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네가 나를 그리워했으면 좋겠다
그림은 지음 / 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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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해야겠다. 아무래도. 책을 읽고난 후부터 수십 번 고민했지만, 그래서 이 책의 리뷰를 남기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솔직한 리뷰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온 나로서는, 나의 이 대전제를 어길 수가 없다. 성실하고 소중하게 자신의 그림과 글을 꾹꾹 눌러담은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나에게 이 책은 큰 의미를 주지 못했다. 하지만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책을,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할 수는 없다. 나처럼 별로였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굉장히 좋았다고 말해줄 독자도 분명 있을 터이니 작가가 나름대로 갈무리해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왜 이 책이 나에게 의미있게 다가오지 못했는가-하면,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30대, 지금은 육아휴직 중이지만 직장생활 10년차, 한 남자의 아내, 아들 둘 엄마. 여기에 딸과 며느리의 역할이라는 것도 추가할 수 있겠지만, 사실 지금의 나에게 이 역할은 매우 미미하다. 왜냐. 나는 나 자신은 커녕, 절대 그러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남편 소홀히 챙기기>를 몸소 실현 중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기 전에 우리는 다짐했었다. 아이가 생겨도 우리는 서로를 먼저 챙기자고, 당신과 내가 일번이라고. 바뜨. 첫째 곰돌군과 둘째 곰돌군이 태어나면서 생각보다 서로를 먼저 챙기는 일이 매우 힘든 일임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는 존재님들이다, 이 녀석들은. 게다가 둘째 곰돌군은 이제 5개월. 더더욱 손이 많이 간다. 옆에 앉아 흘러내리는 침만 닦아도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간다. 또한 게다가. 첫째 곰돌군은 동생을 본 후 다시 아기가 되길 희망한다. 우유도 누워서 젖병에 먹여달라하고 온 바닥을 기어다니며 옷으로 깨끗이 청소하며 안아줘, 업어줘를 늘 달고 산다. 또또한 게다가. 나의 멘탈은 <내 머리속의 지우개>를 시현 중이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챙기다보니 놓치는 게 생기는데 그 횟수가 굉장하다. 삶에 치이는 나에게 사랑을 노래하고 감성적으로 호소 하는 책들은, 뭐랄까, 정말 다른 세상의 일처럼 느껴진다고 할까.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것이다.

 

내가 대학생이었다면, 아니 결혼하기 전의 직장인만 됐어도 이 책을 이렇게까지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 때의 나도 고민이 많았고, 사랑에 울고, 새벽의 감성충만한 공기를 사랑했으니까. 하지만 이제 시간이 흐르고 이런 저런 일을 겪은 지금의 나에게는, 이 책은 그저 어리광처럼 느껴진다. 겪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라 생각한다. 그 시절의 아픔과 그 때의 외로움이 한때는 세상 무너지게 아프게 다가왔어도, 현재의 나에게는 그저 인생의 한 점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물론 극복하지 못할 아픔도 존재하겠지만.

 

그러니 작가여. 너무 상처받지 마시라. 나의 상황과 마음에 이 책이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지 그대의 작품이 훌륭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니. 그저 나의 취향에 맞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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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라일락 걸스 1~2 세트 - 전2권 걷는사람 세계문학선 3
마샤 홀 켈리 지음, 진선미 옮김 / 걷는사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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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을 온몸으로 겪어내는 세 명의 여성, 캐롤라인, 카샤, 헤르타. '프랑스 영사관을 위한 가족 후원자 대표'로 자원봉사 일을 하는 캐롤라인. 프랑스의 문화와 사람들에 매력을 느끼는 그녀는 후원을 위한 행사에서 폴 로디에르를 만나고, 그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는 프랑스에 아내가 있는 유부남이었죠. 품어서는 안되는 마음이라며 자신을 다잡지만 어느새 사랑하게 되어버린 두 사람. 그 와중에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하고 폴은 프랑스에 있는 아내를 혼자 둘 수 없다며 돌아갑니다. 편지로나마 안부를 전하던 폴의 소식이 끊기고 전전긍긍하던 캐롤라인 앞에 폴의 소재가 적힌 편지가 도착하고,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프랑스로 향해요. 카샤는 폴란드 소녀로 나치에 대항하는 활동을 하다가 언니 수산나, 엄마, 사랑하는 피에트릭의 동생 루이자와 라벤스브뤼크 수용소로 끌려갑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자행되는 끔찍한 실험들. 생체실험을 당한 여성들은 '래빗'이라 불리고, 그 실험을 주도하는 사람들 가운데 독일인 헤르타가 있습니다.

 

전쟁 한 가운데에서 가장 큰 고통을 겪은 사람은 카샤입니다. 힘없는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고, 수용소에 끌려가 고통스러운 실험을 당했으며, 사랑하는 엄마와 친구, 선생님을 잃었으니까요. 언제 죽을 지 알 수 없는 삶. 그런 생활 속에서도 우정은 피어나고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더욱 굳건해지지만 역사에 휘말린 한 소녀의 운명은 비참할 뿐입니다. '래빗'은 생체실험을 당한 사람들이 제대로 걸을 수 없어 한쪽 발을 뛰면서 움직여야했기에 붙여진 명칭입니다. 이 별명에서조차 그들을 한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각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헤르타를 포함한 독일인들은 스스럼없이 래빗이라 부르며 병들거나 움직이지 못하거나 약해진 사람들의 생명을, 아무 거리낌없이 이런 저런 방법으로 빼앗아버렸죠. 지옥과도 같은 시간 속에서 목숨을 건 탈출에 성공한 카샤였지만, 그 후의 삶이 그리 행복해질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자신이 아니었다면 엄마가 끌려가지 않았을 거라는 죄책감, 엄마가 정말 죽었는지 단순히 실종된 것인지 알 수 없는 현실, 아빠의 옆자리를 지킨 다른 여인에 대한 적대감은 카샤를 냉정하고 건조한 인간으로 만들어버렸어요.

 

우린 여자들입니다. 미스 패리디.

래빗이라 불리길 원치 않았던 여자들입니다.

우리에 갇힌 놀란 토끼들이 아닙니다.

선물을 받을 수 없는 나라에 살고 있는 여자들입니다.

그래도 모르겠습니까?

미국산 새 핸드백?

사람들이 슬그머니 사라지는 곳에서?

 

캐롤라인과 헤르타는 카샤를 중심에 두고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는 여인들입니다. 캐롤라인은 전쟁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데 여생을 바친 데다, 수용소 생활을 한 엄마의 친구로부터 '래빗'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그녀들의 상처를 치료하고 배상하는 데 전심전력을 다합니다. 폴을 향한 마음조차 그녀의 선한 본성을 거스를 수 없었는데요, 죽은 줄 알았던 폴의 아내가 살아돌아온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들의 딸을 찾아달라는 도움을 뿌리치지 못하고 아이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캐롤라인의 모습에서는 경건함마저 느껴질 정도였어요. 반면 헤르타는 독일인으로서 자신이 해야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해야 하는 일이었는지 묻고 싶어요. 멀쩡한 한 인간의 다리를 절개하고 뼈와 근육을 제거한 후 이물질을 넣어 상태를 지켜보고, 일부러 바이러스를 몸 속에 주입해 추이를 관찰하는 것이 정말 해야만 하는 일이었는지를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카샤와는 달리, 전쟁이 끝난 후 일정 기간 복역했지만 지금은 의사로 자리잡은 헤르타의 모습에 분노를 느낀 것은 비단 저뿐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엄마에 대한 죄책감, 게다가 엄마와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떠나보냈다는 것에 힘든 시간을 지나온 카샤는, 그러나 헤르타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로 조금은 마음의 짐을 덜어낸 듯 합니다. 그녀가, 마침내, 진정한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거든요. 사랑하는 피에트릭을 이제서야 겨우 평온하게 끌어당길 수 있을 정도로. 이 작품이 시사하는 바가 큰 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살아남은, 정말 대단하고 훌륭한 여성들이 존재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어떤 때는 살아남는 것 그 자체가 위대한 일일 수 있으니까요.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간혹 있었지만, 기나긴 아픔의 강을 건너 묵묵히 삶을 이어온 카샤는 물론, 자신의 시간을 바쳐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자 했던 캐롤라인의 모습은 묵직한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녀들의 라일락 같은 삶을, 그리고 거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응원하고, 응원받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라일락이 거친 겨울을 지낸 후에만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사랑하셨어.

그런 어려움을 거친 후에야 이 모든 아름다움이 나타나게 되다니

기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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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사연들 - 내가 모르는 단어는 내가 모르는 세계다
백우진 지음 / 웨일북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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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둘째 곰돌군을 낳은 후 저의 기억력은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흔히 아이를 낳으면 건망증이 심해진다고 하던데, 전 건망증 수준이 아니라 아예 들은 기억, 본 기억이 없는 거에요. 친정 엄마는 애 둘 보고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아져서 그런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그 말씀에 납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합니다. 지금 임용공부를 다시 하라고 한다면 못할 것 같아요. 이런 때일수록 공부도 하고 하나하나에 집중을 해야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아침시간만 해도 아침준비하고, 첫째 곰돌군 어린이집 보낼 준비하고, 둘째 곰돌군 기저귀 갈고 수유, 아침식사, 첫째 곰돌군 깨워 아침 먹이고, 요즘들어 어린이집을 가지 않겠다며 떼를 쓰는 곰돌군을 달래 겨우겨우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나면 멍-해집니다. 그래서인지 집중해서 책 읽는 것도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것마저 놓으면 제가 정말 바보가 될 것 같아 어떻게든 책을 놓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랄까요. 이 와중에 또 욕심은 있어서 올해는 깊이 있는 독서, 깊이 있는 리뷰를 남겨보자 다짐했는데 제가 알고 있고 사용하는 단어들에 한계를 느꼈어요. 그래서 선택한 책 [단어의 사연들]입니다.

 

사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다양한 단어들을 접하고, 몰랐던 단어들, 잘 사용하지 않았던 단어들을 제 머리속 사전에 기록하자는 취지였는데요, 제가 생각했던 그대로의 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 외의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랄까요. 단어의 양에 집중하기보다는 단어가 탄생한 배경, 단어가 조합되는 원리, 사라진 단어를 기억해보는 과정의 기록이었습니다. 그 동안 단어가 사용되는 문맥, 단어의 양들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있지만 정작 이 단어들의 이야기에는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분명 이 단어들에도 사연들이 있고, 각자의 이야기가 있었을텐데 말이에요.

하나의 단어를 붙잡으면

하나의 우주가 걸려든다

 

저자는 단어들을, <낱말의 문화>, <낱말의 유래>, <낱말의 규칙과 변화>, <낱말의 재발견> 네 챕터로 나누어 소개합니다. 우리 말에 있는 '억울하다'는 단어에 깃든 역사적 맥락, 한국어에는 있는 '때'라는 단어가 영어에는 없다는 것, 고양이와 나비 사이(나비라는 낱말이 고양이를 가리키는 호칭이 된 사연), 한국식 외래어, 사용은 커녕 있는지조차도 몰랐던 다양한 단어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해요. 인상적인 것은 저자가 풍부한 양의 자료들을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 것이 아니라 여러 참고도서, 그림, 연구자료, 여러 나라 단어 등을 인용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단어가 숨기고 있던 이야기들을 살펴볼 수 있었어요.

 

책 자체는 소박해요. 눈에 띄는 표지도 아니고 두께도 그리 두껍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에 담긴 단어들의 사연,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에 귀기울이다보면 우리말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독자에 따라서는 조금 딱딱하게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단어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니 페이지가 금방 넘어갔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우리가 쓰는 말들에 모두 귀를 기울이고 싶어졌습니다. 단어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면 타인의 말과 마음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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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엄마표 영어 - 바쁘고 영어 못하는 엄마도 쉽게 할 수 있는
준사마 지음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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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엄마표 영어'라는 문구만 보이면 일단 읽고 본다. 첫째 곰돌군이 우리나라 나이로 네 살이 되었고, 내년에는 유치원을 보낼 계획인데 잠시나마 영어유치원을 고민한 적이 있었다. 사실 예전부터 나는 우리 아이들을 영어유치원에 보내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있었는데, 비용도 비용이지만 너무 어렸을 때부터 '공부하러 가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학습은 아무 곳, 아무 시간에나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도 공부를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인데 딱 한 번 영어유치원에 보내지 않겠다는 결심이 흔들렸다. 동생이 결혼했다. 동생의 반려가 영어교육 관련 일에 종사하는데 영어유치원에 보낼 생각이 있으면 비용이 50% 절감되니 생각있으면 말하라 했다. 그래서 흔들렸다. 어쩔 수 없다. 둘째 곰돌군이 두 돌이 지나면 나도 복직을 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평범한 회사원인 남편의 외벌이로 열심히 사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이 평범한 회사원인 남편의 외벌이로 우리는 저금도 하고 보험도 들고 남은 생활비 모아 애들 책도 사니 대단한 일이라며 살고 있지만, 영어유치원을 보내기에는 버겁다. 그래서 비용이 50%라는 말에 흔들렸는데 곧 정신을 차리고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전해주었다.

많은 엄마들이 분명 나와 같은 고민을 할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영어는 잘 하게 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학원을 보내자니 애도 어리고 학원비도 많이 들고, 또 학원을 간다 해서 아웃풋이 순조롭게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대로 손놓고 있자니 흘러가는 시간도 아깝고 불안감은 커지고. 그래서 일단 내가 생각한 것은 '자연스러운 노출'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다 그렇겠지만 우리집 곰돌군도 노래를 좋아한다. 어린이집에서 배운 동요를 집에서도 부르면서 엉덩이를 흔든다. 엉덩이를 흔들 자세가 안나오면 다리라도, 허리라도 흔든다. 곰돌군이 돌이 되기 전에 모 출판사의 책을 구입했다. 노래로 책의 내용을 이해시켜주는 전집이었는데 같이 듣다보니 내가 먼저 그 노래를 외웠다. 그 후로 한 1년 같이 노래부르고 책 읽으며 아주 잘 봤다. 영어도 그렇게 접하게 해주고 싶었다. 알아보니 '노부영(노래로 부르는 영어동화)'이라는 것이 유명하다 해서 유교전에 가서 베스트만 일단 구입해서 요즘 같이 노래부르는 중이다. 사실 곰돌군은 노래 안 부른다. 아니, 못부른다. 노래는 내가 하고 곰돌군은 책보며 엉덩이를 흔들 뿐. 곰돌군이 책 보기 싫다고 하면 그냥 나 혼자 본다. 책을 좋아하는 내가 보기에 요즘 나오는 그림책들은 정말 신세계다. 소장욕구 뿜뿜이랄까. 나 혼자 재미나게 열심히 보면 어느 새 곰돌군이 곁에 와 있다. 물론 안 올 때도 있고.

체계적인 '엄마표 영어' 방법이 궁금했다. 앞서 읽은 다른 책도 무척 인상적이었지만, 그 책이 생활 속 영어학습 면에서 좀 더 공감되는 반면, 이 [하루 10분 엄마표 영어]는 방법 면에서 약간 더 체계적인 느낌이랄까. 장기적, 매일 영어 노출, 독서 습관이라는 최종 목표에 초점을 맞추면 영어실력이 따라온다니, 뭔가 해볼만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저자의 아이들도 처음부터 영어에 무척 호의적이었던 건 아닌 것 같다. 영어, 그리고 책에 대한 무심함을 호의로 바꾸기 위해 노력한 기록들에서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엄마의 노력. 가장 중요한 건 조바심내지 않는 마음인 듯 하다. 일단 엄마표 영어를 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 책과 저 책을 읽어보니 다행히(?) 곰돌군이 늦지는 않은 듯 하여 우선 노부영과 짧은 영어그림책 등으로 꾸준히 노출시키고 지켜봐야겠다. 덕분에 나도 같이 영어를 접할 수 있어 즐겁다.

엄마표 영어를 마음 먹은 시점에 [하루 10분 엄마표 영어]와 [그림책과 유튜브로 시작하는 5.6.7세 엄마표 영어의 비밀]을 만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엄마표 영어 책들도 궁금하지만 우선은 이 두 권을 길잡이로 삼아 알찬 휴직기간을 보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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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지하철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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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 24시]를 통해 중국문학의 엔터테인먼트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었던 마보융이 [용과 지하철]로 돌아왔습니다.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백성들은 용을 지하철로 삼는 고대 중국의 장안. 대장군 이정의 아들 나타는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가 있는 장안으로 오던 중 얼룡(악행을 일삼는다는 전설의 용)의 공격을 받고, 처음으로 용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드넓은 하늘을 마음껏 날지 못하고 잉어에서 용으로 변하는 순간부터 인간들에게 족쇄가 채워져 지하철로 이용되는 용들. 나타는 그들의 처지를 가여워하며 순수한 마음과 어린아이답지 않은 용맹함으로 용들과 친구과 됩니다. 황제는 폭포를 거슬러 오른 잉어가 용이 되는 용문절에 더 많은 용들을 잡아 지하룡들을 교체할 계획을 세우지만, 그동안 이렇게 잡힌 용들의 분노가 담긴 역린들이 모여 엄청난 대얼룡을 만들어내고 인간들의 삶을 위협합니다. 장안을 공격하는 대얼룡의 출현에 나타는 지하룡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나타. 과연 지하룡들은 나타의 소원을 들어주었을까요.



이제 겨우 열살에 불과한 소년 나타는 등장인물 중에서 그 누구보다 용감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강한 아이입니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용들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그런 그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죠. 어찌보면 아직 어린 나이이기에 가능한 무모함이라 여겨질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어린 나이'가 오히려 상황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해냅니다. 용들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과자를 나누어주며 친구가 되고, 하늘을 날았던 기억이 너무나 강렬한 탓에 현재의 모습에 좌절한 막대사탕의 마음의 문을 두드려 결국 그 문도 열게 만들어요. 인간들에 대한 분노로 그들을 돕기를 거부하는 막대사탕을 설득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하늘에서 추락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수많은 용들의 도움을 이끌어내는 데 천부적인 자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현실이었다면, 이 세계에서 열살 어린아이에게 가능한 생각이고 실천력인가 의아하기도 합니다만 나타가 보여주는 용기와 의협심에 가슴이 뛰는 것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용이 등장한다는 것, 그 용이 인간들과 함께 무언가에 대항해 전투를 벌인다는 설정이 나오미 노빅의 [테메레르]를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장장 9권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린 [테메레르] 시리즈에 저는 아주 골수팬인데요, 그래서 [용과 지하철] 의 출간이 더 반갑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용과 지하철]은 [테메레르]에 비하면 내용이 비교적 단순하고 분량도 적은 편이지만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하기에는 충분했어요. 영화로 제작된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할까요.



[장안 24시]와 [용과 지하철]로, 개인적으로 마보융을 이제 어느 정도 믿고 보는 작가의 반열에 올려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 두 작품, 그리고 얼마 전에 읽은 쯔진천의 [동트기 힘든 긴 밤] 을 접하기 전에는 중국문학에 대해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이렇게 되고보니(?) 아직 발견하지 못한 수많은 원석들이 많을 것 같아 재미있는 이야기에 대한 갈증으로 조바심마저 느껴집니다. 뒤에는 단편소설 세 편이 실려 있는데 그 또한 마보융의 독특한 매력이 드러나는 이야기들로 흥미롭게 읽었어요.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줄지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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