋으련만. 

두 명의 제이콥이 있다. 먼저 1944년 네덜란드에서 독일과 전쟁을 치르는 영국군인 제이콥의 이야기부터 하자. 2차 세계대전을 치르던 중 부상을 입고 헤르트라위의 극진한 간호를 받으며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제이콥. 영국에 아내와 가족들이 있지만 그를 못된 불륜남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고 언제 어느 때 죽을 지 알 수 없는 상황, 독일군에게 붙잡혀 포로로 끌려가느냐 명예와 조국을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고 싸워야 하느냐 하는 상황은 처해보지 않으면 누구도 알 수 없을 테니까. 

두 번째 제이콥은 1995년의 네덜란드에 있다. 전쟁 중 할아버지를 보살펴 준 가족들을 만나러 온 손자 제이콥이다. 원래는 할머니 새라가 오기로 되어 있었지만 할머니가 엉덩이 수술을 받는 바람에 네덜란드에 오게 된 제이콥. 헤르트라위의 가족인 테셀 아주머니와 단, 단의 친구이자 게이인 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알마 할머니, 매력적인 소녀 힐레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고 엄청난 진실 앞에서 고뇌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소설의 매력은 우선 감정과 이성의 균형을 잘 맞추었다는 데 있다. 감정적이면서도 감정에만 치우치지 않고 이성적으로 생각해야할 현실적인 문제들-안락사라든가, 사랑에 관해서라든가-을 적절하게 배치해서 딱딱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각해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어떤 주제에 관해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어떤지 차분히 더듬어볼 수 있는 시간들. 그럼에도 감정의 끈을 죄었다 풀었다 하며 순간순간 울컥하게 만드는 것도 잊지 않는 멋진 기술.


   그가 갑자기 멈춰 서는 순간 생명이 그의 눈을 떠났다. 그가 그의 눈에서 떠났다. -p358

다른 독자들은 어땠을 지 모르지만 나는 저 문장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사람의 생명이 머무는 곳, 어떤 사람이 떠났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눈. 매우 간단하고 아무렇지 않게 쉽게 쓴 표현인 것 같지만 나는 어쩐지 작가가 죽음을 접했었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소설에서 죽음은 그저 숨을 거두었다, 숨을 멈췄다, 움직이지 않았다 등으로 표현되지 '눈'으로 표현된 적은 드물기 때문이다. 오싹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그 장면의 가슴 철렁함과 숨막힐 듯한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듯 했다. 

전쟁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도 충분히 가슴 아프지만 마음을 찌르르 울린 것은 많은 군인들이 그 때의 상황을 묘사한 부분이었다. 실제로 있는 책에서 인용한 듯 한데 허탈감과 공포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귓가에는 총성이 울리고 낙하산 부대의 숨소리가 손에 만져질 듯 느껴진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싸울 수 있었던 것일까.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책이 들려주는 답은 하나다.

   우리가 그 일을 한 건 너희를 위해서였어! -p321


노 맨스 랜드-전장에서 양쪽이 대치 상태에 있어서 어느 한쪽에 의해서도 점령되지 않은 사이의, 팽팽한 긴장이 넘치는 무인 지대를 가리킨다고 한다. 할아버지 제이콥이 헤르트라위와 사랑에 빠졌던 곳. 손자 제이콥이 어떤 선택을 해야할 지 망설이고 있는 곳. 젊은이들의 이상이 그들을 억압하는 가치와 대치되는 그 곳. 아픔과 고통이 자리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희망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힘, 화술을 변화시키는 기법, 주제에 대한 주의 깊은 선택에 찬사를 보낸다-국제 안데르센 상 재단
평소 선전문구는 믿지 않지만, 먼저 읽어본 사람으로서 이번만은 믿어도 좋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앞으로 사랑하게 될 작가 중 한 명이 될 듯. 다른 작품인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를 지르기 위해 재빨리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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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천사 1 -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1-1 추락천사 1
로렌 케이트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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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찌된 일인지 요즘은 다른 세상의 존재를 소재로 한 책을 쭉 읽고 있습니다. 뱀파이어,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의 몸을 가진 사람에 이어 이번에는 마침내 '천사'의 등장입니다. 이 작품은 출간되기 전부터 한껏 기대하고 있던 책이었습니다. 고딕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점도 그렇고 색감이 무척 마음에 들었거든요. 표지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흐뭇해지는 그런 책인데다, 판타지 로맨스물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는만큼 자신만만하게 내세운 불멸의 천사들의 사랑이 어떻게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만들어 줄 것인지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런데요. 책을 다 읽은 지금 자꾸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주인공은 열일곱 살의 루스 프라이스입니다. 17년의 세월동안 환영과 환청에 시달리며 살아왔고 급기야는 데이트하던 남학생이 눈 앞에서 불에 타 죽고 마는 불행을 겪었어요. 결국 그 일을 계기로 비행청소년들을 감화시킬 목적으로 세워진 소드 앤 크로스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됩니다. 학교라기보다는 감화원,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감옥같은 그런 분위기가 느껴져요. 전학 첫 날 다니엘에게 강하게 끌리게 된 루스는 어떻게든 그에게 다가가고 싶어하지만 다니엘은 그녀를 밀어내기에 필사적입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오는 또 다른 남자 캠. 그 와중에도 루스를 따라다니던 수상하고 어두운 그림자는 계속 그녀 주위를 맴돌고 다니엘에게 다가가고 싶은 루스는 그가 숨기고 있는 비밀이 무엇인지 밝혀내고자 하죠. 

저는 책이나 영화를 볼 때 일종의 '기대'를 하면서 즐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행복에 잠겨 있을 때도, 위기에 처해있을 때도 그런 '기대'를 하는데요, 적절한 단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그 상황이 언제까지나 계속되지는 않을 거라는 심리입니다. 주인공이 느끼는 행복, 두려움에 의한 긴장 모두 어느정도 지속되다보면 지루해지기 마련입니다. 재미있는 작품일수록 내용과 분위기에 굴곡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생각하는 재능있는 사람은 어느 순간에 어떤 이야기를 집어넣어야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런 저의 기준으로 따지자면 이 작가, 로렌 케이트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추락천사] 역시 시리즈물이라 작가가 이야기를 뒷편에서 풀어내기 위해 감추고 있는지 몰라도 1부격인 이 책에서 사건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루스를 쫓아다니는 그림자나 다니엘, 그리고 캠이 숨기고 있는 내용이 살짝 어두운 분위기를 조성하려고는 하지만 '재미있는 긴장감'이 부족해요. 무려 300페이지 가까이 이야기가 진행될 때까지 대체 이 책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이번 생에서 넌 겉으로 보이는 모습 그대로야. 멍청하고, 이기적이고, 무지하고, 버릇없고, 잘생긴 남학생이랑 데이트 할 수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세상 전체가 살아났거나 죽었다고 생각하는 여학생이지.-p377


또한 여주인공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져요. 사랑에만 열심인 약한 이미지라고 할까요. 그게 예전의 삶과 연결되어 있어서인지 아니면 작가의 인물구상이 잘못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 대사는 작품 안에서 루스의 적이 루스를 향해 내뱉는 말인데, 제가 생각하는 그대로를 나타내고 있어서 옮겨봤습니다. 어쩌면 작가도 무의식 중에 주인공 루스가 매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킁.

작품의 마지막에서야 대형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 벌어져 그나마 다행(?) 이었습니다. 2부에서는 어째서 그들이 추락천사가 되었는지, 루스와 다니엘, 캠의 관계는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게 될까요? 표지만큼 멋진 작품이 나와주길, 정말 간절히 기대해봅니다. 이대로라면 표지가 너무너무 아까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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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rayed 배신 하우스 오브 나이트 2
크리스틴 캐스트, P. C. 캐스트 지음, 이승숙 옮김 / 북에이드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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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은 <하우스 오브 나이트> 시리즈의 2권입니다. 전 원래 시리즈는 한 번에 쭉 읽고나서 오직 한 편의 리뷰만 써왔기 때문에 이렇게 각 권에 대해 리뷰를 쓴 적은 처음입니다, 와우! 1권은 망설이지 않고 별 네 개를 쾅쾅 찍어주었지만, 사실 2권은 조금 망설였답니다. 1권과 비교해서 긴장감도 약간 떨어지는 것 같고 여기저기 이상한 번역이 마구 보이는데다 (1권에서도 보였지만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요소 중 하나인 '여러 다리 걸치기'의 연애 양상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1권에서는 주인공인 조이가 인간에서 뱀파이어로 체인지를 겪게 되면서 느끼는 혼란과 두려움, 뱀파이어 학교인 하우스 오브 나이트에서 생활하게 되는 이야기, 새로 만난 새내기 친구들과의 우정 등을 그렸었죠. 전무후무한 새내기로서 최고 여사제의 길을 향한 길을 걷게 된 조이는 2권에서 친구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어둠의 딸들' 조직을 알차고 보람있게 꾸려나가기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1권에서부터 등장했던 이상한 존재들이 긴장감을 조성하고 정말 엄청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지만 조이의 학교생활은 대부분 평온하고 즐거우며 여러 매력남들의 등장으로 핑크빛입니다. 

2권의 내용은 거의 절반 정도가 이 매력남들의 매력에 끌리는 조이의 심리를 그리고 있습니다. 남자 1번은 1권부터 그녀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인간 남자 헤스가 되겠습니다. 그녀가 인간이었을 때는 한 때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조이의 마음이 허공에 둥실~뜬 뒤로는 가련할 정도로 홀로 조이 뒤를 쫓아다니고 있다지요. 남자 2번은 하우스 오브 나이트에 와서 만나게 된 에릭 나이트입니다. 1권에서도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는데 연적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2권에서도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에릭은 셰익스피어 독백 경연 대회에 나가느라 자리를 비우기도 했답니다. 마지막 남자는 하우스 오브 나이트에서 시를 가르치는 로렌 블레이크 교수입니다. 조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완전히 접근이 금지된 믿을 수 없이 섹시한 우주'  같은 남자, 아니 뱀파이어라네요. 

꽃미남들의 등장이 왜 즐겁지 않았겠습니까. 제가 싫어했던 건 꽃미남들의 등장이 아니라 그 안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는 조이였어요. '로맨스 미스터리'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는 이상 조이가 최고 여사제가 되기 위해 겪어야 할 시련 외에도, 이 소설에서 러브라인은 중요한 소재가 될 겁니다. 하지만 여주인공이 나는 이 사람도 좋다, 저 뱀파이어도 섹시하다, 그 교수는 매력적이다 라고 생각하며 갈팡질팡 해서야 러브라인의 애절한 맛을 제대로 낼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소설의 무게도 그만큼 더 가벼워져서 그저 그런 이야기로 취급 당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 문장을 한 번 봐주세요.




 닉스님께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새내기인 네게, 각자 신께서 선사한 당당한 능력을 축복스럽게도 받은 친구들을 주기로 하신 건 당연한 일이란다.-p292


여러분은 이 문장이 이해가 되시나요? 저는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어 세 번 정도 반복해서 다시 읽었답니다. '각자 신께서 선사한 당당한 능력을 축복스럽게도 받은' 이라니, 우리나라에 이런 어순이 있었던가요. 원문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쩐지 원문 그대로 번역한 게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어요. 이런 문장이 곳곳에 내던져져 있으니 이건 번역하시는 분도 문제지만 편집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정한 적이 드러났고 위기는 점점 다가올 터라 다음 편이 기대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조이는 주인공이라 걱정 안 하지만 그 외 그녀의 친구들 중 누구도 다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았으면 좋겠어요. 꽃미남들에 대한 조이의 마음을 항의하기 위해 제가 작가에게 메일을 보낼 수는 없으니 번역만이라도 조금 더 신경 써 주세요. 조금 천천히 출간되어도 상관없으니. 쓰기 전에는 별이 네 개였는데 쓰다보니 반 개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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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다운 생활문화 일본어
오쿠무라 유지.임단비 지음 / 사람in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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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공부를 시작할 때 작은 고민이 되는 것은 '어떤 책을 선택할 것인가'하는 점이다. 의사소통 기능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학습의 대상이 되는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에 가서 생활해보거나, 가끔 TV에 출연하는 언어의 신동들이 추천하는 것처럼 그 언어와 한 몸이 되어 살아가는 방법이 가장 좋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외국에 나가 생활하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쉬운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24시간 접하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책을 통한 학습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책,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책, 이왕이면 정보가 풍부한 책을 고르고 싶은 것이 모든 외국어 학습자들의 바람일 것이다. 

이 책, [일본어다운 생활문화 일본어]는 모두 일상생활에서 전통문화의 분야까지 그야말로 풍부한 어휘를 자랑한다. 집안거리, 먹을거리, 자랑거리, 느낄거리, 큰일거리, 일거리, 길거리, 하늘거리, 놀거리, 1년 놀거리로 나뉘어 있다. 각 챕터도 더 세세하게 분류되어 있는데 집안거리 안에서도 잠, 세탁, 청소 등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식이다. 기본적인 문구와 그림으로 시작해서 주로 쓰는 표현들, 그리고 긴 문장들까지 표현과 어휘의 한마당이다. 물론 각각의 표현은 mp3로 파일로 들으며 공부할 수 있다. 

수준으로 따지자면 이 책은 초급자들을 위한 책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어휘와 표현, 기초적인 문법 사항을 익힌 뒤에 좀 더 세세하고 깊이있는 일본어 공부를 위해 필요한 책이다. 솔직히 이 책을 훑어보면서 과연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촘촘하게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의문이 들었다. 나에게는 임용시험을 위해 공부할 때부터 보던 일본어 책들이 여러 권 있는데 이 책에 있는 내용은 두께만 뒤쳐질 뿐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중 가장 두꺼운 것과 양적인 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하루에 한 챕터씩 정해서 공부한다고 해도 굳센 의지와 꾸준한 계획이 받쳐주지 않으면 금방 질릴 수도 있는 책이지만, 촘촘한 학습 외에 필요에 따라 자료정도로만 활용하기에는 괜찮은 책인 듯 하다. 

재미있는 학습서를 만드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을 테지만 가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일본어 교재들을 보면 어렵고 지루하게 편집되어 있는 책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물론 수준높은 학습자들도 있겠지만 초급용 학습서들을 봐도 글자와 문법으로 빼곡할 뿐 흥미를 유발하는 책들이 많지 않다. mp3 파일도 문장을 들려줄 뿐이다. 풍성한 어휘와 표현 면에서는 그 어느 책들도 이제는 나무랄 데가 없으니 공부할 때 재미있을 수 있도록 색다른 책들이 나와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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