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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미키친의 한끼밥상
서세연 지음 / 경향BP / 2019년 6월
평점 :
나는 천성적으로 게으른 편이다. 절대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다. 결혼하기 전 휴일에는 아침에 잠에서 깼어도 이불을 둘러쓰고
한참동안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한가로이 침대와 한몸이 되는 것을 즐겼고, 그저 해야하는 일만 어떻게든 해내며 살아왔다. 결혼한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이들은 어리고, 정리하고 치워도 다시 어질러지는 건 마찬가지. 그래, 그렇다면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대충 치우며
살자-생각했다. 그래서 청소도 대충대충, 내 눈에만 만족스러우면 오케이. 빨래는 열심히 한다. 곰돌이 아빠와 곰돌이들이 입고 나갈 옷이 없으면
안되니까. 문제는 요리인데, 요리가, 요리는. 참 어려운 문제다, 나에게는. 요리하는 걸 싫어하지는 않는데 지금의 내 상태에서는 온전히 집중해서
요리할 수가 없다. 둘째 곰돌이는 업어야 하고, 첫째 곰돌이는 놀아달라 다리를 부여잡고 늘어지는 상황에서 요리는, 나는 못하겠는데, 이건 핑계가
될 수도 있는 건가. 그런 것인가.
그래도 어쨌든 먹고 살아야 하니 시간나는대로 레시피를 들여다본다. 친정과 시댁에서 반찬을 많이 공수해오기는 하지만, 같은 메뉴가
몇 번 돌면 질리기도 하고, 뭘 사먹어도 한계가 있어서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보고는 싶은데, 또 하나의 문제는 내가 그다지 먹고 싶은 게 없다는
것이다. 두 녀석들 뒤 살피다보면 그냥 이 아이들이 먹다 남긴 것으로 끼니를 때울 때가 많은데 오늘 저녁도 마찬가지였다. 간은 심심하게, 매운
양념은 가급적 자제. 아이들 식사 챙기는 것으로도 시간이 부족한데 어떻게 내가 먹을 음식을 따로 차리겠나 말이다! 그나마 곰돌이 아빠가
다이어트에 들어가서 집에서 식사를 안 하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그래서! 이 책이 궁금했던 것이다! '간단하면서, 맛있고, 영양도 갖춘
다이어트 식단'. 지금 우리 가족에게 꼭 필요한 레시피들.
그동안 많은 레시피북들을 봐왔지만 보는 순간 '정갈하다'는 단어가 떠오른 책은 처음이었다. 사진을 잘 찍었나, 설명이 단순한가,
왜 때문이죠. 아이들이 아직은 먹기 어려운 요리도 보이지만 <닭가슴살함박스테이크+버섯미소장국+두부브로콜리무침> 요런 건 괜찮다 싶다.
대부분의 요리에 들어가는 양념도 간장, 소금, 맛술, 설탕 요 정도로 매운 양념이 들어가는 메뉴는 그렇게 많지 않아 고르기가 쉽다. 다이어트에
맵고 짠 것은 최악. 양념의 양이나 가짓수가 일단 마음에 든다. 집에서 삼치구이를 자주 해먹는데 여기에 대파된장소스와 오징어콩나물국,
미나리겉절이가 들어간 식단도 있어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 이상하다. 책을 한 장씩 넘겨보는데 이상하게 자꾸 봄이 생각난다. 봄을 위한 메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메뉴가 다 그런 것은 아닌데도.
게으르고,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가 부족한 요즘의 나에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조리법은 버겁기만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조리법도 간단하고 들어가는 양념도 많지 않아 딱 우리 가족을 위한 식단이랄까. 약간의 부지런을 떨어봐야지. 그래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니. 그런데. 뭔가 이 식단에 어울리는 그릇을 구매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