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지하철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장안 24시]를 통해 중국문학의 엔터테인먼트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었던 마보융이 [용과 지하철]로 돌아왔습니다.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백성들은 용을 지하철로 삼는 고대 중국의 장안. 대장군 이정의 아들 나타는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가 있는 장안으로 오던 중 얼룡(악행을 일삼는다는 전설의 용)의 공격을 받고, 처음으로 용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드넓은 하늘을 마음껏 날지 못하고 잉어에서 용으로 변하는 순간부터 인간들에게 족쇄가 채워져 지하철로 이용되는 용들. 나타는 그들의 처지를 가여워하며 순수한 마음과 어린아이답지 않은 용맹함으로 용들과 친구과 됩니다. 황제는 폭포를 거슬러 오른 잉어가 용이 되는 용문절에 더 많은 용들을 잡아 지하룡들을 교체할 계획을 세우지만, 그동안 이렇게 잡힌 용들의 분노가 담긴 역린들이 모여 엄청난 대얼룡을 만들어내고 인간들의 삶을 위협합니다. 장안을 공격하는 대얼룡의 출현에 나타는 지하룡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나타. 과연 지하룡들은 나타의 소원을 들어주었을까요.



이제 겨우 열살에 불과한 소년 나타는 등장인물 중에서 그 누구보다 용감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강한 아이입니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용들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그런 그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죠. 어찌보면 아직 어린 나이이기에 가능한 무모함이라 여겨질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어린 나이'가 오히려 상황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해냅니다. 용들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과자를 나누어주며 친구가 되고, 하늘을 날았던 기억이 너무나 강렬한 탓에 현재의 모습에 좌절한 막대사탕의 마음의 문을 두드려 결국 그 문도 열게 만들어요. 인간들에 대한 분노로 그들을 돕기를 거부하는 막대사탕을 설득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하늘에서 추락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수많은 용들의 도움을 이끌어내는 데 천부적인 자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현실이었다면, 이 세계에서 열살 어린아이에게 가능한 생각이고 실천력인가 의아하기도 합니다만 나타가 보여주는 용기와 의협심에 가슴이 뛰는 것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용이 등장한다는 것, 그 용이 인간들과 함께 무언가에 대항해 전투를 벌인다는 설정이 나오미 노빅의 [테메레르]를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장장 9권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린 [테메레르] 시리즈에 저는 아주 골수팬인데요, 그래서 [용과 지하철] 의 출간이 더 반갑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용과 지하철]은 [테메레르]에 비하면 내용이 비교적 단순하고 분량도 적은 편이지만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하기에는 충분했어요. 영화로 제작된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할까요.



[장안 24시]와 [용과 지하철]로, 개인적으로 마보융을 이제 어느 정도 믿고 보는 작가의 반열에 올려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 두 작품, 그리고 얼마 전에 읽은 쯔진천의 [동트기 힘든 긴 밤] 을 접하기 전에는 중국문학에 대해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이렇게 되고보니(?) 아직 발견하지 못한 수많은 원석들이 많을 것 같아 재미있는 이야기에 대한 갈증으로 조바심마저 느껴집니다. 뒤에는 단편소설 세 편이 실려 있는데 그 또한 마보융의 독특한 매력이 드러나는 이야기들로 흥미롭게 읽었어요.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줄지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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