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서 바로 써먹는 어린이 맞춤법 맛있는 공부 21
한날 지음 / 파란정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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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말처럼 쉽고도 어려운 말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가령 '노랗다'라는 말을 나타내는 단어도 '샛노랗다, 노릇노릇하다, 노리끼리하다' 등 다양한 단어들이 있는데 과연 이것을 외국어로 어떻게 옮길 수 있을 것인가-아마 한번쯤은 고민해보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여전히 혼란의 도가니탕에 빠트리는 맞춤법이란 문제! 학창시절 문법 시간에도 열심히 공부하고 외웠건만 막상 생활에서 사용하려면 이거였는지, 저거였는지 도통 알 수 없을 때가 부지기수에요. 맞춤법에 있어서는 그 수준이 어린이들과 하등 다를 게 없을 것 같아, 그리고 이제 말을 배우고 글을 배울 우리 곰돌군들을 위해 제대로 된 말을 써야겠다는 생각에 읽게 된 책 [읽으면서 바로 써먹는 어린이 맞춤법]입니다.

 

모두 먹을거리로 구성된 등장인물들. 동그란 찹쌀떡 찹이, 만두인 두야, 네모난 찹살떡 모네, 삼각김밥 쎄세, 가래떡 래야, 떡볶이떡 뽀기들이 귀엽게 몸을 굴리면서(?) 많이 사용하지만 틀리기 쉬운 맞춤법에 대해 알려줍니다. 가장 많이 틀리는 것 중 하나인 '가르키다'와 '가르치다'. 요고요고 헷갈리는 분들 많으시죠? '가르키다'도 '가리키다'가 맞는 말로 손가락으로 방향 등을 알리는 것이고, '가르치다'는 지식을 익히게 하는 것입니다. 저는 '금새'와 '금세'도 어렵다고 생각했는데요, '금세'는 아주 짧은 시간을 의미하는 말로 '사이'의 줄임말인 '새'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설거지! '설겆이'라고 잘못 쓰는 경우도 많죠. '몇일'과 '며칠'도 틀리기 쉬운데 '몇일'은 없는 단어라고 하네요.

 

만화로 구성되어 있어 큭큭 웃음면서 읽고 맞춤법까지 학습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책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들을 따라가다보면 저절로 익히게 된다고 할까요. 이것인지 저것인지 고민될 때 찾아보기도 좋고요. 검색해보니 요 시리즈가 몇 권 더 출간되었던데 속담이나 고사성어, 관용구 등도 재미있을 것 같아 구입했습니다! 어린이용으로 출간되기는 했지만 매우 유용하니 평소 관심있던 분들을 한 권씩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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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한국추리문학선 7
한수옥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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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도]

여성의 가슴을 잔인하게 절단한 뒤 시체에 박쥐 모양 목각인형을 두고 사라지는 범인. 강력반 형사 재용은 연달아 벌어지는 사건을 수사하던 와중 사랑하는 아내 은옥 역시 박쥐 모양 목각인형을 간직하고 있었음을 기억한다. 여리고 심약한 아내가 범인이라니,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재용은 아내를 데리고 자취를 감춘다. 한편 국회의원 최철민은 자신이 후원하는 보육원을 통해 더럽고 추악한 욕망을 채우고, 열 네살 수민도 그의 마수를 피하지 못했다. 살인사건의 피해자들이 보육원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 경찰은 이 사건이 아주 오래 전의 비극과 맞닿아 있음을 알게 된다.

표지는 청순한데 제목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공공장소에서는 펼치고 읽기 쉽지 않지만, 읽다보면 어째서 제목이 '죽이고 싶은'인지 절감하게 된다. 돈과 명예에 대한 욕심이 한가득인 것은 그러려니 하겠다. 그런데 원장으로 있을 때부터 어린 소녀들을 성적 노리개로 삼아 농락하고, 국회의원이 된 지금까지 그렇게 오랜 세월을 아이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을 계속해오다니 책을 읽다 저절로 욕이 나올 정도다. 게다가 아이들을 전달하는 것은 보육원의 교사 정순. 같은 여자이고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 오히려 아이들을 골라 철민에게 보낸다.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뻔히 알면서. 또 게다가. 아직 미성년자이면서도 여러 명이 한 여자아이를 집단 성폭행하고 그것도 모자라 동영상을 찍는다. 사건이 발각되자 제법 이름 좀 날린다 하는 부모들이 아직 미성년자라며, 보육원과 합의했다며 범죄자인 아이들을 그대로 집으로 데리고 간다. 점점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읽는 내내 속이 좋지 않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그대로 우리 현실에서도 일어난다. 아침저녁으로 뉴스에서 볼 수 있는, 타인의 인생을 짓밟고 그 위에 자신의 욕망만을 채우려는 짐승들의 모습. 만약 내 딸이, 내 가족 중 하나가 저런 일을 당한다면 나라도 가해자들을 죽이고 싶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연쇄살인범이 최철민이나 그와 비슷한 족속들을 죽였다면 감정적으로 더 이입할 수 있었을텐데 자세한 사정은 알아보지도 않고 그저 어떤 공통점을 가진 여성들을 살해했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결말이 나름 해피엔딩이기는 하지만 현실에서는 상처입은 많은 사람들이 과연 제대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요즘 케이스릴러에도 관심을 갖는 중인데 한수옥 작가도 이 [죽이고 싶은]으로 처음 만났다. 소재와 추악한 인물들로 인해 부들부들 떨면서 읽기는 했지만 네이버 웹소설 미스터리 부문 베스트 리그 작품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속도감과 몰입감을 선사해준다. 부디 이런 일들이 현실에서는 제발 그만 일어나기를. 미성년자이든 아니든 죄를 저질렀으면 벌을 받아야 하고,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추악한 범행은 특히 엄벌에 처해야 한다. 법이 제대로 기능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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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라이
헬렌 피츠제럴드 지음, 최설희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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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잃은 엄마 조애나에 대한 첫인상은 별로였다. 비록 앨리스터가 만나고 4주가 지난 뒤에야 자신이 유부남이라는 것을 밝혔다고 해도 결과는 유부남과의 불륜으로 아이를 낳은 '애인'이니까. 심지어 그녀는 앨리스터의 집에서 그와 그의 아내인 알렉산드라의 침대 위에서까지 사랑을 나누다 알렉산드라와 그들의 딸 클로이에게 적발된다. 그 일로 알렉산드라는 그 다음 날 클로이를 데리고 호주로 떠났고, 지금 앨리스터와 조애나는 양육권 분쟁으로 클로이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길을 나선 참이었다. 남편이 있고 아이 둘을 키우는 내 입장에서 조애나는 당연히 최악의 여자였고, 그들이 알렉산드라로부터 클로이를 다시 데려오려는 시도는 최악의 행동이었다.

 

아직 9주밖에 되지 않은 아들 노아를 데리고 호주로 향하는 여정은 험난하기만 했다. 아이는 끊임없이 울었고, 앨리스터는 아주 우아하게 잠들어 있었으며 비행기 승객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길은 없었다. 노아가 태어난 후 세 시간 이상 연달아 자지 못한 조애나는 극심한 피로에 시달리고 있었고, 좁은 공간에서 아무리 달래도 계속 우는 노아의 울음소리는 스트레스였다. 아이를 조용히 잠재우기 위해 약간의 약을 먹였고 아이는 잠들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렌터카로 시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 위에서까지 노아는 조용했다. 너무 조용했다. 잠든 것이 아니라 이미 숨을 거둔 아기. 패닉에 빠진 조애나를 겨우 진정시킨 앨리스터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아이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땅에 묻고, 누군가 아이를 납치했다며 연기를 시작한다. 자연히 앨리스터의 전부인인 알렉산드라에게 수사의 초점이 맞춰지는 가운데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지는 거짓말, 죄책감, 그리고 고개를 쳐드는 의심과 밝혀지는 진실.

 

최악의 여자라는 첫인상으로 시작했지만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조애나에 대한 연민을 거둘 수는 없었다. 같은 엄마로서 아이를 잃은 고통이 직접 겪어보지 않아도 마치 현실인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과 감옥에 갈 것이 두려워 앨리스터의 계획을 수용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조애나는 자신이 아이를 죽인 엄마라고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어진다. 노아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것이었으므로 차라리 죄를 고백하고 벌을 받고 싶었다. 그 와중에 앨리스터의 너무나도 침착한 모습이란. 정치에 적을 두고 있는 그는 이 상황마저도 이용하려 하고, 아이를 잃은 아빠답지 않게 슬프거나 절망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가 힘들다고 말하는 것도 위선처럼 여겨졌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전부인인 알렉산드라에게 모든 죄를 덮어씌우기 위해 밑작업까지 하고 있었으니, 어째서 조애나가 앨리스터에게 빠져들었는지 의문일 뿐이었다. 물론 그 사실을 조애나도 금방 깨닫게 되었지만.

 

소설은 아이를 잃은 조애나와 클로이를 지키려는 알렉산드라의 시각으로 진행된다. 아이를 잃은 뒤에도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어보이는 앨리스터와는 달리 무엇이 노아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를 따져보고 죄책감에 빠져드는 조애나와 비록 부족한 엄마지만 딸 클로이를 향한 애정만은 강렬한 알렉산드라를 보면서 '모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아이를 낳은 후 여성에게 부가되는 그 모든 책임감과 의무와 평가하는 시선들. 그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그녀들은 결국 주도권을 앨리스터에게 넘겼고, 앨리스터는 주도면밀하게 상황을 제어하고 모든 것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조종한다. 오직 자기 자시만을 사랑하는 남자. 아이의 죽음까지 자연스레 엄마에게 떠넘겨버리는 남자. 그래서 그가 맞이한 결말은 어떤 의미로는 매우 통쾌했다고 할까.

 

조애나는 [안나 카레니나]에 등장한 '다른 사람의 고통 위에 너의 행복을 세울 수는 없다'는 말의 의미를 깨닫고 이제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책임지고 주도권을 갖기로 한다. 이제는 모든 것을 바로 잡아야 할 때. 당당해진 조애나와 새로운 행복을 찾은 알렉산드라의 모습이 매우 고무적이다. 이 작품은 심리 스릴러이기도 하지만 아기를 잃은 엄마의 고통을 심도있게 그려내면서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 되기 위한 여성들의 분투를 그린, 안타까우면서도 재미있는 소설이다.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 여정이 더 인상깊은 작품. 읽자마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 여성들의 마음을 되짚어보면서 한 번 더 읽고 싶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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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데이즈
라파엘 몬테스 지음, 최필원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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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로맨스, 나는 공포]

의대생인 테우. 그는 시체인 게르트루드에게 가장 친밀함을 느낄 정도로 사교성이 떨어지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어느 날 파티에서 만난 아름다운 그녀 클라리시. 영화 시나리오인 <퍼펙트 데이즈>를 집필 중이라는 그녀는 자유롭고 열정적인 영혼의 소유자다. 헤어질 때의 짧은 키스로 이미 그녀에게 빠져들어 헤어나오지 못하는 테우는 그녀의 휴대폰으로 자신의 휴대폰에 전화를 걸어 번호를 알아낸 후, 클라리시의 행적을 따라다니고 조사원으로 위장하여 그녀의 신상정보를 얻어낸다. 똑똑하고 당찬 클라리시는 이미 테우가 그런 수법을 썼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에게 그저 친구로만 지내자며 선을 긋는다. 잠깐의 말다툼. 그러나 감정이 격해진 테우는 클라리시를 공격하고, 급기야 그녀를 트렁크에 담아 길을 떠난다. 그 후 벌어지는 감금과 폭력의 나날들. 피해자의 입장에서 전개되다가 나중에는 속시원히 해결되는 스릴러가 아닌, 잔혹범죄로 점철되는 낯선 스릴러의 등장이다.

피해자의 입장, 그것도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상당히 읽기 괴로운 작품이다. 술김에 별 뜻 없이 건넨 한마디, 가벼운 키스가 상상도 못한 미래를 가져다 주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나. 호감에 대한 거절이 감금과 폭행, 죽음의 공포를 가져다주는 나날을 선사할 줄이야. 무서운 것은 테우는 그것을 정말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에 있다. 내가 너를 이렇게 사랑하고 잘 보살펴 주는데 뭐가 문제야,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데 감히 네가 나를 거절해?!-같은, 마치 어린아이의 그것처럼 자신의 감정을 밀어붙이기만 할 뿐 상대에 대한 배려는 털끝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다. 클라리시에 대한 집착과 광기는 또 다른 살인을 불러오지만, 테우는 그 살인에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사랑의 방해물이 하나 사라진 정도로만 여긴다. 그리고 클라리시를 영원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행한 잔인한 형벌. 자신이 의대생이라는 점을 충분히 이용한 잔혹한 처사에, 아우, 정말 소름이 돋지 않을 수가 없었다.

클라리시가 반격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고분고분하게 테우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척 했지만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마침내 찾아온 반격의 기회와 입장이 뒤바뀌게 된 두 사람. 하지만 그 반격이 너무 짧아 마음이 아팠다. 테우가 그녀를 위해 준비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 일격으로 클라리시는 이성의 끈을 놓고 만다. 과연 이 범죄행각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조마조마한 가운데 드디어 맞이한 결말! 마지막 한 문장 또한 의미심장하게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그 동안에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서술되어 어떻게든 긍정적인 결말을 맞이했던 기존의 스릴러들과는 달리, 사이코패스 범죄자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작품이라 더 무섭고 공포스러웠다. 특히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비일비재하다보니 그 생생함이 남달랐던 것 같다. 정말 이런 사람을 만나면 어쩌지, 내 의도와는 달리 나의 운명이 결정지어진다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소름끼쳤던 점은 여성의 입장에서는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이 상황을 이 사이코패스는 꽤 안정적으로, 평온하게 즐기고 있었다는 점이다. 남자주인공을 '괴물'이라는 말로 표현하기에도 부족할 정도다. 사이코 로맨스릴러가 아니라 그냥 사이코 스릴러. 제작이 확정된 영화 속에서는 누가 이 역할을 맡게 될지, 분위기를 어떻게 연출할지 궁금하지만 과연 관람할 수 있을까. 작품에 대한 충격이 너무 커서 영화까지는 못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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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디스커버리 3 : 독일 - 교양만화로 배우는 글로벌 인생 학교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3
김재훈 지음, 조성복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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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만화로 배우는 글로벌 인생학교-라는 부제로 출간되어 온 [어메이징 디스커버리]의 독일편이 나왔다. 앞서 출간된 덴마크나 부탄 편도 궁금했지만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것이 많은 독일편 먼저 보고 이 시리즈 전체를 탐독할 지 어떨지를 정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먼저 읽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깊이있고 전체를 통괄하는 방법이 아주 마음에 든다. [먼나라 이웃나라]를 읽을 때와는 또다른 느낌이라고 할까. 특히 독일편의 표지에는 '과거를 극복하고 다 함께 잘 사는 비결이 뭘까?'라는 말풍선이 덧붙여져 있어 눈길을 끈다. 흔히 독일과 일본을 많이 비교하는데 일본에는 없지만 독일에는 있는 그것. 그것을 한 번 찾아보자는 마음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여행의 시작은 요한 덕분이었다. 장미재단 영재학교의 바이올린 신동으로 요한이의 할머니는 유태인이었다. 나치 학살 당시 도움을 주었던 군터라는 사람을 할머니 대신 만나기 위해 장미그룹 회장에게 독일에 가고 싶다고 느닷없이(?) 제안한 것이다. 그런 요한이를 중심으로 홍설록, 강가영, 장화순, 백범영, 신수길, 장석대, 장장미가 독일 여행길에 오른다.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오늘날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위치에 서 있는 독일이, 과거의 수치를 어떻게 딛고 발전해왔고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는가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만큼 어떤 하나의 이론이나 의견에 치중하지 않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게르만족의 대이동부터 베를린 장벽의 붕괴, 필하모니, 마르틴 루터, 종교개혁, 나치, 그리고 참회의 자세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데 역시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를 꼽으라면 빌리 브란트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서베를린 시장이었다가 서독의 총리가 된 빌리 브란트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부터 동독을 대결상대가 아닌 동반관계로 대했고, 동구권 나라들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속적인 긴장 완화를 통해 평화를 추구하면서 동쪽을 향해 꾸준히 우호적인 입장을 표명했으며 그런 그의 '동방정책'은 통일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평가받는다. 그의 유명한 일화 중 하나는 폴란드의 바르샤바를 방문했을 때 바르샤바 광장에 세워진 유대인 게토 희생자 위령탑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1970년 12월 겨울비가 내리던 날이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난데없이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린 그의 모습은 전 세계 사람들이 독일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사건이었다. 항상 발뺌하거나 보상을 다 했다고 배짱인 어디의 무슨 나라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진지함과 유머를 오가며 전개되는 내용에 푹 빠져 읽었다. 특히 과거와 현재의 모습 모두를 다루고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고 현실적인 모습들을 조망하고 있다는 점이 추천할만하다. 만화로 그려져 있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도. 이미 출간된 스웨덴과 부탄에 대해서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을지, 앞으로는 어떤 나라들이 소개될 지 무척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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