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해야겠다. 아무래도. 책을 읽고난 후부터 수십 번 고민했지만, 그래서 이 책의 리뷰를 남기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솔직한 리뷰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온 나로서는, 나의 이 대전제를 어길 수가 없다. 성실하고 소중하게 자신의
그림과 글을 꾹꾹 눌러담은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나에게 이 책은 큰 의미를 주지 못했다. 하지만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책을,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할 수는 없다. 나처럼 별로였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굉장히 좋았다고 말해줄 독자도 분명 있을 터이니 작가가 나름대로
갈무리해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왜 이 책이 나에게 의미있게 다가오지 못했는가-하면,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30대, 지금은 육아휴직
중이지만 직장생활 10년차, 한 남자의 아내, 아들 둘 엄마. 여기에 딸과 며느리의 역할이라는 것도 추가할 수 있겠지만, 사실 지금의 나에게 이
역할은 매우 미미하다. 왜냐. 나는 나 자신은 커녕, 절대 그러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남편 소홀히 챙기기>를 몸소 실현 중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기 전에 우리는 다짐했었다. 아이가 생겨도 우리는 서로를 먼저 챙기자고, 당신과 내가 일번이라고. 바뜨. 첫째 곰돌군과 둘째
곰돌군이 태어나면서 생각보다 서로를 먼저 챙기는 일이 매우 힘든 일임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는 존재님들이다, 이 녀석들은. 게다가
둘째 곰돌군은 이제 5개월. 더더욱 손이 많이 간다. 옆에 앉아 흘러내리는 침만 닦아도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간다. 또한 게다가. 첫째 곰돌군은
동생을 본 후 다시 아기가 되길 희망한다. 우유도 누워서 젖병에 먹여달라하고 온 바닥을 기어다니며 옷으로 깨끗이 청소하며 안아줘, 업어줘를 늘
달고 산다. 또또한 게다가. 나의 멘탈은 <내 머리속의 지우개>를 시현 중이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챙기다보니 놓치는 게 생기는데
그 횟수가 굉장하다. 삶에 치이는 나에게 사랑을 노래하고 감성적으로 호소 하는 책들은, 뭐랄까, 정말 다른 세상의 일처럼 느껴진다고 할까.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것이다.
내가 대학생이었다면, 아니 결혼하기 전의 직장인만 됐어도 이 책을 이렇게까지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 때의 나도 고민이
많았고, 사랑에 울고, 새벽의 감성충만한 공기를 사랑했으니까. 하지만 이제 시간이 흐르고 이런 저런 일을 겪은 지금의 나에게는, 이 책은 그저
어리광처럼 느껴진다. 겪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라 생각한다. 그 시절의 아픔과 그 때의 외로움이 한때는 세상 무너지게 아프게 다가왔어도, 현재의
나에게는 그저 인생의 한 점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물론 극복하지 못할 아픔도 존재하겠지만.
그러니 작가여. 너무 상처받지 마시라. 나의 상황과 마음에 이 책이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지 그대의 작품이 훌륭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니. 그저 나의 취향에 맞지 않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