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 웅진 세계그림책 192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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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돌아가신 아버지의 잠옷을 보았습니다.

아버지의 냄새가 남아 있는 그 잠옷은 단숨에 저를 작은 아이로 만들었습니다.

<우리 아빠>는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이 앤서니 브라운을 모르는 독자는 없을 겁니다.

저는 한동안 모르고 지내다가 얼마 전에서야 이 작가를 알게 되었는데요,

앤서니 브라운 베스트를 들인 후 아주 푹 빠져 지내는 요즘이에요.

70세가 넘는 지금도 그림책 짓기에 여념이 없는 작가 앤서니 브라운.

바로 얼마 전까지 <앤서니 브라운 전시회>도 열렸었고, 방한해서 많은 독자들과 즐거운 만남을 가졌죠.

[우리 아빠]는 기존 출간되었던 책의 개정판이에요.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표지를 장식한 아빠.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따로 말씀 안드려도 짐작이 가실 거에요. ^^

약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빠.

'우리 아빠는 대단해요'라는 문장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는 아빠.

크고 심술궂은 늑대가 나타나도 손가락 하나로 집 밖으로 내쫓을 수 있어요.

고릴라만큼 힘이 세고

하마처럼 늘 기분 좋게 웃고 있는 정말 멋진 우리 아빠입니다.

 

아빠는 때로는 달도 훌쩍 넘을 만큼 높이 뛰기도 하고, 외줄도 거뜬히 타며

거인과 힘을 겨뤄도, 운동회날 다른 아빠들과 달리기 시함을 해도 가뿐히 이길 거라 믿습니다.

우리 아빠는 최고라고 믿는 아이의 예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때로는 히힝 말로도, 때로는 물고기로도, 올빼미로도, 곰인형으로도 표현되는 우리 아빠는

아이에게 있어 못하는 것이 없는 만능 아빠에요.

가장 잘 하는 것은 나를 웃게 해주는 것.

아이는 아빠에 대한 사랑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아빠도 자신을 사랑할 것임을 전혀 의심하지 않죠!

 

이 책을 아이와 읽으면서 제가 울컥해서 울고 말았네요.

사실 아빠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이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읽는 동안 우리 아빠가 생각났거든요.

 

항상 가족을 먼저 생각해주시는 아빠.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 곁에 함께하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은 따뜻하면서도 동화적인 상상력을 자극시켜줘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는 겁니다.

이 책과 함께 [우리 엄마], [우리 형]도 있는데요, 우리 두찌를 위해 [우리 동생]도 나오면 좋겠네요 ^ㅠ^

 

세상의 모든 아이들과 모든 아빠들을 위한 책.

잠들기 전 아빠가 읽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따스한 목소리와 격한 포옹으로 아이에게 사랑을 전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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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길을 잃었어 I LOVE 그림책
조쉬 펑크 지음, 스티비 루이스 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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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창고에서 출간되는 따뜻한 그림책들을 무척 애정합니다.

전 첫째 곰돌군이 태어났을 때부터 보물창고에서 출간된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시리즈로

그림책의 세계에 빠져들었어요.

믿고 보는 보물창고의 그림책.

이번에는 책덕후이자 북홀릭인 저에게 딱 맞춤인 듯한 책.

도서관에서 길을 잃은 내용입니다.

 

그림으로 그려진 책.

저 표지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나요!

책장 사이로 빼콤 고개를 내민 사자라니, 맞아요, 도서관에서 길을 잃은 건 바로 요 사자 녀석입니다!

 

중간 표지에도 이렇게 사랑스러운 책 그림이 가득해요.

 

어느 새벽, 먼동이 트면서 밤이 물러갑니다.

하품을 하면서 잠에서 깨어난 돌사자 '용기'는 자신의 짝꿍인 '인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려요.

어젯밤,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도서관의 웅장한 미로 속으로 들어간 '인내'.

'용기'는 한 번도 제 자리를 떠난 적이 없었지만 '인내'가 돌아오지 않으니 조바심이 나서

결국 애스터 홀의 문 안으로 훌쩍 뛰어들어갑니다.

 

 

도서관 안에서 작은 조각상을 만나고

이 조각상으로부터 '인내'가 어디 있는지 단서를 포착한 '용기'!

조각상이 가르쳐 준 로즈 메인 열람실로 가보지만 거기에도 '인내'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동쪽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옮기죠.

그 곳에서 만난 벽에 걸린 초상화들.

그들이 대화에서 빠져나오길 바라며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인내'의 행방을 묻습니다.

하지만 심술궂은 노인에게 꾸중을 듣고 말아요.

 

 

풀이 죽은 '용기'는 '인내'와의 만남을 떠올립니다.

첫만남은 어색했지만 시간이 흘러 두 사자 사이에 싹튼 우정.

'인내'는 '용기'를 위해 항상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용기'는 그 이야기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왔습니다.

다시 '인내'를 찾아나선 '용기'는 작은 청동 사자로부터 지도를 이용하라는 조언을 얻죠.

 

지도를 들여다보며 도서관의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는 '용기'

 

 

그리고 마침내 찾아낸 '인내'!

'인내'는 왜 저렇게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걸까요.

'인내'가 '용기'에게 들려준 그 이유를 듣고 저는 가슴 한 쪽이 시큰거렸어요.

흑, 멋지구나, 우리 '인내'!

 

이 책에서 소개된 도서관은 뉴욕공공도서관이에요.

'인내'와 '용기'는 그 도서관을 지키는 돌사자들로

1911년 처음 자리를 잡았고

1930년대 뉴욕 시장인 피오엘로 라과디아가 시민들이 대공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 자질을

이름 붙인 것이라 합니다.

책 속에 등장한

애스터 홀, '장난기 있는 소녀' 조각상, '로즈 메인 열람실' 등에 대한 설명도 뒷부분에 자세히 실려 있어요.

 

한 사자가 친구를 찾기 위해 도서관에서 길을 잃은 이야기.

이 이야기는 사자들의 우정을 그린 따뜻한 동화이기도 하고

실제로 존재하는 뉴욕공공도서관을 그림으로나마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도 있고 의미있기도 해요.

 

어째서 '인내'가 동이 트는데도 돌아오지 않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 따스하고 멋진 그림책, 손에 잡으면 한 번 읽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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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 현재의 탄생 - 오늘의 세계를 만든 결정적 1년의 기록
엘리사베트 오스브링크 지음, 김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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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모 토울스의 [우아한 연인]을 읽은 직후라 어떤 시대가 전해주는 '낭만'에 깊이 젖어 있었다. 1947년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이 시대가 주는 분위기는 과연 얼마나 깊은 풍미를 지니고 있을 것인가. 그러나 잊고 있었다. 1947이라는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온 세상이 다시 일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던 시기였음을. 누군가는 살아남은 것에 감사는 커녕 지옥같은 경험이 뇌리에 각인된 채 주어진 시간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경악하고 있었다는 것도. 아차 싶었다.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낭만이나 찾고 있었다니. 개인의, 집단의 비극을 마주하며 다시 겸허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다.

 

[1947 현재의 탄생]은 역사책이다. 독특하게도 한 해를 월별로 나누어 기록했다. 세계대전이 끝난 후 시간은 '현재'를 향해 돌아가지만 변화는 순식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자잘한 변화들이 모여 훗날의 큰 사건들을 구성한다. 사람들은 사라진 집과 가족을 찾아 떠돌고,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한 발자국씩 움직이고 있던 시대. 전범 재판에 대한 관심은 시들고 냉전의 열기는 타오르며 자동소총 AK-47이 등장하고,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뉴룩'을 선보였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미국에서 새로운 연인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제2의 성]을 집필했으며 CIA가 창설된다. 이집트 시계공의 아들은 오늘날까지 이어질 지하드를 선포하고 이스라엘 건국을 목전에 두고 UN 위원회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외 등장하는 빌리 홀리데이, 조지 오웰, 프리모 레비. 마치 커다란 종이를 길게 늘어놓고 그 위에 사건을 기록한 것처럼 다양한 사건이, 여러 인물이 지면 위를 스쳐 지나간다.

 

이 중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제노사이드', 인종말살을 명명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1944년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영어 단어로 이 단어는 홀로코스트 이후 라파엘 렘킨에 의해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한 사람을 살해한 죄로는 형벌을 받을 수 있었지만 한 집단 전체를 전멸시킨 죄로는 벌을 받지 않았다. 1941년 6월 히틀러가 소련을 침공하고 두 달뒤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우리는 지금 '이름 없는 범죄'에 직면하고 있다'는 연설을 한다. 그 연설을 듣던 렘킨. 그는 국제법 전문 변호사로 당시 나치를 피해 폴란드에서 달아나 망명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그의 어머니는 트레블린카 수용소에서 살해당해 렘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이름 없는 범죄'에 '이름'을 붙이기로 결심한 그의 끈질긴 노력으로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국제군사재판에서 '제노사이드'라는 표현이 처음으로 언급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나치 친위대 SS대원들은 석방되었고 최종 뉘른베르크 재판 결과 판결문에는 제노사이드에 대해 단 한 마디의 언급도 없었다고 한다. 그 후 렘킨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제노사이드를 국제범죄로 인정받기 위한 힘겨운 투쟁을 시작한다. UN이 마침내 채택한 제노사이드 조약은 허술했고, 렘킨은 노벨평화상 후보에 10번이나 올랐지만 단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으며, 결국 자신의 자서전 원고가 든 가방을 든 채 버스 정류장에서 돌연사했다.

 

그 후로도 얼마나 많은 제노사이드가 자행되었는지. 세상은 '절대로 다시는'을 반복하지만 무자비한 참상은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현재에도 여전히 계속된다. 다양한 인물과 사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나는 유독 이 렘킨의 이야기가 도드라져 보였다. 인류가 현재를 복원하기 위해 내딛은 발자국들은,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가 없었다면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홀로 분투하며 인종말살에 대한 정의를 부르짖었던 그의 이야기가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다가왔다.

 

1947년이라는 시간을 각자 나름대로 의미있게 살아온 사람들. 그리고 '절대로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졌던 한 사람. 그 어떤 역사책보다 깊은 울림을 전달하는 이 책은 전 세계 19개국에 번역 출간되었고, 잉글리시 펜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NPR 선정 최고의 논픽션으로 꼽힌다. 오늘의 세계를 만든 결정적인 1년의 기록, 정치와 사회, 문화 부분에서 오늘날 전 세계 사람들의 삶을 지배할 힘들이 처음 등장한 기록이 마치 영화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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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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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적인 미술산책에, 동행]

미술은 단순히 흥분을, 삶의 전율을 포착해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미술은 가끔 더 큰 기능을 한다. 미술은 바로 그 전율이다.

클래식 음악을 듣고 미술을 즐기며 사는 삶. 그런 시간을 동경해왔고, 그런 시간들 속에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요즘이다. 근래 들어 특히.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클래식과 명화는 내 삶 속에서 빠질 수 없는 것들이 되었다. 그렇다고 어떤 음악을 듣든 제목을 떠올리거나 그림을 보자마자 화가와 작품명을 바로 알아차리는 것은 아니지만 마주하고 있는 순간만큼은 행복하다. 체계적으로 정리를 해봐야겠다고 마음도 먹었지만 이 게으름뱅이에게는 쉽지 않은 일. 그저 애정하는 몇 작품 간신히 기억하며 살아가는데, 술술 읽히지는 않지만 어디에서도 만나볼 수 없었던 이 미술 에세이를 독파하고나서는 나만의 미술산책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 줄리언 반스가 자신만의 미술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린 시절부터 예술을 접해온 자신의 삶을 되짚어보며 미술이란 무엇인가 나름대로 정의를 내린 그는, 제리코의 <메두사 호의 뗏목>에 관한 글을 시작으로 다양한 작품에 대해 견해를 풀어놓는다. 으헉. 그래도 나름 까막눈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에 소개된 화가들과 작품들을 들여다보니 여전히 나의 지식은 매우 얕음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역시 깊고 풍부한 미술의 세계. 그 세계 속을 줄리언 반스의 글과 함께 허우적대고 있자니 얼마나 깊게, 오랜 시간을 들여야 자신만의, 자신을 위한 그림을 보는 눈을 갖게 될 것인지 궁금하기조차 하다. 그가 제리코의 작품에 대해 처음 쓴 것은 1989년. 더 할 말이 없다.

 

독자들에게 친절한 책은 아니다. 글자들이 매우 성의있게 빽빽하고 여타의 그림 에세이들처럼 명화 자료가 풍부하지도 않다. 서술하는 방식 또한 의식의 흐름을 따른 듯 소설의 형식을 빌리기도 하고 평범한 에세이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는데, 마치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같은 느낌이랄까. 읽을 때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그리고 줄리언 반스만의 미술 세계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어디서도 쉽게 해볼 수 없는 경험. 소설에 다양한 에세이에 이번에는 미술까지. 이 남자가 쓰지 못하는 분야가 과연 있을까. 그의 세계에 이미 심취한 독자라면, 이 책도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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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미키친의 한끼밥상
서세연 지음 / 경향BP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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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성적으로 게으른 편이다. 절대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다. 결혼하기 전 휴일에는 아침에 잠에서 깼어도 이불을 둘러쓰고 한참동안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한가로이 침대와 한몸이 되는 것을 즐겼고, 그저 해야하는 일만 어떻게든 해내며 살아왔다. 결혼한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이들은 어리고, 정리하고 치워도 다시 어질러지는 건 마찬가지. 그래, 그렇다면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대충 치우며 살자-생각했다. 그래서 청소도 대충대충, 내 눈에만 만족스러우면 오케이. 빨래는 열심히 한다. 곰돌이 아빠와 곰돌이들이 입고 나갈 옷이 없으면 안되니까. 문제는 요리인데, 요리가, 요리는. 참 어려운 문제다, 나에게는. 요리하는 걸 싫어하지는 않는데 지금의 내 상태에서는 온전히 집중해서 요리할 수가 없다. 둘째 곰돌이는 업어야 하고, 첫째 곰돌이는 놀아달라 다리를 부여잡고 늘어지는 상황에서 요리는, 나는 못하겠는데, 이건 핑계가 될 수도 있는 건가. 그런 것인가.

 

그래도 어쨌든 먹고 살아야 하니 시간나는대로 레시피를 들여다본다. 친정과 시댁에서 반찬을 많이 공수해오기는 하지만, 같은 메뉴가 몇 번 돌면 질리기도 하고, 뭘 사먹어도 한계가 있어서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보고는 싶은데, 또 하나의 문제는 내가 그다지 먹고 싶은 게 없다는 것이다. 두 녀석들 뒤 살피다보면 그냥 이 아이들이 먹다 남긴 것으로 끼니를 때울 때가 많은데 오늘 저녁도 마찬가지였다. 간은 심심하게, 매운 양념은 가급적 자제. 아이들 식사 챙기는 것으로도 시간이 부족한데 어떻게 내가 먹을 음식을 따로 차리겠나 말이다! 그나마 곰돌이 아빠가 다이어트에 들어가서 집에서 식사를 안 하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그래서! 이 책이 궁금했던 것이다! '간단하면서, 맛있고, 영양도 갖춘 다이어트 식단'. 지금 우리 가족에게 꼭 필요한 레시피들.

 

그동안 많은 레시피북들을 봐왔지만 보는 순간 '정갈하다'는 단어가 떠오른 책은 처음이었다. 사진을 잘 찍었나, 설명이 단순한가, 왜 때문이죠. 아이들이 아직은 먹기 어려운 요리도 보이지만 <닭가슴살함박스테이크+버섯미소장국+두부브로콜리무침> 요런 건 괜찮다 싶다. 대부분의 요리에 들어가는 양념도 간장, 소금, 맛술, 설탕 요 정도로 매운 양념이 들어가는 메뉴는 그렇게 많지 않아 고르기가 쉽다. 다이어트에 맵고 짠 것은 최악. 양념의 양이나 가짓수가 일단 마음에 든다. 집에서 삼치구이를 자주 해먹는데 여기에 대파된장소스와 오징어콩나물국, 미나리겉절이가 들어간 식단도 있어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 이상하다. 책을 한 장씩 넘겨보는데 이상하게 자꾸 봄이 생각난다. 봄을 위한 메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메뉴가 다 그런 것은 아닌데도.

 

게으르고,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가 부족한 요즘의 나에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조리법은 버겁기만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조리법도 간단하고 들어가는 양념도 많지 않아 딱 우리 가족을 위한 식단이랄까. 약간의 부지런을 떨어봐야지. 그래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니. 그런데. 뭔가 이 식단에 어울리는 그릇을 구매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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