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야상곡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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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나카야마 시치리. 매번 새로운 충격을 안겨주는 그가 이번에는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제2탄으로 돌아왔어요. 어떤 죄를 지은 의뢰인이라도 반드시 집행유예를 따내고 마는 무소불위의 변호사, 소년 시절 살인사건을 저지른 과거가 있는 변호사인 그가 전혀 승산이 없어 보이는 평범한 주부의 변호를 자처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남편 쓰다 신고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쓰다 아키코, 그녀는 자신에게 내려진 징역 16년에 대해 양형 부당을 주장하며 항소 수속을 밟고 있는 중입니다. 그녀의 변호사인 호라이 가네토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예전 미코시바에게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는 검사 미사키가 직접 나서게 되고, 뭔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한 쓰다 아키코의 태도까지 더해져 사건은 점차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요. 과연 이 사건이 감추고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 어째서 미코시바가 쓰다 아키코의 변호를 맡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면서 책장은 빠르게 넘어갔습니다.

 

초반부터 충격적인 장면이 이어집니다. 미코시바가 저지른 살인사건의 묘사.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에서의 잔인한 장면에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만약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깜짝 놀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불편해지는 속을 다스리며 되도록 기억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눈살이 찌푸려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이 시리즈의 1탄을 아직 읽지 못해서 전편에서도 사건 관련 서술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1탄을 읽지 않아도 그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짐승 같던 그가 어떤 경위로 변호사가 되었는지 정말 궁금해졌어요.

 

사건의 결말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미코시바가 왜 쓰다 아키코를 구하기 위해 그렇게 고군분투했는지, 책을 읽으면서는 감도 잡히지 않았어요. 하지만 모든 진실이 밝혀진 뒤에는 어느 정도 납득이 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미코시바의 입장이고, 과연 쓰다 아키코도 그랬을까요. 더 언급하면 엄청난 스포가 될 것 같아 이쯤에서 멈춰야 하겠지만, 제가 그녀의 입장이었다면 모든 진실을 알고 난 후,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사건의 흑백이 모두 앞에서 밝혀진 뒤에도 미코시바를 향한 감정이 변했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용서를 구한 게 아니었다.

보답을 바란 것도 아니다.

그것만이 짐승에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믿음은 미코시바의 믿음일 뿐, 모두 그 믿음을 신뢰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나저나 지금까지 읽은 이 작가의 작품 속 범인들은 왜 이리도 짐승 같은 건지요. 현실에서 더 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을 읽다보면 이 험한 세상에서 과연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어요. 그나마 [세이렌의 참회]는 결말이 희망적이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선택을 한 미코시바 레이지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그의 변호사로서의 자격은 계속 유지될 것인지도 궁금하고요. 책의 뒷날개를 보니 조만간 이 변호사 시리즈 3탄이 출간될 것 같은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기대되는, 요즘 가장 핫한 작가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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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It Up! - Music Craft Studio, 남무성·장기호의 만화로 보는 대중음악만들기
남무성.장기호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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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음악이나 미술에 전혀 재능이 없는 사람입니다. 누군가는 즐거워하며 기다렸을 그 과목의 수업시간이, 저에게는 무척 괴로웠어요. 특히 음악 시간에 작곡을 해보라는 수행평가는, 말 그대로 지옥(?)같은 괴로움을 안겨 주었습니다. 아무리해도 모르겠는 걸 어떻게 하나요. 미술 시간도 마찬가지였어요. 색감도 잘 모르겠고, 밤을 새워 완성한 만들기는 기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짜잔! 저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깨트려주었죠.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을, 저는 학교 다니면서 수학, 음악, 미술로 깨달았습니다. 으하핫.

 

그래서 음악이나 미술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 조금은 부럽기도 했어요. 내가 보는 세상과는 다른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학교에 있다 보니 특히 음악에 관심을 가진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요, 제가 생각하기에 막연히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동경하는 경우도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반대로 본격적인 음악 공부를 하기 보다는 혼자서 곡을 만들고, 혼자 가사를 적고, 학교 축제에서나 자신들의 끼를 발산할 수 있었던 아이들도 많았고요. 만약 이 책이 학교 도서관에 꽂혀 있다면 그런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Pop It Up]은 남무성님과 장기호님의 대중음악 관련 이론과 생각이 만화로 그려진 책입니다. 히트곡의 조건, 대중음악의 3가지 형식, 실용음악 따라잡기, 흥미로운 스케일 이야기, 표절, 반드시 알아야 할 실용음악 용어들 등의 챕터로 나뉘어 심도 깊지만 재치 있는 음악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만화로 되어 있어 저도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저에게는 조금 어려웠어요. 용어들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워낙 관심 분야 밖의 내용이라 그런지 쉽게 와닿지가 않더라고요.

 

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대중음악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되돌아보고 마음을 다잡기에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철수님처럼 음악 이론에 목말라 있거나 대중음악에 대해 기본 이론을 정립해 볼 생각이 있는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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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보는 일리아스 명화로 보는 시리즈
호메로스 지음, 김성진.강경수 엮음 / 미래타임즈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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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6세기부터 고대 그리스의 시인과 지식인들에 의해 널리 퍼지게 된 [일리아스]를 명화와 함께 읽을 수 있다니, 굉장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고전 중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일리아스]에는 트로이아 공방 50일 동안의 이야기, 10년의 세월이 담겨 있어요. 우리에게는 트로이 전쟁이라 알려져 있는 그 사건의 발발 원인과 진행 상황, 종전에 관한 이야기가 화려한 명화와 삽화, 관련성 있는 풍부한 일화와 함께 실려 있습니다. 그래서 저를 비롯한 단순히 트로이 전쟁, 목마만 떠올리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감동과 경이로움을 선사해 주죠.

 

전쟁은 스파르타 제국의 아가멤논 왕의 동생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를 트로이아의 왕자 파리스가 납치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파리스가 헬레네를 얻게 된 것에는 신화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데요, 파리스는 탄생 당시 트로이아를 망하게 할 운명이라는 신탁 때문에 산에 버려져 양을 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산의 님페 오이노네와 결혼하여 아들 코리토스까지 낳고 오순도순 살고 있었지만, 어느 날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의 미의 우열을 가릴 인간으로 선택되어 아름다운 여인을 약속한 아프로디테를 선택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언급된 아름다운 여인이 바로 헬레네였어요. 다른 두 여신으로부터는 그에 따를 저주를 받게 되지만 어찌됐든 그는 헬레네를 만나기 위해 조강지처와 아들을 둔 채 하산하게 됩니다.

 

트로이아 전쟁 하면 누구나 떠올리게 되는 한 인물이 있죠. 바로 아킬레스 건의 유래가 된 아킬레우스입니다. 그는 바다의 님페인 테티스와 인간 펠레우스 사이에서 태어났어요. 테티스는 그를 불사의 몸으로 만들고 싶어해 제우스에게 청원하고 결국 아킬레우스를 이승과 저승 사이에 흐르는 스틱스 강물에 담그게 됩니다. 하지만 이 때 테티스가 아킬레우스의 발목 부분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강물이 닿지 않은 발목이 치명적인 약점이 되고 말았어요. 결국 그는 트로이아 전쟁에서 발목에 화살을 맞고 죽음을 맞게 됩니다. 아름답고 뛰어난 전사인 그의 곁에는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있었는데요, 여러 우여곡절이 있지만 아킬레우스는 전리품으로 얻은 아름다운 브리세이스를 아가멤논에게 빼앗기자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었다 여겨 한동안 전쟁에 참가하지 않았었지만, 파트로클로스가 헥토르에게 죽음을 당하면서 복수심에 다시 참전했던 거였죠. 물론 이 전쟁에서 트로이 목마도 빠질 수 없겠습니다.

 

요렇게 보면 무척 간단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10년의 세월 동안 공방이 계속된 만큼 주변의 상황과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신들의 개입도 빠질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이야기가 무척 방대해요. 여기에 당시 상황을 잘 보여주는 명화들이 삽입되어 생생한 글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헬레네는 남편 메넬라오스에게 돌아갔다는데, 책 안에서는 그녀가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고 있었다고 표현되어 있어요. 하지만 파리스와 도망갈 당시 값비싼 보석과 다섯 명의 시녀까지 데리고 간 그녀가 과연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을지, 저는 감히 상상도 되지 않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바로 얼마 전 출간된 [아킬레우스의 노래]를 같이 읽고 있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아킬레우스가 등장하는 부분에 유독 눈길이 갔습니다. 신화와 전사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 지낸 며칠이었던 것 같아요. [일리아스]에 대해 말만 들었지 이렇게 제대로 읽어본 적은 처음이었기에 더 즐겁게 읽었습니다. 이제 [아킬레우스의 노래]도 중후반을 넘어서고 있는데, [일리아스]와는 다른 서정적인 결말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아 한층 더 기대가 되네요. 나중에 리뷰에서 한 번 더 언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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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6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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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르네 묄레르, 엘렌 옐텐, 그리고 잭 할보르센. 저를 요덕후로 만든 [스노우맨] 에 등장한 이 세 사람의 과거가 전부 밝혀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리디머]입니다. 이미 [데빌스 스타]에서 엘렌 옐텐의 사연은 밝혀졌지만 그럼에도 [스노우맨]으로 연결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점을 느끼셨을 겁니다. [스노우맨][팬텀]을 지인에게 선물했더니, 비아르네 묄레르는 누구야, 엘렌 옐텐은 뭐고, 잭 할보르센은 어떻게 된거야아아아!-라고 물어서, -, 일단 [데빌스 스타]를 읽고 기다려-라는 답밖에 주지 못했었어요. 드디어 저의 궁금증이 풀리는 것은 물론, 지인의 질문에도 답을 해줄 수 있게 되었네요. 하지만 약간은, 그 답을 조금은 더 있다 알았어도 될 뻔했다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해리 홀레를 유령처럼 따라다니는 죽음의 그림자, 그 그림자의 목적은 해리 홀레 자체가 아니라 그를 외롭게 만드는 것에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해리만을 비껴나갑니다. 어쩌면 [팬텀]의 해리가 마지막 장면에서 어떤 마음을 먹었을지 짐작이 가게 만드는, 안타까운 운명입니다.

 

리디머-구원자, 구세주라는 의미라고 해요. 한 소녀가 끔찍한 일을 당하고, 시간이 흘러 어떤 남자가 누군가들을 암살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조용히, 소리 없이 일을 처리하는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단 하나의 임무. 그리고 그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실수 없이 일을 해냈다고 자부하죠. 하지만 일어난 계산 실수. 덫에 빠진 남자가 허우적대는 동안, 해리 홀레의 신변에도 작은 변화가 일어납니다. 오랜 시간 그를 감싸주고 보호해주었던 비아르네 묄레르가 떠나고 후임 경정 군나르 하겐이 부임해요. 규칙을 중시하고 엄격해 보이는 새 상사와 잘 지낼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는 안중에도 없이, 해리 홀레는 지금까지와 같이 사건을 수사합니다. 거리에서 총을 맞은 구세군 남자.

 

술과 죽음에 찌들어 있었던 그 동안의 모습과는 달리, [리디머]에서의 해리 홀레는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이고 활동적입니다. 엘렌 옐텐을 잃기는 했지만, 너무나 마음이 아프겠지만, 경찰 생활에서 동료가 희생당하는 것을 각오하지 않은 형사는 없기 때문일까요. 당연하게도, 그는 자신에게 닥쳐올 일이 무엇인지 아직은 모르고 있습니다. 독자인 우리는 알고, 그는 모르고 있는 해리 홀레의 불행과 고난. [리디머]는 이후 해리 홀레를 술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연결고리가 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후 그의 변화된 모습을 떠올린다면 그럴만하다고 고개를 주억거려 주실 지도.

 

늘 그렇듯 이야기가 거대합니다. 전개를 따라가면서 짐작한 것은 하나도 맞지 않았고,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었어요. 억눌린 욕망이 어떻게 비틀린 형식으로 나타나는지 과감 없이, 잔혹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부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끝이 아님을 드러내는 요님의 술수에는 그야말로 딱 걸려들고 말았네요. 어째서 해리 홀레에게 이렇게 아픈 상처만 남기는 건지, 언젠가는 해리를 정말 해고시켜 버리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져요.

 

해리는 자신이 선택한 행동으로 과연 구원을 얻었을까요. 그것이 과연 구원으로 연결되는 길이었는지, 아니면 그를 오랜 시간 더 괴롭게 만들 선택이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이지만 이미 해리 홀레를 제 삶의 일부(?)로 여기고 있을 만큼 깊이 애정하고 있는 캐릭터로서 언젠가는 그가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 두께와 여러 등장인물들로 아직까지 해리 홀레에 입문하지 못하고 있다면 시리즈가 순서대로 빈틈없이 채워진만큼 꼭 시작해보시기를 추천해요.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절대 헤어나올 수 없는 요 네스뵈와 해리 홀레의 세계에 오신 것을 부족하나마 제가 격하게 환영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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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래빗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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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희집 곰돌군이 자주 내뱉는 말들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 이거 뭐야! 이거 뭐야! 우와. 저는 이사카 고타로의 이 [화이트 래빗] 읽으면서 제가 곰돌군이 된 줄 알았어요. 저도 모르게 이거 뭐야! 이거 뭐야!-를 연발하며 읽었다지요. 작가가 쓴 한국어판 서문에 이미 그는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10대 시절에 읽은 미스터리 소설 가이드북에 아이라 레빈의 데뷔작 [죽음의 키스 A Kiss Before Dying] 가 이렇게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누워서 읽다가 어느 부분에 다다르면 놀라서 몸을 벌떡 일으킨다.’ ......그때의 기억이 내내 남아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언젠가 저도 그렇게 독자가 읽다가 깜짝 놀랄 만한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마음먹었고, 그런 마음으로 이번 작품 [화이트 래빗]을 완성했습니다.

읽어보신 분들은 모두 느끼셨겠지만, 이 소설은 그가 목표로 한 것을 이루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여겨집니다.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이거 뭐야!-!- 등의 감탄사로 저는 충분히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질 정도니까요. ‘수수께끼와 묘수, 놀라움이 가득한 이 작품은, 한동안 등한시했던 이사카 고타로라는 이름을 다시 마음에 새기자고 다짐하게 만든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일명 흰토끼 사건이라 불리지만 아무도 흰토끼 사건이라 부르지 않는 인질 농성 사건을 둘러싼 한밤의 이야기. 일단 유괴를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우사기타 다카노리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유괴를 업으로 삼는 조직에 몸담고 있죠. 그런 그에게도 소중한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아내 와타코 짱입니다. 피해자에게는 잔혹하게 느껴질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와타코 짱 앞에서는 서슴없이 혀 짧은 소리도 낼 수 있을 만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어느 날 밤, 그 와타코 짱은 돌아오지 않고, 우사기타는 한 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수많은 사람에게 읊었던 공포의 그 대사가 전화기 속에서 들려오죠. 한편, 빈집털이가 생업인 나카무라와 이마무라는 (러시라이프에도 등장했던) 구로사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구로사와는 마지못해 그들의 부탁을 수락합니다. 그 와중에 구로사와가 빈집털이 후 남겨두는 종이를 이마무라가 실수로 흘리게 되고, 그 종이를 구로사와가 찾으러 가면서 흰토끼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것이죠.

 

다양한 인물들의 시각에서 서술되는 이 흰토끼 사건은 그 등장하는 사람들의 수만큼 다양한 사연이 얽혀 전개됩니다. 흰토끼 사건의 중심에 있는 우사기타와 구로사와, 와타코 짱과 나카무라와 이마무라, 인질 농성 사건의 피해자로 그려지는 인질들, 애초에 사건의 발단이 된 오리오오리오, 조직의 창시자이자 와타코 짱을 납치한 주범인 이나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경찰들, 그 중에서도 나쓰노메. 게다가 작품의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그 유명한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작품인 [레 미제라블]입니다. 구로사와와 나쓰노메의 모습에서 연상되는 장발장과 자베르, 그리고 [레 미제라블]에 등장하는 문장들은 묘하게 [화이트 래빗] 과 어울리면서도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이끌어가는데요, 이것 또한 작가의 탁월한 플롯 배치와 재치있는 문장들 덕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이 원래 이런 것이었나요. 그를 알게 된지도 거의 10. 인생작이라 여길만한 [골든슬럼버]를 비롯, 사신 치바 시리즈도 좋아하지만, 오우! 읽으면서 이렇게 누웠다 앉았다를 반복한 작품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딱딱 들어맞는 플롯은 물론,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사연들, 빵 터지게 만드는 재미있는 문장들, 게다가 간혹 보이는 철학적인 사고까지 정말 이 작품을 놓친다면 후회하게 될 거라는 말을 꼭 하고 싶을 정도로 최고였습니다. 이 작품 하나로 집에 있는 그의 작품을 전부 뒤져봐야겠다, 없으면 다시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할 정도였어요.

 

그럼에도 이 작품을 무사히 끝낼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었다는 작가님. 왠지 정말로 걱정을 태산처럼 했을 것 같아 그마저도 웃음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걱정만 태산같이 해서는 절대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없죠. 오리온자리와 [레 미제라블]을 연구하면서 얼마나 수많은 밤을 작품을 생각하며 밤을 새웠을지 우리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어요. 이번 작품은 최고라고, 쉴 새 없이 페이지가 넘어갔다고, 잠이 부족한 제가 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정말 재미있었다고요.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알쏭달쏭하군.

인간의 역사는 늘 그래.

 

, 태어났습니다. , 이런저런 일이 있었습니다. ,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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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식 2018-04-14 0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분홍쟁이님을 계속 앉았다 서를 반복시켰다니 구매목록에 추가요~^^

분홍쟁이 2018-04-18 00:02   좋아요 0 | URL
어멋!!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몸둘 바를..^^ 부디 즐거운 독서가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