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천사 1 -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1-1 추락천사 1
로렌 케이트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찌된 일인지 요즘은 다른 세상의 존재를 소재로 한 책을 쭉 읽고 있습니다. 뱀파이어,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의 몸을 가진 사람에 이어 이번에는 마침내 '천사'의 등장입니다. 이 작품은 출간되기 전부터 한껏 기대하고 있던 책이었습니다. 고딕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점도 그렇고 색감이 무척 마음에 들었거든요. 표지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흐뭇해지는 그런 책인데다, 판타지 로맨스물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는만큼 자신만만하게 내세운 불멸의 천사들의 사랑이 어떻게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만들어 줄 것인지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런데요. 책을 다 읽은 지금 자꾸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주인공은 열일곱 살의 루스 프라이스입니다. 17년의 세월동안 환영과 환청에 시달리며 살아왔고 급기야는 데이트하던 남학생이 눈 앞에서 불에 타 죽고 마는 불행을 겪었어요. 결국 그 일을 계기로 비행청소년들을 감화시킬 목적으로 세워진 소드 앤 크로스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됩니다. 학교라기보다는 감화원,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감옥같은 그런 분위기가 느껴져요. 전학 첫 날 다니엘에게 강하게 끌리게 된 루스는 어떻게든 그에게 다가가고 싶어하지만 다니엘은 그녀를 밀어내기에 필사적입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오는 또 다른 남자 캠. 그 와중에도 루스를 따라다니던 수상하고 어두운 그림자는 계속 그녀 주위를 맴돌고 다니엘에게 다가가고 싶은 루스는 그가 숨기고 있는 비밀이 무엇인지 밝혀내고자 하죠. 

저는 책이나 영화를 볼 때 일종의 '기대'를 하면서 즐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행복에 잠겨 있을 때도, 위기에 처해있을 때도 그런 '기대'를 하는데요, 적절한 단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그 상황이 언제까지나 계속되지는 않을 거라는 심리입니다. 주인공이 느끼는 행복, 두려움에 의한 긴장 모두 어느정도 지속되다보면 지루해지기 마련입니다. 재미있는 작품일수록 내용과 분위기에 굴곡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생각하는 재능있는 사람은 어느 순간에 어떤 이야기를 집어넣어야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런 저의 기준으로 따지자면 이 작가, 로렌 케이트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추락천사] 역시 시리즈물이라 작가가 이야기를 뒷편에서 풀어내기 위해 감추고 있는지 몰라도 1부격인 이 책에서 사건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루스를 쫓아다니는 그림자나 다니엘, 그리고 캠이 숨기고 있는 내용이 살짝 어두운 분위기를 조성하려고는 하지만 '재미있는 긴장감'이 부족해요. 무려 300페이지 가까이 이야기가 진행될 때까지 대체 이 책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이번 생에서 넌 겉으로 보이는 모습 그대로야. 멍청하고, 이기적이고, 무지하고, 버릇없고, 잘생긴 남학생이랑 데이트 할 수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세상 전체가 살아났거나 죽었다고 생각하는 여학생이지.-p377


또한 여주인공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져요. 사랑에만 열심인 약한 이미지라고 할까요. 그게 예전의 삶과 연결되어 있어서인지 아니면 작가의 인물구상이 잘못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 대사는 작품 안에서 루스의 적이 루스를 향해 내뱉는 말인데, 제가 생각하는 그대로를 나타내고 있어서 옮겨봤습니다. 어쩌면 작가도 무의식 중에 주인공 루스가 매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킁.

작품의 마지막에서야 대형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 벌어져 그나마 다행(?) 이었습니다. 2부에서는 어째서 그들이 추락천사가 되었는지, 루스와 다니엘, 캠의 관계는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게 될까요? 표지만큼 멋진 작품이 나와주길, 정말 간절히 기대해봅니다. 이대로라면 표지가 너무너무 아까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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