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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rayed 배신 ㅣ 하우스 오브 나이트 2
크리스틴 캐스트, P. C. 캐스트 지음, 이승숙 옮김 / 북에이드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얼마 전에 읽은 <하우스 오브 나이트> 시리즈의 2권입니다. 전 원래 시리즈는 한 번에 쭉 읽고나서 오직 한 편의 리뷰만 써왔기 때문에 이렇게 각 권에 대해 리뷰를 쓴 적은 처음입니다, 와우! 1권은 망설이지 않고 별 네 개를 쾅쾅 찍어주었지만, 사실 2권은 조금 망설였답니다. 1권과 비교해서 긴장감도 약간 떨어지는 것 같고 여기저기 이상한 번역이 마구 보이는데다 (1권에서도 보였지만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요소 중 하나인 '여러 다리 걸치기'의 연애 양상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1권에서는 주인공인 조이가 인간에서 뱀파이어로 체인지를 겪게 되면서 느끼는 혼란과 두려움, 뱀파이어 학교인 하우스 오브 나이트에서 생활하게 되는 이야기, 새로 만난 새내기 친구들과의 우정 등을 그렸었죠. 전무후무한 새내기로서 최고 여사제의 길을 향한 길을 걷게 된 조이는 2권에서 친구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어둠의 딸들' 조직을 알차고 보람있게 꾸려나가기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1권에서부터 등장했던 이상한 존재들이 긴장감을 조성하고 정말 엄청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지만 조이의 학교생활은 대부분 평온하고 즐거우며 여러 매력남들의 등장으로 핑크빛입니다.
2권의 내용은 거의 절반 정도가 이 매력남들의 매력에 끌리는 조이의 심리를 그리고 있습니다. 남자 1번은 1권부터 그녀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인간 남자 헤스가 되겠습니다. 그녀가 인간이었을 때는 한 때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조이의 마음이 허공에 둥실~뜬 뒤로는 가련할 정도로 홀로 조이 뒤를 쫓아다니고 있다지요. 남자 2번은 하우스 오브 나이트에 와서 만나게 된 에릭 나이트입니다. 1권에서도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는데 연적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2권에서도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에릭은 셰익스피어 독백 경연 대회에 나가느라 자리를 비우기도 했답니다. 마지막 남자는 하우스 오브 나이트에서 시를 가르치는 로렌 블레이크 교수입니다. 조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완전히 접근이 금지된 믿을 수 없이 섹시한 우주' 같은 남자, 아니 뱀파이어라네요.
꽃미남들의 등장이 왜 즐겁지 않았겠습니까. 제가 싫어했던 건 꽃미남들의 등장이 아니라 그 안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는 조이였어요. '로맨스 미스터리'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는 이상 조이가 최고 여사제가 되기 위해 겪어야 할 시련 외에도, 이 소설에서 러브라인은 중요한 소재가 될 겁니다. 하지만 여주인공이 나는 이 사람도 좋다, 저 뱀파이어도 섹시하다, 그 교수는 매력적이다 라고 생각하며 갈팡질팡 해서야 러브라인의 애절한 맛을 제대로 낼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소설의 무게도 그만큼 더 가벼워져서 그저 그런 이야기로 취급 당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 문장을 한 번 봐주세요.
닉스님께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새내기인 네게, 각자 신께서 선사한 당당한 능력을 축복스럽게도 받은 친구들을 주기로 하신 건 당연한 일이란다.-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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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이 문장이 이해가 되시나요? 저는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어 세 번 정도 반복해서 다시 읽었답니다. '각자 신께서 선사한 당당한 능력을 축복스럽게도 받은' 이라니, 우리나라에 이런 어순이 있었던가요. 원문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쩐지 원문 그대로 번역한 게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어요. 이런 문장이 곳곳에 내던져져 있으니 이건 번역하시는 분도 문제지만 편집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정한 적이 드러났고 위기는 점점 다가올 터라 다음 편이 기대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조이는 주인공이라 걱정 안 하지만 그 외 그녀의 친구들 중 누구도 다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았으면 좋겠어요. 꽃미남들에 대한 조이의 마음을 항의하기 위해 제가 작가에게 메일을 보낼 수는 없으니 번역만이라도 조금 더 신경 써 주세요. 조금 천천히 출간되어도 상관없으니. 쓰기 전에는 별이 네 개였는데 쓰다보니 반 개 줄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